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용사패티(4)
* * *
안드레아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상태보다 2배는 강해졌다.
겨우 2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속도 체력 힘 여러 방면에서 2배나 강해졌다는 것은 예전보다 수십 배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안드레아는 전력을 다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용사로 선택되고 많은 사람이 안드레아의 파티로 들어가기를 원했기에 안드레아는 그 사람들의 실력을 테스트했다.
당연히 전부 쭉정이뿐이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당연히 안드레아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을까? 전력으로 싸워도 모자란 상대를 향해 힘을 빼고 검을 휘둘렀다.
안드레아의 돌진은 힘을 빼도 매우 빨랐다. 힘을 뺀다고 한들 속도는 그대로였다.
질퍽!.
하지만 발밑에 무언가 끈적이는 느낌이 들고나서 속도가 점차적으로 줄어들었다.
'어라?'
자신을 제인이라 소개한 여인의 앞에 도달할 때에 결국 그의 속도는 걷는 것만 못하게 변했다.
'무거워….'
마력이 너무 무거웠다. 안드레아는 자신보다 마력의 질이 높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
막연히 유다라면 자신보다 마력의 질이 우수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마력의 질이 용사인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자신과 검을 부딪치는 사람들이 왜 땀을 뻘뻘 흘리는지.
평소에 몸이 좋은 애들도 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행동이 느려지는지 깨달았다.
마력의 질이란 그런 것이다. 상대보다 압도적인 마력으로 극복할 게 아니면 계속해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마력의 농도 차이였다.
마력의 질은 마법사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상대방과 마력의 차이가 나버리면 말 그대로 그 사람이 대기에 쓸 수 있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마력의 질 차이가 나는 것은 대기의 마력에 주도권이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그리고 마력의 주도권이 없다는 뜻은 전투에 주도권이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나보다 강하다…!'
안드레아가 자신보다 강한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자신의 발이 그림자의 진창에 빠져 지면보다 아래로 들어갔을 때였다.
"으아아아악!"
기합을 지르며 소리친다. 하지만 별다른 수용이 없었다. 이미 안드레아는 전투의 주도권을 잃은 지 오래였다.
나는…. 용산데…. 전설에 나오는 용사인데…. 이렇게 또다시 진다고?
유다에게 지고 이제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던 제인이라는 사람에게 진다.
세상에 강자는 널리고 널렸는데 왜 자신에게 용사라는 임무를 왜 내려주었는지 이제는 모를 것 같았다.
유다 한 명 정도는 정말 특이 사례로 자신의 나이대에서 강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도 은연중에 안드레아는 자신의 나이대에서 제일 강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녔다.
제인 소녀의 티를 겨우 벗어난 얼굴. 자신과 나이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안드레아의 자존심은 땅바닥으로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만약 제인이라는 여자가 나이가 들었다면 안드레아는 그녀에게 패배한 이후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인 후 가르침을 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안드레아는 이제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고요하던 안드레아의 생각에 파문을 일으켰다.
'내가 진짜 과연 용사일까?'
"뭐 하세요 용사님?"
끝없는 자괴감의 구렁텅이에 빠질 무렵에 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전투 중이었지.'
지금은 용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 성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당신은 제="" 용사님인걸요=""/>
'그래 이게 중요한 거야.'
안드레아는 수만 번 휘둘렀던 검의 자세를 잡고 그대로 진창 안에 검을 쑤셔 넣고 마력으로 터트렸다.
설령 패배한다고 한들 어떤가? 패배는 성장의 좋은 제물이 될 것이고 이제 그녀는 자신의 동료가 될 텐데.
그리고 패배한들 용사는 그런 것을 딛고 일어설 것이다.
검을 양손으로 꾹 잡고 검의 사거리 안에 있는 제인을 향해 휘둘렀다.
신성력과 마력 모든 힘을 검에 담아 휘두른 검은 파열적인 굉음을 내뿜었다.
"간다아앗!"
안드레아가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지쳐서 그런 건가?'
안드레아가 자신의 팔을 슬쩍 보자 그곳에는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의 팔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림자술사! 언제 내 그림자를!'
안드레아는 그림자술사에 대해 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잘 들어라="" 사람의="" 그림자를="" 추출하는="" 정도의="" 그림자술사를="" 만난다면="" 도망치거라=""/>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안드레아는 자신의 그림자에 묶여 탈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지면에서 튀어나오는 다른 그림자에 의해 사지가 봉쇄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안드레아에게 제인은 코 앞거리까지 다가와서 물었다.
"합격인가요 용사님?"
안드레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내기는 내가 이겼지? 보고 있었으니 말이야."
제나는 용사파티에 가입된 뒤 바로 캐시를 찾아갔다. 그리고 캐시는 그런 제나의 태도에 항의했다.
"계약 위반입니다!"
"무슨 소리를 애초에 내기는 내가 용사파티에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였어."
캐시는 이마의 십자 마크가 박혀있는 대신 제나는 침착한 게 요점이었다.
"제나님. 용사파티에 들어가는 게 내기가 아니라 유다님의 허락을 맡고 들어가는 게 내기였습니다!"
"그래서 뭐? 결국, 결과는 같잖아?"
제나는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말했고 캐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렇게 할 거면 누가 용사파티에 못 들어갑니까!"
캐시는 제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화내보고 달래보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실제로 제나는 자신의 사진첩을 잃기 싫기 때문에 어떤 논리도 제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어쨌든 목표는 달성했잖아? 그럼 내가 이긴 거지."
제나와 캐시 둘 다 상대방이 건 보물에 탐욕만 들어낼 뿐 일체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었다.
"하아…. 당신의 패배입니다. 어서 빨리 유다님의 사진집이니 주시죠."
이제는 존댓말까지 버린 캐시였다.
"뭐? 네가 컬렉션을 줘야지!"
느긋하게 있던 제나도 벌떡 일어나 캐시와 대치했다.
빠드득….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났고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카데미 아주 끝쪽에 있는 별관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무력으로라도 가져가야겠습니다."
"바라던 바야."
제나는 아공간을 사용한 것인지 제나의 앞에는 관 하나와 푸르게 빛나는 2m 높이에 사각 블록이 떨어졌다.
그렇게 전투준비를 순식간에 맞춘 둘은 눈빛을 교환했다.
"주제를 모르고 날뛴 망아지를 교육해드리죠."
"나와 유다가 교접하는 모습만 평생 지켜보라고 썩을년아."
캐시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공간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무슨 마력이…."
캐시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제나의 너무나 많은 마력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안되지 안돼!"
가볍게 캐시의 주도권을 끊임없는 마력공급으로 찍어 누르고서는 캐시를 향해 도발적인 손짓을 취했다.
제나의 옆에 세워져 있는 푸른 사각형 기둥은 통짜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기둥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마력이 없던 것 아닌가?"
캐시의 의문에 제나가 놀리듯이 답했다.
"당황했어? 짜잔 여길 봐 이거 마정석 함유량 100% 기둥이다? 무려 성 하나 가격이라고."
말 그대로 성 하나의 가격인 마정석 기둥이었다. 이 마정석은 테낙스 가문의 마정석 광산에서 노예들을 쥐어짜내고 테낙스 가문의 첨단기술로 만들어낸 물건이었다. 미정석 기둥은 제나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마력을 공급해주는 장치였다.
'불리하군요.'
마정석이 아닐까? 하고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충격적이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마정석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캐시가 공간으로 저 마정석을 날려버리러 작정해도 마정석에 새겨진 빛나는 문자가 뭔지 모르게 그녀의 공간 간섭을 막고 있었다.
"준비를 많이 했네요…."
"그럼 유다에게 썩을년을 떼어내기 위한 결전 병기라고."
캐시는 생각했다. 상황은 불리하지만 못 이길 것도 아니라고.
왜 공간계 능력이 최강인 줄 아는가? 공격과 방어가 완벽하고 그밖에도 도주하면 절대 잡을 수 없고 아주 희귀해서 대처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마력만 바닥나면 제 승리입니다.'
캐시는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아마 1달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하고 추측했다.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제나가 마법으로 미친 듯이 폭격하고 캐시가 피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쾅! 쾅!
<학생들에게 안내해="" 드립니다.=""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격이…=""/>
미친 듯이 폭격이 쏟아지고 학생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당연히 둘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물러날 수 없었다.
만약 물러난다면 서로가 목숨만큼 아끼는 물건을 빼앗길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크레이터가 미친 듯이 패인 둘만의 전장에 누군가 개입했다.
"멈춰."
금발의 머리카락를 휘날리는 아자젤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