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169)

21세기 한국에서 국제항구인 부산항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만해도 수십척이 입항과 출항을 하였다.

그런 대단위의 항만시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제국주의 시기, 영국의 리버풀이나 뉴포트같은 항구들 수준의 절반이라도 만들어야했다. 그만큼 항구시설이 열악하면 국제무역을 대규모로 하고싶어도 실패할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항만시설의 근대화는 개성을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키우는데 필수적인 부분이였다.

“전하. 이곳의 선착장과 부두공사에는 개성에있는 선죽상회를 포함해 다수의 송상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공판인 김석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중인 선착장과 부두공사에는 공조에서 일정부분을 부담했고 나머지를 개성에있는 송상들이 참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도 선박의 접안시설이나 부두가 크고 넓어지면 그만큼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하고 자신들에게도 막대한 이득이다.

“지금까지 공판의 설명을 들으며, 저기있는 거중기들을보니 대단하군요. 나중에 부두공사가 완료되면 여기로 매일마다 수십척의 배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출항할수도 있겠군요.”

“이판대감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이곳 개성이 수많은 배들로 가득할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동행하던 흥선군 이하응이 감탄했다.

공사중인 선착장과 부두에는 군데군데 거중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작게는 5-6미터의 높이, 크게는 10미터의 것들도 보인다. 이런 거중기들을통해 부두에 정박한 선박들에서 무거운 화물들을 빠르게 내리거나 싣는게 가능해진다.

이런 방식은 21세기의 현대적인 항만시설들에는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공조판서에게 이 부분을 설명하고 강조했는데 제대로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후 선죽상회의 부행수인 김도영이 다가왔다.

“전하. 조금전 들어온 보고인데 영길리국에서 출발했던 이양선들이 도착하는거 같습니다.”

“드디어 오는군.”

김도영의 안내를받아 신하들과 이동했다.

시선을 수평선 너머로 향하였다. 얼마후 먼곳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들이 보인다. 저것은 증기선들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굴뚝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조선에 증기선이 오는건 처음이다.

이후에는 조선에있는 많은 선박들이 증기선으로 개조될 것이고, 외국에서오는 증기선들의 숫자도 많아질 것이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는 거쳐야할 단계와 시간, 그리고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이 조선이 나가야할 방향이였다.

얼마후 수평선 위로 시커먼 연기를 발산하던 증기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증기선들을 발견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이양선이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이양선이다.”

“대체 얼마나 큰거야?”

“개성의 송상들이 보유한 배들보다 최소 열배는 커 보이는데.”

“엄청나군.”

저마다 탄성을 토해냈고 일부는 겁을먹은 표정이다.

“전하! 영길리국의 배들이 저렇게 큰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조선수군이 보유한 판옥선들의 5배는 되어 보입니다.”

박규수와 흥선군 이하응도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개성을향해 입항중인 12척의 배들은 구형의 클리퍼 범선들을 개조하고 내부에 신형의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장착한 것들이다.

증기선에 밀려난 클리퍼 범선들이지만 배수량이 900톤에서 1400톤까지 이르는 크기였다.

조선수군이 보유한 판옥선들이 기껏해야 180톤에서 200톤의 수준인것과 비교하면 5배이상은 되는 수준이였다. 그리고 박규수나 해안가의 조선인들도 이양선들이 멀리서 항해하던걸 본것이 대부분이다. 지금처럼 눈앞에서 다가오는걸 본것은 처음일 것이다. 부두에서는 바다에 떠있는 12척의 클리퍼 범선들을보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조선이 본격적인 대양해군으로 갈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하다. 그래도 첫걸음 치고는 괜찮은 편이군.’

클리퍼 범선들을 확인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비록 영국해군이 보유한 증기선이나 장갑함에는 부족하지만, 이것이 조선에서 시도해 볼수있는 최상의 선택이다.

* * *

“당신이 월터군요. 영국에있는 정대상이 보내준 소식을통해 한번쯤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군요.”

“조선의 국왕께서 저희들을 환영해 주실줄이야. 정말로 영광입니다.”

월터가 고개를 숙였다.

개성에 도착한 12척의 개조된 클리퍼 범선들 중에서 가장 큰 1400톤급의 선박인 랜스터호에 승선하였다.

처음에 병조판서 박규수나 흥선군 이하응은 임금인 내가 이양선에 승선한다고 말하자 만류하며 걱정했다.

그럴것이 두사람이 이제는 서양문물에 좀 익숙해지고 경험이 있다해도 판옥선보다 몇배나 큰 영국의 증기선은 낯설기만 했으니까 말이다.

두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증기선을 타보는 경험을 시켜줄겸, 그리고 월터가 발명한 스크류형 증기기관의 성능이 어떤것인지 확인해볼 생각이였다. 그에따라 같이온 3명의 판서들, 그리고 선죽상회의 김도영 부행수등과함께 직접 승선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정대영의 보고서대로 월터는 발명가 타입의 인물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혁신적인 증기기관을 개발해냈고, 12척의 클리퍼 범선들을 개조한뒤에 증기선으로 만든것이다.

“이곳이 내부에 장착된 증기기관에 석탄을 공급하고, 그 열기로서 강력한 피스톤을 움직이게 만드는 증기보일러 입니다.”

우리들을 안내하던 월터가 설명하였다.

처음본 증기기관의 모습에 박규수와 흥선군 이하응은 좀 당황했지만 곧이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조선을 대표하는 군주로서 월터의 설명을 들은뒤에 그를 격려했다.

“정말로 훌륭하군요. 월터씨! 그렇다면 당신이 개발한 증기기관의 성능과 항해능력을 보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전하.”

월터가 대답한뒤에 랜스터호의 선장을향해 전달했다.

얼마후 선장인 맥카시가 고개를 끄덕였고, 갑판에 배치된 선원들에게 외쳤다.

“지금부터 배의 출항을 시작한다. 모든 선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준비해라.”

지시를받은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규수는 이것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잠시후 월터의 지휘를받은 기술자들이 스크류형 증기기간의 점검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일러실에 투입된 인원들은 석탄을 화로에 넣었다. 얼마후 1400톤급에 이르는 육중한 랜스터호가 물살을 헤치면서 나아갔다.

“바람과 돛을 사용하지 않고도 거대한 배가 스스로 움직일 줄이야?”

“이판대감. 그것은 저기있는 증기기관의 힘을 통해서 입니다.”

흥선군을향해 대답하며 월터가 설명했던 증기기관을 가리켰다. 1400톤급인 랜스터호에 설치된 스크류형 증기기관은 대형이였다. 증기선에 장착된 엔진은 선체의 중앙, 그리고 갑판위에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다만 월터가 개발한 스크류형 증기기관은 상하로 움직이는 피스톤에서 나온 동력을 갑판하부에 설치된 기어에 전달했다. 그뒤에는 동력축을 연결해 후방에있는 스크류에 전달하고 회전시키는 방식이였다. 이것은 통상적인 차륜형 증기선에 비해서는 복잡한 편이지만 항해시의 장점은 탁월했다.

“좌현 전타!”

조타키를 잡고있던 선장이 신속하게 키를 돌렸다.

그러자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던 랜스터호의 선체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반원을 그리면서 크게 회전했다. 그사이에 증기보일러에서는 작업원들이 석탄을 넣었고 열기가 갑판에까지 흘러나왔다.

“지금 항해중인 이배의 속도는 어느정도 입니까?”

“대략 8~9노트 사이입니다.”

“그정도면 구형의 범선들을 개량하고, 신형 증기기관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충분하군요.”

“선체의 구조자체가 쾌속선으로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속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월터씨! 이정도면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낸거 같군요.”

“감사합니다. 전하.”

월터가 고개를 숙였다.

정대상의 보고대로 월터는 충직한 인물이였다. 따라서 내가 계획중인 조선수군의 함선들을 개조하는 작업, 그리고 조선의 선박산업을 발전시키는 업무를 맡기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월터가 개조하고 개성까지 가져온 12척의 증기선들을통해, 조선은 대양해군으로 갈수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포섭하다

“전하! 이번에 개성으로 들어온 12척의 증기선들을 직접 승선하고 확인해보니 정말로 훌륭합니다. 이것은 조선수군에게 경사스런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병판께서 그렇게 말해주니 과인도 기쁘군요.”

“전하께서 미리부터 영길리국과 구라파에 국제유학생단, 그리고 대표인 정대상을 파견한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병조판서 박규수가 기뻐하며 말했다.

개성에 입항한 12척의 클리퍼 범선들-

영국의 사우햄스턴 항구에 방치돼있던 구형 범선들을 개조했고, 내부에는 월터가 개발한 스크류형 증기기관들을 장착한 것들이다. 동행했던 박규수도 기함인 1400톤의 랜스터호에 승선하였다. 그리고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증기선의 성능을 체험한 것이다.

그는 군무의 경험도 많았고 이전에는 수군의 판옥선도 승선한 적이있었다. 때문에 증기기관을통해 자력으로 항해하는 12척의 클리퍼 범선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충분히 실감했다.

“이번에 들어온 12척의 증기선들은 조선수군의 각 수영들에 배치해 기함과 주력함으로 삼는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박규수가 동의했다.

조선수군에는 경상좌/우수영, 전라좌/우수영등을 포함해 몇개의 해상 거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조선수군에서 핵심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수영들이다. 먼저 이곳에 12척의 클리퍼 증기선들을 3척씩 나누어 4곳에 배치하는게 첫번째 단계였다.

이후 4곳의 수영들에 배치된 클리퍼 증기선들은 각 수영들을 대표하는 기함과 주력함의 역활을 하게될 것이다.

다만 그전에 해야할 단계가 있었다.

“이번에 조선이 증기선들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해결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어떤 것들입니까?”

“병판도 증기선에 탑승했으니 봤을겁니다. 증기선의 선장부터 시작해 갑판에있는 선원들, 그리고 증기기관을 작동시키고 관리하는 인원들까지 모두 영길리인 들입니다.”

“듣고보니 그것도 문제군요. 아직은 조선수군의 무관들이나 지휘관들중에 증기선을 운영할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박규수도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이런것들이 서양처럼 무작정 근대화를 시도하던 국가들과 앞뒤 생각없이 무기와 군함만 도입하다가 실패한 이유중에 하나다.

조선말 역사에도 고종이 유럽같은 군함을 가져보겠다고, 일본에서 양무호를 사왔다.

그런데 양무호는 구형의 철선을 몇배나 비싸게사는 호갱짓을 하였다. 그뒤에도 양무호를 운영할 인원들이 부족해서 항해조차 못했다.

이런 실패는 조선만이 아니였다.

청나라도 외국에서 엄청난 돈을주고 군함들을 들여왔고 북양함대를 만들면서 자뻑질을 하였다. 하지만 북양함대의 지휘관부터 함선의 함장들까지 배를 운영할 능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결과 청나라의 북양함대는 청일전쟁에서 일본함대에 개박살 나버렸다. 이번에 월터가 개조한 증기선들이 조선에 들어온건 반가운 상황이지만 무턱대고 만족할수는 없었다. 잠시후 박규수를향해 설명을 시작했다.

“병판은 각 수영에 공문을내려 이번에 들어온 12척의 증기선들에 탑승할 무관과 수병들을 선발하도록 하십시요. 그들이 증기선에 탑승해 영길리국의 선장과 선원들에게 증기선을 어떻게 항해시키고 운영하는지를 철저하게 배워야 할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전하.”

박규수가 전적으로 동의했다.

월터와 함께온 영국인 선장들과 선원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그들이 조선어를 할줄아는건 아니기에 수군에서 선발된 훈련생들의 사이에는 영어를 할줄아는 역관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것들을 대비해 선죽상회에 미리부터 지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광저우에 설립한 지부에 조선의 예비역관들을 파견해 영어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조선에서도 영어가 가능한 역관들의 숫자가 제법되는 상태다. 그외에 제물포 섬유단지에 설립한 학당에서도 영어를 배우는 조선인들도 늘어났다. 앞으로는 영어가 가능한 조선인들이나 역관들의 숫자는 더 늘어갈 것이다.

이런것들이 조선의 근대화를 가속시키고 강력한 힘이되는 것이다.

과거에 조선의 역관들이 배우던 외국어는 중국어와 만주어가 우선 순위였고 다음이 왜어였다.

하지만 이제부터 조선은 서구와 본격적으로 교역하고 더 큰 세계로 나가는걸 목표로 해야했다. 때문에 서양의 언어를 할줄아는 역관들을 키우고 배출하는게 중요해진 것이다.

지금은 일단 영어를 할줄아는 역관들의 양성이 최우선이고, 그뒤에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와 러시아어등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월터의 설명에 따르면 배를 운항해온 영길리국 선장과 선원들이 2-3달정도 조선에 머물면서 증기선의 항해법과 운영기술에대해 전수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조선수군의 인재들이 참가하여 많은것을 배우도록 해야합니다.”

“각 수영들에 공문을보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신이 예상하기에 많은 인원들이 참가를 희망할 것이고, 선발된 인원들에게는 합당한 포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방법이군요. 그런데 각지의 수영들에서 판옥선을 개조하는 작업은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까지 들어온 장계에 따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질문을받자 박규수가 준비해왔던 장계를 내밀었다.

이것은 얼마전 박규수를 따로불러서 지시내린 사항이다.

영국에서 활동중인 정대상에게 월터가 개조한 클리퍼 범선들이 출발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조선수군에도 준비를 시켰다.

월터가 조선에 오는것은 증기선으로 개조한 12척의 클리퍼 범선들을 인도하는것이 첫번째 임무였다.

두번째가 더 중요한데 조선수군이 주력으로 보유중인 판옥선들을 증기선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그것을위해 월터는 스크류형 증기기관의 개발을 성공시킨뒤에 정대상의 요청을받아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조선수군이 보유한 판옥선에 장착할 신형 증기기관들의 부품을 생산하는 일이였다.

정대상은 판옥선에대한 자료들이 있기때문에 월터에게 판옥선의 크기가 대략 180톤에서 200톤 사이라는것.

그리고 선체와 구조의 모습이 어떤지에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뒤에 월터는 이미 개발된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판옥선에 맞게 개조하였고 이런 작업들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설계도에따라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한뒤에 시험가동과 테스트를 하였다. 이것이 완료되자 월터는 생산된 판옥선용 증기기관들을 다시 분해해서 적재했다. 그리고는 이번에 도착한 12척의 개조된 클리퍼 선들을통해 수송해왔던 것이다.

장계의 내용을 살펴보던 나는 꽤 만족했다.

예사외로 작업속도와 성과가 빨랐던 것이다.

“수영에 배치된 장인들의 솜씨가좋아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었군요.”

“지금도 장인들이 밤낮으로 교대로 일하는 중이고, 전하의 지시에따라 판옥선의 선체하부를 첨저선에맞게 개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규수가 대답했다. 조선수군이 보유한 판옥선에 월터가 개발한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설치하는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판옥선은 처음부터 평저선의 형태였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을들여 월터의 증기기관을 설치해도 제대로된 성능이 나오기 힘들었다.

그래서 먼저 해야할것이 평저선인 판옥선의 선체하부를 아래쪽이 불룩한 형태의 첨저선으로 개조하는 것이 첫번째였다. 이런 작업이 쉬운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판옥선 자체가 목조선이고 선체 크기도 180톤에서 200톤의 수준이라서 가능했다.

동시에 첨저선을 판옥선같은 평저선으로 개조하는건 선체구조상 거의 불가능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선체하부가 평평한 판옥선의 경우에는 배를 육지로 올린뒤 하부의 목재를 더 붙이고 보강하는 방법을쓰면 그런대로 가능했다.

이렇게 개조를 했다해도 처음부터 첨저선으로 설계된 만큼의 선체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지금 조선수군이 대량으로 보유한 판옥선들을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최상의 선택이였다.

‘첨저선으로 개조된 판옥선에 월터의 증기기관을 설치해도 본격적인 대양항해는 불가능이다. 잘하면 일본이나 대만, 또는 동남아시아 정도까지는 항해할수 있겠군. 지금 조선수군이 보유한 판옥선들을 활용해 그 정도만해도 주변지역에대해 제해권(Sea Power)를 유지하는건 충분할 것이다.’

장계의 내용들을 확인하며 떠오른 생각들이다.

어차피 판옥선의 근원적인 한계때문에 첨저선으로 개조하고, 증기기관을 장착해도 태평양같이 큰 대양으로 나가는건 힘들었다. 하지만 수군이 조선의 주변지역과 해양에서 강력한 제해권을 손에쥐고 활동하는건 가능했다.

한편 이런 제해권을 바탕으로 조선이 얻게되는 이득도 막대할 것이다. 잠시후 병조판서인 박규수에게 수군에대한 몇가지 사항들을 전달하며 논의를 진행했다.

* * *

“어서 오십시요. 미스터 정(Jung). 오늘밤 모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낯선 이방인에 불과한 저희들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당신은 런던 사교계의 유명인사들중에 한명인데 겸손하십니다. 그리고 이번에 연회를 주최하신 주인님께서도 당신을 뵙고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년사내인 티모스가 정대상에게 고개를 숙였다.

티모스는 캠던 후작가에 봉사하는 집사로 정대상을 포함해 모임에 초청받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캠던 후작은 런던의 사교계에서 명성이 높았다.

호탕한 성격과함께 화려한 만찬과 무도회, 그리고 파티를 여는것으로 유명했다. 한편 캠던 후작가의 저택은 런던의 시내에서 벗어난 동쪽에 위치했는데, 명성에 걸맞게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이윽고 초대받은 정대상 일행들이 시종들의 안내를받아 들어갈때 내부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중이였다.

“단장님. 오늘의 모임에는 다른 외국인들도 많이 참석한거 같습니다.”

“확실히 그런거 같군.”

김도진의 말에 정대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내부의 넓은 홀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영국의 상류층들이 입고있는 슈트와는 다르게 외국의 복장을한 사람들도 군데군데 보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저들은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 같군. 저쪽은 러시아인가.”

“스페인에서 온 사람들도 보입니다.”

유럽대륙 내부에서도 영국인들의 복식, 그리고 프랑스와 러시아, 스페인 상류층들의 복식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김도진이나 오경석은 영국에 왔을때 조선에서 양인들이라 부르는 유럽인들의 복식은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내에도 여러 국가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문화를 포함해 많은것들이 다르다는걸 배웠다.

정대상은 사교모임이 있을때는 미래의 인재가될 김도진이나 오경석등과 함께 참석했다. 그리고 젊은 인재들이 다양한 경험을할 기회를 기회를 주었다. 얼마후 정대상은 모임을 주최한 캠던 후작을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당신이 최근 런던의 사교계에서 동양의 신비한 인물이라 불리는 미스터 정(Jung)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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