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4명의 전학생(2)
* * *
어렸을 때 자신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삼촌에게 물어보았더니 삼촌은 곧바로 내 입을 막으셨다.
내가 그 사람을 탐색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 근처에 자주 있으면 그 사람이 죽인 대상을 알 수 있었다.
"카일로스 삼촌. 안단테 류리크가 누구에요?"
카일로스 삼촌은 말하지 않았다. 단지 씁쓸하게 웃어보면서 클레아한테 말했을 뿐이다.
"클레아, 누구한테도 그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말하지 마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란군이 황실을 침범했다.
황제는 반란군을 잡아들이고 범인을 카일로스 대공으로 지목했다.
어린 날에 클레아 눈에는 카일로스 대공이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 악마같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바뀌었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는지 모른다. 능력의 발동조건은 그 상대의 근처에 오래 머물러야 하기에 까다로웠다.
클레아는 황제의 근처에 들락날락했고….
결국…. 황제가 죽인 사람 목록에서….
체시 프론티아. 자신의 여동생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추가로 체시의 궁인 그리고 알면 안 되는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다.
'카일로스 대공은 범인이 아니었어.'
'카일로스 대공이 범인이라면서요. 어째서 거짓말을 한 것이죠?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여러 욕설이 마구잡이로 목구멍을 타고 차올랐지만 차마 황제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클레아는 진실을 안 후에 비틀거리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불타는 황궁, 죽은 내 여동생, 친하게 지내던 삼촌의 사형장, 그리고 황제는 내 여동생을 죽였다는 사실.
.
.
.
"헉…. 헉…. 헉…."
또 이 꿈이다.
정말로 끔찍하다.
"아마…. 오늘이면 학장의 탐색이 끝나기에 꿈을 꾼 것이겠죠."
오늘은 클레아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청마탑주가 진술한 내용의 진실을 파악하고 유다가 말한 황실 정보부와 접선하게 해야 했다.
황녀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유다 벨라레…. 황실 정보부는 생각보다 쓸데없답니다…."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황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능한 척하는 건지.
클레아는 익숙하게 자신의 몸을 씻고 옷을 차려입었다.
매일 아침에 같이 식사를 하자고 유다의 방문 앞으로 향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이아몬드 관을 벗어나고 교직원 구역을 벗어나고 나서야 학장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클레아 프론티아입니다."
"크…. 클레아 양인가?"
문은 쉽게 열렸다. 황실의 몇 안 되는 축복은 써먹기 용이했다.
황녀는 안으로 들어갔고 학장을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래서 황녀님은 무슨 이야기를 하러 오셨습니까?"
학장이 존칭으로 묻자 클레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학장님. 여기는 아카데미입니다. 부디 저를 편하게 학생으로 대해주세요."
"그렇군요. 클레아양. 그런데 최근에 많이 방문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학장이 예리한 눈초리를 치켜세운 채 클레아에게 물어보았다. 황녀는 최근 학장을 알아보기 위해 누가 봐도 수상할 정도로 과도하게 방문한 감이 있지 않아 없었다.
물론 황녀의 능력에 대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 것일 거다. 황녀의 능력에 대해 안다면 그녀를 만나는 사람은 꺼림칙해 할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불편하기에….
10초…. 9초….
황녀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황녀는 그 틈에 맞추어 차를 들이마셨다.
"항상 차 맛이 좋네요. 학장님."
"오늘은 또 무슨 용건인가요. 저저번에는 테낙스가. 저번에는 유다 벨라레에 대한 행방. 이번은 과연 무슨 용건이시죠?"
학장이 죽인 존재들의 이름을 빨리 외운다.
'다행히도 학장이 오스틴 경을 죽였다는 내용은 뜨지 않아서 다행이야.'
오스틴 경이 살아있을 확률이 올라갔다.
'아직 1프로 이하라고 보고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황녀는 적당한 말로 둘러댄 뒤에야 학장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급함을 참을 수 없던 황녀는 뛰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괜찮습니까? 황녀님?"
유다가 걱정스레 황녀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여기…. 황실 정보부 접선. 방법 쓰여 있어요…."
빠르게 쪽지를 건네고 자신의 방으로 뛴다. 유다의 호감을 얻어야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진범을 알아내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더 컸다.
쿵!
머리를 비우고 뛰느라 사람과 부딪혀버렸다. 그래서 클레아 황녀는 넘어져 버렸다.
"괜찮으세요? 황녀님?"
"네…. 괜찮아요. 레이시 양 도와줘서 고마워요."
황녀가 넘어지고 부딪힌 대상은 레이시였다.
"황녀님 상처가 났는데요? 치료를 받으심이…."
"괘…. 괜찮아요!"
황녀는 치료를 받으러 가자는 레이시의 요청을 극구 거절하고 자신의 방을 뛰었다.
황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단 한 줌조차 놓치기 싫었다. 이번 아카데미 습격 사태에 얼마나 무력했던가. 마치 예전에 자신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세력에 집중한 이유가 무엇인가. 썩어빠진 황실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진범과 관계가 확실시된 학장의 정보는 필수적이었다.
황녀는 무릎이 까진 상태로 피를 흩날리는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도착했다.
황녀의 모습은 광인에 가까웠고 눈동자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
.
.
레이시는 상태창이 무섭다.
처음에 상태창을 사용할 때는 다른 소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돌발퀘스트: 유다의="" 부탁을="" 들어주어라.="" 보상="" 호감도+3="" 벨라레의="" 선물="">]
아마 자신과 같은 세계에서 온 것이라 추측되는 유다. 하지만 상태창은 그런 유다의 호감도조차 보상으로 내걸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폭탄 목걸이를 걸어서 잘 보여야 하기는 하는데….'
레이시는 그래도 퀘스트인만큼 수행할 것이지만 자신의 감정조차 상태창에게 주물러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원작의 첩자들을 예의주시해야겠지."
아마 최근에 아카데미를 습격한 곳은 진리구제회일것이다.
'거기밖에 이곳을 습격할 조직이 없지.'
그래서 자신이 사도인 노바 크리시를 감시하고 싶었지만….
'사도라고 절대 쫄은게 아니야….
그래도 이왕이면 사도보다는 황실 정보부의 엘리트가 낫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벨라레 가문에도 사도가 하나 있었지.'
진리구제회처럼 사이비 종교에 짭사도가 아니라 대륙의 정식 교단에 찐사도였다.
'소설에서 묘사된 루스 교단의 사도의 힘은 대충 전 제국 7성에 검성정도 되려나…?'
물론 유다의 누님은 당연히 사도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 약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유다녀석 든든하겠네.'
'그래도 교단의 사도이기 때문에 사적인 일은 못 하겠지만….'
교단의 사도들은 믿음이 충실했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었다.
레이시가 생각하며 걷던 도중.
쾅!
황녀와 부딪혔다.
'망했다.'
"괜찮으세요? 황녀님?"
"네…. 괜찮아요. 레이시 양 도와줘서 고마워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퀘스트로 인해 쓸데없이 단단해진 몸뚱이로 인해 황녀만 상처 입었다는 점이었디.
"황녀님 상처가 났는데요? 치료를 받으심이…."
"괘…. 괜찮아요!"
황녀는 치료를 받으러 가자는 레이시의 요청을 극구 거절하고 자신의 방으로 뛰었다.
"뭐지…. 대체…."
쌩하고 달려가 버린 황녀에 대해 의구심을 느꼈지만, 마음속에 묻어버리려고 했다.
[에픽퀘스트: 아카데미 탐정놀이]
퀘스트가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첫 에픽퀘스트.'
.
.
.
"빨리!"
펜을 들고 종이에 미친 듯이 적어 내려갔다.
학장이 죽인 노아민 프릭스 안테 다니엘 케일릭 알렉산드로스.. 등등 끝없이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대략 1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황녀는 이제야 펜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황녀가 학장이 죽인 사람들을 쓴 순서는 최근을 기준으로 썼다.
"이반! 거기 있지!"
황녀는 자신의 충실한 수족 이반을 호출했다.
황녀의 능력은 이반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견제받지 않았다. 비록 고유능력이 없는 반푼이 황녀 취급을 받을 때도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그래서일까? 고위 대신들이 죽인 사람들을 알아내서 정보를 충실히 축적했다.
애초에 황녀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정보부는 은퇴한 황실 정보부 요원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렇기에 황녀가 축적한 정보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록 황녀의 수족 같은 정보부가 파멸했어도 예전에 쌓아둔 저력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반 나 좀 도와줘. 이걸로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진범을 알아낼 수도 있을 거야."
이반은 황녀의 말에 탑을 쌓고 있는 서류 뭉치를 내려놓았다.
"조금이라도 중요한 인물이면 거의 다 적혀있는 서류입니다. 여기에 30년 전 인물까지 있으니 대조해보도록 하죠."
"노아민 하워드…. 12년 전 마법 사고로 사망…."
"딱 봐도 청마탑주가 죽였군요."
"안테 그라드 기자 출신으로 3년 전 실종."
"안테 그라드는 3년전 벨라레 가문을 저격하는 기사를 내보냈지요."
"다니엘…."
"벨라레 가문을 고소했죠. 사고사로 죽었습니다."
"케일릭…."
"유다 벨라레에 관한 악행 적인 소문으로 귀족사회에 매장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화재사고로 명예롭게 시민을 구출하다 사망이라 적혀있고요."
"알렉산드로…."
"귀족 출신으로 벨라레 가문의 후원을 빼돌리고 야반도주한 사람입니다."
"왜…. 벨라레 가문과…?"
"최근 3년 안에 살해한 대상의 70% 정도가 벨라레 가문과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유…. 유다가….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범인이 아닐 수도 있어…. 그냥 학장과 연관이 많을 뿐일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닐 수도 있지요."
아…. 머리가 너무 아팠다. 만약 유다가 범인이라면….
'아니야 아직 확정된 게 아니야….'
"이…. 일단 유다에게 능력을 사용해서…."
애써 현실을 부정하지만 클레아의 머릿속에서는 유다가 범인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나를 공격한 남자에게 아양을….'
"우욱…."
오늘은 최악의 날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