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47화 (47/79)

〈 47화 〉 가문을 위하여(2)

* * *

딩동~

수업시간 종이 울리고 유다는 그 종소리에 맞춰 책을 펼쳤다. 물론 수업에 관련된 책이 아니라 다른 책이었다.

유다가 이렇게 하는 이유도 아무도 유다를 제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유다의 누나인 아자젤도 유다의 반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해도 되는거 맞아? 게다가 언니는 지금.. 사도도 아닌데.."

제나가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자젤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 안되면 가문의 힘을 빌리지. 그렇지 않니 유다?"

유다도 그런 아자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누나 하고싶은거 다 해야지."

여태까지 아자젤 누나는 가문을 위해 헌신했다. 비록 공적인 자리인 사도이지만 알게 모르게 벨라레 가문의 편의를 봐준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매우 소중한 가족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었다.

'겨우 학년이 다르다고 같이 못있게 하는 것 따위는 무시해버리지.'

이럴때 쓰라고 있는 것이 귀족이란 신분이라고 유다는 생각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유다의 반을 맡은 교관은 출석을 불렀다.

"헨리? 헨리 어거스트? 없나?"

교관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느껴졌다.

'벌써부터 아카데미를 무단으로 빠지다니.'

아무리 황실의 권위가 추락했다 해도 너무 당당하게 빠지는 것은 유다라도 할 수 없었다.

유다라면 적당한 변명을 붙여 빠졌겠지만 헨리 어거스트는 아카데미의 지엄한 규칙을 어기고 있었다.

이는 곧 황실에 대적하는 바.

'쯧.. 황실 정보원이어서 상관없는건가. 아니면 무슨 사고가 난 건지 모르겠네.'

유다의 이러한 생각은 레이시가 헨리 어거스트에 대한 일을 유다에게 말해주는 것을 잊어버려 발생한 일이었다.

한편 레이시는 헨리 어거스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유다에게 정보를 알리지 못했다라는 낭패감이 들었다.

'그나저나.. 우리 헨리.. 결국 죽었나봐..'

노바가 자기가 혼자 처리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영 좋지 않을 꼴을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죽은 모양이었다.

아마 아카데미 뒷쪽 산을 살펴보면 썩고 있는 시체가 있을것 같았다.

'헨리의 명복을 빌어주자...'

쾅­!

레이시가 헨리의 명복을 빌고 있을 무렵 아자젤이 수업을 받고 있던 다울 벨라레의 멱살을 들었다.

'무슨 소리야!'

레이시가 소리가 난 진원지쪽으로 돌아보았을때 레이시의 반 안에 있는 사람이 전부 그쪽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화가 나있는 아자젤과 약간의 피를 흘리고 있는 다울 벨라레가 있었다.

'저 사람이.. 유다의 시촌이랬나...'

다울 벨라레는 아자젤이 멱살을 높게 들었기 때문에 발버둥치고 있었다.

"커윽.. 누님이라고 부른 것이 죄입니까.."

"죄?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내 동생은 2명밖에 없는데 너 같은 벌레가 끼어든다면 화가나지 않겠니?"

다울에 말에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아자젤의 태도는 누가봐도 무서웠다. 게다가 사도가 내뿜는 기세는 평범한 이들이 버티기 힘들었다.

"흐으으... 사도가 일반인을 박해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루스 교단에서도.."

"오늘 나는 사도가 아니다. 1주일간 사도직을 내려놓기로 해서 말이야."

아자젤의 폭탄발언은 교실을 뒤집어 놓앟고 유다는 머리가 아프다는듯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잘 들어라. 벨라레라고 했나? 너에게 가문 재판을 제안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아자젤은 다울 벨라레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끄악!"

뚜둑..

바닥으로 넘어진 다울의 몸이 어딘가 부셔진 느낌이 들었다.

.

.

.

수업이 시작되고 유다의 신경을 거슬리는 존재가 딱 한명있다면 그건 다울 벨라레였다.

다울 벨라레는 유다의 압박에도 꿋꿋하게 아자젤에게 접근했다.

"아자젤 사도님. 같은 벨라레의 일원으로써 누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다울이 아자젤에게 다가가자 아자젤의 안색이 대번에 안좋아졌다.

"예의를 차리는게 좋겠구나."

아자젤은 벨라레 가문의 영애였기에 절대로 부르지 말라는 뜻으로 돌려말했다.

하지만 그런 아자젤의 완곡한 거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울이라는 놈은 아자젤에게 계속 접근했다.

"에이.. 누님 너무 쌀쌀 맡으십니다."

다울의 말은 선을 넘는 행위였다. 보다 못한 유다가 나설려고 했지만, 아주 드물게 아자젤이 유다의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아자젤은 강한 완력을 이용해 다울 벨라레를 내리 꽂았다.

"닥쳐라. 기회주의자 같은 놈."

유다는 그토록 분노한 아자젤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다. 유다가 가문의 애착이 있었던 만큼. 아자젤 그녀도 가문의 애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커윽.. 누님이라고 부른 것이 죄입니까.."

"죄?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내 동생은 2명밖에 없는데 너 같은 벌레가 끼어든다면 화가나지 않겠니?"

아자젤의 기세가 교실을 점유했지만 유다쪽은 느껴지는 기세가 부드럽기 짝이없었다.

"흐으으... 사도가 일반인을 박해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루스 교단에서도.."

"오늘 나는 사도가 아니다. 1주일간 사도직을 내려놓기로 해서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지금 현재 아자젤의 상태는 그냥 벨라레 영애. 교단이랑 관련도 없는 사람이랑 마찬가지였다.

물론 1주일뒤면 복직될것은 자명했기에 말장난에 불과했지만, 명분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누님으로서는 사도가 아닐때 자유롭게 움직일 권한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저나...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돌면 골치 아플텐데..'

원래 소문이란 와전되는 것이다. 저 학생들중 생각 없는 이들은 아자젤이 사도직이 아니라는 것으로 소설을 써둘게 분명했다.

유다가 어떻게 처리해야 잘 처리했다고 얘기가 나올까 고민했지만 결국 아자젤이 쐐기를 박아버렸다.

"잘 들어라. 벨라레라고 했나? 너에게 가문 재판을 제안하겠다."

아자젤이 그렇게 말하며 다울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끔찍한 소리가 들렸으며 유다는 적어도 뼈한쪽이 부러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국에는 여러가지의 법이 적용되고 있었다. 일단 가장 상위에 적용되는 황제가 만든 법 황법과 황제의 칙령 그다음이 귀족들중에 자치권을 가진 변경백이나 공작들이 적용하는 영지법. 그냥 귀족들이 영지에 규칙을 적은 계율등등의 법이 많았다.

'가문 재판은 벨라레 가문이 만든 자치법이다.'

영지법의 특성상 적용되는 벨라레가문의 법은 같은 가문의 사람이나 영지의 사람에게 적용되었다.

가문 재판이란 가주는 할 수 없지만 그 밑의 일원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자신의 뜻을 알릴때 상대방한테 제안할 수 있는 결투방식이었다.

여기서 결투라고 하지만 실제로 결투하는 경우는 몇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보니 결투가 확실해.'

유다는 자신의 누나의 뜻에 감탄을 표했다. 가문 재판이란 가문의 일원한테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다울이 거절한다면 그는 가문의 일원을 거절하는 셈이되고 수락한다면 재판을 통해 그의 명분을 빼앗을수도 있었다.

유다도 여태까지 가문재판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가주라는 점하고 이사벨이 어렸고 아자젤이 공적인 자리에 있었기에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나는 바로 사도직위가 없을때를 노렸어.'

그 점이 유다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아마 깔끔하게 다울 벨라레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일이 쉽게 풀리다보니 유다의 감정이 미묘해졌다.

'만약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조숙하지 않았더라면 누나가 가주가 되었겠지...'

아자젤은 조직을 운영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유다가 조숙했고 아자젤의 직위가 사도이기에 가주직을 받을 수 없었기에 유다가 가주가 된 것이었다.

유다는 가주직에 욕심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가족만큼 소중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사벨이 나보다 뛰어나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동생한테 작위를 물려줄 것이었다.

유다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전생의 유다는 자신에게 남은 별명인 장의사에게만 집착했었다.

남들은 더럽다고 여기는 이름을 잃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자신의 직위이자 별명이고 텅 빈 유다를 상징하는 단어 '장의사'.

살인청부업자가 아니라 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했었다.

사람의 생명은 끈질겨 중상을 입어 쓰러진 사람들을 편히 보내주기도 하였다.

전생의 유다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역시 유다를 배신한 사람이었고 유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었다.

단지 유다를 어둠의 세계로 이끌어준 장의사라는 이름만 남았을뿐이다.

전생의 자신은 과연 무엇에 집착했던 것일까. 아마 남은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에 그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 단어를 빼면 시체인 전생의 자신과는 다르게 현생인 유다에게는 자신을 지탱하는 가문과 가족 그리고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고로 유다는 지금의 순간이 행복했다.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킨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계를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 해를 가한자는 1000배 10000배 돌려준다.

그것이 유다란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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