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169)

“안그래도 네놈이 마음에들지 않았다. 죽어라!”

푸욱! 이번에는 쓰러진 상대를향해 칼을 쑤셔댄 것이다.

크하하핫! 김좌근이 광소를 터뜨렸다.

이것을본 측근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이제는 같은편까지 죽이는 김좌근에게 충성심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이상 항복을 입에담는 놈은 모조리 죽이겠다.”

김좌근이 살기를 드러내며 외쳤다.

그러자 이하응이 공격명령을 내렸고 백두철포를 장전한 금군이 돌격을 개시했다.

콰두두두! 맹렬하게 진격했고 선두에서부터 백두철포의 탄환들을 발사했다.

탕! 타타탕! 크악! 방어하던 사검대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이걸보면 친위대장 최재성은 고개를 저었다.

앞뒤로 포위된 상태였고 무기와 장비, 전투력에서도 상대가 월등하게 강했던 것이다.

잠시후 최재성이 마지막으로 김좌근에게 외쳤다.

“대감! 마지막 기회입니다. 항복을...”

“네놈도 나를향해 강화도 촌놈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하는거냐?”

김좌근이 소리치며 최재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금전 베어버린 호조판서와 친위대장 최재성은 애초부터 달랐다.

쉬잇! 최재성이 날렵하게 김좌근의 칼을 피해냈고, 검을쥔 손을 발로 걷어찼다.

쿠억! 김좌근이 비틀거렸고, 그러자 뒤쪽에서 잡아끌며 제압해버린 것이다.

“이것놔라! 이놈아.”

“대감! 당신을 지금 죽이지는 않겠소. 대신 주상전하에게 바쳐야 하니까. 이미 역도에 가담한 상태라 우리들이 살아날 길은 없지만, 최소한 나와 생사를 같이한 사검대의 가족들이라도 구할려면... 이길밖에 없소.”

“크아아앗!”

김좌근이 발버둥쳤다.

최재성은 김좌근의 팔다리를 꺽어버렸고 부하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주상전하께 역적의 수괴, 김좌근을 체포했다고 알려라! 그래야 너희들의 가족들이 살아날수 있다.”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부하가 달려가서 소리쳤다.

잠시후 맹렬한 사격과 기병도로 사검대를 쓰러뜨리던 금군의 기병들이 멈추었다.

한편 최재성은 부하들을 시켜 남아있던 김좌근의 측근과 안동김씨들을 차례로 포박했다.

이거놔라 이놈들아! 어딜 반항해? 퍽퍽! 쿠억! 포박을 피할려고 날뛰던 안동김씨들은 사검대에게 두들겨 맞으며 밧줄로 묶인것이다.

“전하! 김좌근의 수하들이 그를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하께 직접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예상대로군요.”

금군별장을향해 대답했다.

얼마후 이하응과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선두에는 김좌근을 생포한 친위대장인 최재성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편 김좌근의 표정은 모든걸 포기한 채였다.

자신이 아끼던 부하한테 배신당하고 잡혔으니 이제는 반항할 힘도 없겠지.

“김좌근! 네놈이벌인 역모와 범죄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제부터 그 댓가를 받게될거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요. 조카님! 아니 전하. 제발!”

김좌근이 눈물을 흘리며 애걸했다.

조카라고? 김좌근 당신이 처음부터 정신차리고, 조카인 나를위해, 그리고 조선을위해 노력했다면 눈감아줄 생각도 있었지만, 그런건 이미 지났지.

“전하. 저자는 이미 대역죄인! 결코 용서할수 없습니다.”

“물론이요. 흥선군께 여기잡힌 김좌근과 역도들의 처형과 집행을 맡길것이니, 준비가 되는대로 실시하시요.”

“알겠습니다. 전하!”

이하응이 대답했다.

김좌근의 공개처형까지도 내가 나서기는 좀 그랬다.

그리고 김좌근과 안동김씨에 대해서라면 이를 갈아대는 인물이 이하응이니까 그에게 맡겨두는게 더 좋은것이다.

함정에 빠진 감시자들

새벽시간의 창덕궁.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명이 보인다. 그는 어제밤에 철종에게 비밀지시를받은 송내관이다. 송내관이 희정당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곳에서 매일밤 잠을자던 임금은 지금 없었다.

“전하께서 무사하셔야 할텐데...”

걱정된 마음이지만 송내관은 정신을 가다듬듯 고개를 저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자신이 할수있는건 임금의 지시에따라 최선을 다하는것이 전부다.

‘송내관. 과인은 오늘밤 호위청 및 금군과함께 창덕궁을 빠져나가 역적을 토벌하는 출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전에 너에게 맡길 임무가있다.’

송내관은 어제밤 자신에게 내린 명령들을 되새겼다.

비록 신분은 내관이고 김좌근과 역도들을 토벌하는데 참가할 능력이 없었지만 창덕궁에서 해야할 것들은 더 막중했기 때문이다. 얼마후 송내관 앞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잘 오셨습니다. 이번일을 저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가 않았는데.”

“걱정마십시요. 전하께 설명은 들었습니다.”

박주선이 대답했다.

그는 좌부승지를 맡고있었고 승정원에서도 철종을위해 많은 것들을 해내었다.

두명은 창덕궁을 가로질러 정문인 돈화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평소보다 더많은 병사들이 불을밝히며 경비를 담당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수상쩍은 놈들이 몇명 발견되기는 했습니다.”

신경민이 박주선에게 대답했다.

그는 호위청의 무관이며 실력도 탁월했다.

때문에 철종의 지시에따라 돈화문의 경비를하며 창덕궁을 감시중인 적들을 찾아내는 임무도 하였던 것이다.

“지시를 내리시면 당장이라도 대기중인 호위청 병사들을 풀어궁궐을 감시중인 놈들을 처리할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니요. 전하께서는 진시(아침 07~09시 사이)가되면 창덕궁을 감시중이던 무리들을 일거에 소탕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가 전하께서 토벌작전을 개시하는 시점일 것이고, 그전까지는 창덕궁의 경비병력들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역도들이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송내관의 설명에 신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좌근도 잔머리를 굴린다고 부하들중에 일부를 창덕궁 주변으로 파견해 감시활동을 하였다.

창덕궁의 호위청이나 금군이 이동한다면 당연히 정문인 돈화문을 거칠것이 확실하기에 그쪽을 중점적으로 감시한 것이다.

하지만 철종은 김좌근의 머리위에 있었다.

그래서 무장한 호위청과 금군의 병력들을 후문을통해 몰래 내보낸 것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움직인것이 아니라 여러번에 걸쳐서 10명이나 20명씩 소규모로 이동시키고 외부의 주둔지에서 재집결을 시켰던 것이다.

“진시를 알리는 타종이 시작되면 궁을 감시하던 놈들을 일망타진 하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박주선이 대답한뒤 두명은 다른장소로 출발했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에는 창덕궁에서 일하는 어린 내관들 10여명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송내관의 지시에따라 소집된 것이고 송내관을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때 진시를 알리는 타종이 울렸다.

이것을듣고 송내관이 그들에게 말했다.

순간 송내관의 설명을들은 어린 내관들은 경악했다.

“송내관님! 그것이 사실입니까? 지금 역모가 벌어졌고 무도한 역적들이 궁궐을향해 오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이조판서인 김좌근이 이끄는 역적들이 창덕궁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너희들은 서둘러 신정왕후가계신 대비전으로 가서 대비마마를 대왕대비(순원왕후) 마마가 계신곳으로 모셔오너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보를 전파해라. 그래야 그들도 몸을피할 시간이 생기니까.”

“알겠습니다.”

송내관의 지시를받은 어린 내관들이 서둘러 달려갔다.

* * *

데엥~ 데엥! 진시를 알리는 타종이 창덕궁의 내부로 흘러나갔다. 이것을 확인한 무관 신경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시를 알리는 타종이다! 행동을 개시해라.”

“알겠습니다.”

명령을받은 호위청 병사들 10명이 돈화문 옆에있는 쪽문을통해 은밀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임무는 창덕궁을 감시중인 김좌근의 부하들을 처리하는것.

신경민은 수상쩍은 놈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감시중인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그것도 모른채 진시가되자 창덕궁을 감시중이던 5명의 인원들은 품속에서 전서구를 꺼내었다.

감시조장인 변재일이 종이위에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이것은 어젯밤에 창덕궁을 감시했고 이상이 없다는걸 알리는 표식이다. 그리고 김좌근에게 오늘의 반정을 진행해도 좋다는걸 전달하는 것이다. 창덕궁에서 신조군이있는 의정부의 안당골까지는 얼마되지 않기에 전서구를 날리면 금방이였다.

“좋아.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부터 김좌근 대감에게 엄청난 돈을받고 출세도 보장된다.”

“지금까지 매일밤 창덕궁을 감시하며 날밤을 새웠는데 고생한 보람이 생기는군요.”

다섯명이 흡족하며 전서구를 날렸다.

푸드득! 하늘위로 날아가는 전서구를보며 그들이 안심하고 있을때 피잉!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터졌다.

크억! 켁! 두명이 날아온 화살에 맞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설마? 적이다!”

“제길. 놈들의 함정에 빠졌다! 어서 김좌근 대감에게 다른 전서구를 날려라.”

감시조장인 변재일이 소리쳤다.

지시받은 부하가 자루에서 전서구를 빼내기도 전에 맹렬하게 돌진해온 호위청의 병사들이 급소를 베었다.

“이놈들이 어디서 허튼짓을...!”

전서구를 꺼내던 부하가 피를뿌리며 쓰러졌고 변재일이 장검을 뽑으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크억! 챙강! 어깨를베인 변재일이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상대의 검날이 목에 드리워졌다.

“조금전 전서구를 날린걸보니 역적들은 네놈들이보낸 정보만 믿은채 안심하고 있겠군.”

“크윽! 그럴수가?”

변재일의 표정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상대는 자신들의 감시를 눈치챘고 일부러 김좌근에게 거짓정보를 보낼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김좌근은 자신들이보낸 정보에 안심하고 함정을향해 뛰어들게 된것이다.

“이놈들을 데려가라!”

“알겠습니다.”

무관 신경민의 지시에따라 병사들이 포박을 시작했다.

* * *

데엥! 데엥! 진시를 알리는 타종이 창덕궁 내부를 가득메울때, 송내관에게 지시받은 어린 내관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뛰어갔다.

“큰일이다! 역도의 무리들이 궁궐을향해 진격해오고 있다.”

“피난 준비를 서둘러라!”

어린 내관들이 소리치는 모습.

이것은 대비전에있던 순원왕후에게도 들렸다.

“최상궁! 무슨 일인데 밖이 소란스러운 것인가?”

“대왕대비 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소인이 알아보겠습니다.”

순원왕후의 시중을들던 지밀상궁이 서둘러 나갔다.

대비전 밖에있던 하급 상궁들에게 물었고 그녀들이 내관들이 소리치고 다니던 내용을 전해주었다.

그것을듣자 최상궁의 표정이 굳어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무슨 일인데...”

“대, 대왕대비 마마! 지금 역모가 발생했습니다.”

“.....”

순원왕후의 표정이 새하얗게 변했다.

“좀더 자세하게 말하거라.”

“저, 그것이....”

순원왕후를 쳐다보던 최상궁이 머뭇거렸다.

그러자 순원왕후가 다그쳤다.

“지금 역모라 하였지 않느냐? 왜 말을 더듬는 것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대왕대비 마마. 역모를 일으킨 수괴가 이조판서인 김좌근이라고 합니다.”

“그럴수가? 믿을수없다. 좌근이가 역모를 일으키다니!”

순원왕후가 고개를 저었다.

김좌근이 그녀의 남동생이고 이조판서로서 조정내에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부정부패를 하는건 알고있었다.

그래도 반역의 수괴라는건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최상궁. 만약에 너의 말이 거짓이면 가만두지 않을것이다.”

“자세한 상황은 알수없지만 궁궐내부에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럴때가 아니다. 원범이, 아니 주상을 만나야겠다.”

순원왕후가 불편한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최상궁의 부축을받아 밖으로 나왔을때 순원왕후의 대비전으로 좌부승지 박주선과 송내관이 달려왔다.

“대비마마! 큰일이 발생했습니다.”

“잘 오셨소. 좌부승지. 그리고 송내관! 지금 역모가 발생했다고 난리인데... 상세한 설명을 해보시요. 그보다 금상은 어디에 계신것이요?”

순원왕후의 질문을받자 박주선이 나섰다.

“역모를 일으킨 수괴는 이조판서 김좌근 입니다. 그외에도 김좌근을 따르는 조정내의 신료들, 그리고 안동김씨의 일족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입니다.”

“어쩌다 이런일이 생겼단 말인가?”

박주신의 대답을듣자 순원왕후는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옆에있던 최상궁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

“대왕대비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그래도 운이좋아 어젯밤에 전하께서 김좌근의 역모사실을 보고받고 밤사이에 호위청과 금군의 병사들을 이끌고 역적들을 막기위해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금상은 궁궐에 없다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전하께서 친정에 나설줄은 소신들도 몰랐고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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