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서원에서 호위호식하며 살아왔기에 며칠동안의 감옥생활도 그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목에 칼을쓰고 감옥에서 흐느끼는 최인규를향해 누군가 다가왔다.
“죄인은 어떤가?”
“아직도 역모죄를 자백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간수를향해 대답하던 전기웅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럴것이 전기웅은 감옥에있는 화양서원의 원장, 최인규가 김좌근과 안동김씨들이 일으킨 역모와 반란사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건 알고있었다.
직접 관련된 죄인들은 대부분 찾아냈고 죄값에따라 참수형을 하거나 기타등등의 방법으로 처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부분이 아니였다.
조선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최인규같은 훈장들이 장악한 서원들을 철저하게 박살내는것. 두번째로 서원들이 불법으로 모아둔 재산들도 모조리 털어야 했던 것이다.
‘멍청한 친구로군. 지금이 어느때인데 아직도 구시대적인 유교와 성리학에 빠져 거드름을 피우다니!’
전기웅이 감옥에 앉아있는 최인규를 내려보았다.
잠시후 최인규는 누군가 왔다는 낌새를채고 고개를 들었다.
전기웅을 본순간 미간을 꿈틀했지만 곧바로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이보시요. 제발 살려주시요. 심문하는 자들에게 나는 절대로 역적인 김좌근이나 안동김씨들과는 연관이 없다는걸 말해주시요.”
“글쎄. 당신이 훈장으로있던 화양서원을 수색한 결과, 그곳에서 상당한 금은보화와 재물들이 나왔는데도 말이요.”
“그건 양반과 사대부들에게 기부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저의 사리사욕을위해 모아둔것이 아닙니다.”
최인규가 애걸하며 소리쳤다.
감옥에온 전기웅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매달리는 상황이다. 전기웅은 최인규의 모습을보며 냉소를 지었다. 모든건 상관인 이조판서 이하응이 지시한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서원안에서 우쭐거리는 훈장놈들. 아무리 기개높은 선비와 사대부라고 떠들어도 소용없다. 일단 의금부로 잡아와서 감옥안에 쳐놓고 며칠만 굴리면 살려달라고 빌거다.’
이하응이 작전에 참가한 전기웅을 비롯해 이조와 교육청 관원들에게 내린 지시였다. 그리고 흥선군 이하응은 성리학에빠진 조선후기 사대부와 유생들이 얼마나 썩어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채찍을 휘둘렀고 이제부터 당근을 줄 차례다.
“흠. 최훈장이 결백하다고 주장하니, 당신에게 무고함을 증명할 기회를 주는것도 필요하겠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가 어떻게하면 되겠습니까?”
“그거야 간단하지 않겠소? 먼저 화양서원의 훈장이란 직책을 내려놓는게 첫번째. 그뒤에는 화양서원이 양반들과 결탁해서 불법으로 숨겨둔 토지와 재산들을 모두 밝히시요. 아참. 그리고 화양서원을 수색했지만 비밀장부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설마 그 장부를 끝까지 숨길 생각은 아니겠지요?”
“.....”
전기웅의 말을듣자 최인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훈장자리를 내놓고 화양서원에 모아둔 재산들을 토해내는것.
이것을 거부하면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는 분명했다.
여기서 역모혐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참수형이다. 등뒤로 식은땀이 흘러갔고 최인규가 자포자기의 상태로 모든걸 털어놓았다.
* * *
“이판 대감! 이것이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입니다.”
“그대들의 수고를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겠소?”
“아닙니다. 소인들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요.”
흥선군을향해 두명이 고개를 숙였다.
밤늦은 시각, 이조판서인 흥선군을향해 두명의 관료들이 찾아왔다. 선두에는 이조에서 신규부서로 편성된 교육청을 담당하는 손주영이였다. 그리고 동행한 인물은 얼마전 수십명의 포졸과 보부상들을 이끌고 화양서원을 급습했던 전기웅이다.
잠시후 이하응이 보고서 내용들을 확인했다.
꽤나 만족한듯 입가에 미소까지 떠올랐다.
“단기간에 조선내의 서원들을 모두 제압하다니.”
“이것도 이판대감께서 생각해낸 계책이 큰 힘을 발휘한거 같습니다.”
교육청장인 손주영이 말했다.
조선내 서원들을 철폐하고 동시에 서원들이 보유하던 막대한 토지와 재산을 몰수해 교육기금(敎育基金)으로 쓴다는 전략. 그것을위해 흥선군은 서원들이 빠져나갈 틈도없는 강력한 작전을 생각해냈다.
김좌근의 역모사건때, 역모의 주축인 신조군에 서원의 유생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서원내에서 핵심적인 위치와 인물은 훈장이였다.
때문에 가장 꼴통인 화양서원을 시작으로, 팔도에있는 서원들을 단시간에 급습했고, 서원의 훈장들을 모조리 포박해 의금부로 압송한 것이다.
한꺼번에 1000명 이상의 훈장들이 투옥되었다.
그리고 측근의 유생들까지 차례로 의금부에 압송되며 심문과 취조를 받았다.
조선시대의 심문과 취조는 건전하게 대화로 하는게 아니다.
일단 주리부터 틀고 시작하는 것이니 말이다.
잘못하면 역모죄에 걸린다는 두려움과 공포-
그에따라 잡혀온 서원의 훈장들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금까지 호조의 관원들과 협조해, 전국에있는 서원들에서 압수한 토지와 재산들 입니다. 소인도 전국의 서원들이 이정도로 많은 토지와 재산들을 모아두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허어. 은화로 3167만냥의 수준이라니!”
장부의 숫자를 확인한 흥선군도 놀랐다.
조선내의 서원들이 얼마나 많은 토지와 재산들을 부정축재하고 있었는지 드러난 것이다. 부정부패의 대표였던 김좌근과 안동김씨들의 재산을 몰수했을 때보다 몇배나많은 금액이다.
“이판대감. 이제까지 서원들의 부정부패와 패악질이 분개할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서원들의 재산을통해 막대한 규모의 교육기금을 만들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경사스런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경의 말을 듣고보니 동감일세. 거기다 이제부터 전국의 서원들을 중앙에서 관리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 뭣보다 배움에 목마른 백성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줄수도 있으니까 말일세.”
흥선군이 전기웅을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철종의 교육개혁에따라 서당은 초등교육을 담당하며 아이들에게 한글교육을 시키는 역활을 하였다.
그리고 한글을 깨우친 아이들은 이제부터 조선팔도에있는 1000개 이상의 서원에서 한글로된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고, 실용기술을 익히게되는 것이다.
한편 은화로 3167만냥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교육기금으로 사용할수 있었다. 이정도 자금이라면 앞으로 조선의 교육을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데 상당한 역활을 할것이 분명했다.
얼마후 흥선군이 교육청과 관원들의 업적에대해 칭찬했다.
그리고 교육청에서 서원들을 관리하는 방법등을 포함해 세부적인 정책들을 논의하였다.
조선인들의 손재주와 부지런함
제물포(濟物浦)는 인천의 옛지명이며 수도인 한양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지역이였다. 기껏해야 서해안에서 고기를잡는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을 만들었고 항구로서의 개발도 별로없었다. 그러던 이곳에 몇달전부터 조선인들이 처음본 낯선 사람들이 들어왔다.
파란눈에 금발을 한 양인(洋人)들-
처음에는 제물포의 주민들도 놀랐다. 그러나 양인들과함께 한양에서 파견된 공조 관원들이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앞으로 제물포에 방직공작과 섬유공장들이 세워지게 될것입니다. 따라서 공장을 세우는동안 많은 노무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장을 세운뒤에는 그곳에서 일할 직인들도 모집할 것입니다.’
공조의 관원들이 발표하자 지역민들은 놀랐다.
개중에는 공장을 세운다면서 최소한의 품삯조차 못받는 강제노역이 아닐까라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것이 조선에는 관청등에서 큰 공사를 할때마다 해당지역의 주민들을 데려다 공짜로 부려먹었으니 말이다.
이런 걱정에대해 공조의 관원들은 웃으며 설명했다.
방직공장과 섬유공장을 짓는데 동원되는 인력들에는 충분한 품삯을 준다는 것이였고 급료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였다.
기껏해야 근처의 바다로나가 고기를 잡으며 연명하던 제물포의 주민들은 한순간에 행운을 얻었다.
“공장을 세우고 각종 기계들을 설치하는 영길리국의 건축방식은 특이하군요.”
공조관원인 신동민이 말했다.
그는 공조에서 파견되었고 조선에온 캐링턴 방직공장의 사장인 램버트와 일하고 있었다.
철종과의 만남후 램버트는 조선왕이 섬유산업에서 얼마나 큰 포부와 야망을 갖고있는지 알게되었다.
단순히 야망만 큰것은 아니였다. 놀라운것은 조선에서의 섬유산업의 발전 단계를위해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제물포에 방직공장들이 세워지면, 차후에 조선은 아시아와 동방에서 섬유산업의 선도적인 국가가 될것이다.’
램버트는 제물포 섬유공단의 청사진을보며 감탄했다.
영국에 있을때 램버트는 기껏해야 한개의 방직공장만 운영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물포에 건설될 이십여개 이상의 중대형 공장들을 관리해야할 막중한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램버트가 생각하고 꿈꾸던 부분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제물포에 건설중인 방직공장과 면직공장들은 처음부터 대규모로 시공되었다. 그리고 공사중인 공장들의 건물은 조선식과 영국식의 건축방법을 적절히 혼합하였다.
“이곳으로 옮겨! 천천히!”
“좋아! 드디어 골조가 완성되었다.”
끼리릭! 끼릭! 중형의 거중기들이 작동하며 무거운 기계들을 이동시켰다. 20개의 방직공장과 면직공장들을 한꺼번에 만드는 대공사.
결코 쉬운것은 아니였다.
처음에 램버트는 철종의 계획을듣고 놀랐다.
그럴것이 램버트는 한두개의 방직공장들을 만든뒤에, 그 숫자를 서서히 늘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조선의 섬유산업을 단시간에 육성하고 국내의 수요를 충당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였다. 좀더 과감한 방법이 필요했고, 램버트는 조선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조선을 포함해 동방은 섬유산업에 있어서는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램버트는 조선에 온뒤로 새로운 세계에대한 경험과 시야를 넓히게 된것이다. 한편 그는 영국에있는 동료를통해 더 많은 방직기계와 면직기계들을 들여왔다.
대부분은 일정부분 사용한 중고였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현재 영국의 섬유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과거에 사용하던 대량의 방적기계들이 남아돌았던 것이다.
얼마후 20여개의 공장들이 한꺼번에 완성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물포에있는 주민들, 영국에서 건너왔던 램버트와 캐링턴 방직공장의 인원들은 성대한 축하잔치를 벌였다.
“램버트 사장님! 처음에는 조선의 음식들이 매운것도 있어서 적응이 안되었는데, 이제는 김치도 먹을만 합니다. 하하”
“스토너. 자네의 말을들으니 다행이군.”
램버트가 스토너를향해 웃었다.
스토너는 캐링턴 방직공장에서도 솜씨좋은 기술자였다.
방직공장에 사용하는 증기기관들을 조립했고 그외에도 다양한 면직기계와 섬유관련 기계들을 다루는 실력도 뛰어났다.
20개의 공장들이 세워진 제물포 섬유단지에는 램버트와 함께온 영국인들이 지낼 마을도 생겼다. 그리고 조선에서 구할수있는 식재료들을 이용해 영국식의 요리를 만들고 제공하는 식당들도 세워진 것이다.
* * *
“오늘은 일찍부터 나가는구나.”
“요즘 방직공장의 일손이 부족해서요. 그리고 야간에도 잔업이 있지만 벌이는 좋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세요. 아버지.”
임우성이 그물을 손질하던 아버지를향해 대답했다.
그는 제물포에있는 20개의 방직공장들이 건설될때 건설 노무자로 참가해 돈을벌었다.
공조관원의 설명에 의하면 공장내에 들어가는 다양한 기계들은 대부분 영길리국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였다.
처음에 임우성은 그 기계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호기심이 가득했던 임우성은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나중에는 복잡해 보이는 강철로된 기계들이 실을뽑고 옷감을 만든다는걸 들었다.
‘도저히 믿을수없다. 조선에서는 옷감과 면포를 만들때 기껏해야 물레를 사용하던게 전부였는데, 저 머나먼 영길리국에서는 저렇게 복잡한 기물들을 이용하다니! 거기다 조선의 아낙네들이 집안에서 하던것과는 비교조차 안되게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만들어 내다니!’
임우성은 흥미가 생겼다. 그뒤에는 공조관원의 소개를통해 방직공장의 기술자인 스토너의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스토너가 무조건 받아준것은 아니였다. 공조관원의 통역을통해 면담도 해보고 몇가지 테스트도 해보면서, 임우성의 손재주가 탁월하다는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공장들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자 임우성은 스토너의 견습생으로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이윽고 일터로 향하던 임우성은 제물포 섬유공단에서 일하는 다른 조선인들도 만났다.
그중에는 임우성과 친분이있는 작업반장 최재일이 다가오며 말했다.
“어제는 자네덕분에 무사히 넘겼네. 안그랬으면 면직물 생산에 차질이 생겼을지도 몰랐으니까.”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기계들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불러 주십시요.”
임우성이 미소를띠며 대답했다.
얼마후 그들의 정면에는 20개의 공장들이 일찍부터 작업준비로 분주했다. 각각의 공장들마다 대략 200명씩의 조선인들이 고용되어 일을 하였고, 제물포 섬유단지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의 숫자만도 4000명이 넘었다.
철종과 램버트의 계획에따라 제물포 섬유단지에서 취급하는 면직물과 방직물은 3가지로 구분이 되었다.
첫번째가 목화에서 실을뽑고 원단을짜는 공장들.
두번째가 삼베와 모시쪽의 천과 원단을 만들어내는 공장들.
마지막으로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짜고 천을 만드는 견직물에 관련된 공장들이다.
다만 견직물의 경우에는 조선에서도 평민들에게 일상화된 옷감은 아니였기에 상당수의 공장들은 대부분 모시와 삼베, 그리고 목화를 이용한 면직물이 주종을 이루었다.
한편 각각의 공장들에 필요한 생산원료를 공급하기위해 몇개의 대형창고들에는 매일마다 수레한가득 짐을실은 마차들이 드나들었다.
“이정도의 품질을 단기간에 완성시킬수 있다니!”
“사장님! 이것도 생산라인과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의 손재주가 뛰어난 덕분입니다. 조선으로 오기전 광저우에 있을때 중국인들은 게으르다는 소문도 있어서 좀 걱정했는데, 조선인들은 맡은 작업량과 목표를위해 상당히 열심히하고 부지런한 국민들 입니다.”
루카스의 말에 램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섬유산업에서 잔뼈가굵은 램버트는 조선인 직공들의 손을거쳐 생산된 옷감들과 면직물들을 살펴보며 감탄했다. 영국에서 생산하던 면직물들과 비교해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똑같은 기계를 사용하고 공장을 돌렸어도 만약에 이걸 중국인 청나라에서 했다면 곳곳에 불량품들이 터져나왔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좋은 품질의 면직물을 만드는데는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손재주와 근면함도 중요한 부분이였던 것이다.
* * *
덜컹! 덜컹! 끼익! 바닥에 설치된 선로를따라 수레들이 움직였다. 수레위에는 광부들이 캐낸 은광석들이 한가득 실려있었다. 동시에 수레의 앞쪽에는 튼튼한 밧줄이 연결되어 광산의 입구쪽으로 끌어당기는 중이였다.
“반장님! 조선에서온 기술자들이 우리를 도와주니까 과거에비해 작업이 더 편해졌고 광석을캐는 양도 몇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조선의 광산 기술자들은 대단하군.”
후지모토를향해 와타베가 말했다.
와타베는 중년의 나이로 어릴때부터 이와미 광산에서 일을 하였다. 때문에 이와미 광산에서는 베테랑 기술자에 속했고 후지모토같은 신참들을 감독하는 일을하였다.
비록 이와미 광산이 일본내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은광이지만 매달마다 나오는 생산량이 많은건 아니였다.
그럴것이 갱도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은광석을 캐내고 그것을 밖으로 운반한뒤에 조선에서 들여온 연은분리법으로 정제하고 은을 추출해야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갱도에서 캐낸 은광석들을 대부분 손으로 나르거나 하였다.
그에반해 조선에서 온 광산기술자들이 강력한 거중기들을 설치하고 갱도에도 선로를 깔기 시작하면서 은광석을 캐내는 작업량은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다.
“이와미 광산에대한 채굴이 재가동 된것은 물론이고, 조선의 임금과 조선군이 아니였다면 우리들은 모두 시체가 되었을 것이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후지모토가 몸을 경련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전까지 이케다 가문에 속했던 그들은 습격해온 야마나 가문과 시바토번에게 전멸될 상황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때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 바다를 건너온 조선군이였고 두사람은 조선군들의 강력한 전투력과 위용을보며 감탄했다.
얼마후 거중기에 장착된 도르레를통해 은광석을 가득실은 수레들이 밖으로 나왔다.
“이와미 광산에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은의 함유량이 많다니 정말로 대단한 곳입니다.”
“조선에서도 이 정도의 은광을 발견하기는 쉽지않지.”
광산기술자인 김창덕이 대답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를 포함해 50명의 광산기술자들은 공조에서 내려온 명령에따라 이와미 은광이있는 주고쿠 지역으로 온것이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간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곳에서 자신들이 해야할 임무를 듣고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최고의 은광을 개발하고 채굴한다는 것-
공조에서 제안한 보수도 넉넉했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이후에 김창덕은 일본인 광산기술자들과 인부들을 지휘하며 이와미 광산에 채굴방법과 여러가지를 개선시켰다.
“연은분리와 추출을위한 화로에 불을붙여라.”
“알겠습니다.”
지시에따라 대형화로에 석탄들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석탄들은 단시간에 고열을 내기위해 조선의 광산기술자들이 특별히 고안한 것들이다.
이와미 은광의 일본인 기술자들이 조선에서 가져온 연은분리법으로 은괴들을 추출하고 있었지만 더이상의 개선이나 발전은 없었다.
그럴것이 갱도에서 캐내는 은광석의 양이 적다보니 이전의 방법만써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에반해 김창덕과 조선인 기술자들은 대량의 석탄을 사용했다. 동시에 그것을 코크스 형태로 변형시켜 더많은 열과 화력을 한꺼번에 낸것이다.
이 방법을 쓰게되자 광산의 은괴 생산량은 단번에 올라갔다. 얼마후 와타베등의 일본인 기술자들은 대형 화로를통해 흘러나오는 고순도의 은을 확인하며 감탄했다.
* * *
척척척! 대열을 맞추어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
이것을 바라보며 송진태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