소설리스트

134화 (134/169)

“과찮이십니다. 영국에서 명성높은 캠던 후작님을 직접 만나게되어 영광입니다.”

정대상의 대답에 캠던 후작이 흡족해 하였다.

얼마후 정대상은 캠던 후작이 소개해준 몇명의 영국 귀족들과 만나면서 대화하였다. 런던의 사교계에서 정대상은 동양에서온 돈 많은 부자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시필드 가문과의 협력관계라는 부분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밤 파티에는 유럽의 국가들에서온 손님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제대로 보셨습니다. 캠던 후작님의 파티에는 런던에있는 각국의 외교사절단, 그리고 런던에서 주재중인 유럽국가들의 귀족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캠던 후작에게 소개받은 랭포드 백작이 설명했다.

랭포드의 말대로 런던에는 전세계의 국가들에서 파견된 외교사절단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에서 파견된 대사관이나 영사관, 그외에도 외교관들의 숫자만해도 상당할 정도다.

‘전하께서 말씀하시길, 차후에는 조선도 유럽의 국가들과 정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서로간에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할 거라고 하셨지. 따라서 그것에대한 준비를 위해서도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많구나.’

정대상은 영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외교활동을 실감했던 것이다. 조선은 이제부터 근대화를위해 나아가는 중인데 영국은 이미 전세계에 영향력을 펼치는 대제국의 상태였다.

한편 캠던 후작에게 소개받은 랭포드 백작은 성격이 무난했고, 정대상과도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친목을 다져놓고 조선에 우호적인 인물로 만들어두면 상당한 도움이 될것은 분명했다. 한동안 정대상이 랭포드와함께 대화를 진행하고 있을때 넓은 홀 한쪽켠에서 격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감히 우리 프로이센의 선대국왕을 돼지사료나 먹는 감자왕이라고?”

“흐흐.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어차피 프로이센 돼지놈들에게 어울리는 별명인데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의 왕이였던 프리드리히가 감자를 키워서 먹은것도 사실이잖아. 그런데 프로이센 국왕이 기껏 돼지들이나 먹던 감자를 좋아하다니. 그런 미개한 행위는 우리처럼 고귀한 프랑스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것이지.”

파비엥이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귀족으로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번에 캠던 후작이 주최한 연회에 동료 귀족과함께 참가했고, 한껏 거만함을 드러냈다.

그러던중 프로이센에서 온 30대초반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다가 다툼이 생겼다. 처음부터 잘못한 것은 파비엥 쪽이였다. 평소에도 프로이센을 깔보던 그였기에 프로이센 외교사절단인 비스마르크에게 선대국왕인 프리드리히 왕에대한 모욕을 퍼부었던 것이다.

파비엥이 프로이센과 선대왕을 경멸하자 비스마르크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고 달려들 기세였다. 이걸본 한스가 그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비스마르크! 여기는 프로이센이 아니야. 우리는 캠던 후작님의 초청을받아 온것이라고. 그런데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려고 그래?”

“그렇다고 저 프로그(개구리) 놈들이 프로이센 국왕을 모욕한걸 참으라고 하는거야?”

“지금 뭐라고 했어, 프로그? 감히 대 프랑스 귀족인 우리를향해 그딴 말을하고 무사할거 같아?”

“미개한 프로이센 촌놈은 감자왕과함께 돼지사료나 쳐먹어.”

“저놈들이? 한스! 더이상은 못참겠다. 기껏해야 개구리나 쳐먹는 놈들이!”

울컥한 비스마르크가 동료의 손을 뿌려치며 나갔다.

그러나 혈기에 나선것은 좋았는데 상대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파비엥이 동료와함께 비스마르크의 정면을 막아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비스마르크가 허리를숙여 파비엥이날린 펀치는 피했지만, 반대쪽에서 파고든 상대의 주먹에 복부를 맞았다.

크억! 비스마르크의 입에서 헛기침이 나오며 비틀거렸다. 그러자 두명이 비웃으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

퍽! 퍼퍽! 콰당! 두명에게 얻어맞은 비스마르크가 바닥에 넘어졌고 입에서는 피까지 흘렀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를 쓰러뜨린 프랑스 귀족 파비엥이 기세좋게 소리쳤다.

“프로이센 촌놈이 프랑스 귀족들을향해 까불더니 꼴 좋군.”

“비스마르크 자네, 괜찮아?”

뒤에서 다가온 한스가 부축했다.

혈기로 달려들었던 비스마르크는 패배감으로 거친호홉을 뱉어냈다. 반격을 시도했지만 넘어진 충격으로 온몸에 고통이 흘러갔다. 그순간 무리들의 사이로 한명의 낯선 동양인이 끼어들었다.

“이번 다툼을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두명이서 한명을 상대로 싸우는건 비겁한거 같군요.”

“뭐라고? 너는 누군데 간섭이야?”

파비엥이 정대상을향해 발끈했다.

비스마르크를 다굴쳐서 좋아하던 중인데 갑자기 방해자가 끼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파비엥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것이 이곳은 신사의 나라-를 자부하는 영국 귀족이 주최한 만찬회장의 내부였다.

그것도 결투가 아니라 두명이 한명을 공격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것도 당연했다. 이윽고 파비엥이 정대상을향해 울컥했다.

“미개한 동양인 놈이 어디서 끼어들어?”

“파비엥! 저놈도 박살내 버리자!”

“당연하지.”

두명이 소리쳤고 정대상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정대상은 두명에게 쓰러진 비스마르크와 달랐다.

체격도 건장했고 정대상은 조선에 있을때, 과거시험에는 수차례 낙방했지만 문무를 겸비한 선비였다. 글공부를 하면서 틈틈히 활쏘기와 무예도 닦았고 택견같은 체술도 익혔던 것이다.

정대상이 신속하게 격투자세를 잡았다.

두명이 휘두르는 주먹을 능숙하게 피했고 택견의 곁차기와 후려차기를 연속으로 내질렀다.

퍽! 퍼퍽! 크억! 연타로 발차기를 얻어맞은 두명이 바닥을 뒹굴었다. 처음에 두명은 복싱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다가 난데없이 발치기가 눈앞에서 번쩍하자 막을수도 없었던 것이다. 택견의 발차기는 위력이 주먹보다 3배였다. 때문에 정대상이 작정하고 발차기를 했다면 두명은 턱이 완전히 돌아갔을 것이다.

“저럴수가?”

“두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리다니! 어떻게 한것이지?”

주위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대상은 택견의 발차기에맞아 쓰러진 두명을 내려보고는 비스마르크를 일으켜 세웠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아닙니다. 근처에서 지켜봤는데 저 프랑스인들이 비겁하게 당신을 공격하길래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프로이센에서 온 비스마르크 입니다.”

“조선에서온 정대상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조선이란 국가는 처음인데, 어디에 있습니까?”

“아시아의 동쪽끝에있는 국가입니다. 영국에서는 상당히 떨어져있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지요.”

“그렇게 먼곳에서 여기까지 오시다니.”

비스마르크가 감탄했다.

정대상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는 비스마르크의 모습을보며 엷은미소를 지었다.

‘흠. 이 친구가 전하께서 말씀하신 비스마르크라는 사람이군. 나중에 기회가되면 프로이센을 방문해 찾아볼 계획이였는데, 여기서 만날줄이야. 아무튼 우연과 행운이 겹치다니! 그런데 전하께서는 이 친구가 상당히 냉철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기껏 프랑스 귀족들의 도발에 넘어가 앞뒤 생각없이 달려들다니! 뭐랄까 예상했던 모습과는 좀 다르군. 그래도 전하께서 말씀하시길 장차 프로이센을 이끌어갈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셨으니 좀더 지켜봐야겠군.’

정대상은 비스마르크를 살펴봤고, 흥미로운 인물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 광산공사와 JS-마이닝(Mining)

“당분간은 동인도회사 놈들의 것으로 버틸수 있는데, 앞으로가 문제로군.”

군기시와 병조에서 올라온 서류, 그리고 장계를 펼쳐놓고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는 현재 군기시와 병조가 보유중인 화약에대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물론 만족한 수량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에 조선이 보유했던 화약량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건 분명했다.

조선은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화약 생산량이 최대를 찍었지만 병자호란 뒤에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때문에 조선이 평상시에 보유중인 화약의 수량은 기껏해야 200톤이 최대였다.

그럴것이 조선내에서 초석을 대량으로 구하기 힘든것이 이유였다. 때문에 취토군을 동원해 염토를 모으다보니 조선의 화약생산량은 연간 10톤 안팎이 전부였다.

그렇게 매년마다 10톤씩 생산하고 비축한게 150~200톤의 수준. 그것마저도 유럽의 화약에 비한다면 순도나 품질이 떨어지는 상태였다.

이때문에 선죽상회를 광저우에 보냈다. 그리고 시필드 제이든이 중개업자로 활동하며 영국령 동인도 회사가 창고에 보유중이던 중고화약을 대량으로 들여온 것이다.

‘지금까지 화약 값으로 지불한 돈만해도 상당할 정도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지.’

제이든이 영국령 동인도 회사의 창고에 보관중이던 중고화약을 대량으로 구입한뒤에 그것을 조선에 파는 방식으로 들여온 것이다. 처음에는 광저우에있는 동인도회사 창고의 화약들을 가져왔고, 이후에는 인도에있는 동인도회사의 중고화약들도 저렴하게 매입한뒤에 조선에 판매한 것이다.

이걸통해 제이든은 이스트 프론티어를 단기간에 성장시켰다.

그리고 조선의 경우에도 영국의 중고화약들을 대량으로 들여왔기에 서로간에 이득이되는 장사였다. 중고화약이라도 조선에서 생산되던 화약에비해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에 화약제조의 기술격차가 상당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언제까지 계속될수는 없었다.

중고화약도 가격이 상당히 나가는건 물론이다.

그리고 동인도 회사가 보유한 중고화약들도 조만간에 한계를 드러낼 것이니 말이다. 동인도 회사도 바보가 아니기에 제이든에게 자신들의 신형화약까지 막 팔아치울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조선이 사용할 화약과 비축량이 부족해지는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선죽상회가 지금까지 꾸준히 화약들을 수송하고, 군기시에서 중고화약들을 비축하면서 2100톤의 수준까지는 만들었다. 과거에 조선이 보유했던 화약량보다 10배나 증가했으니, 엄청난 성과인건 분명했다.

“조선에 초석광산이 없다는것이 이렇게 갑갑할 줄이야.”

이것이 큰 문제였다.

앞으로 진행될 해외군사 및 작전활동. 그리고 조선군이 진행할 전쟁과 전투까지 생각하면 현재 보유한 2100톤의 화약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만약 조선내에 대량의 초석광산들이 있었다면 질좋은 화약들을 충분히 비축하고 쌓아둘수 있었을 것인데.

안타까움이 생겼지만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이번 탐사가 성공해야 뭐라도 해볼수 있다.”

지도를꺼내 탁자위에 펼쳤다.

인도에대한 지도이고 나의 시선이 향하는곳은 인도의 서쪽.

그리고 아라비아해의 봄베이 항구에서 내륙으로 한참 들어간 지역이다.

21세기때 서쪽 내륙의 솔라포-지역에서 인도 최대의 초석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외신기사를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솔라포는 인도에서 개발중인 초석광산 들과는 상당히 먼 곳이다. 그럴것이 인도에서 영국이 개발한 초석광산들은 대부분 인도의 북부쪽에 위치해 있었다.

영국은 현재 개발중인 인도의 초석광산에서 매년 3~4만톤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초석을 캐내는 중이다. 이런 풍부한 초석들을 바탕으로 화약을 만들었고 영국이 매년마다 생산하는 화약은 상당할 정도였다.

그에따라 영국은 현시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약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2위인 프랑스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준인데, 최소 2-30만톤의 화약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화약이 넘쳐나는 상태였다.

이번에 탐사대를보낼 솔라포 지역에 인도최대의 초석광산이 뭍혀있지만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않은 미개척의 장소였다.

동시에 저곳의 지형은 수많은 협곡과 울창한 산림, 그리고 정글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21세기에나 겨우 초석광산이 발견된 이유도 있었다. 다만 솔라포-지역도 상당히 큰편이기 때문에 저곳에 탐사대를 보낸다해도 100% 성공한다는 확신은 없었다. 따라서 운도 필요했다.

“어쨌든 저곳의 초석광산 탐사에 조선의 운명이 걸려있는건 사실이니까.”

잠깐 한숨을 내쉰뒤에 지도를 검토하고 있을때 밖에서 송내관이 말했다.

“전하. 병조판서와 공조판서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알겠네. 대신들을 들라해라.”

잠시후 희정당의 집무실 안으로 병판인 박규수, 공판인 김석민이 들어왔다. 두명은 양손에 두툼한 서류와 장계들을 가져왔다.

“경들이 온걸보니 과인이 지시한 천축(天竺)으로 파견할 탐사대의 준비가 진행된거 같군요.”

“그러하옵니다.”

박규수가 대답하며 장계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뒤에 빠르게 내용들을 확인했다.

조선의 화약생산과 보유를위해 계획한 인도에서의 초석광산 개발. 이것의 준비를 박규수와 김석민에게 맡겼던 것이다.

마지막의 검토와 추가적인 부분은 내가 하겠지만 일단은 전체적인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군기시에서 10명의 화약장인들, 그리고 공조에서 관리중인 광산기술자와 인원들중에서 80명을 선발했군요.”

“선발된 인원들은 재능과 솜씨가 뛰어난 편입니다. 따라서 천축에서 진행할 초석광산의 탐사에서 반드시 성과를 거둘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공판인 김석민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로서도 초석광산의 탐사와 개발이라는 부분때문에 의욕적으로 나선것이다. 이제까지 조선내에 초석광산의 존재는 발견조차 못했다. 그런데 머나먼 외국에서 초석광산을 찾아서 개발할 기회가 온것이다.

“탐사대장은 누구로 정했습니까?”

“김승엽이란 인물인데, 군기시의 수석장인 한기준이 적극 추천한 사람입니다. 수석장인 한기준을통해 화약제조에대한 여러가지를 배웠고 기술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좋은 선택인거 같군요.”

공판을향해 격려했다.

초석광산의 탐사와 개발에는 공조에서 파견한 기술자들이 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탐사대의 구성에는 조선군 병사들도 포함된 것이다. 시선을 박규수에게 향하며 말했다.

“이번에 천축으로 파견할 조선군 부대의 임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선의 기술자들을 보호하는것 외에도 이스트 프론티어의 직원들, 그외에 탐사대에 포함된 인원들 전체를 보호하며,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하니까 말이지요.”

“전하의 말씀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선발부대의 인원들은 기병 100명에 총병 400명, 그리고 화포병 100명까지해서 도합 600명의 수준이군요.”

“아직은 현지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병력을 보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보내면 비상사태에 대응하는것도 문제가 생길수 있기에 먼저 600명의 선발부대를 파견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적절한 선발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선발대의 대장으로 송준길이라... 그러고보니 지난번 장계에 올라온걸 본 기억이 있군요. 이전 지르칼손의 만주족 기병들을 토벌할때에 활약했던 무관들중에 한명이였던거 같은데, 맞습니까?”

“제대도 보셨습니다. 전하.”

박규수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박규수가 선발한 송준길은 실력이 뛰어난 지휘관이였다. 지르칼손의 토벌작전에도 참가해 공을 세웠다. 이후에는 북방의 함경도에서 병사들을 훈련시키며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특히 송준길이 훈련시킨 부대는 강력한 정예부대였다. 따라서 이번같은 특수작전을 담당하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소신이 보기에도 전하께서 천축의 초석광산에대한 탐사와 개발을 진행하는데 영길리국 출신의 제이든과 협력하는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판의 말대로 조선은 현재 단독으로 천축에 진출하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또 운좋게 그곳에서 초석광산을 발견한다해도 단독으로 개발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천축은 조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고, 무엇보다 그곳은 영길리국의 세력이 막강한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조선과 비슷한 영토를가진 영길리국이 중국만큼 큰 대륙인 천축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병조판서 박규수가 고개를 저었다.

조선인들이 보기에 영국의 본토는 기껏해야 조선의 영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전세계 곳곳에 거대한 식민지를 갖고 있었다. 특히나 천축은 조선인들에게 서역의 신비한 장소이고 거대한 지역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거기를 영국이 지배하고 있으니 놀랄수밖에 없을것이다.

현시기 영국이 인도를 지배중이지만 인도의 내부까지 촘촘하게 세력을 뻗치고 지배하는건 아니다. 그리고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수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따로있었다. 그것은 인도가 지역별로 상당히 분열되어있고 영국은 그 약점을 제대로 파고든것이 효과를 보았던 것이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는 수단은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이라는 전략이다. 지역별로 종교별로, 그외에 수많은 이유때문에 쪼개져있던 인도는 영국의 이런 분할통치 전법에의해 200년간이나 통합을 못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영국이 인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배하는 방법은 야비해 보이지만 효과적인 수단인건 분명했다.

“경들도 알다시피 영길리국의 본래 영토는 작지만 그들이 가진 힘은 강력합니다. 조선에서도 외국에대해 필요한것은 취하고 또 이용할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공판의 말대로 천축에서 강력한 세력을 가진건 영길리국이기에 현재는 그들과의 직접적인 마찰이나 충돌은 가급적 피하는것이 좋습니다.”

공판에게 설명한대로 인도에서 진행할 초석광산의 탐사와 개발에는 광저우에있는 이스트 프론티어와 합동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제이든도 인도에대한 진출을 생각하던 중이였다.

그래서 선죽상회의 김도영을통해, 내쪽에서 보낸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동시에 인도에서의 초석광산에대한 사업을 담당하기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JS 마이닝(Mining)-이란 신생회사다.

JS 마이닝은 Joseon Seafield Limited-라는 합명 및 합자회사의 형태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시필드 제이든이 광저우에 갖고있는 이스트 프론티어의 자회사이다.

겉보기에는 그렇지만 신생회사인 JS 마이닝의 지분중에 80%는 조선이 보유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리고 JS 마이닝에서 조선이 보유한 지분 80%는 다시 공조판서에 지시를내려 설립한 조선 광산공사가 소유하게 되었다.

“공판은 차후에 광산공사를 운영할 책임자와 인재들을 공조에서 선발하도록 하십시요. 앞으로 조선 광산공사는 이번에 진행할 천축에서의 초석광산 개발은 물론이고 다양한 지역에서 실시될 광산탐사와 개발에도 참여하게 될것입니다.”

“전하의 지시에따라 인재들의 선발과 업무를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김석민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얼마후 병판인 박규수는 인도로 파견갈 탐사대와 조선군 부대들이 이동할 경로, 그리고 필요한 물자들과 장비들에대한 보고를 하였다.

* * *

뿌우우~ 나팔소리가 선내를 진동시켰다.

선실에서 잠자던 수병들이 하나둘씩 눈을떴다.

그사이 선실로 들어온 군관들이 기합성을 토해냈다.

“전원 기상! 어서 빨리 움직여라.”

지시를받은 수병들이 침구를 정리했고 일부는 벌써부터 상갑판을향해 나아갔다. 잠시후 갑판에 도열한 조선 수병들은 저멀리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맞이하였다. 선상에서의 생활이 고되기는 하지만 매일 아침에 감상하는 대자연의 풍경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역시 배가 크니까 좋은것도 있어.”

“그러게 말이야.”

박영달의 의견에 동료가 대답했다.

그를 포함해 랜스터호에 탑승한 수십명의 조선 수병들은 얼마전까지 전라 좌수영에서 생활했다.

어느날 상부에서 공문이 내려왔고 전라좌수사가 수영에있는 군관과 수병들을 모아놓고 발표를 하였다.

처음에 그 내용을 들었을때는 모두가 놀랐다.

그럴것이 조선에 12척의 증기선들이 도입되었고 증기선들의 크기만도 판옥선보다 몇배나 크다고 하였다.

‘좌수사님. 혹시 증기선이라면 양인들이 타고다니던 배에서 검은연기를 뿜어내는 배를 말하는 것입니까?’

‘물론이다. 이제 조선에서도 증기선을 갖게되었다. 그리고 전하와 병조판서께서는 조선수군에서도 증기선에 탑승해 양인들에게 증기선을 항해하는 법과 운영법을 배울 인원들을 선발하도록 하셨다.’

‘하지만 증기선은 불지옥처럼 뜨겁다고 하던데요.’

‘맞아. 그러니까 배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지.’

조선수군들중 일부는 증기선에대해 겁을내고 있었다.

멀리서봐도 검은연기를 토해내는 증기선이니 그 내부가 얼마나 뜨거울까? 이게 당시 조선인들이 생각하던 부분이다.

이것에대해 전라좌수사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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