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너희구나(2)
* * *
하벨은 조금 전부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좀도둑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하벨의 표정을 읽으려 했지만, 어떤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냥 무서웠다.
그냥 하염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하벨은 정령사가… 아닌데. 정령에게 버려졌다는 걸 아는데.'
그럼 정령사가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힘을 쓸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눈을 깜박거리면.
그것도 아니면 자신과 나눈 말에 어떤 힘이 깃들 수 있을까.
기사도, 마법사도, 하물며 정령사도 아닌 그저 어른도 되지 못한 소년일 뿐인데.
미지의 힘.
그래서 좀도둑은 하벨이 두려웠다.
"저, 저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멋대로 입을 움직였다.
"저는… 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좀도둑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울어?"
하벨의 눈이 잠깐 커졌다.
"죄송합니다! 우, 울지 않겠습니다!"
좀도둑이 힘껏 울음을 참아보나 두려움 앞에 눈물이 더 짙어질 뿐이었다.
"너 말이야. 좀도둑이 아니라 귀족이지?"
"…딸꾹!"
서럽게 울던 좀도둑이 휘둥그레 뜬 눈으로 하벨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냐는 놀람이 가득했다.
'어떻게 알긴. 지저분하게 꾸몄지만, 손이 일하는 사람치고 깨끗한데.'
―무능한 것들. 겨우 스크롤로 마법 몇 개를 두른 놈일 뿐인데 나한테 손을 벌려?
'그리고 정령이 분명 스크롤을 사용했다고 했지?'
스크롤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하벨의 기억 속에도 비싼 물건이라고 입력되어 있었다.
그런 물건을 일개 하인이 여러 개나 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쟤가 귀족이라고? …어쩐지 청소를 더럽게 못 하더라니.]
세렌은 부리로 날개를 만지작거리며 무미건조하게 목소리를 냈다.
"아마 별 볼 일 없는, 아니면 이제 망해가는 귀족인가 본데."
하벨은 여전히 무표정했고, 좀도둑의 눈은 더 커졌다.
"귀족이라는 신분을 믿고 당당하게 하인으로 위장한 네 용기는 가상했어. 이건 진심이야."
짝짝짝.
하벨은 손뼉을 마주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보 같은 짓이지."
막 같은 귀족끼리 벌이는 웃기지도 않는 악습이 떠올랐다.
귀족끼리 '명예'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고 구금된 귀족을 풀어주는 악습.
그 악습을 믿었기에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귀족이든, 망해가는 귀족이든 당당하게 기어들어 온 게 아니겠는가.
"일단 티에라 가문은 귀족이 아니야. 음… 그렇지?"
[뭐야. 흥이 좀 식잖아.]
싸움은 언제나 재미있기에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세렌은 김빠진 소리를 냈다.
하벨에게 풍기는 불쾌함은 여전히 싫었지만, 저 주둥아리라면 조금은 다시 봤다.
[맞아. 티에라 가문은 귀족 가문이 아니야. 하지만 어떤 귀족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하물며 왕조차. 왜냐고?]
세렌은 실실 웃었다.
[다 위대한 우리 덕분이지. 유일한 정령사 가문. 그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아.]
하벨은 그렇게 좀도둑을 여전히 내려본 채로 확실히 못을 박았다.
"티에라 가문은 귀족 가문이 아니야."
좀도둑이 입을 달싹거리자 하벨은 주저 없이 말을 던졌다.
"입 열지 마. 몰랐다고 하기엔 우습잖아?"
하벨의 말은 좀도둑에게 남은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절망감이 드리우자 하벨은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명예라는 이름으로 널 풀어줄 이유도 없고 그 더러운 돈을 받지 않아도 티에라 가문은 돈이 많아. 그렇지?"
[그렇지 좀 그만해. 진짜 없어 보이잖아.]
세렌의 말은 살을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하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그렇지'는 자신이 물어봤지만, 두 번째 '그렇지'는 맹세코 하려던 말이 아니었다.
다 이 망할 입 때문인데.
[삐이?]
의문이 섞인 아라의 목소리에 하벨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이제 어떡할래?"
"사, 살려주십시오!"
"그래. 조금 더 살아볼래?"
하벨은 싱긋 웃었다.
"살고… 싶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
"압니다. 무조건 압니다!"
좀도둑은 필사적으로 쇠창살을 꽉 쥐며 하벨을 위로 바라보았다.
하벨 티에라.
정령사 가문의 막내아들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래. 내가 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자야."
달콤한 속삭임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었다.
룬델이 하벨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살려면 내놔야지."
하벨은 천천히 웃음기를 지워나갔고, 덩달아 좀도둑 역시 절망에 빠져갔다.
"무얼… 말입니까?"
"네 목숨."
꿀꺽.
좀도둑은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그래. 네가 이곳에 들어온 목적이자 도망치려고 준비한 가문의 인장 말이야."
귀족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인장 정도는 들고 와야지.
하벨의 눈이 휘었다.
* * *
[이제 됐지? 내 역할은 끝났어.]
세렌은 티에라 가문 영지 밖으로 하벨과 좀도둑을 이동시켰다.
그사이에 몇 번이나 잦은 이동이 있었는지, 속이 울렁거려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웠다.
토닥토닥.
"괜찮습니까?"
좀도둑이 하벨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건들지 마."
하벨은 자존심이 구겨지자 좀도둑에게 괜스레 화풀이하며 자리를 옮겨 그와 멀리 떨어졌다.
[이제 다시는 티에라 가문으로 오지 말고.]
세렌이 날개를 파닥이자 주변에 있던 나뭇잎이 모여 선이 만들어졌다.
[여기 너머에서 잘 살아.]
처음으로 세렌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하지만 하벨은 세렌의 말을 그냥 흘려듣기가 어려웠다.
"오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가게 도와달라며. 그래서 룬델 눈을 피해서 여기까지 저 짐짝도 들고 와줬잖아.]
하벨의 눈이 좀도둑에게 향했다.
좀도둑은 난데없는 하벨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었다.
세렌의 숨소리가 깊어졌다.
[됐어. 지금 좀 지쳐서 말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아. 안녕.]
"나중에 갈 거야. 잠은 집에서 자야지."
암.
편안한 잠자리를 두고 왜 밖에서 자겠는가.
[……?]
"얼마 전에 하벨 티에라가 오염된 눈에 뒹굴었다며?"
"예. 저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좀도둑이 하벨에게 슬쩍 다가와 대답했다.
왜 자신을 하벨 티에라라고 말하는 건지는 몰라 의문스러웠지만.
하벨 옆에 정령이 있는 건 알았다. 그건 당연했다. 하벨 티에라는 정령사 가문의 막내아들이니까.
하지만 보이지 않을 텐데.
'보이지 않아도 그냥 말을 하는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지.'
좀도둑은 하벨의 손짓에 또 뒤로 물러났다.
"저런 상황이니 당분간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막을 게 뻔하잖아, 세렌?"
하벨은 씩 웃었다.
하벨 티에라가 장난기도 많고 말투도 가볍고 평소에 잘 웃고 다녔다는 사실 이외에 아는 게 또 있었다.
그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런 소중한 아이가 다쳤으면 모름지기 부모는 아이를 보호할 테지.
하벨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이대로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겠다 싶어서 나가려고 했지. 오늘 기회가 이렇게 찾아왔고 덕분에 가출을 해봤어."
[가, 가출이라고? 가추울?]
넋이 나간 듯 세렌은 '가출'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꺼냈다.
"꼭 해보고 싶었거든. 하지만 물이 있는 곳은 전부 내 집이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지."
하벨은 안타까웠던 과거를 잠깐 떠올리다 곧 장난스레 세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늘 그대 덕에 내 이리 가출이라는 것도 해보고, 밖에도 나와봤으니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지.'
"고마워, 세렌. 네 덕에 편안하게 가출해볼 수 있었어."
오늘 처음으로 하벨의 가벼운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상대방의 화를 돋우기에 완벽했다.
[지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벌써 세렌의 목소리가 심상찮았다.
"위대한 정령인 너의 힘으로 내가 밖에 나왔잖아?"
하벨은 사실을 말했다.
세렌의 도움을 받아 티에라 가문 저택에서 밖으로 나온 일은 무조건 진실이었다.
"가주님이 아시면 곤란하겠어."
하벨은 일부러 룬델을 언급했다.
정령들 입에서 '룬델'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정령사와 달리 정령들이 적어도 눈치 한 번은 보는 존재가 바로 룬델이었다.
그리고 세렌은 정령들 사이에도 꽤 힘이 있는 정령인 듯했고.
무얼 노려야 할지는 눈에 훤했다.
"오! 우리 서로 비밀을 공유한 사이네?"
이 가출은 세렌 너와 내가 벌린 일이다.
너도 공범이야.
하벨은 뱀처럼 자연스럽게 세렌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 이, 이……!]
세렌은 화를 낼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어떻게 부르면 될까?"
하벨은 주변을 힐끔 바라보다 작은 웅덩이를 발로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에 대고 말하면 돼?"
[네가 진짜 싫어, 하벨! 싫다고!]
"아, 내 이름 불러줬네."
하벨이 눈웃음을 지었고, 세렌은 선의 형태로도 잘 보일 만큼 부들부들 떨었다.
[씨이!]
세렌은 하벨이 발로 가리켰던 웅덩이 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퐁당 소리도 없이 세렌은 사라졌다.
"세렌이 참 부끄러움이 많네. 아라야. 너는 저러면 안 돼. 나중에 말하게 되면 나를 꼬박꼬박 '대장'이라고 불러야 하고 말하는 도중에 저렇게 자리를 박차면 안 돼."
하벨은 인간들 사이에 들었던 단어 하나를 떠올리며 아라를 바라보았다.
조기교육.
아라에게는 그게 필요했다.
[삐이.]
아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아. 교육의 효과가 벌써 드러나네.'
하벨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좀도둑에게 시선을 돌렸다.
좀도둑은 금세 움찔거렸다.
"좀도둑."
"페, 페트리오입니다."
"좀도둑."
"예, 좀도둑입니다."
페트리오는 빠르게 체념했다.
"진짜 넌 암살자랑 관련 없어?"
"맹세코 없습니다."
"냄새를 기가 막히게 쫓는 이들은 알아?"
"아, 압니다!"
"또 뒤통수를 맞은 건 아니고?"
하벨이 헤실헤실 웃었다.
좀도둑이 티에라 가문으로 직접 온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 그의 절박함을 건드렸다.
―정화제… 제조법이 보관되어 있다고 그랬습니다.
정령이 만드는 정화제에게 제조법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좀도둑이 한 행동과 별개로 그의 절박함을 비웃고 싶진 않았다.
"아닙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비록 가세가 기울어졌으나, 저희 가문도 한때는 음지에서 제법 잘 나갔습니다."
"음지?"
"어……."
페트리오는 잠깐 망설였다.
하벨이 무서운 것과 별개로 그는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었다.
"뭐…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런 게 뭔데?"
자신을 바라보는 하벨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페트리오는 괜히 자신이 민망해졌다.
아이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 그러니까 일명 뒷세계라고 좀 못된 짓들을 몰래 하는 곳이 있습니다."
"오. 그러니까, 뒷골목?"
"뒷골목이요?"
"골목에서 돈을 뜯고 그러는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닌가?"
"…예. 맞습니다."
페트리오는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잘됐어."
하벨은 기뻐하며 속으로 외쳤다.
'열려라.'
허공에 하벨의 손이 쑥 빨려 들어가자 아라가 깜짝 놀랐다.
[삐이잇!]
하벨은 아라의 반응에 기뻐하며 실실 웃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카샬의 손이 허공에서 사라져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아공간 주머니를 열 수 있는 마법이 담긴 반지를 끼고 난 후에는 달랐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공간이 새롭게 나타나니 놀라움은 곧 신기함으로 뒤바뀌기에, 충분했다.
"저건 아, 아공간 주머니가 아닙니까! 그 비싼 걸 이렇게 대놓고 쓰시면 안 됩니다!"
페트리오는 놀란 눈으로 숲을 살폈다.
카샬 대신 들려오는 페트리오의 잔소리에 하벨은 기분이 묘했다.
용왕일 때도, 하벨의 몸에 들어와서도 잔소리는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왜인가? 카샬도, 아, 집사도 가지고 있던데."
"도적한테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엄청, 엄청 비싸고요! 저것만 있어도 빚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쓰읍."
하벨이 입으로 내는 소리에 페트리오는 얼른 눈에 깃든 욕망을 뗐다.
"아니,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 먹다 체하면 안 되잖아?"
"맞습니다. 감옥에 갇히니 눈앞이 다 캄캄한 게 지난 삶이 다 부질없이 느껴지던 차 도련님께서……."
하벨은 아공간에서 보따리에 싼 물건을 빼냈다.
암살자가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존재라는 걸 카샬에게 들었지만, 물조차 제 흔적을 남기는 마당에 암살자라고 별수 있겠는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 언젠가는 정체를 알 수 있겠지.
"받아. 이건 이제 네 목숨줄이나 마찬가지야."
보따리를 페트리오에게 던져둔 다음 하벨은 후드를 하나 꺼내 덮어쓴 뒤 방에서 하벨의 옷장을 뒤지다 발견한 가면 중 가장 낡은 가면을 썼다.
이제부터 그 뒷세계에 갈 텐데 얼굴은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게… 뭡니까?"
페트리오는 제법 묵직한 보따리의 무게에 하벨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날 습격한 암살자가 입고 있던 거의 모든 거라고 보면 돼.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좋아. 하나씩 시간을 두고, 여러 곳에 조사를 부탁해. 하지만 오늘은 처음이니까 견학 정도는 해야지."
하벨은 돈주머니를 페트리오에게 넘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머니를 보자 페트리오의 눈빛이 묘했다.
"일은 확실해야 탈이 없어. 슬프게도 내가 지금 부탁할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 아깝지만, 엄청 아깝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일단 넉넉하게 넣었어."
'아마도?'라고 하벨이 뒤이어 중얼거렸지만, 페트리오의 귀에는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천천히 따라갈 테니까, 먼저 움직여."
"…알겠습니다. 조심히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페트리오는 뒤늦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살짝 젖었다.
하지만 하벨은 우연히 뒤돌아서 본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후라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늘에 걸린 듯 거대한 면사포가 허공에 씌워져 있어 탄성과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치 수십 개로 이뤄진 날개와도 같지 않은가.
'이건 참… 놀라운데?'
익숙하되, 낯선 광경에 하벨은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면사포를 닮은 저 힘은 정령들의 가호와 함께 오염된 물을 거르는 거름망 역할까지 담당했다.
즉, 면사포의 힘이 닿는 곳까지가 티에라 가문이 소유한 영토란 뜻이었다.
'나는 진짜로 다른 세상에 왔구나.'
하벨은 비로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깔끔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잠깐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잔잔한 물결처럼 차분해졌다.
'…예쁘네.'
거대한 면사포는 바람을 따라 휘날리며 햇살에 비춰 반짝거렸다.
시간만 있다면 아무 곳에나 앉아 온종일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하벨은 손을 뻗으면 저 면사포가 닿을 만한 거리에 아쉬움을 뒤로하며 페트리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