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평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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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단서라고는, 사전에 아그네스에게 들은 ‘퍼석퍼석하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라는 주관적인 맛 평가 하나뿐.
여섯 사람은 앞에 놓인 두 개의 쿠키 접시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대신, 최대한 긴장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만약 잘못 고르기라도 하면, 니콜라스 왕자에게서 역공이 날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저, 저는 분명히 잘 못 만든다고 사전에 말했으니까, 먹고 불만 말하기 없기에요!”
아그네스에게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저도 주인님과 요리한다는 생각에 긴장해서 조금 망쳤으니, 참작하고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엘렉트라가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평소 학생회의 다과는 대부분 엘렉트라가 준비했고, 그 맛에 불만을 가진 아무도 사람은 없었으니까.
만약 실제로 조금쯤은 망쳤다고 해도, 분명 티가 날 것이다.
첫 번째로, 이전에 한 번 먹어본 경험이 있었던 니콜라스가, 먼저 A 쿠키에 손을 뻗었다.
입안에 넣고, 몇 번을 씹자마자 니콜라스는 확신했다.
A 쿠키가 아그네스가 만든 쿠키라고.
“맛있네, 이쪽 쿠키.”
그리고 경험자인 니콜라스 왕자의 의견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쳤다.
모든 사람이 A 쿠키 쪽으로 손을 뻗었고, 각자 입에 넣은 후 한 마디씩의 의견을 꺼냈다.
“이거 맛있습니다, 영애님.”
“굉장히 가정적인 맛이 나네요.”
“담백하고, 건강한 맛입니다.”
“머, 먹을 만해요! 아그네스 언니!”
“에리나, 먹을 만하다는 건 칭찬이 아니야.”
각자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말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정적인 맛, 담백한 맛, 건강한 맛…….
즉,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는 해석이었다.
모든 사람이 잠정적으로 A 쿠키가 맛있, 아니, 아그네스가 만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B 쿠키를 입에 가져갔다.
“……?”
그리고 B 쿠키를 입에 넣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
B 쿠키도 A 쿠키와 마찬가지로, 맛이 없, 아니, 아그네스가 만든 것 같은 쿠키의 맛이 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섯 사람은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 엘렉트라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도 주인님과 요리한다는 생각에 긴장해서 조금 망쳤으니, 참작하고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엘렉트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이다.
아그네스의 요리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고, 대신 자신의 요리 실력을 아그네스만큼 낮추었다.
엘렉트라의 요리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니까.
여섯 사람은 잠정적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B 쿠키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이것도 맛있네.”
“이쪽도 맛있습니다, 영애님.”
“재미있는 식감을 갖고 있네요.”
“부드러워서 입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괘, 괜찮네요, 아그네스 언니!”
“에리나, 괜찮다는 음식에 붙이는 표현이 아니야.”
재미있는 식감, 부드럽다, 녹는다…….
조금 표현을 다르게 했을 뿐인, 퍼석퍼석한 식감이라는 뜻이었다.
아직 어느 쪽이 아리아나가 만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한쪽의 우위를 정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맛있었나요?”
긴장한 아그네스의 물음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파노스였다.
“저는 B 쿠키가 더 퍼석, 아니, 더 식감이 좋았기에, B 쿠키로 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아리아나가, 파노스 왕자에게 반박을 시작했다.
“무슨 소리인가요, 파노스 왕자? 당연히 A 쿠키가 더 심심한……순수한 재료의 맛이 나서 맛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리아나 양, B 쿠키가 더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무슨 말이야, 제이스! A 쿠키가 더 아그네스 언니가 만든 것 같은데!”
“에리나, 이건 아그네스 언니가 만든 쿠키를 찾는 게 아니잖아. ……저는 B 쿠키가 더 맛있다고 생각해요.”
“…….”
모두가 저마다의 스탠스를 취할 때, 오직 니콜라스 왕자만이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형님은 고르지 않으십니까?”
“니콜라스 왕자는 왜 아무 말이 없어요?”
“……내 생각에는,”
결국, 처음 생각대로 A 쿠키가 더 맛있다는 의견을 내기 직전,
“……!”
엘렉트라를 제외하면 평소 아그네스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니콜라스 왕자에게, 하나의 직감이 번뜩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그네스라면, 혹시…….
“……두 가지 다, 너무 맛있어서 고르기가 힘들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의견이 아닌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비겁하게 도망치시는 겁니까.”
“뭐에요! 저희한테는 맞춰보라고 해 놓고!”
“실망입니다, 니콜라스 왕자님.”
물론, 이런 공격들 또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예측했다. 그런데도 니콜라스 왕자는, 떠오른 자신의 감을 믿고 견해를 고수했다.
“미안하다. 둘 다 맛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 나는 기권하겠다.”
그렇게 니콜라스 왕자는, 부전패 선언을 했다.
“그럼 형님은 기권하시는 것으로 하고, 아리아나 영애와 에리나 영애가 A 쿠키, 저와 제이스, 에리자 영애가 B 쿠키입니까.”
“그렇게 되겠네요. ……솔직히, B 쿠키를 고르는 세 사람의 안목은 이해할 수 없지만요.”
아리아나의 그 말을 시작으로, 갑자기 서로를 헐뜯는 난전이 시작되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아리아나 양.”
“그렇잖아요. 누가 봐도 B 쿠키는 퍼석퍼석하기만 한데, 그걸 부드러운 식감이라고 포장하신 것 아닌가요, 제이스?”
“그 발언,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만약 B 쿠키가 아그네스의 것이냐면 어떡하겠냐는 속뜻을 포함한 말이었지만, 이미 A 쿠키가 아그네스의 것이라고 확신한 아리아나는 자세를 고수했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신이 없으신가 보죠?”
“아리아나 양이 고른 A 쿠키야말로, 가정적인 맛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아마추어가 만든 것 같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게 아닙니까.”
“뭐라고요?”
“제이스! 제이스야말로 B 쿠키가 더 맛있, 아니, 더 맛없……으으, 아무튼 인정해!”
“에리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A 쿠키는 너무 밋밋해.”
“에리자 영애의 말대로, A 쿠키는 디저트로 먹기에는 별로인 맛입니다. 아마 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과 비슷하겠죠.”
어느 쪽이 아그네스의 쿠키라고 밝혀지던, 반대편 그릇을 고른 쪽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뒷감당이 돌아오겠지만,
이미 불이 붙어버린 두 진형의 싸움은 전혀 식을 줄을 몰랐다.
그 난전의 와중에서 홀로 부전패를 선언한 니콜라스 왕자는 아그네스의 표정을 살폈고,
“…….”
아그네스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여, 여러분. 그럼 조속히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아그네스가 했던 작은 장난이, 이런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엘렉트라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과열되는 것, 특히 아그네스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엘렉트라가 서둘러서 결과 발표를 시작했다.
“““““…….”””””
배수의 진을 치고 물러날 곳이 없도록 싸운, 다섯 사람의 총칼 없는 전투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직전의 긴장감 속에서, 엘렉트라의 말이 이어졌다.
“두 개의 접시 모두, 아그네스 주인님께서 만드신 것입니다.”
결과는, 허무하게도 무승부였다.
엘렉트라의 쿠키와 맛이 비교되는 것이 두려웠던 아그네스가, 두 개의 접시 모두 자신이 구운 쿠키를 채워 넣은 것이었다.
아그네스가 낼 수 있는 두 가지 맛 중,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에 가까운 것을 A 접시에, ‘퍼석퍼석하다’에 가까운 것을 B 접시에.
그것이 설마, 더 괴로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아.”
“그렇다면…….”
“그건…….”
“……언니?”
“…….”
엘렉트라의 무승부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곧,
“퍼석퍼석하고, 아마추어가 만든 것 같은, 맛없고, 밋밋한, 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 같은 맛…….”
지금까지 반대쪽 진영에 했던 모든 비난이, 하나도 빠짐없이 아그네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 아니, 영애님, 그게 아니라…….”
“아니에요, 아그네스 님!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은……!”
“아그네스 누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 B 쿠키도 맛없다는 얘기는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렇다는……아니, 그것도 아니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다섯 사람이 아그네스에게 서둘러 변명과 사죄를 시작했다.
“괜찮아요. 지금 여러분은 제 주인님이니까요. 사용인의 일 처리가 조금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죠.”
지금의 아그네스는 사용인 복장을 하고 모두에게 봉사하는 처지였으니까, 주인님들의 냉혹한 평가에도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차라리 화를 내주십시오, 아그네스 영애님.”
“저, 그, 저, 아, 으…….”
“아그네스 누나, 제 본의가 아니라 분위기를 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A 쿠키가 상대적으로 더 맛없, 아니, 맛있……아, 아무튼 그게……!”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난장판이 된 분위기 속에서,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니콜라스만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릇에 남은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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