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394화 (394/415)

394화. 유렌(2)

* * *

"아버지의 반란을… 알았을 때였어요."

해연은 용왕에게 달려가던 그 기억을 꺼냈다.

무조건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다는 희망을 품은 채로.

"왕궁을 앞에 둔 그때, 제 앞에 물보라와 함께 아이가… 나타났어요."

해연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의 슬픔이 몰아쳐 잠깐 숨을 삼켰다.

"저는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용왕님께서 돌아가셨고, 이분이 다음 용왕님이라는 걸요."

물이 너무도 소중하게 감싸고 있었다.

물이 그토록 극진하게 대하는 존재가 누구겠는가.

"그대로 그 아이를 끌어안고 떠났어요. 용왕님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도망쳤어요. 이분만은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요."

"그럼… 너였어?"

하벨은 이야기를 듣다 밀려오는 사실에 유렌의 볼을 꽉 쥐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네가. 네가… 진짜 하벨 티에라를 죽인 거였어?"

하벨의 분노가 매섭게 내리쳤다.

유렌이 진짜 하벨 티에라와 똑같은 하벨 티에라를 틈의 세계에게서 보고 말았다.

주어진 영혼이 하나인 세계에서 하벨 티에라가 틈의 세계 밖으로 나와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예, 접니다."

유렌은 참았던 눈물을 토했다.

너무도 더럽고 지저분해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세계의 법칙에 따라 이 세계에는 오직 한 영혼만 허락된다면……."

"미친 자식! 네가 나를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어야 속이 후련한 거야?"

하벨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을 위해 진짜 하벨 티에라를 죽였다는 그 말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네가 날 위해 틈의 세계에 있는 이들을 희생시켰고, 진짜 하벨 티에라를 죽였다고?"

개소리였다.

"아니!"

그건 분명한 개소리에 불과했다.

"넌 날 위해서 이 일을 벌인 게 아니야! 정말 날 위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에른스트를 죽였어야 했어. 네가 가진 그 힘으로!"

하벨 주변에 흐르는 공기가 차가워졌다.

콰드득.

얼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죄책감에서 그토록 피하고 싶었나? 그 죄책감이 널 삼켰어? 너 혼자서는 그 죄책감에서 도망칠 수 없으니 나를 이용한 거야?"

유렌의 눈물이 하벨의 손아귀에 닿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분노하고, 또 분노하는 저 말에 유렌은 오열하며 말을 토해냈다.

"…죄책감이 절 잡아먹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해야만 했습니다! 제 잘못을 되돌려야만 했습니다! 세상을 위해, 모두를 위해! 역겹다는 건 압니다. 알아도 해야만 했습니다……!"

유렌은 다시 고개를 땅에 박았다.

역겹다고 해도 괜찮았다. 혐오스럽다고 해도 이 역시 받아들여만 했다.

하지만 죄책감이든 뭐든 자신은 무조건 용왕을 되살려야만 했다.

그게 용왕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길이라 믿었으니까.

"절… 죽여주십시오, 제발요."

"아니, 이렇게 쉽게 못 죽여."

하벨은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쉽게 죽일 것 같으면 애초에 찾아오지도 않았다.

"너는 날 위해 쓰일 것이며 지옥 같은 영원함을 맞봐야지."

신이 말하길, 틈의 세계는 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속에 유렌은 빠져야지.

혼자만.

자신이 그랬듯이 긴 시간 동안 틈의 세계에 혼자만 있어야지 않겠는가.

그래야 맞는 거지.

"유렌."

하벨의 부름에 유렌은 더 크게 오열했다.

자신과 용왕의 심적 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고, 더 멀었다.

그 무엇으로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 괴로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나머지 몸을 가지고 와, 당장!"

이제 마지막이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열쇠의 수호자가 되어야만 했다.

유렌은 울음을 삼키려 애를 쓰면서 손을 펼쳐 허공에서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관이 딸려왔다.

류아가 그 관을 열자 그간 찾았던, 잘린 신체가 하나로 모인 채 누워 있는 용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속에 마지막 영혼을 담은 부위가 있었다.

영혼이 거침없이 달려와 하벨에게 스며들었고, 그의 주변에 물들이 달려와 나비가 날갯짓하듯 기쁨을 드러냈다.

하지만 물은 자신들의 왕이 돌아왔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왕의 슬픔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용왕님.

저 관속에 있는 게 용왕의 육체였기에 더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벨은 아래를 바라보았다.

하벨의 손짓에 물이 관 옆에 모여 꽃처럼 모습을 바꿔나갔다.

장례식을 하듯 하벨은 천천히 움직여 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음이 미어져 하벨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멍청한 놈."

하벨은 자신의 육체를 매만졌다.

정말 멍청했다.

"널 버린 세상이 그렇게도 좋았는가. 이 멍청한 놈."

하지만 우습게도 자신은 이 세상이 소중했다.

손길을 따라 하벨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이미 조금만 힘을 줘도 바스러질 정도의 빈껍데기가 되었기에 하벨의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내 이름은 하벨 티에라다."

하벨은 자신에게, 아니, 자신이었던 죽은 자를 보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네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이름."

천천히 손을 들자 랜턴에 불꽃이 깜박거려다가 사라졌다.

"이 아이가, 다음 용왕이 나에게 이름을 주었고, 삶을 주었으니 기뻐하거라."

팔을 매만지던 손을 움직여 볼을 만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제 안심하고 너는 이만 가거라."

하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 뚜껑을 잡았다.

관 뚜껑에 비가 내리듯 눈물이 미끄러져 내렸다.

"…안녕."

과거의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며 하벨은 천천히 관을 닫았다.

울먹이며 흐느끼다 하벨은 마지막에 눈물을 삼켰다.

"지금은… 안녕."

다시 올 수 있을 테니까. 하벨은 완전한 작별은 하지 않았다.

슬쩍 올린 미소에 여러 감정이 걸려 있었다.

하벨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은 앞을 바라봐야만 했다. 에른스트. 놈을 죽여야 할 시간이지 않은가.

숨을 삼켰다.

그리고 깊게 내쉬었다.

"유렌."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하벨은 말문을 열었다.

"…예. 예, 용왕님."

유렌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어 계속 바닥을 쓸고 있었다.

"나는 너를 믿었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돌아갈 수… 없습니다. 몇 번이나 시간을 돌리며 발버둥을 쳐도 과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망스러웠습니다."

"다행이야. 네가 절망에 사로잡혀줘서."

하벨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뒤를 돌아 유렌을 향해 웃었다.

"내가 보낸 시간만큼 계속 절망을 안겨줄게. 네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다면 나도 널 용서할 거야. 네가 한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유렌에게는 어차피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오히려 자신을 위해 지시를 내렸다.

"그러니 넌 지금 날 위해 쓰여야겠어."

사람 취급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지만, 유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해연아."

해연을 부르는 하벨의 태도는 너무도 조심스러웠다.

"예, 용왕님."

"나는… 너의 아버지를 용서할 수가 없어. 미안해."

"전 괜찮아요."

해연이 하벨에게 손을 내밀었다.

"용왕님께서 옳다고 생각하신 걸 밀고 나가세요. 예전처럼요."

하벨은 방긋 웃으며 해연의 손을 맞잡았다.

"자, 이제 가세요. 지금 몸이 딱 근질거릴 거 아닙니까?"

류아가 허공을 가리켰고, 그곳에 틈의 세계가 열렸다.

* * *

'…이 찰거머리들.'

에른스트는 코앞에 보이는 레놀드 왕실의 입구를 보며 미칠 지경이었다.

틈의 세계가 나타나더니 클로저의 대표인 크로니안이 자신을 데리고 마차에 태워 강제로 레놀드 왕국으로 데려왔다.

그 시간이 너무도 짧았지만, 에른스트는 그사이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죽여버리고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봐도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클로저가 자신들 쪽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이미 밝혔다면 이 문제는 너무도 커질 게 분명했다.

썩었든 아니든 클로저가 아닌가.

자신이 원하는 전쟁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서로를 향해 증오를 세우는 전쟁을 원했다.

하벨 티에라도 사라진 와중에 클로저까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레놀드 왕국이 감춰왔던 일까지 다 터지게 된다.'

한쪽으로 몰린 전쟁은 새로운 평화를 안겨줄 뿐, 절망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겠지.

레놀드 왕국의 사태를 기억하며 사람들은 더 경각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역시 하벨 티에라 때문입니까?"

크로니안이 조심스레 에른스트에게 물었다.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요."

으레 겉치레식으로 내뱉는 크로니안의 말에 에른스트는 초조했다.

뭔가 심각할 정도로 얽히고 엉망이 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걸 아는데 '세계의 간섭'이라는 부분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만약에 100이 최대치라고 한다면 자신은 96 정도로 정말 아슬아슬했다.

어쩌면 틈의 세계 때문에 더 늘어났을지도 몰랐다.

평소라면 세계가 거들떠보지 않겠지만, 이만큼 늘어났기에 이미 자신을 쉴 새 없이 지켜보는 눈동자가 느껴졌다.

여기서 누구라도 죽여버린다면 바로 99로 경고 단계에 이를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욕지거리가 당장 올라올 것 같은 상황에 하벨 티에라까지 틈의 세계에 끌려갔는데 이걸 구하지 못하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지금 다시 누군가를 대신해 찾는 건 어려웠다.

순조로워야 할 계획이 이렇게 꼬여버린 건 그놈밖에 없었다.

'그 새끼가 나를. 나를……!'

그때, 마차가 멈췄다.

에른스트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직 왕실로 들어가기 전임에도 마차가 멈추지 않았던가.

"무슨 일인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덩달아 크로니안 역시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로니안이 나가자 에르티안은 의자에 깊숙이 기댔다.

이 사실을 틈의 세계에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

사실 하벨 티에라만 돌아온다면야 꼬인 것처럼 보이는 계획을 다시 풀어가는 건 물론, 더 앞당길 수 있기에 여유까지 생길 수 있었다.

'하벨 티에라를 빼 와야 하는데.'

마차 주변을 보아도 클로저와 왕실 기사들이 우글거렸다.

'할 수 없지.'

에른스트는 세계의 간섭이라는 요소가 늘어나는 걸 감수하기로 했다.

손이 까맣게 물들었다.

파직.

검은 불꽃이 튀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세계의 틈에 있는 틈의 세계와 연결하고자 할 때, 마나의 흐름이 변했다.

마나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어?'

틈의 세계가 나타나려면 마나가 필요한데 어떤 마나도 응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한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른스트는 자신의 힘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파지지직!

강한 결계가 나타나 자신을 막아섰다.

'이게 무슨…….'

에른스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자 후드를 눌러쓴 누군가가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게 보였다.

'누구야? 대체 누구냐고!'

마차에서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봐라!"

에른스트가 소리쳤지만, 왕실 기사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흠칫.

아주 살벌한 분노에 에른스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쫓겨나기 전에 받았던 눈빛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뭔가 서늘해졌다.

'이거 왜 이래?'

에른스트가 당황한 사이 마나의 흐름이 빨라졌다.

결계가 마차를 두고 만들어졌다.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나는 결계와 함께 에른스트는 창문 너머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들을 쳐다보았다.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사들이 왜?'

에른스트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적으로 돌린다면 가장 위험한 놈들이기에 먼저 없애려고 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다니.

"여봐라!"

에른스트는 마차를 두드렸다.

"에른스트!"

누군가 소리쳤다.

이름을 언급하는 말에 에른스트는 반대편, 왕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이름을 안다고?'

그곳에 샤르비에가 서 있었다.

"이노오옴!"

그가 거친 분노를 터트리며 다가오자 에른스트는 입마저 살짝 벌렸다.

"레놀드 왕국은 지금부터 이 세계를 더럽히고, 왕국 전체에 세뇌를 건 에른스트를 멸살하겠다고 선언하겠노라!"

불같은 선언에 에른스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천천히 흔들렸다.

"지금부터 그 누구도 저놈을 두둔하거든, 그 자리에서 참형을 당하리라!"

'잠깐만…….'

에른스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도 전에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세뇌가 풀렸다니.

자신의 세뇌가 어떻게 풀어질 수 있을까.

에른스트는 손아귀에 힘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 넓은 레놀드 왕국에서 자신이 박은 힘이 작동하지 않았다.

'세뇌가 사라졌다고?'

힘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누구야?"

에른스트는 창문에 매달렸다.

"대체 어떤 새끼야?"

악착같이 질러대는 말에도 샤르비에는 다음을 위해 그 자리에서 등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갑자기 달님이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났다.

―봤죠? 세뇌가 풀렸어요. 난 약속을 지켰어요. 그러니 레놀드 왕국이 약속을 지킬 차례에요.

저번과 달리 정말로 풀린 세뇌에 너무도 놀라지 않았는가.

―샤넬리움 레놀드의 진짜 이름은 '에른스트'입니다. 놈이 이 땅에서 자리를 비운 지금 이 나라를 지킬 당신의 백성에게 이 사실을 알리세요.

에른스트, 놈의 이름을 되뇌자 차차 기억이 돌아오며 분노가 들끓었다.

―내 사람들이 올 겁니다. 결계를 만들어 에른스트를 가둘 거예요.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레놀드 왕국을 둘러쌌던 세뇌를 풀었음에도, 이 나라를 구해줬음에도 달님이 요구한 건 하나였다.

―에르티안 왕국에 회의가 열릴 겁니다. 에른스트를 없애기 위해서 전하의 힘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그 회의에서 대표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제발, 용이 건넨 안건에 서명만 해주십시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구슬픈 목소리가 참 귓가에 맴돌았다.

절박함이 남달랐다.

―저는 먼저 가서 그곳에 있겠습니다. 이걸 넘길 테니, 때가 되면 사용하십시오. 꼭 와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달님이 넘긴 건 물방울을 닮은 말랑한 무언가였다.

'이걸 힘주어 쥐면 된다고 했던가.'

샤르비에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다 자신이 하겠다는 왕실 기사의 목소리에 이를 제지했다.

"내가 하마. 내가 해야 한다."

나라가 에른스트 손에 넘어가 농락을 당했는데, 겨우 이게 뭐라고.

왕으로서 부끄러워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데, 이걸 터트리는 게 뭐라고.

샤르비에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짧은 시간에 판단해야 하는 게 괴로웠지만, 그래도 판단해야 한다면 어떤 게 옳은지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에른스트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지 않은가.

레놀드 왕국에 풀린 세뇌만 봐도 판단할 수 있었다.

콰직.

샤르비에는 손에 힘을 주어 달님이 준 물건을 터트렸다.

* * *

푸드드득.

새가 날아와 쪽지를 전해주며 카샬의 손가락에 앉았다.

"받으십시오, 도련님."

하벨은 카샬의 쪽지를 받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레디나의 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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