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임신했습니다
* * *
뜻밖의 소식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아그네스 님, 제2 회의실로 오시길 바랍니다.”
아스토리아 기초학교의 마지막 학년이 끝나고, 내년 왕립학교의 입학을 기다리는 1월의 어느 날.
오늘은 제 옆에서 시중을 들어주고 있는 엘렉트라가 아닌, 오랜만에 마리가 직접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어머, 지금요?”
“네, 중요한 일이시랍니다.”
지금 시기에 생길 만한 중요한 이벤트가 뭘까요. 시기상으로 보면, 왕립학교에 입학하는 것과 관련된 이벤트일까요?
하지만 저는 이미 기초학교를 졸업했고, 왕립학교로 그대로 에스컬레이터 진학을 하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요.
……설마 그 반대로, 진학을 포기하라고 말씀하신다거나?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죠. 저희 부모님은 교육열도, 귀족 교양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이니까요. 왕립학교의 졸업장은 귀족 교양의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니까요.
“알겠어요, 마리. 엘렉트라, 테이블 위에 남은 다과는 알아서 정리하세요.”
“네, 주인님.”
엘렉트라에게 제 방의 뒷정리를 맡기고, 마리와 함께 제2 회의실로 향했습니다.
회의실에 도착하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이스까지 이미 와서 제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일단 제이스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가족 모두에 관한 회의일 테니, 진학 포기 같은 안건은 아니겠네요.
“아그네스 누나, 오셨습니까.”
제이스가 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사했고, 저도 가볍게 눈인사로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걸어오는 도중에도 몇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 봤지만, 도저히 그럴싸한 안건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문이 가득한 제가 질문을 드렸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답 대신 어쩐지 멋쩍은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어떡할까……당신이 말할래?”
“부끄러우니까, 렌드로 씨가 말씀해 주세요.”
“……그래.”
아버지, 렌드로 앙겔로풀로스께서는 조금 뜸을 들인 뒤 오늘의 안건을 꺼내셨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듣고 싶니?”
경험적으로 이런 것은 무조건 나쁜 소식을 먼저 듣는 것이 좋습니다.
“나쁜 소식은, 무엇인가요?”
“너희가 장래 물려받을 재산이, 조금 줄어들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재산이요?”
“그렇습니까.”
뭔가 영지 경영 중 사업이라도 실패하신 것일까요? 어느 정도의 사소한 일은 보통 아버지가 처리하시고, 저희에게까지 일일이 보고하시진 않을 텐데요.
설마, 가세가 기울 정도의 큰 손해라던가…….
“규모가……어느 정도였나요?”
“규모? 아아, 아마 3분의 1 정도겠지.”
“3분의 1…….”
집안 재산의 3분의 1이 날아갈 정도라면, 거의 주요 산업 아닌가요?
아버님께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집의 기둥을 지탱하는 사업이 망가진 것이라면 단순히 물려받을 재산이 줄어들었다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하고 있는 사용인에게 비용을 지급하거나, 영지에서 운영하는 여러 가지 정책 등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는, 앙겔로풀로스 가문의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떡하죠? 게임에서는 이런 돌발 이벤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이 만약 제가 게임에서 이것저것 휘젓고 다니다가 발생한 문제면 어떡하죠?
제가 모아 놓은 화상 치료의 물약으로 생긴 저금으로 도움이 될까요? 제이스도 물약을 판 저축이 있을 테니, 둘이 합치면 아슬아슬하게 해결이 될지도……. 물론 제이스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요.
“괘, 괜찮아요! 저도 저금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걸 사용하면 실패하신 사업도 충분히 복구할 수 있을 거예요!”
“응? 사업이라니, 무슨 말이니.”
“네?”
아버지께서는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신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버님. 혹시 좋은 소식과 관련이 된 이야기입니까.”
그 와중에 제이스가 무언가 감을 잡은 듯한 어투로,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감이 좋구나.”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좋은 소식’에 대해 전달하셨습니다.
“좋은 소식은, 너희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동생이요?”
“역시나 그렇습니까.”
잠시 얼이 빠진 저와는 다르게, 제이스는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그렇다면……어머니께서 회임하신 건가요?”
“맞아요, 아그네스.”
어머니께서는 살짝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회임한 지는 두 달 반 정도 되었어요. 확진을 받은 건 일주일 전이지만요.”
받을 재산이 줄어든다고 말씀하셨던 건, 그런 의미였네요.
동생이 생기면, 당연히 재산 분할에서 늘어난 식구만큼 줄기 마련이니까요.
“제이스는 어떻게 알았어요?”
“얼마 전부터 어머니께서 식사하실 때 표정이 매우 힘들어 보이셨고, 최근 몇 주 동안 왕진 의사가 방문했습니다.
아그네스 누나께서는 응접실에서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시느라 뵌 적이 없으시니, 충분히 모르실 수 있습니다.”
역시 관찰력이 좋은 제이스……아니, 이번 경우에는 역으로 제가 둔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일이니까요. 아그네스의 친동생 같은 건, 게임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어디서 굴러간 스노우볼이 어머니의 임신이 된 건지도 감이 안 잡히네요.
“매주 방문하는 에리나 양을 보고, 너희 어머니가 아이가 한 명 더 갖고 싶다고 그러더구나. 아그네스와 제이스는 둘 다 어려서부터 일찍 철이 들었으니까.”
확실히 에리나의 그 천진난만한 성격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긴 하니까요.
앗, 그럼 결국 부모님께서 임신하시기로 하신 이유는,
매주 정산 회의를 연 제가 원인이었나요…….
“축하드립니다, 어머님, 아버님. 저도 귀여운 동생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됩니다.”
“고마워요, 제이스.”
“저도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그네스도 고맙다.”
어쨌든 사업 실패가 아니라 어머니의 임신이라서 다행…….
“……!”
큰일이에요. 생각해 보니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요! 차라리 사업 실패가 훨씬 나을 뻔했어요.
“그럼 저와 누나는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이제 가도 좋다.”
저는 멍하니 정신을 놓은 채, 제이스의 손에 이끌려 회의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그네스 누나,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고민하는 모습이 티가 났던 건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제이스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불안해지잖아요. 어머니께서 회임하셨다고 하니까요.”
“가족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 아닙니까.”
“…….”
“아그네스 누나?”
……아무래도 제이스에게 부탁할 일이 생긴 것 같네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이지만요.
“제이스, 긴급회의에요. 30분 뒤 제 방으로 오도록 하세요.”
제이스는 정확히 30분 뒤,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긴급회의라니, 어떤 이유입니까.”
“일단 앉아주세요.”
제이스가 제 말을 듣고,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고, 엘렉트라가 제이스의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로즈마리 티를 따랐습니다.
“제이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것이지만, 출산에 도움이 되는 물약을 연구해줄 수 있나요?”
“출산 말입니까.”
제이스는 제 말을 듣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머님의 일 때문입니까?”
“맞아요.”
다소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출산하셨을 때의 일, 제이스는 들은 적이 없었죠?”
“네, 그렇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를 낳으실 때, 굉장히 난산이었다고 해요.
출산 진통이 시작된 무려 열 시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제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 뒤로도 어머니의 뱃속에서 제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되었다고 하니까요.
그 과정이 너무 괴로워서 어머니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신 것은 물론이고, 출혈도 엄청나게 많고 탈수 증세까지 겪으셨어요.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는 거죠.”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래서 이번 출산도 걱정돼요.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건 마찬가지예요…….”
이 세계에서 십 년이 넘게 저를 길러주신 어머니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제이스, 부탁드려요. 만약 어머니의 출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연구가 있으면, 우선 진행해 주면 안 될까요? 제이스의 연구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탁드릴 사람이 제이스밖에 없어요.
연구비는 제 모든 저금을 드릴게요. 용돈이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생활비도 전부요. 장래에 제가 물려받을 유산까지 드릴 수도 있어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주인님…….”
제이스의 오른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어머니가 임신을 결정하신 것은, 근본적으로는 제가 원인입니다. 그로 인해 어머니의 생명에 위험이 가해지면, 결국 그것은 제가 저지른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가 만든 원인으로 인해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저는…….
“아그네스 누나, 저에게 부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제이스는 제가 잡은 손을 왼손으로 감싸며 말해주었습니다.
“로렌나 님은 저에게도 어머님입니다. 아그네스 누나께서 부탁하지 않으셔도, 저는 제 어머님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입니다. 반드시 아그네스 누나께서 실망하지 않을 결과물을 낼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이스의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감사해요, 제이스! 제이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끌어안은 저의 등을, 제이스는 말없이 쓰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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