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학생회 회의 n회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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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니콜라스 왕자에 발언에는 당연하게도,
“뭐라고요?!”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형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다.”
“싫어요!”
“안 돼요.”
“그건 곤란하네요.”
다른 여섯 사람의 반대와 질타가 이어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그네스가 나와 결혼하면 알렉산드로스 왕국의 왕비가 된다.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권력과 모든 명예를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이 아그네스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뭐지?”
“형님은, 영애님을 너무 단순한 여자로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뭐?”
“어차피 권력이나 명예 같은 것은, 일정 정도 이상만 되면 그 이상의 행복을 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형님께서 국왕이 되신다면, 바쁜 국무를 보시느라 영애님을 외롭게 만드시겠죠. 후궁이나 첩이라도 들이신다면 더 가세될 테고요.”
“난 아그네스 이외의 다른 여자를 들일 생각은 없다.”
“그걸 제쳐두고라도, 영애님을 외롭게 만들 거란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럼 넌 아그네스가 평생 외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냐?”
“당연합니다, 형님.”
파노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많은 귀족 부인들이 결혼 이후 우울해지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가족이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깥 일로 바쁜 남편은 가정에 소홀하고, 시녀들은 마냥 행복해 보이는 자신의 외로움을 공감하지 못하니까요.
하물며 첫 아이로 딸이라도 가지면 모를까, 아들이라면 가족 중에 자신의 이해자는 없이 고립된 존재가 되어버리지요. 그런 외로움이 쌓이면, 우울해지고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영애님의 취미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승마입니다. 이중에서 말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저 말고 계십니까? 자신의 배우자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교감만큼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없습니다.”
파노스가 완벽한 자신의 논리를 제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논리는 반박되었다.
“실례지만. 그 전제는 틀렸어요, 파노스 왕자.”
바로, 아리아나에 의해.
“아그네스 님은 물론 승마를 좋아하시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 가까워요. 아그네스 님이 진정으로 좋아하시는 것은, 맛있는 간식을 마음껏 드시는 거라고요!
제가 매주 구해드리는 다양한 간식을 드시다가, 조금 살이 찌신 나머지 운동 삼아서 시작하신 게 승마라고요! 결국 승마를 하신다는 행위는, 더 많은 맛있는 간식을 드시기 위해서 하는 것에 불과해요!
그리고 세계 각국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구해드리는 것은, 세이타리디스 후작 가문의 장녀인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요! 프레타리아에서도, 스타렌스에서도, 엘 마니아에서도 말이죠. 그 외에 바다 건너나 산맥을 통과하는 독자적인 무역 루트까지 있으니까요. 이건 돈이나 권력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유일한 시장은 저희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당신들한테는 절대로 안 팔 거니까요!
그리고 만약 너무 간식을 많이 드셔서 아그네스님이 포동포동해지더라도, 저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어요!”
아리아나 또한 자신만의 강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결국, 아리아나 양은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아닌 일으키는 쪽 아닙니까.”
제이스는 아리아나의 주장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건방진 남동생 군?”
“아그네스 누나에게 이것저것 간식을 실컷 먹이고 살찌우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아그네스 누나의 건강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지금까지 아그네스 누나의 문제를 가장 많이 해결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화상으로 인해 입은 아그네스 누나의 오른손에 난 상처를 치유한 것도, 매일 승마를 배우면서 생긴 생채기를 치료한 것도, 살이 찌는 것을 걱정하는 아그네스 누나가 마음 놓고 간식을 즐기시게 된 것도 모두 제가 만든 물약으로 해결했습니다.
앞으로 아그네스 누나가 겪으실 모든 문제도 제가 다 해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그네스 누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접니다.”
제이스도 지금까지 아그네스 누나의 기대에 부응한 전력이 있었기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박혀 있으시면서요?”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에리자 양.”
“맞아. 제이스는 맨날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데다가, 표정도 굳어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에리나 양은 절 비하하면 안 되시지 않습니까. 당신 머리카락 색을 바꾸는 염색약을 개발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건 고맙지만! 그래도 제이스가 아닌 건 아니야!”
에리나가 제이스에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어필했다.
“아그네스 언니와 가장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을 한 건, 나와 에리자라구! 매주 앙겔로풀로스에 올 때마다 아그네스 언니랑 같이 잠도 자고,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니까! 여자의 마음은커녕 감정 자체가 결여된 것 같은 제이스가 아그네스 언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어떤 사람이라도 24시간 내내 아그네스 언니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저와 에리나는 두 사람이니까, 아그네스 언니를 24시간 내내 즐겁게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사랑 또한 다른 사람들이 주시는 것의 두 배 이상이 되겠죠.”
에리자까지 가세해서 에리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반드시 24시간 내내 깨어 있을 필요는 없죠.”
에리나와 에리자 두 사람에게 반기를 내민 사람은, 엘렉트라였다.
“사랑과 봉사를 드리는 것은, 주인님께서 깨어 있는 시간만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시종 일을 하면서 적은 잠을 자는 것은 습관이 되어 있으니, 주인님이 주무신 후에 잠들고, 주인님이 일어나시기 전에 깨는 것이 가능합니다. 주인님의 생활 패턴은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저는 앞서 말한 여러분들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아까 파노스 왕자님께서 승마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보셨는데,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말을 관리할 시간이 없어 구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리아나 님께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간식을 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수백 수천 가지의 조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리아나 님께서 매주 한 가지의 새로운 간식을 구해오시는 동안, 저는 일주일 내내 일곱 가지 레시피로 주인님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엘렉트라에게, 니콜라스가 말했다.
“하지만, 결국 아그네스에게 빌붙어 살게 될 운명이잖아?”
“……네?”
“엘렉트라 영애가 가진 것으로는, 아그네스에게 명예도, 권력도, 물질도 채워줄 수 없으니까. 배우자라기보다는 기둥서방에 더 가깝겠네. 지금도 아그네스에게 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딱 맞군.”
“저는 주인님의 명령을 듣고 시종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 주인님께서 제가 돈을 벌기를 원하시면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벌어 봤자, 아그네스 앞으로 들어오는 화상 치료의 물약 저작권료의 반이라도 벌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
정곡을 찔린 엘렉트라는, 분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건방지고 뻔뻔한 나르시시스트 차기 국왕께서 부적합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네요.”
“의존증 편집증 집착녀는 적합하고?”
“지금 말 다 했어요?!”
“다 했을 리가 없지. 다 하려면 학생회실에서 적어도 무박 3일은 지내야 할 테니까.”
“이이익……!”
그 뒤로도 ‘영애들을 울리고 다니는 여자의 적 카사노바’ 나 ‘무감정 약물중독 목석인형’, ‘예의범절이 결여된 만년 꼬맹이’, ‘존재감도 귀염성도 없는 자매의 그림자’, ‘경제력도 자기주장도 없는 기생생물’ 같은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학생회실이었던 곳은 고성이 난무하는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마리가 학생회실 반경 30m에 공사 중 표지판을 걸어 놓지 않았더라면, 누군가가 분명히 이 현장을 발견했으리라.
“언제까지고 그렇게 싸우셔도 저는 상관없지만, 멈추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마리의 조용하고 묵직한 한 문장에, 분위기가 일순 조용해졌다.
“……왜?”
“그야 잠시 후면, 아그네스 님께서 여기 오실 테니까요.”
“““““““!!!!!!!”””””””
아그네스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모두의 손과 입이 그대로 멈추었다.
만약 아그네스가 이 현장을 목격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으니까.
아그네스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일곱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난장판이 된 학생회실을 서둘러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정리정돈이 끝나자마자, 얼마 후…….
“어……뭔가 방금 전까지 엄청 소란스러웠던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요? 오는 길에 공사 중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것과 관련된 것인가요?”
사건의 원흉이자,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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