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제가 블랙리스트라고요?(1)
* * *
인공위성과의 동기화를 끝마친 이후에 유다는 자신의 눈에 글자가 떠오르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망막에 새겨지는 건가? 하지만 내 눈은 실눈인데'
실눈임에도 불구하고 망막 위에 글자가 새겨진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게 아니면 단지 뇌가 망막에 새겨진다는 감각을 인식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소름 돋고 굉장한 기술력이다.
'반영구적으로 자가 수리를 해서 작동하는 위성이라….'
위성의 수명은 거의 무한이라 할 수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정보에는 위성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4가지 모드 그리고 레이저를 사용하고 난 뒤 충전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충전시간이랑 설명은 사용하기 전에 표시해 달란 말이야!'
우선 목표대상을 지정하는 모드였다. 일단은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그다음 아까 사용했듯이 레이저를 쏘는 능력이었다. 물론 사용하기 전에는 충전시간 같은 것을 알려주지 않아서 사기당했다. 충전시간은 4444일.
'아 3분 흘렀으니까 이제 4443일 23시간 57분 남았네.'
12년보다 2달 정도 더 걸리는 충전시간.
'지금으로부터 12년이면 이미 원작에서 마왕 강림하고 마계 열리고 끝날 시기인데, 다시 쓸 날이 올 수는 있을까?'
또르륵…. 어라 왜 땀이?
이게 뭔 능력인지 감도 안 잡힌다. 게다가 지금 쓰기에는 충전시간이 예측도 가지 않아 못쓰겠고, 아마 위기 상황 때 조커 카드로 쓰는게 좋은 거겠지.
마지막으로 진짜 진짜 모르겠다. 왜 하나같이 이상한 능력만 있는 건지….
'반영구적으로 작동한다고 했잖아! 이거 버그 아니냐고!'
시험해보기에는 깨진 문자도 섞여 있는 저것을 사용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해도 충전시간도 걱정되고.
아마 사용하는 시기는 모든 패를 전부 사용하고 죽음을 각오했을 때 사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유다는 황금의 도시로 가는 중에 충전시간이 전무한 락온기능을 사용하며 놀았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락온하면 마치 레이더에 고정된 것처럼 은색의 표시가 자신한테만 보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 의미로 락온 한 번 더!
잠깐 내려서 말들이 쉬는 사이에 마부의 빛나는 머리에 락온을 사용했다.
[경고!]
[너무 많은 관측 사용으로 인해 36번랜즈가 고장 났습니다. 자동으로 수리를 시작합니다. 남은 렌즈 잔고 6]
"어…?"
이거 반영구적 아니었냐? 락온 사용은 아무런 부담이 없어 보였는데?
게다가 렌즈의 남은 잔고라니?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앞에서 고대인 아저씨가 '반영구적이라고 했지 영구적이라고는 안 했잖아'를 말하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리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내가 4년 동안 개고생을 하며 얻은 간지나는 위성이 애물단지라니….
그…. 그래도 필살기 같은 느낌은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강렬한 현자 타임을 남기며 유다 일행은 황금의 도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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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도시 베아티
프론티아 제국 내에서 제일 큰 유흥도시.
유다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소설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곳에 전개대로라면 있을 거야.'
도시 성문 앞에 경비원은 유흥도시인 베아티에 맞지 않게 깐깐하고 철저했다.
'월급을 많이 주나 보네.'
확실히 이런 곳에 충성심이 있는 관리인이 있으면 여러 가지 문제와 치안에도 도움이 될 터.
자신이 만들 비밀 시크릿 조직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으흐흐흐.'
입꼬리가 통제되지 않았지만 누나의 올곧은 표정을 보니 진정되었다. 물론 성안으로 향하는 출입문은 자신이 벨라레 가문의 대자라는 표시를 보여주자 바로 프리패스 되었다.
사실 자세한 설정집도 아니고 소설만 보고서 어떻게 자신이 노리는 사람이 경매와 나왔냐 라는 것을 묻는다면.
팔락!
유다가 향하는 골목 쪽에서 포스터가 한 장 떨어졌다.
《마녀 섬 공략 완료! 특급 마녀 섬 노예를 이번 기회에!》라는 홍보를 마구잡이로 해대서 모를 수가 있어야지.
원래는 그녀의 과거만 짤막하게 나와 주인한테 학대받아 복수를 꿈꿨다는 설정이었고, 과거에 어디에 있는지 특정조차 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녀의 핏줄이라는 점. 그리고 과거의 팔렸다는 점에서 그녀의 위치를 이 경매장이라고 특정 지을 수 있었다.
"뭐…. 대충 총알은 넉넉하니 다른 것도 구입해 볼까?"
"총알이요? 머스킷에서 쓰는 물품 말입니까?"
여기는 아직 총이 구식 머스킷밖에 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내가 말한 총알이 여유 자금을 뜻하는 말임을 누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그런 말을 누나에게 전부 풀어서 이야기하기는 부담스럽기에 유다는 항상 하던 대로 이야기했다.
"그런게 있어. 내가 하라는 대로 만 해."
싱긋
웃음까지 곁들이면서 말했다.
그러더니 누나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는지 고개를 훽하고 돌리더니 콧김을 연심 뿜고서는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뭐…. 누나가 많이 긴장한 모양이네.'
"일단 갈 곳이 있어."
여기 온 이유는 2가지. 하나는 미래의 악당을 구입하기 위해서 하나는 자신의 영지의 시크릿 클랜의 정보를 얻어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지."
통칭 마담. 주인공에게 그럴듯한 정보를 주는 NPC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혼자서 정보를 수집하고 강자라는 점에서 영업 순위 1순위였다.
'마담이 원하는 것은 스타더스트.'
별의 먼지라고 불리는 약재 중 하나였다.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한 약재였다.
주인공도 스타더스트를 구한 다음에야 특급정보를 무더기로 받을 수 있었지.
하지만 자신은? 스타더스트로 계약서를 챙긴 후 공짜로 정보를 얻어 평생 부려먹을 생각이었다. 물론 주인공에게도 정보를 조금 던져주면서 말이다.
'뭐…. 주인공한테 부려 먹히느냐, 나한테 부려 먹히느냐 똑같겠지.'
주인공은 힘들게 스타더스트를 얻으러 갈 필요가 없어서 좋고 나는 정보를 얻어서 좋고 둘 다 윈윈이다.
외곽 쪽에 여인의 술집으로 찾아갔다.
'역시 정보를 얻는 데는 맨날 술집으로 가는 것도 클리셰이긴 하지.'
"뭐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유다는 책에 나온 대로 대사를 따라 했다.
"떨어진 눈물의 맹세로 부탁할게."
유다의 말을 끝으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그리고 단검이 유다가 인식하지 못하는 속도로 날아왔지만, 아자젤의 발검이 단검을 빠르게 쳐냈다.
"주군!“
'하하…. 누나…. 왜 갑자기 주군이래. 그런데 씨발, 나 죽을뻔한 건가?'
암호가 틀렸나? 뭐지?
일단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었지만 최대한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고 [위압감], [허장성세], [몰려드는심연의공포]를 발동시켰다.
장내가 순식간에 유다의 몸에서 나오는 중압감과 살수들의 살기와 누나의 기운 등이 섞이면서 무거워졌다.
살수들의 수는 많았지만, 누나는 루스 교단에 12사도 후보. 한마디로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이 없었다.
참고로 누나는 기사단장인 콘웰과 맞수를 겨루는 편이었다.
에이~ 생각보다 약하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국의 변경백의 기사단장은 웬만한 왕국의 기사단장급이랑 같다.
"누나 죽이지만 말아줘 봐."
"알겠습니다.“
순식간의 밝은 신성력의 참격이 하단을 크게 베어버렸고 살수들의 진형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그 와중에도 신음소리 안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살수는 맞는 모양이었다.
유다는 한층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유다의 모습에 살수들도 약간의 공포심을 가졌는지 유다의 능력의 효과로 등 뒤에 검은 오라는 더욱더 질척질척해졌다.
물론 아자젤은 그런 유다를 보고 멍하니 자기만의 생각에 빠졌지만 말이다.
뚜벅뚜벅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하세요."
'빙고, 마담이야.'
마담의 길쭉한 귀는 파들파들 떨렸다. 참고로 마담은 깐프다. 아니 아니 엘프다.
다행히 마담도 싸울 생각은 없는지 무해 하다는 손짓을 하면서 다가왔다.
"어떻게 저희가 새로 암호를 바꾼지 10분 만에 암호를 사용했죠?"
'음? 이 암호 고정 아니었어?'
유다의 얼굴의 의문의 기색이 펼쳐지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얕잡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블러핑을 하기로 했다.
"그래…. 우리쪽 애들이 유능해서 말이야."
마담은 그런 유다의 말에 주변을 휙휙하고 둘러봤다. 물론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있을 리가 없잖아….
"크읏…. 당신은 대체…."
마담이 당황스러워 하는게 느껴진다.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건가요."
유다는 당당하게 마담을 가리켰다.
"널 원해 아르티아."
당연히 이름도 원작에서 나왔던 내용이었다. 뭐 주인공의 노력에 감동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고.
아르티아라는 말이 유다의 입에서 나오자 아르티아의 눈이 순식간에 식고 유다에게 빠르게 단검을 휘둘렀다.
팅!
물론 그런 시도는 아자젤에 의해 무산되었다. 물론 유다는 빠른 단검의 속도를 인지하지 못해서 그냥 팅! 소리를 들은게 끝이었다.
"감히 주군께서 말씀하시는데…."
누나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르렁 대면서 아르티아의 목에다가 검을 가져다 댔다.
유다는 그런 아르티아의 귀에다가 대고 웃으면서 말했다.
"스타더스트 필요하지?"
"그건 또 어떻게? 하긴 제 이름을 알았다면야…. 그런 것쯤은…."
"그럼 내 부탁을 들어줄래?"
"제 선택권이 있나요?"
아르티아의 말에 유다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런 유다의 모습을 본 아르티아는
"윽…. 당신 진짜 수상해요."
'하긴 실눈에 실실 웃고 있는데 등 뒤에 검은 오라까지 있으니까 수상해 보일만 해.'
'잠깐…. 등 뒤에 오라…? 간지나잖아?'
갑자기 또 중2병의 기운이 넘실넘실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크큭...
물론 중2병이라도 할 일은 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아까 살수들을 부른 사과하고 단검을 휘두른 사과도 받고 시작해야겠지.
물론 젠틀하게 무례에 대해 말하고 사과를 받을 예정이었다.
"일단 꿇어."
앗…. 중2병에 잠식된 입이…. 크큭..
역시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였다. 절대로 내가 원해서 한 짓이 아니야!
유다는 중2병이 끝난 후에 중2병의 흑역사라 불릴 한 페이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