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화. 부탁할게(3)
* *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왜 없을까.
그 헤어짐이 싫어 이렇게 발버둥 치고 있는데.
"미안해요."
하벨 티에라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됐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냥 앓던 이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주세요."
"너는 앓던 이도 아니고, 내 이빨은 언제나 튼튼했어."
"아, 좀. 이럴 땐 유치하게 굴지 말자고요."
"너라면 그게 되겠어? 내가 지금 세상에서 제일 싫고, 끔찍이 생각하는 걸 하고 있는데. 그게 또 너인데. 너뿐만 아니고 또… 많이 남아 있는데."
하벨은 점점 구겨지는 표정을 느꼈다.
하벨 티에라가 사라지면, 남아 있을 자신은 어떤 마음으로 있어야 할까.
"그러니 더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다들 용왕님의 행복을 바랄 거예요."
"나만……? 또, 나만 남는 거야? 또… 행복만 빌고 간다고?"
하벨의 손아귀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자 하벨 티에라는 잠깐 실소를 내뱉었다.
"왜 류아 씨가 용왕님을 보며 '막내'라고 말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류아 걔는 입이 진짜 가벼워. 믿지 마."
"용왕님."
"왜?"
"언제 어른이 되어야 했어요?"
"그건 갑자기 왜?"
"그냥요. 궁금하잖아요. 저도 용왕님 과거를 드문드문 봤으니까요."
"처음부터 그랬어. 처음부터 나는 어린아이가 될 수 없었어."
'…이랬구나. 그랬어.'
하벨 티에라는 하벨을 더 토닥거렸다.
태어나면서부터 떠맡아야 하는 게 많았기에 정작 하벨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게 아닐까.
외적인 부분은 끝없이 성장하고, 또 성장해 단단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속은 아니었다.
언제나 아프고, 슬플 일이 많았겠지.
돌아보고 자신을 토닥여줘야 내적 성장이 일어날 텐데, 하벨한테는 그럴 시간에 또 다른 누군가를 다독여줬을 게 뻔했다.
왕이었지만, 몸만 커버린 아이였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하벨 내적인 부분은 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용왕님은 어린아이네요."
그래서 막내였다.
그래서 류아가 걱정하고 또 걱정한 것이었다.
"갑자기 또 무슨 말이야? 나이는 내가 너보다……."
"나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용왕님은 이제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이제야 어릴 적 겪지 못했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가족이 용왕님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하벨 티에라는 막내를 위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을 꺼내보았다.
"저도 다 잃어봤잖아요? 절망에 휩싸여봤잖아요?"
세계가 멸망했다.
그 마지막을 보았고, 절망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말로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게 부서지고, 함몰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게 고작이었다.
"괜찮아요. 언제나 다음이 있더라고요. 용왕님께서는 그게 조금, 아니, 많이 늦게 왔을 뿐이에요."
"하지만 매번 두려운걸? 어쩌면 강한 건 내가 아니라 너일지도 몰라."
"아뇨. 용왕님께는 너무도 많은 슬픔을 봤기에, 그 슬픔을 떠안았기에 한계가 찾아왔을 뿐이에요."
슬픔을 어떻게 떠안을 수 있을까.
세월에 묻혀 손아귀에서 흘려보내야 하는 걸 하벨을 몰랐을 뿐이었다.
"슬픔을 떠안지 말고, 흘려보내세요."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슬퍼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기억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에요. 시간에 묻혀 잊으세요. 슬픔 위에 행복을 가득 쌓으세요. 그러면 숨은 쉴 수 있어요. 살아갈 수 있어요."
자신이 그러했듯이.
"그래도 이따금 생각이 날 거예요. 후회가 밀려올 거예요."
하벨은 조용히 이어지는 하벨 티에라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죽었던 자들이 문득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와 가슴을 갉아 먹었다.
"…그때마다 허망할 겁니다. 뭔가 텅 빈 느낌도 몰려올 거예요. 그땐, 울어도 돼요. 기억해도 돼요. 시간이 쓰다듬어주지 못한 슬픔이니까요."
'네가 그랬구나…….'
하벨은 조금씩 흔들리는 하벨 티에라의 목소리에 그가 슬픔을 이겨내고자 발버둥 친 흔적이라는 걸 알았다.
그걸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 역시.
"그리고 눈물이 그치면 거기서 끝을 내세요. 용왕님께서 좋아하시는 유자차를 마신 후에 밤놀이를 가면 돼요.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줄어들 겁니다."
'너도 그랬어?'
하벨은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벨 티에라가 대답했다.
"저도 그랬어요. 회귀 전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요. 가끔, 크게 오는 날이 있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용왕님도 그러셨죠?"
"그래. 나도… 그랬어."
당연한 감정이었구나.
하벨은 문득 하나를 알았다.
"그땐 찾아와요."
"…어딜?"
"저는요, 달을 보는 걸 좋아해요. 거기 있을 거예요. 용왕님께서 아라 님하고 밤놀이를 가다가 발견한 그 산에 찾아와서 제 욕을 하고 가면 됩니다. 아, 타르트는 사주세요. 제가 타르트를 좋아하거든요."
하벨 티에라가 뒤로 물러섰다.
뚝뚝.
또 울고 있었다.
또 하벨 티에라는 눈물을 쏟고 있었다.
"넌… 울보네."
"맞아요. 저 진짜 잘 울어요. 하지만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하겠어요?"
하벨 티에라는 일그러진 얼굴로 웃었다.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보내줄 때였다.
"많이… 찾아오지 마세요. 저 슬프니까요. 가끔 찾아와요. 와서 시시한 이야기 해도 돼요. 저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럴 것 같았어."
"마지막까지 도울게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왜 또 사과하는데?"
하벨이 소매로 하벨 티에라의 눈물을 닦았다.
다정한 손길에 하벨 티에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저 때문에, 제가… 너무 무거운 짐을 안겨드렸어요. 제가, 으흑……."
따악!
이번에는 하벨이 하벨 티에라의 이마를 때렸다.
"끝까지 보고가. …제발."
"그럴… 흑, 그럴게요. 꼭 그렇게 되도록 버텨볼게요."
하벨 티에라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웃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용왕님. 있잖아요."
"듣고 있어."
"바닷속에서 용왕님이 해주신 일 말이에요."
모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물의 오염이, 그 근원이 바닷속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봤을 때 정말 환호했다.
평생을 증오했던 물의 오염이 그곳에 있을 줄이야.
이렇게 발견하게 될 줄이야.
"고마워요."
하벨 티에라가 고개를 숙였다.
두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세계가 재해로부터 해방되는 것도 좋지만, 하벨 티에라는 이 마음부터 드러냈다.
"저는 드디어… 해방될 수 있어요. 제 모든 걸 삼킨 오염으로부터 저는,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물의 저주 때문이었다.
그 병은 기회도, 미래도 희망도 모든 걸 앗아갔다.
다시 고개를 올린 하벨 티에라는 서러움을 담았고, 가슴 벅찬 해방감을 담았으며 고마움 역시 담아 하벨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이 마음을 다른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왔던 순간이었으니까.
그토록 빌었던 순간이었으니까.
"술 한잔… 하자."
"네."
하벨 티에라는 눈물을 흘리며 하벨을 밀었다.
"꼭… 그래요."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도 하지 않으면 너무도 슬프지 않겠는가.
"…안녕, 막내야."
하벨 티에라는 따스하게 웃어주었다.
* * *
하벨은 눈을 뜨자마자 팔을 들어 랜턴을 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있다며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새에 하벨은 안도감을 느꼈다.
'아직은 아니다. 버티거라.'
꾸벅 졸고 있던 카샬이 고개를 흔들더니 하벨을 바라보았다.
진짜 깨어났는지 아닌지를 몇 번이고 확인하던 카샬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르더니 하벨에게 내밀었다.
"괜찮습니까?"
"…상황이 어떻게 됐어?"
물을 겨우 넘긴 후에야 하벨이 물었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몸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웠지만, 하벨은 상황이 더 궁금했다.
"3일 정도 지났습니다."
카샬의 보고와 함께 하벨은 제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아라의 꼬리를 만지작거렸다.
다시 안도했다.
"이틀 뒤에 에르티안에서 코스모피안, 헤스트리아, 시엘느가 모일 예정입니다."
"혹시… 내가 바닷속에 들어갔다는 걸 아버지께서도 아셔?"
"아십니다. 도련님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가주님께 보고를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더 빨리 들으셔야 하니까요."
"뭐라고… 안 하셨어?"
하벨이 내뱉은 말이 점점 느려졌다. 시선마저 불안해졌다.
"가주님께서 무어라 말씀하셨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다 본인의 탓이라고……."
"아뇨.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카샬의 대답에 하벨은 놀란 눈을 했다.
룬델이라면 참담함을 드러내다가 속상함과 함께 자신이 이걸 대신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그리고 다정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낫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라는 말을 속삭여주겠지.
하벨은 룬델이 보고 싶어졌다.
룬델에게 하벨 티에라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도련님께서 다치신 건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그 바다를 뚫고 오염의 근원을 없앤 일은 정령들을 대표해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카샬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왜 갑자기 그러냐는 듯 하벨의 눈이 커졌다.
"저 역시 고맙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왜……?"
하벨은 저 말이 난감했다. 바닷속에 있는 자신의 힘이 느껴졌다.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에 아직 이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다.
"이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집사로서. 셋째 도련님의 친우로서 물의 저주를 해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움을 표하는 카샬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는 바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벨 티에라가 평생 바라던 일이 벌어졌다.
"저도 계속 바라고 있었습니다. …쭉."
하벨 티에라가 언젠가 새장을 열고, 훨훨 날아가기를. 누구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그가 자신을 구해준 이후로 내내 빌지 않았던가.
그 새장을 열어준 건 다름 아닌 하벨이었다.
아니, 모두의 새장을 열어준 건 하벨이었다.
"나도… 바라고 있었어."
하벨은 바닷속에서 들렸던 물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
"카샬. 미안하지만, 엘라힘 신관을 불러줄래?"
지금 몇 시인지 모르겠지만, 하벨은 엘라힘을 통해 신에게 물어야 할 말이 있었다.
꼭 들어야 하는 말이었다.
그 뒤, 룬델하고 말을 나눠야 했고.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카샬은 고개를 들자마자 등을 돌렸다.
눈가 끝에 맺힌 눈물이 보였지만, 하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몸이 무거워 꼭 물속에서 물 밖으로 나왔을 때의 감각 같았다.
'마지막이 온다.'
드디어.
오히려 여기까지 오는 게 너무도 길지 알았는가.
과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해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세계가 변하고, 재해가 탄생하고, 세계에는 수많은 슬픔이 가득 차고.
하벨은 랜턴을 만지작거렸다.
'그 끝을 함께 보자. 같이 말이야.'
하벨 티에라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남아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몸을 바쳐 길을 안내했던 이유이자, 류아가 그를 찾아왔던 모든 원인인 '세계 멸망'이 끝난 그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벨은 감았던 눈을 떴다.
일렁거리는 눈동자 속에 많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조금만 더.'
당장 울음을 토할 것처럼 하벨은 얼굴을 구겼지만, 곧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감정을 추슬렀다.
카샬과 함께 엘라힘이 들어왔다.
이제 막 잠에서 깼는지 엘라힘의 모습은 어딘가 부스스해 보였다.
"밤 중에 미안해요."
"아닙니다, 하벨 공. 이렇게 깨어나 주셔서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엘라힘은 하벨 앞에 서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의 아들에게 하는 당연한 행위였다.
"신관님께서 오래 밤을 지새우셔서 저와 헤레스 씨가 억지로 재웠습니다."
"고마워요, 신관님."
카샬의 말에 하벨은 다시 고마움을 표했다.
"아닙니다. 하벨 공을 살피고 지켜보는 것 역시 신관인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전혀 괴롭지 않았습니다."
엘라힘은 무릎을 꿇은 그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디, 오해하지 말라는 눈빛에 하벨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래도 몸은 아껴주세요. 이러면 내가 불편해요."
"아끼겠습니다. 그러니 불편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이러지 마세요. 그냥 평소처럼 해주세요. 의자에도 앉아주시고요."
하벨이 의자를 가리키자 엘라힘은 얼른 앉았다.
"이 밤중에 신관님을 부른 이유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엘라힘의 눈이 너무도 커졌다.
마치 제 일처럼 기뻐하며 당장이라도 자신을 껴안고 싶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엘라힘의 설렘에 하벨은 그가 뭘 기대하는지 알아차렸다.
하하 호호 이런 분위기를 하기엔 아직 자신의 마음속에 남은 응어리가 있었다.
"뭘 좀 묻고 싶습니다. 이건 신만이 대답할 수 있으니까요. 짧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반짝이는 엘라힘의 눈빛에 실망감 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에른스트는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하벨이 묻는 말에 아코가 튀어나왔다.
[들어보니 자기 방에 있는 모양이야. 구경한다는 핑계로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 정령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어.]
아코는 말을 끝낸 뒤 얼굴을 구겼다.
[그런데 언제까지 머물러야 해? 여기 좀 이상해. 너무 답답해.]
"곧 떠날 수 있어. 그걸 위해 준비를 해야지. 조금만 참아줄래?"
[참고 있는데 진짜 이건…….]
"아코."
카샬의 말에 아코는 꼬리를 내렸다.
[…치.]
아코는 카샬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다가 하벨에게 다가가 아라 옆에 웅크렸다.
잠이라도 자려는지 눈을 감았다.
"내가 싫다며."
[아라가 좋아. 그리고 네가 싫다고 한 적 없어.]
아코는 꼬리로 하벨의 손등을 건드리며 한쪽 눈을 떴다.
하벨은 싱긋 웃는 얼굴로 엘라힘을 바라보았다.
"혹시 신의 은총을 사용하면 에른스트가 알까요?"
"제가 평소에도 신의 은총을 사용했습니다. 딱 그 정도만 사용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엘라힘의 대답에 하벨은 만족스러웠다.
역시 추기경이 아닌가.
"하지만… 음, 신의 은총을 지금 사용하는 건 몸에 무리가 갑니다. 아무래도 미래에 있는 신체 재생을 미리 당겨와서……."
"잠깐이면 돼요."
"…환장하겠네요."
하벨이 덥석 물어버린 말에 카샬이 눈을 질끈 감았다.
겨우 깨어났는데. 이제 막 일어났는데. 다시 잠이 든다면.
"정말이야, 카샬. 잠깐이야. 앞으로 방향에 대해 알려고 그래. 이 물음을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신밖에 없어."
이미 많은 것들을 알았고, 이걸 더욱더 확실히 하려는 행동에 불과했다.
결코,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럼에도 카샬은 불안함을 드러냈다.
"꼭… 들으셔야 합니까?"
"에른스트가 무얼 두려워하는지 들어야 놈보다 더 나아갈 수 있어. 이제 눈을 가리는 것도 한계가 올 테니까."
하벨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샬의 어깨에 힘이 풀리자 엘라힘은 하벨의 손을 붙잡았다.
"신과 연결할 수 있는 정도만 신의 은총을 불어넣겠습니다. 제가 신의 은총을 가장 잘 조절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추기경의 자리를 괜히 차지한 게 아니라는 걸 하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은은한 빛이 하벨의 손등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엘라힘이 조용히 말했다.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