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화. 저는… 말입니다(3)
* * *
"너 왜 그래, 카샬?"
넬시아가 놀라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니.
"냉정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아가씨."
카샬은 말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오미너스가 나타났습니다. 오미너스의 근원이 오염된 물이기에 정령들과 극과 극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나도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
넬시아는 정말로 자신의 감정을 세게 누르며 이성을 잡고자 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카샬의 말은 거기서 멈추질 않았다.
"설령 정령들이 무사하다고 하지만, 지금 봉쇄된 헤스트리아 왕국은 오미너스를 막기 위한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헤스트리아 왕국이 쇄국 정책을 펼친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게 단지 문을 걸어 잠근다는 의미를 떠나 실제로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거센 바람 때문에 외부에서 성벽을 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만큼 자연이 정령들을 아낀다는 의미였고, 다르게 말하자면 오미너스가 성벽을 완전히 부숴버리지 않는 이상 저 바람이 오미너스를 가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걸 열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카샬이 제시한 가능성이 틀리지 않았기에 넬시아가 입을 다물었다.
초조함을 느낀 라탄이 강하게 소리치며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기, 길이 있어! 문을 열지 않아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길이 있다는 말은 진짜였지만, 라탄은 당장이라도 몸이 무너지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날 보았던, 자신을 휘감던 그 검은 물이 몸을 타고 꿈틀거릴 것만 같았다.
[너희가 아니면 안 돼. 너희가… 아니면 안 된다고. 이제 방법이 없어. 이제… 나는, 더는, 이 이상은…….]
[진정해, 라탄. 지금 흥분하면 안 돼.]
아라는 라탄을 말렸다.
지금 라탄의 불안정한 감정이 자신에게도 느껴졌기에 아라는 라탄을 토닥거려주었다.
라탄은 조용히 흐느끼며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었다.
"들었지, 카샬? 방금 길이 있다고 라탄이 그렇게 말했어. 이건 내가 모르던 통로인 게 분명해.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아가씨. 오미너스를 없앨 방법을 아실 겁니다."
"알아. 알고 있어. 정화제가 필요해. 정령들과 만든 정화제가……."
"아마 오미너스 때문에 헤스트리아 왕국 근처에 있던 정령님들은 없을 겁니다. 즉, 이번에 함께 온 정령님들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제가 보기에 가주님의 허락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카샬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이 부분은 넬시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컸으니까.
'카샬. 그렇게도 헤스트리아 왕국이 증오스러운가.'
하벨은 모국의 이야기를 두고도 저토록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카샬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말 도중에 살짝살짝 일어나는 증오를 느꼈다.
"하지만 카샬."
하벨이 입을 열자 카샬의 미간이 당장 구겨졌다.
"싫습니다."
"뭐?"
"도련님이 저딴 인간들 때문에 희생하는 게 저는 싫습니다!"
카샬이 대놓고 분노를 드러내자 하벨도, 넬시아도 깜짝 놀랐다.
[너, 너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데? 애초에… 오미너스를 만든 건 너희 인간이잖아. 우리가 휩쓸린 거잖아! 너희가… 오미너스를 퍼트린 거면서!]
라탄이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습니까?"
카샬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도리어 제가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정령사가 아닌 존재에게 단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아니. 애초에 정령사가 아니면 우리를 볼 수 없잖아? 우리를 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까지 챙길 수 있는데?]
라탄은 털을 바짝 세웠다.
[말 돌리지 마. 이건 내 부탁이 아니더라도 너희가 해결해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 인간이 오미너스를 퍼트렸다고! 그 악마가 헤스트리아 왕국을 엉망으로 만들었어!]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헤스트리아 왕국에 있는 정령사들은 정령사가 아닌 이들을 사람이라고 취급했습니까?"
제법 잔잔한 카샬의 물음에 아코가 코웃음을 쳤다.
[아니. 전혀. 정령사가 아닌 이들은 신분이 무엇이든 해충 취급이나 당했지.]
애초에 자신도 밖으로 나와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게 바로 정령들이었다.
밖에 있는 정령들은 누군가 떠받들어주는 이들 없이도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며 특이하게도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게 정령사든 아니든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상처받은 이들이 많았다.
정령들만을 위했던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늘 누군가에게 떠받들어지니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오만함은 더욱 짙어졌고, 라탄만 하더라도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하기 싫으면 가. 방해하지 말고 가버려!]
라탄은 카샬이 꺼내는 질문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사건건 시비이지 않은가.
"착각하지 마십시오. 헤스트리아 왕국은 쇄국 정책을 펼친 나라입니다. 외부에서 안으로 누군가를 들여보내는 일에도 당신들의 선택이 따르고, 이를 선별하는 작업에도 당신들의 선택이 최우선으로 되는 걸 모를 거라 생각했습니까?"
카샬은 급히 굳어진 라탄의 표정을 보며 당장이라도 비웃음을 날리고 싶었다.
헤스트리아 왕국은 정령들의 나라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령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건 없었다.
힘은 누리고 싶고,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꼴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지 않은가.
"애초에 봉쇄를 선택한 건 당신들의 바람이 아닙니까? 이유가 무엇이든 헤스트리아 왕국의 정령사와 당신들이 선택한 결과가 이렇게 대가로 찾아온 겁니다."
헤스트리아 왕국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다 알고 있기에 카샬은 라탄이 전혀 딱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일도 대충 처리하라며 정령사에게 맡겼겠지. 그리고 정령사들 역시 정령들의 비위나 맞추며 대충 처리했을 거고.'
저 왕국에 있는 정령들은 밖에 있는 정령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지도 않았고, 마음이 움직여지지도 않아 더 냉정할 수 있었다.
"카샬. 나는 지금… 네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
넬시아는 카샬을 이해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카샬이 드러내는 분노와 냉정함밖에 없었다.
"네가 어떻게 헤스트리아 왕국의 내부를 잘 아는지는 몰라. 하지만 너는, 정령이 보이지 않았을 때도 정령들을 무척 아꼈잖아."
"헤스트리아 왕국에 있는 정령은 다릅니다."
"다르다고? 뭐가 다르다는……."
넬시아는 말을 하는 도중에 입을 잠깐 다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가씨께서는 더욱 잘 아시잖습니까."
"잠깐만."
하벨이 도중에 그들을 말린 뒤 말문을 열었다.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데, 카샬?"
꿀꺽.
아라가 그제야 침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몸도 모르겠어! 이 몸은 지금 이렇게 날카로운 분위기가… 싫어.]
"헤스트리아 왕국에 있는 정령들은 자신을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령님들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과 다릅니다. 아마도 아라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내렸을 겁니다. 얼른 하라고 재촉과 함께 자연의 미움을 받게 할 거라며 협박했겠죠."
카샬의 시선이 라탄을 향했다.
라탄은 입을 꾹 다물며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동자를 돌렸다.
[왜에? 이 몸은 잘 모르겠어.]
카샬의 설명에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든 간에 도와주길 바라면 부탁해야 하는 거야. 라탄은 이런 거 안 배웠어? 이 몸은 대장이 매일매일 알려줬는데?]
하벨은 그 말에 흡족함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기교육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아라가 아닌가.
[그건… 이상하잖아요.]
라탄이 말문을 열었다.
[왜 우리가 정령사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죠? 정령사는 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우리는 당연히…….]
[떼엑!]
아라가 라탄에게 혼을 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하벨은 고개를 필사적으로 돌려야 했다.
[그건 이 몸이 생각해도 아니야. 이 몸이 없었어도 부탁을 해야 하는 거라구. 이러면 아무도 돕지 않아. 이렇게 하면 정령사들이 싫어해.]
[아라야. 쟤들은 저거 몰라. 내가 봐서 알거든. 쟤들의 세계는 헤스트리아 왕국이 전부고 그게 끝이야. 그래서 세계가 무너지니까 이제야 허겁지겁 나오는 거잖아.]
아코는 라탄을 비웃었다.
"아."
하벨이 말문을 열었다.
요컨대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헤스트리아 왕국을 별개의 세계라고 두는 편이 이해하기가 더 쉽겠네?'
카샬과 아코는 헤스트리아 왕국을 향한 증오가 가득했고, 넬시아는 반대로 헤스트리아 왕국을 아꼈다.
'…참, 난감하네.'
카샬과 넬시아가 자신을 바라보자 하벨은 중간에 낀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와 별개로 오미너스를 그대로 둘 순 없어요."
[마, 맞아. 그건 결코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되는 거야.]
라탄이 이때다 싶어 얼른 하벨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의견이 통합되지 않으면 갈 수도 없고요."
[…뭐어?]
라탄이 깜짝 놀랐다.
"왜 놀라? 여기는 이게 당연한 거야. 부탁하려는 자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해."
하벨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껏 으쓱거려보았다.
"참고로 나는 아주 많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한 전적이 있지. 내가 다 이겼거든."
"그건 자랑이 아닙니다, 도련님."
"맞아. 자랑할 건 아니야."
카샬과 넬시아가 바로 하벨에게 질타하듯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몸은… 자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야, 다른 사람들을 설득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거잖아.]
"아라야. 역시 너밖에 없어."
하벨은 아라를 당장 껴안았다. 뭐가 됐든지 아라밖에 없었다.
[헤헤헤.]
울려 퍼지는 아라의 행복한 소리와 달리 라탄은 넬시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넬시아. 나를, 우리를 도와줄 거지? 그렇지?]
하벨은 라탄이 넬시아를 설득하려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라가 무어라 말하고 싶어했지만, 하벨은 아라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이를 말렸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하벨은 그게 뭔지 몰라 잠깐 기다렸다.
"나는 너를 도와줄 거야.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줘."
넬시아는 라탄을 가엾게 바라보았다.
헤스트리아 왕국이 사라지면 세계가 입을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넬시아는 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 전부터 소용돌이치는 의문을 품고 카샬을 바라보았다.
"카샬. 넌,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온 거야?"
"맞습니다, 아가씨. 저는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왔습니다."
카샬은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저번에 헤스트리아 왕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넬시아가 눈치챘을 테니까.
[…뭐?]
라탄이 깜짝 놀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저 짜증 나는 인간이 다른 곳도 아니고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왔다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왔다면 네가 이러면 안 되잖아. 네가…….]
"아가씨의 마음도 알고, 헤스트리아 왕국의 중요함 역시 알고 있습니다."
카샬은 라탄의 말을 흘리며 넬시아에게 말했다.
"하지만 처음과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곳에 있는 정령들이 헤스트리아 왕국 밖으로 나왔다면 이미 멸망에 가까운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건."
카샬의 고개가 바로 하벨을 향했다.
"…나?"
하벨은 금세 의문을 드러내며 눈을 깜박거렸다.
"도련님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아니, 카샬 나는 왜……."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도 도련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아가씨?"
카샬은 하벨을 말을 자르고 넬시아를 자극했다.
넬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하벨을 바라보았다.
'너 좀 치사한데, 카샬?'
헤스트리아 왕국에 갈 생각이지만, 하벨은 아직 어느 쪽에도 손을 들 생각이 없었다.
이건 개인사가 담겨 있었으니까.
"아니……."
넬시아는 하벨을 계속 눈에 담았다.
그가 계속 서 있자 넬시아는 하벨을 데리고 자리에 앉혔다.
하벨의 눈이 다시금 깜박거렸다.
뭔가 유리로 만든 장식품이 된 기분이었다.
"하벨은 분명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할 거야."
넬시아는 하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넬시아 말이 맞아. 그건 이 몸도 그렇다고 생각해.]
아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벨은 기가 찬 소리를 냈다.
"당사자가 지금 여기에 있는데요? 그런 말은 나가서……."
"아가씨. 헤스트리아 왕국으로 가지 말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일단 냉정하게 보셔야 합니다. 애초에 저들은 도와주더라도 고마움을 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불안합니다."
카샬이 불안함이라는 말을 담자 넬시아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불안한 거야, 카샬?"
"아가씨께서도 아셨을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아가씨를 상대했던 헤스트리아 왕국 이들 중 왕족과 귀족은 없을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습니까?"
[너, 카샬이라고 했지?]
라탄은 더는 참지 못했다.
계속, 계속 사사건건 모든 걸 방해하는 카샬이 눈에 거슬던 참이었다.
[넬시아가 나를 돕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보아하니 너는 이 두 사람보다 낮은 것 같은데. 종이면 종대로 말을 들으란…….]
[그건 안 돼, 라탄.]
아라가 라탄의 이름을 부르자 라탄은 갑자기 몰려오는 힘에 딸꾹질했다.
[이 몸이 라탄 너한테 분명히 말하겠는데, 이제 높고 낮음의 기준은 없어.]
단호하게 말을 끝낸 아라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라탄의 머리 위에 꽃봉오리가 피었다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대, 대장! 방금 그거 봤어? 방금 라탄 머리 위에…….]
[…제가 잘못했어요.]
라탄이 훌쩍거렸다.
[명령을 따를게요. 화내지 마세요.]
[이, 이 몸은 살짝만 화가 났어. 이 몸은 명령한 적이 없는데?]
하벨은 당황해하는 아라를 쓰다듬어주며 콧바람을 살짝 내쉬었다.
'저번에 봤던 힘이었는데. 저게 정령왕이 가진 힘이었다니.'
당장이라도 아라를 칭찬하고 싶지만, 하벨은 상황부터 정리했다.
"요컨대, 카샬 너는 헤스트리아 왕국을 구하더라도 오히려 더 큰 갈등이 일어날 거라는 말이지?"
"맞습니다. 그들은 욕심쟁이입니다. 밖으로 나온 헤스트리아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겁니다."
카샬이 고개를 끄덕이자 넬시아는 혼란을 담아 말을 꺼냈다.
"하지만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지금까지 정화제를 제공해줬어. 카샬 네 말대로 무언가를 요구할지라도 세상을 위한 그들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하.]
아코가 듣다 말고 코웃음을 쳤다.
이건 진짜 더는 참지 못할 소리였다.
[넬시아. 너 설마,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정화제를 그냥 제공해준 줄 알았어?]
"그냥 제공한 게 아니라고……?"
넬시아는 멍하니 아코를 바라보았다.
[야, 라탄. 네가 입이 있으면 말해 봐봐. 헤스트리아 왕국에서 정화제를 그냥, 정말 세상을 위해서 제공했어?]
아코의 재촉에 라탄은 아라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하벨이 책상에 올려진 쿠키를 오도독 먹다가 말고 한쪽 눈썹을 올렸다.
[공짜가 아니란 말이지.]
아코는 낄낄거렸다.
"공짜가 아니었다고? 그럼 그 돈은 대체 누가 낸 건데?"
오도독.
"…에이, 설마. 설마 티에라 가문은 아니지?"
그냥 던져봤지만, 하벨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도 우습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