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제가 실눈이라고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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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의 몸은 참으로 불편하다.
보폭도 느리고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또 부모님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밤에는 일찍 자야 하고 여러 가지 등등등.
사실 나는 환생자이기 때문에 이미 성인의 생각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성인의 생각이라 칭하지만, 그들을 내 가족이라 인정하지 않았을 때 많은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속죄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강해져야겠지. 현재 10살이 내가 받는 훈련은 기초 검술과 기초 체력단련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검에 관해 재능이 평범했다. 그렇기에 가문의 검술을 배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기초만 다졌다.
마력에 대한 재능도 평범했다. 마력은 너무나 느린 속도로 쌓였기에 마나 유저가 되기에도 한참 남았고 마법사로의 길도 택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누나가 검에 관해 재능이 넘친다는 점? 그리고 여동생의 마력 재능이 뛰어나다는 점?
그렇게 상심한 나를 본 아버지가 토닥거리면서 원래 지배자들은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걸 잘하면 된단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대로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환생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몇 번 정도는 주인공에 대한 꿈을 꾸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연과 노력으로 강해진다.'
어쩌면 주인공의 파티에 낄 수도 있고 말이야. 세계를 구원한다.라, 얼마나 멋진 울림인가.
10살 유다에게는 7살인 여동생과 12살인 누나가 있었다.
12살인 누나 아자젤 벨라레 에게는 5살 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한다.'라고 누나를 속여 어두운 방 안에 가둬놓은 적이 있고 위협한 적이 많았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아주 미친 짓이었다.
그놈의 능력 테스트가 뭐라고, 과거에 누님이 울고불고 난리 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공포의 단계를 테스트하던 나는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5살의 나는 말 그대로 전생의 나와 다르게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경계를 해오고 그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망상도 했었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받게 된 이후에 가족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예전 생에는 운도 안 좋았고 밑바닥의 연속이었기에 오히려 행복한 삶에 적응하지 못했었다.
누나를 어두운 방에 가두고 괴롭힌 것은 무릎 꿇고 사과했지만 사과한 다음 날부터 누나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그것조차 나의 책임인 셈이었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멀쩡했지만 나와 있을 때는 광신도 같이 무서워진다.
결국, 책임을 져야겠지.
7살인 여동생 이사벨 벨라레 은 내가 누나에게 못 해준 만큼 사랑을 퍼부어주고 있었다. 물론 누나에게도 사랑을 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한테 어리광을 부리면서 잘 따른다.
어찌 보면 부모님보다 여동생과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까? 어쨌든 부모님보다 나를 많이 따르는 느낌이기는 했다.
"유다, 케로스 산에 도착했단다."
드디어 내가 노래를 부르고 조른 케로스산에 도착했다.
유다의 어머니인 캐서린은 유다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머니인 캐서린은 대단한 여성이었다. 무려 대상단 헤이스트의 창립을 도왔다더니…. 사실 개인 자산으로만 따지면 아버지보다 더한 부자일 것이다.
"유다. 조심하거라, 물론 기사단이 지켜줄 것이지만. 산은 조심하고도 조심해야 하는 장소이지.“
딱딱하지만 자상하게 말하는 사람은 유다의 아버지인 포르스 벨라레 변경백이었다.
유다는 그런 부모님의 말씀에 아주 기쁜 듯이 10살처럼 행동했다.
"네! 조심할게요! 이사벨 가자!"
"응!"
유다는 그렇게 말하며 이사벨과 아자젤 누나를 데리고 갔다
기사들은 그런 뛰어노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의 감시가 있기에 개별행동은 하기 힘들어…. 어떻게든 떼어 놓아야 하는데….'
"이사벨! 아자젤 누나! 우리 숨바꼭질하자!"
"오라버니! 누가 술래할 거야?"
"일단 이 숲을 어디까지 사용할 건지 정하자."
유다는 자신들을 호위하는 기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그러니까 지정해준 원을 바깥에 기사들을 배치하란 말씀입니까?"
기사단장 콘웰은 곤혹스러워했다.
"숨바꼭질인데 옆에 기사가 서 있으면 티가 난다고, 그리고 반경 안에서만 노니까 기사들이 원 주위를 지키고 있을 테니 안전에도 문제가 없어!"
"그렇긴 한데…."
콘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나….
유다는 자신에게 부여된 선천적 능력 [위압감]을 발동시켰다.
"이건 명령이야 콘웰."
압박하는 말투로 말하자 콘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갑자기 각이 선 자세로 변했다.
"알겠습니다. 소가주님."
평소엔 도련님으로 불러주다가 이렇게 말하면 자연스럽게 바뀌는 콘웰이었다.
콘웰이 다른 기사에게 명령을 내리러 가자 몇 명의 기사들이 쑥덕대는게 들려왔다.
"역시 도련님이야."
"확실히, 영지를 물려받고 나면 더더욱 대단해지겠지."
저택에 있는 사람들과 가신들은 유다에게 거는 관심이 컸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긴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연기를 한다. 해도 한때 성인이었던 유다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자연스럽게 성숙한 행동을 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나는 뛰어난 게 아니라 조숙할 뿐이라고.'
지금은 전생의 기억 때문에 누구 보다 뛰어나 보이지만 결국에는 무엇이든 천재에게 뒤처지고 말 것이었다.
유다는 기연이 있는 장소로 갈 수 있는 신기하게 생긴 바위를 숨바꼭질 장소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나서는 아자젤 누나에게 부탁했다.
"누나. 술래가 돼서 나를 한동안 찾지 말아줘."
"네엣…."
누나의 말투에는 한숨만 나왔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다행인 점은 사람들이 있을 때는 괜찮다는 점?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이사벨과 나는 숲속으로 흩어졌다.
유다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까 봐두었던 신기하게 생긴 바위로 다가갔다.
"여기가…. 기연이 있는 바위 쪽이 맞겠지…?"
유다는 푸른 창의 소설 내용을 계속 강박적으로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맞는데 이제, 어떻게 문을 열게 한담."
소설 속 내용에 보면 주인공을 추격하는 무리에서 도망치다가 갑자기 신비한 바위에 문이 열려 그리로 도망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다는 신비한 바위를 만져보기도 했고 차보기도 했다.
"젠장…. 시간이 얼마 없는데…."
유다는 바위를 살펴보다가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뒷걸음질 쳤다.
톡!
때마침 뒷걸음질을 쳤던 위치에 돌멩이가 있었고 넘어졌다.
위잉!
유다가 넘어진 동시에 신비한 바위가 뚜껑 열리듯이 바위가 열렸다.
"이런 경우는….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오! 이런 행운이! 사실 세계도 나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게 아닐까?"
유다는 열린 통로로 향해 뛰어갔다.
그곳에는 신비한 나무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챙기고 싶지만…."
과일 1개를 챙기면 저 나무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챙길 열매는…. 붉은 열매는 주인공의 것이니까 제외하고."
유다는 제일 좋아 보이는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열매를 골랐다. 마치 달빛이 반사되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열매였다.
"그럼 먹어볼까."
얌얌얌….
그냥 물맛 났다.
수박보다 당도가 없는 과일이지만 시원하기는 했다.
"무난한 맛이네."
"흠…. 효과는 뭘까…. 시력이 조금 좋아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설마 시력 좋아진 거로 끝이 아니겠지?
주인공이 먹었던 열매는 무려 부분적 부활이라는 능력까지 준 열매였는데. 같은 나무에서 나온 열매가 쓸모없을 리가 없잖아?
"나중에 누나하고 이사벨한테도 먹여야겠어."
물론 빨간색 열매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유다는 재빨리 나무가 있었던 공동을 탈출하고 신비한 바위가 있는 곳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미 사건은 터져 버렸다. 타임 리미트는 지났고 부모님과 기사들이 엄청 심각하게 유다를 찾고 있었다.
"유다! 어디 있니!"
아무래도 시간이 꽤 지체된 모양이었다. 아마 기사들과 기사단장인 콘웰도 엄청나게 깨지겠지. 미안해요. 콘웰씨.
"저 여기 있어요!"
일이 커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젠장 가족에게 예전에 포크를 날린 뒤로 오랜만에 혼나보겠네….
화내는 엄마는 진짜 무서운데 말이야.
혼나는 것을 각오하고 돌아가니 엄마는 일단 유다를 꽉 안아주었다.
"유다…. 어디 갔었니…. 흑…."
엄마의 눈은 눈물로 글썽거렸다. 괜스레 마음이 아파져 왔다. 자신이 환생한 뒤 얻은 가장 뛰어난 보물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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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있고 난 뒤 며칠이 흘렀다. 유다는 엄청나게 혼나고 며칠간에 귀족의 소양이라는 1000페이지 책을 필사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열매를 먹었는데 달라진 게 없네….'
유다는 열심히 필사하는 자신의 옆에 있는 소꿉친구인 제나한테 물어보았다.
"제나, 나 달라진 거 없어?"
"뭐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외향적으로 말이야."
제나는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저번 달보다 키가 2.6cm 큰 거? 머리카락이 일주일 전보다 자란 거? 팔에 나뭇가지가 스친 자국이 생긴 거? 눈이 0.3mm 줄어든 거? 그리고 뺨에 솜털이"
"그만."
"눈이 줄어들었다고?"
"정확히는 줄어들기보다는 조금 감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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