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61화 (61/79)

〈 61화 〉 아카데미 서바이벌(2)

* * *

"유다. 빨리와!"

안드레아가 저 멀리서 손짓하고 유다는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었다.

'숲 지형이어서 더 힘드네….'

하필이면 서바이벌의 장소가 숲이어서 이동하는 데에 체력이 많이 소비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벌레가 없다는 점일까.

'아무리 마법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세세하게 구현하지는 못했지.'

자세히 보면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서바이벌은 점수제도였다. 오래 생존할수록 점수를 획득했고 상대방을 탈락시켜 1할의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장소 곳곳에 숨겨져 있는 물건을 찾아 점수를 획득할 수도 있었다.

"헉…. 헉…. 안드레아…. 그냥 기다리면 되는거 아닐까? 그냥 다른 사람을 탈락시켜 점수를 얻는게 빠를 것 같은데."

유다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제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서 쉬자였다.

"유다! 그렇게 하다가는 1등을 빼앗길 수 있다고!"

유다는 편안히 버스를 받으려고 했지만…. 버스 기사가 손님을 굴리는 상황이랄까?

'지친다…. 지쳐….'

누누히 말했지만, 유다의 신체 능력은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유다의 옆에 있는 안드레아와는 비교 불가능하다는게 문제였다.

'그…. 그래도…. 주인공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보험을 들어놓은 느낌이랄까?

유다가 있던 체력을 마른걸레에 물을 짜내듯이 안드레아를 뒤따라갈 무렵 잘 뛰어가던 안드레아가 우뚝하고 멈춰 섰다.

"유다…. 저길 봐…."

안드레아는 당황했다. 안드레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칙칙한 검은 하늘이 보였다.

"허…. 아까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나?"

유다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하늘은 마치 자신이 만들어진 세계임을 증명하듯 깨끗한 푸른색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저 멀리 있던 안드레아는 어느새 유다의 옆에 도착했다.

"아카데미 측이 준비한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가상세계를 구현한 사람은 마성이다. 그녀가 결코 실수를 저질렀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기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지?'

하도 사건·사고의 휘말린 유다의 감은 기이하게 발달했었다. 유다는 자꾸만 불안 신호를 보내오는 감각을 무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긴급 탈출이 있으니…. 상관없을 거야."

"그렇겠지?"

안드레아는 해맑았다.

유다는 손에 비상 탈출주문서를 만지작거렸다. 이는 마성이 서바이벌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전부 1장씩 쥐여준 주문서였다.

효과는 간단하게 가상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괜찮을 거야.'

유다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

.

우드득….

마성은 자신에게 느껴지는 은은한 고통을 느끼며 짓이겨진 팔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음…?"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던 때에 마성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만든 가상세계의 권한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었다.

"갑자기?"

'그 녀석이 한 건가?'

루시는 자신과 잠시 교전했던 캐시를 떠올렸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간신히 탈출한 녀석이 이런 일을 벌일 여력 따위는 없어.'

이번 가상세계 탈취는 마성에게 매우 곤란했다. 본래라면 일말의 침입조차 허용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캐시와의 교전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었다.

"하…. 누군지는 몰라도…. 은밀하네."

마성은 마력을 간단하게 조작해 자신이 만든 세계를 다시 점유해가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마력의 실이 수 놓아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야.'

애초에 공간계열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그것도 마성의 수준까지 오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누구냐 너는….'

마성은 점유로 인한 탈취를 포기했다.

"예의를 차려서 노크했더니…. 어쩔 수 없네. 한번 힘으로 열어보지."

마법 제작자는 항상 백도어를 남겨둔다. 그리고 마성은 백도어를 발동시켰다. 덤으로 안배해둔 백신도 작동시켰다.

"부서져라."

아마 만들어진 세계에 거대한 충격이 갔겠지만, 마성의 우선순위는 권한의 재탈환이었다.

.

.

.

드드드드….

진동이 아까보다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유다였다.

그리고 유다의 앞에는 검은색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이건…."

유다가 평소 사용하는 무장이었다.

유다는 이것을 봄과 동시에 캐시가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유…. 유다! 저기를 봐!"

안드레아가 가리키는 장소에서는 검은색 물결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서바이벌이랄까 봐…. 저런 것들도 만들어 둔 건가?"

안드레아가 궁금해했지만, 유다는 점차 큰 불안을 느꼈다.

유다에게 온 검은색 상자가 있었기에 오히려 더 불안한 유다였다.

"안 되겠어. 안드레아 주문서를 사용­"

콰앙­!

유다가 말하는 순간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수많은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과 하얀색 갑옷을 입은 것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게…. 뭔…."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했다. 만약 이것을 의도했다면 찬사를 받을 터지만 아니라면 이건 크나큰 오류였다.

"유다. 주문서를 사용하자고?"

"어. 뭔가 기묘해."

"하지만 아티펙트가…."

"그런 건 하나 줄 테니까. 사용하자."

유다의 진지한 말에 안드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뭔가 이상하긴 해."

찌익­!

그렇게 유다와 안드레아는 주문서를 찢었다.

안드레아와 유다가 주문서를 찢은 순간 빛이 환하게 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

"뭐지?"

"어…. 어?"

아무래도 유다와 안드레아는 고립된듯싶었다.

"아니…. 여기에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으아아아아악!"

안드레아가 어이없음을 성토하기 시작했을 때 멀리서 비명이 들렸다.

"비명?"

"일단 가보자 유다!"

안드레아는 사람의 비명이 들린 장소에 뛰어갔고 유다도 뒤따라갔다.

유다와 안드레아가 본 장면은 한 학생이 창대에 찔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죽…. 죽은 건가?"

"아니. 자세히 봐봐 안드레아."

유다는 손짓했고 학생은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유다와 안드레아가 그 학생에게 다가가자 사람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파…. 아파…. 아파……."

귀환하지 못하는 주문서. 죽지 않는 사람. 원래라면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 죽는다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혼동마법이 걸린 상태로 현실에 몸으로 깨어났다.

참고로 혼동마법은 술에 강하게 취한 느낌을 줘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로 귀환이 막혔다면?'

가상세계의 죽음은 실제 죽음이 아니다. 게다가 정신마저 유지된다면….

'상대는 죽음에 이르려는 피해를 받아도 살고 고통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하…. 씨발…."

"유다?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한숨만 나오는 상황과는 별개로 딱히 해결책이 없었다. 그저 구조를 기다려야 할 뿐.

유다는 일단 검은 창대에 걸려있는 창을 뽑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땅에 눕혔다.

"일단 상처를 막아줘서 고통을 최대한 덜어보자."

다행히 여기는 가상세계여서 출혈 따위 신경 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유다와 안드레아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통을 덜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유다에 행동에 안드레아도 이제야 눈치챘는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우리 밖으로 못 나가는 거야?"

"걱정 마 안드레아. 마성이 이변을 눈치챌 때까지 안전하게 있으면 돼."

확신은 없었지만, 유다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구조를 기다리는 수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걸….'

잠깐 진짜 수가 없나?

가상세계에서도 작동되는 유다만의 원작책이 펼쳐졌다.

"아카데미 1학년 여름축제편."

원래 스토리에는 서바이벌 대신 가상 사냥시험이었다.

무작위로 세계에 만들어진 몬스터를 잡아 점수를 높이는 방식인 축제였다.

하지만 사람을 사냥해도 점수의 1할을 얻는 규칙이 있었고 마침 잘나가던 안드레아를 미워하는 무리가 이 타이밍을 노려 안드레아를 공격했다.

당연히 주인공의 승리. 적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다. 그렇게 끝나는 에피소드인 줄 알았지만…. 에피소드 마지막에 안드레아를 미워하던 무리의 수장 펜살 류리크가 창 모양의 신기한 무기를 꺼내 들고 왔다.

'그건 바로…. 페이탈 트리거라는 무기지.'

원작에서 마성의 독백으로 페이탈 트리거는 마성이 재미로 숨겨놓은 무기였다.

정확히 사냥대회는 1등이 10000점을 찍고 2등이 1000점을 찍고 2등이 1등을 사냥해도 점수역전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사냥대상이 점수를 1할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점수 차가 압도적이면 순위는 자동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변수가 보고 싶은 마성이 페이탈 트리거를 몰래 숨겨놓은 까닭이었다. 페이탈 트리거에 사망하게 되면 그 대상자는 완전탈락하게 된다.

원래 탈락할 때 가지고 있는 점수가 순위에 기록되지만 페이탈 트리거에 죽으면 아예 참가한 사실조차 없던게 되는 것이다.

그 내용에서 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원작에 나왔던 인물도 없고 축제내용이 완전 다르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안드레아! 페이탈 트리거를 찾아야 해!"

"뭐? 페이탈..?"

안드레아가 의문을 표했지만 유다는 빠르게 걸었다.

"창 모양이고 뭔가 수상한게 있으면 알려줘!"

그렇게 서바이벌 축제 장소를 뒤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 넓은 지역에서 그 녀석은 어떻게 찾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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