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69)

한명의 육군병사를 키우는것보다 수병을 키우는것이 더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있으니 당연하겠다.

지구의 70% 를 차지하는 바다.

조선이 진정한 강대국과 제국이 되고싶다면 바다를 이용하고 지배할수 있어야 하는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의 열강들이 강한것도 거대한 해양과 바다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영국이 대영제국이란 명성과 힘을 자랑했고 전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은 제국주의 시기만 그런게 아니다.

내가 살았던 21세기의 현대-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는건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다.

전세계의 바다를 지배했고 미국이 자랑하는 강력한 항공모함 전단이 어디로 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중에 하나다.

밀덕들 사이에 떠도는 말로 미국의 항모전단이 뜨면 웬만한 국가는 머리 쳐박아야 한다는거.

“대양해군이 되기위해서는 해외영토와 해외의 해상기지 확보는 필수인데.”

지도를 펼쳐놓고 둘러보았다.

드넓은 태평양, 그리고 유럽과 아메카리카의 사이에있는 대서양.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잇는 지중해.

중동지역에서는 핵심적인 아랍해와 인도양이 있다.

이처럼 조선의 외부에는 거대한 바다와 거대한 대륙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대다수의 조선인들은 그것을 본적도없고 들은적도 없다.

기껏해야 조선의 옆에있는 중국만이 세계의 중심이고 가장 큰 곳인줄로 착각하는 성리학 탈레반들도 대부분이고.

“지도를 펼쳐놓으니 뭔가 대항해 시대- 게임같은 느낌도 들고.”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과거에 사람들에게 유행했던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 있었다.

그후에 더 그래픽쩔고 재밌는 게임들이 나와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한때 유행했던 고전게임들중에 하나로 취급된다.

다만 지금 탁자위에 펼쳐놓은 세계지도를 보는 순간.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보는 순간 과거에 재밌게했던 그 게임이 떠오른다.

“하긴 조선은 아시아의 구석에 쳐박혀 대항해시대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대항해시대의 선두는 당연히 콜럼버스를통해 신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이였다.

그리고 스페인과는 다른 동방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이 나란히 경쟁했다.

이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신흥세력인 네델란드가 나왔고 전세계의 곳곳을 누비면서 무역을 하였다.

다만 네델란드의 경우 유럽에서 체급이 작았고 그때문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신흥강자로 떠오른 영국에게 밀리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영국과함께 라이벌로 프랑스가 등장하며 전세계의 바다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대체로 바다에서는 영국이 프랑스보다 우세한 편이다.

이처럼 조선이 외부에서 무슨일이 벌어진 것도 모르면서 잠들어 있는 사이 유럽의 열강들은 전세계의 바다를두고 경쟁하며 싸워왔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이 언제까지 그럴수만은 없었다.

바다를 지배하기위한 싸움과 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더이상의 미래는 없는것이다.

“하와이는 조선해군이 태평양에서 반드시 확보해야할 거점중에 하나인데. 그런데 지도에는 표시가 없군.”

지도에서 하와이를 찾을려고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오래된 지도인것도 있고 현재 하와이의 전략적 위치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건 영국정도 뿐이다.

다만 영국도 드넓은 태평양이 주무대가 아니다보니 하와이에는 단순하게 중간기착지와 물자들을 집적해두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태평양에대한 시파워(Sea Power), 즉 재해권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볼때 하와이는 핵심적인 곳이다.

이후에 하와이의 가치를 발견한 미국이 진주만에 함대사령부를두고, 태평양 함대의 정박지로 사용하는 상황이 된다.

그나마 미국이 아직은 서부개척이 진행중인 상태라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않았기에 조선에게도 기회가 생길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과 협상해서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있다.

“하와이가 1순위. 그다음은 말라카 해협. 그외에 지중해 쪽에도 해외영토와 해상기지가 필요하고...”

지도에 표시를 시작했다.

조선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발전하고 전세계의 바다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해외거점들이다.

그리고 저런 거점들을 확보해야 이후에 조선이 국제무역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더욱 강력해질수 있는것이다.

* * *

“어서 오십시요. 선죽상회의 부행수인 김도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호위청의 무관인 홍상준 입니다. 안그래도 전하를통해, 그리고 병조의 박규수 참지 어르신을통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홍상준이 고개를숙여 인사했다.

상대는 조선의 사농공상 신분제에서도 아래쪽에있는 상인이다.

홍상준이 무과에 급제하고 호위청의 무관중에 한명이지만 상대를 결코 낮게보지 않았다.

그럴것이 자신들이 도착한 개성에서 마중나온 선죽상회는 주상전하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설명을 박규수에게 들었던 터였다.

얼마전 야간에 한성을 몰래출발해 나아가던 홍상준 부대가 먼저 들린곳이 개성이다.

임금이 그에게 내린 명령중에 하나였고 이제는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깨달았다.

“역시 조선의 거상들중에 하나인 선죽상회의 실력은 탁월하군요”

“과찬이십니다. 그저 우리에게 성은을주신 전하의 명을 다할 뿐입니다.”

김도영이 겸손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홍상준은 선죽상회, 특히 상회에 소속된 인원들이 보유한 수송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첫번째로 홍상준 부대가 개성에 들른것은 앞으로 진행될 비밀작전에 필요한 다양한 보급품들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런것들을 한양에서 출발하기전에 준비할수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군기시에서 지원받은 각종 총포와 화약, 그리고 군수장비들을 이동시키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이다.

한편 홍상준 부대원들 대다수가 기병이기 때문에 이런 보급물자의 수송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그런 부분을 김도영이 부행수로있는 선죽상회에서 도와주기로 한것이다.

동시에 선죽상회는 휘하에 보부상들도 있었고 그외에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매매를 하기때문에 지방도로나 산길도 잘 알았다.

무엇보다 홍상준의 부대는 비밀작전을 수행중이기에 최대한 노출을 줄이면서 이동하는게 핵심이다.

“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조선이 더 큰 대업을위해 군사작전을 벌일때에는 지리에 밝고, 각종 지역의 도로사정을 잘 알고있는 거상들이 적극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전하께서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셨다니!”

김도영의 설명을 들으며 홍상준은 감탄했다.

철종 이원범은 밀덕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알고있었다.

조선군의 전투력을 키우는것도 핵심이지만 그것과 동시에 보급능력도 중요하다는걸 말이다.

특히 전쟁사에서 보급을 제대로 못해서 말아먹은 경우는 자주 나온다.

그리고 철종은 조선군의 군사작전과 보급능력과 체계를 개선하기위해 몇가지 방법을 준비중에 있었다.

지금 홍상준 부대가 선죽상회의 도움을받아 행군하고 각종 물자들을 수송하면서 이동하는것도 그중에 하나다.

또한 철종이 홍상준 부대에게 비밀작전을 명한것은 신무기와 전술로 무장한 조선군이 실전경험을 쌓도록 하기위한게 더 중요했다.

* * *

“함경도에오니 공기부터가 한양과는 다르군요.”

“그러게 말일세.”

홍상준이 부장을향해 대답했다.

그가 지휘하는 기마부대들은 얼마전 한양을 출발하였다.

선죽상회의 수송지원을 받았고, 속도를 높이면서 함경북도에있는 지역까지 도착한 것이다.

조선의 군사체계는 중앙군과 지방의 속오군 체계로 구성되었다.

속오군을 지휘하는 임무는 각도에있는 병마절도사들이 담당했다.

하지만 병마절도사는 각도에에있는 중앙군영에서 업무를 보았다.

각각의 도에는 여러지역에 숙영지와 주둔지가 있었다.

유사시에는 도의 중심에있는 병마절도사의 지시에따라 도내에있는 숙영지와 주둔지에있는 병사들이 집결하게 되는 것이다.

홍상준이 지휘하는 기마부대는 함경도의 병마절도사가 있는 장소로 가는것이 아니였다.

그보다는 두만강 회령에있는 숙영지로 향했다.

“반갑습니다. 병조참지께서 보낸 서찰을받고 기다리던 참이였습니다.”

숙영지에 도착하자 그들을 마중나온건 신재식이였다.

신재식은 회령숙영지의 관리와 지휘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고위직의 무관은 아니였지만 실력이 뛰어났고 이번작전을 담당한 박규수와 친분이 있었다.

이원범은 이번작전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소규모 부대를 이용한 저강도 작전으로 구상을 하였다.

저강도 작전이란 통상적인 전면전이나 대규모 전쟁이나 전투와는 다르게 적은숫자의 부대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지만 이번에 진행되는 임무가 전하의 특별한 어명에따른 것이라 했는데 어떤 것입니까?”

“제대로 보셨습니다. 이것이 전하께서 직접 내리신 밀지입니다.”

홍상준에게 밀지를 전달받던 신재식의 손이 떨렸다.

예를 갖추어 밀지를 펼쳤다.

적혀있는 내용을 확인하던 신재식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격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재식의 반응은 당연했다.

청의 기마부대가 조선인들의 마을과 촌락을 습격한 사건.

그것이 이번만 벌어진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차례씩 벌어졌다.

그때마다 수많은 조선의 민초들이 고통과 죽임을 당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청의 약탈자들이 두만강을 넘어와 조선인들의 마을을 약탈해가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청의 패악질에대해 조선은 어쩔수가 없었다.

청군이 대규모로 공격해온 상황도 아니였고 청에게 항의를 한다해도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다.

중앙에서 권력을 쥐고있던 안동김씨 패거리는 청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사건이 벌어져도 묵살했던 것이다.

신재식은 이런 상황을보며 울분을 토하였다.

당장이라도 부하들을 이끌고 약탈을 저지른 놈들에게 보복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신재식은 기껏해야 회령숙영지의 지휘관이였다.

휘하에있는 군사들은 겨우 수십기의 기마병 그리고 4~500명 남짓한 보병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조선인들이 죽고 수백명이 끌려가는 비극이 생겼다.

이전처럼 조선은 청에게 어떤대응도 못한채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주상전하께서 등극하시고 한양에서 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그것이 사실이였군요.”

“그렇소. 본관을 포함해 여기있는 정예들은 주상전하께서 어명으로 개발한 백두철포로 무장했고 이제부터 적들에게 철퇴를 내릴 것입니다.”

텅...!

홍상준이 백두철포를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묵직하게 생긴 백두철포의 모습.

그런데 총신은 화승총에비해 짧았다.

신재식은 홍상준과 같이온 기병들이 총포를 갖고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승총같은 총포는 기마병들의 무기가 아니였으니 말이다.

“이것은 전하께서 군기시에 지시해 새로 제작된 기병총통 입니다. 달리는 말위에서도 정확하게 적을 조준해서 사격이 가능하고 위력도 강력할 정도입니다.”

“조선에 이런 신무기가 있었다니!”

“얼마후면 회령숙영지의 기병들이 사용할 여분의 기병총통들이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숙영지에있는 보병들에게는 군기시에서 새로 개발한 보총들도 지급이 될것입니다. 새로운 무기를 손에익히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난뒤에는 본격적이 작전을 시작할수 있을겁니다.”

“내 평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로 고맙소.”

신재식의 눈빛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옥스퍼드(Oxford)냐? 케임브리지(Cambridge)냐?

뽀드득- 눈위를 걸을때마다 경쾌한 소음이 나온다.

처음 강화도에서 한성 그리고 창덕궁으로 왔을때에는 한창 더운 여름이였다.

거기다 열대야가 한창일때라 여름용의 곤룡포를 입었어도 땀이 후줄근하게 맺혔다.

그때마다 옆에서 동행하던 내관들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였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만든것은 임금의 수라상에 자주 올라오는 냉화채를통해 버틸수 있었다.

확실히 21세기를 살아가던 현대인에게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상태에서 여름을 버티라는건 고역이다.

그래도 한번쯤 겪은터라 다음번 여름에는 그럭저럭 요령이 생길거 같다.

어쨌든 그렇게 더위를 견디고 낙엽이 떨어지던 가을을 감상했고 지금은 겨울-

한해가 바뀌었고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다만 작년에 좀더 많은것들을 해놓지 못한것이 후회가 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다.

“추운 한겨울에 마시는 차맛은 또 절묘하구나.”

“전하께서 즐거워 하시니 소인도 기쁩니다.”

송내관이 대답하며 고개를 숙인다.

겨울이라해서 안에만 있을수는 없지.

바람도 쐬는겸해서 밖으로나와 후원쪽을 산책했다.

눈내린후 창덕궁 후원의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근처에있는 정자에앉자 송내관이 준비해온 차를 마시면서 잠시 머리를 식혔다.

나의 무의식 속에는 여전히 따뜻한 한잔의 별다방 라떼나 모카가 그리운 상황이지만, 이제는 각양각색의 전통차를 마시다보니 꽤 적응이 되었다.

무엇보다 웬만한 전통차들은 이미 다 꿰고있는 상태다.

그중에서도 내입에 잘맞는건 매실차나 대추차, 유자차등이 있다.

한편 송내관이 임금의 건강을 생각해서 매일마다 준비하는게 영지버섯차인데... 송내관의 정성이 갸륵해서 마시기는 하는데,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영지버섯이 대체로 귀하고 비싼거니까 몸에 좋다는건 분명했다.

역사에서는 철종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단명했지만 나는 절대로 그럴수 없다.

지금까지 벌려놓은게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앞으로 해야될것을 생각하면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송내관!”

“하명하십시요.”

“잠시 생각할것이 있으니 저기있는 호위청의 무관들과 대기하도록. 그리고 준비해온 종이와 붓은 여기에 놓아둬라.”

지시를받자 송내관이 준비해온 한지와 붓, 그리고 먹물이든 통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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