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38화 (38/79)

〈 38화 〉 4명의 전학생(1)

* * *

이제는 고인이 된 흉성 아리아나 윈터.

유다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다. 원작에서 아리아나 윈터는 겉으로는 제국 7성, 속으로는 진리구제회소속이지만 아리아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실제 원작에서도 괴롭혔다 도와주는 형식을 반복하고 나중에는 주인공의 조력자라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유다에게는 더 큰 고민이 있었다.

이미 원작은 비틀렸다. 하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오늘은 아카데미에 편입한 전학생들입니다."

교관의 뒤에는 전학생들이 줄줄이 나왔다.

첫 번째로 소개된 전학생은 루나 루돌핑거. 마성인 루시 루돌핑거의 양녀란다.

'하지만 루나 루돌핑거는 원작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지.'

이것도 나비효과의 영향으로 보이 골치가 아파졌다.

두 번째로 소개된 남성은 헨리 어거스트. 원작에서 황실 정보부 첩자로 나온 녀석이었다.

'일단 나비효과도 고려해야 하니.'

세 번째로 소개된 여성은 노바 크리시. 저 녀석 진리구제회의 사도다. 이번엔 나비효과 할 것 없이 어렸을 때부터 진리구제회 소속이었기에 100프로 첩자라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남성. 다울 벨라레.

저 녀석, 내 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방계도 아니고 저런 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유다는 마치 자신과 가족들의 성역이 침범당하는 불쾌감을 받았다.

'첩자건 뭐건…. 벨라레라는 성이 신경 쓰여….'

그렇게 다른 반은 한 명도 전학생이 가지 않았지만, A반에만 4명의 생겨났다.

그렇게 소개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쿡쿡….

레이시가 유다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는 유다의 귀에 속삭였다.

"야…. 야…. 큰일 났어. 저쪽 가서 얘기 좀 하자."

유다도 일단은 레이시의 의견도 궁금했기에 순순히 엉겨 붙는 제나를 내려두고 이동하려는 순간.

"안녕 유다?"

그 어떤 첩자보다도 보기 싫었던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다울이 유다의 앞을 막아섰다.

"다울…. 벨라레였나…."

"그래 맞아 유다. 아마 내가 너의 사촌일거야. 잘 부탁할게."

다울은 유다에게 손을 내밀었고 유다는 그런 다울에게 말했다.

"벨라레 가문이면 가문답게 가주에게 예의를 지켜라."

"잠깐 여기는 아카­"

"가자 레이시."

유다는 의도적으로 다울의 말을 무시하고 레이시를 끌고 갔다. 물론 반 아이들이 유다와 레이시를 보고 수근되겠지만 그건 유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아카데미 뒷편에 나왔다.

유다기 스크롤로 사일런스 필드를 찢자마자 레이시가 얘기해왔다.

"야. 어떻게 할 거냐?"

레이시의 말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있었다. 첩자에 대한 말일 수도 있고 벨라레 가문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었다.

"벨라레 가문의 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러니까 너는 되도록이면…. 진리구제회의 사도를 맡기는 버겁겠지?"

"그래 성장은 착실하게 하고 있는데…. 사도면 쪼금…. 그렇지…."

"그러면 황실정보부 소속인 얘만 수상한 게 없는지만 확인해 봐."

"그럼 너는?"

"내가 사도하고 벨라레 가문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지."

"그럼 마성의 양녀는?"

레이시의 말은 별생각 하지 않았던 내용을 관통했다. 확실히 원작에 나오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예측이 가지 않았다.

"흠…."

"유다 네가 곤란하다면 헨리라는 놈을 감시하는 도중 틈틈이 관찰해줄게."

레이시가 이렇게 도움 되는 말을 할 줄이야. 약간은 감동을 먹은 유다였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레이시와 유다의 대화는 그렇게 끝나게 되었다.

둘은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헐레벌떡 다시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다가 자리에 앉으니 옆에서 제나가 자꾸만 유다의 옆구리를 찔러댔다.

"유다…. 유다…. 레이시랑 뭐 했어?"

"그냥 얘기만 했어."

"무슨 얘기?"

"별것 아냐.“

죽은 눈으로 바라보는 제나의 말에 유다는 얼버무리며 제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야 그럴 것이 환생자와 빙의자의 대답이니 쉽게 알려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제나지만…. 이것까지 말하기에는 부담돼.'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는 아마 이야기해줄 수는 있겠지만, 제나를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기는 싫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한 수업이 시작되었고 유다는 평소대로 다른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제나는 그런 유다를 관찰했다.

.

.

.

딩~동

벨 소리와 함께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벌써 이렇게 지났나.'

유다는 소설책을 덮어두고 기지개를 주욱 폈다.

"유다! 유다!"

옆에서 이야기하는 제나도 사랑스러웠고 만족스러웠다. 갑자기 나타난 다울을 제외하면 말이다.

"제국의 방패를 뵙습니다."

무릎을 꿇고 하는 인사는 거창하고 딱딱 들어맞았다.

'딱히 잡을 흠은 없군.'

차라리 저 녀석이 얌전히 있었다면 그리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다는 벨라레란 이름의 성역이 저 녀석에 의해 더럽혀지는 기분을 받았다.

'단순히 미워하는 건…. 이성적인 일이 아닌데….'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벨라레란 이름을 사용하는 저 녀석에게 화가 났다.

"그래 다울 벨라레 용건이 뭐지?"

"그야. 제 권리를 정식으로 보전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래 어쩌면 느꼈을 불쾌감이 이런 것 때문일 수도 있었다.

벨라레 가문의 방계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왜냐면 유다가 작위를 승계받을 때 별말이 남지 않도록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방계를 빼고는 모조리 숙청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벨라레 가문은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고 엄청난 재산을 축적해둔 상태였다. 당연히 눈이 돌아갈 수밖에.

"네가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가 뭐지?"

"제 아버지께서 전 가주님의 이복형제셨고 제대로 된 상속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제대로 된 상속을 받고 싶습니다."

머리가 괜히 아파져 왔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말하면 쓱싹 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머리 좀 썼군.'

"가족관계 증명서가 존재하나?"

"네, 그렇습니다. 황실에 제출했습니다."

황실까지 나서면 골치 아파진다. 아마 황실이 나선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과거 벨라레 가문의 재산이 100이라 친다면 다울이 받을 재산이 20. 지금 벨라레 가문의 재산이 1000이라 친다면 다울에게 200이 돌아갈 것이 뻔했다.

'그 와중에 황실은 추가로 챙기겠지.'

정말로 정말로 골치 아파졌다.

유다가 과거에 좋지 못한 평판을 각오하고 권리를 포기한 이들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제외한 모두를 갈아버린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때 분명 전부 제거했을 텐데….'

유다가 그때 실수를 한 것일까?

'저 녀석이 진짜 사촌이든 아니든 상관없겠지.'

황실에서는 다울이 진짜 벨라레인지 가짜 벨라레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벨라레 가문이 가진 재산을 탐낼 뿐이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제국법으로 다울을 기소한다는 황실의 개입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황실에 제출한 증명서를 가짜로 만드는 일이었다.

'저 녀석의 자백이든. 벨라레 가문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뒤엎든 뭐든 해야겠어.'

다울이란 놈을 협박할 증거도 찾아봐야겠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시간이 흐르고 교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아카데미가 끝났다.

"캐시. 저 녀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정보 쪽은 캐시에게 맡긴다. 그보다 자신은 가문에 과거에 대한 서류를 요청해야 한다.

'빠르면 내일 받아볼 수 있겠지.'

"지금은 끈 떨어진 신세이지만…. 황녀도 써먹어야겠어."

.

.

.

아침이 밝고 황녀는 상쾌한 느낌을 받으며 일어났다.

"흐암…."

아카데미에는 시녀들을 주렁주렁 데려올 수 없었기에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기는 하지만 단장을 빼먹을 수는 없었다.

바로 유다 벨라레 때문이었다.

'최근 제나 테낙스랑 너무 사이가 좋아진 것 아닌가….'

유다 벨라레와 결혼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선택지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대한 좋은 사이를 구축하는 것이 황녀에겐 필수적이었다.

'어떻게든 황위를 위한 기회를 얻어야 해.'

지금은 1황자와 2황자가 세력을 겨루고 있었다.

1황자는 두카스 가문이 지지하고 2황자는 류리크 가문이 지지하고 있었기에 치열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어부지리를 노리면….'

황위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일단은 유다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겠지.'

유다는 자신의 신랑감으로서 딱 맞아떨어졌다. 무력은 전에 보았던 대로면 충분하고 머리도 논문을 보니 제법 잘 굴리는 것 같고 정보력은 자신에게 경고해줄 만큼 있고 외모도 잘생겼으니….

'물론 수상해 보이는 실눈은 좀 그렇지만….'

그것만 빼고는 전부 괜찮았다.

황녀는 준비하고 유다의 방문 앞으로 향했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어서 유다가 어디를 갔다 왔기에 호감을 쌓으려는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빨리빨리 눈도장을 찍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런 황녀의 노력이 통했을까?

"황녀님 부탁이 있습니다."

유다의 뒤에서 이를 가는 제나의 모습이 황녀에게 보여 큰 쾌감을 주었다.

'흣…. 역시 나를 선택할 줄 알았어요.'

제나 테낙스라고 했나? 역시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황녀는 유다가 어떤 부탁을 할지 생각하며 유다와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고백일까? 어쩌면 얼굴을 붉히며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서 달랠 수도….'

'너무 싸게 보이지도 말고…. 그리고 제나 테낙스는 정리하도록 하고…. 그래도 한 명쯤은 괜찮다고 관대하게 보이도록 할까?'

황녀는 망상 회로를 돌렸지만, 유다에게서 나온 말은.

"황녀님 황실정보부의 인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엣?“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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