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처형(1)
* * *
수십 개의 마법진이 그려진 하늘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움과는 반대로 땅바닥은 처참했다.
수십 개의 마법이 발동되고 이번에는 수백 개의 마법진이 쓰이려는 순간
아자젤이 등장했다. 순식간에 캐시와 제나의 틈에 파고들어 날아가는 마법을 검으로 베어냈다.
"멈춰."
아자젤의 한마디에 끝없는 마력의 움직임이 멈추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아자젤의 말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잠시 이성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본 제나와 캐시는 서로 두 눈을 마주치며 찔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는 정신이 있는 거니?"
아자젤의 어조는 조용조용했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아내는 그것처럼 느껴졌다.
"어…. 언니 그게 아니라….""죄송합니다. 아자젤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나와 캐시는 변명을 뱉어내지만, 알고 잘못했다는 것이 아자젤을 더 화나게 했다.
"그만!"
아자젤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희 둘 때문에……. 그분의 계획이 어그러졌어!."
아자젤이 이렇게 화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때는 1시간 전.
벨라레 영지의 비밀 지하도시이자 시크릿 클랜에 본부.
시크릿폴리스
"배신자가 나타났군."
시크릿 클랜의 클랜원.
블러드투스의 클랜 로드, 제국의 재무 관리자, 제국 청마탑의 주인, 제국 최고의 대장장이 클랜 로드, 크레데레 모험가 협회장, 헤이스트 상단주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들어온 암시장의 주인.
배신자가 나타났다. 범인은 뻔하디뻔하게도 가장 최근에 들어온 암시장의 주인이었다.
"배신자씨 안녕?"
"망할 년이…."
블러드투스의 클랜 로드 아델라는 자신의 밑에 깔린 자칭 암시장의 주인이라는 놈을 짓밟았다. 아델라가 암시장의 주인을 짓밟을 때 아델라의 옆에 집사복을 입은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아델라의 부관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클랜로드님?"
"이렇게 큰데 여태 안 들킨 것도 용하기는 해."
소속되어 있는 조직원도 자신 같은 클랜로드급이 아니면 이름조차 모르는 클랜이 시크릿 클랜이었다. 물론 아델라는 자신의 부관에게는 알려주었지만 말이다.
"일단 언더로드님께 연락해야지. 이 망할놈이 어디까지 정보를 흘렸나 알아봐야 하고."
빠드득.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발로 손을 친절히 짓이겨주는 아델라였다.
암시장의 주인인 남자는 침음을 한번 내더니 아델라를 향해 말했다.
"시크릿…. 클랜은…. 대단하지…. 하지만 그 클랜이 언제까지 철옹성을 유지할 것 같나? 제국을 상대할 수는 있을 것 같나? 로드라는 회의에 코빼기도 들어내지 않고 말이야…."
"뭐? 하하하하하."
남자의 말에 아델라는 깔깔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크기는 크지만, 범죄조직과 한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큰 법이야."
"너 정말 모르는구나?"
아델라는 싱긋 웃고 얼마 안 가 처벌될 그에게 언더로드인 아자젤과 통신구로 연결해주었다.
삐빅….
수정구가 연결되고는 아자젤의 고조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암시장의 주인이라 불리는 하딘…. 왜 배신한 거죠?"
"글쎄…. 내가 왜 배신했을까?"
놀리듯 아자젤에게 말하는 하딘이었지만 아자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럼 제가 맞춰 보도록 하죠. 엔튜스의 선물이라 불리는 꽃 이게 목적이 아닙니까?"
아자젤이 말을 이어나갈 때마다 하딘은 혼이 나갈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걸 어떻게…."
"당신이 시크릿 클랜에 충성했다면 그냥 얻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함정에 빠졌군요."
하딘에게는 딸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대로 병이 있었고 아주 희귀한 병이었을 뿐이었다.
"아쉽게도 충성심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군요."
아자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애초에 이건 무대였다. 여태껏 시크릿 클랜에 소속된 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쳤고 통과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하딘은 통과하지 못했다.
아자젤의 한 마디의 모든 것을 알아차린 하딘은 말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지?"
하딘의 말에 아자젤은 통신기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국 내부에 시크릿 클랜이 존재하고 소속된 인원으로는 블러드투스 클랜의 암제, 크레데레의 모험가 협회장, 미스틱 아카데미 학장이자 청마탑주, 마지막으로 마제스티 클랜 로드까지."
자신이 말했던 내용을 모두 입에 담은 언더로드의 이야기를 들은 하딘은 소름 돋았다.
"전부…. 한통속이었군요…. 하…. 하…. 제국의 관리인 그자도…. 어떻게든 인맥을 만든 그자도…. 전부…. 한통속이라…."
"그래 모든 것은 소용없었다는 뜻이었지."
아자젤의 담담한 말에 하딘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제 딸을…. 살려주세요."
하딘의 간절한 말이었지만 아자젤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아델라가 빵 터져버렸다.
"큭큭…. 참 웃기는 놈이야. 암시장의 주인이란 놈이 당연히 안 받아질 것이란 것은 알고 있겠지?"
"제발…. 제발…."
하딘은 아주 간절했다. 아자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넝마가 된 몸을 이끌고 무릎 꿇고 완전히 굴복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딘. 미안하지만 배신자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허용되지 않아요. 당신이 대가를 치르고 나서 곧 당신의 딸에게 갔던 엔튜스의 선물이 회수될 거에요."
엔튜스의 선물이 회수된다는 것은 하딘의 딸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궁지의 몰린 하딘은 아자젤을 물기로 결심했다.
"하…. 어차피 안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봐 언더로드. 아무리 시크릿 클랜이라도 제국 정보부는 점거하지 못했겠지."
"그래서요?"
"제국 관리인 그놈 말고도 만약을 대비해 정보부에 정보를 넘겼어. 너희들은 끝났어."
하딘의 자신만만한 말에도 아자젤은 평온했다.
"음…. 그런가요?"
너무나 평온한 아자젤의 태도에 되려 하딘이 겁을 먹어 아자젤에게 물어봤다.
"설마…. 진짜 정보부까지 점령했나?"
"아뇨 설마요. 정보부에 한 번 들어간 정보는 영원히 기록되죠. 없애는 방법은 정보부에 직접 가서 파기하는 수밖에 없죠."
아자젤의 말에 하딘은 안도했다.
"그래…. 정보부에 들어간 정보는 빠르면 2시간 내에 완전히 파기 불가능하게 박제되지…. 노리려면 2시간 이내에…. 설마 아무리 시크릿 클랜이라도 대낮에 황실을 습격하지는…."
하딘은 자신이 말하는 도중에 순간 안좋은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자젤은 부정하지 않았다.
"설마가 맞아요. 어쩔 수 없군요 하딘 때문에 일이 커져 버리고 말았네요. 정보부에서 정보를 파기할 수밖에는 없겠어요."
아자젤의 말은 대낮에 황실 정보부를 습격하겠다는 말이었다.
"미…. 미쳤군…. 황실 정보부를 습격해서 파기했다 쳐도…. 그 파장을 감당해야 할 텐데…."
하딘은 심연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그 파장은 하딘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이제 다시는 세상을 볼 수 없을 테고 설령 그러더라도 저희 클랜이 황궁을 덮으면 그만이니까요."
파장 따위 쉽게 덮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아자젤이었다. 이 말은 대낮에 황궁을 습격해도 덮을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리고 그 말은 황제를 죽여도 괜찮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딘은 자신이 건드리지 말 것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하하……. 하…. 하….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미친 듯이 웃는 하딘의 말을 마지막으로 들은 아자젤은 통신기를 향해 말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하딘, 다음에 볼 때는 처형장이겠네요. 데려가세요. 아델라."
아자젤의 말을 들은 아델라는 손쉽게 하딘을 들고 떠났다. 아마 하딘이 다시는 빛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연락이 끝난 아자젤은 통신구를 캐시한테 연결했다.
삐빅….
"안 받아?"
아자젤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들었다.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적이 없던 캐시였기에 놀라움이 들었다.
몇 번을 연락해도 받지 않은 캐시를 보고 결국 아자젤은 캐시에게 연락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쩔 수 없군요."
아무리 시크릿 클랜이지만 그래도 황실 정보부를 습격하고 정보를 파기하는 것은 꽤 위험부담이 있는 행위였다.
물론 황실 정보부를 습격할 때 이미 시크릿 클랜에 영향에 놓인 근위대와 수도 방위병력은 눈을 돌릴 테지만 큰 소란 없이 끝내고 싶은 시크릿 클랜 입장에서는 주위에 주의가 필요했다.
그 때문에 아자젤이 캐시의 능력을 사용해 추가 병력을 보충하려고 했다. 하지만 캐시가 부재중이니 어쩔 수 없이 수도에 배치된 병력만을 사용해야 했다.
아자젤은 하는 수 없이 특무부서장에게 연락했다.
삐빅….
"언더로드님이십니까? 지금 큰일 났습니다!"
용건을 말하려던 아자젤이지만 특무부서장이 아자젤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 무슨 일인가요?"
"지금…. 아카데미에 테러가 났고 제 지휘병력인 근위대를 제국 7성인 무성이…. 데리고 아카데미로…."
이 말을 들은 아자젤은 생각했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구나.
아카데미 테러와 무성이라는 변수가 나타남은 제국 정보부의 정보를 1시간 내로 파기하려는 아자젤의 처지에서 매우 큰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