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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13화 (13/86)

〈 13화 〉 동생이 생겼습니다

* * *

아리아나가 방문한 날로부터 나흘 후, 일주일 전 가족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남동생 제이스 루바스가 우리 집에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스 루바스입니다.”

“환영한다, 제이스.”

“앙겔로풀로스에 온 걸 환영해요.”

“이쪽은 아버지인 렌드로, 어머니인 로렌나, 그리고 저는 누나인 아그네스예요.”

“렌드로 님, 로렌나 님, 아그네스 님.”

“너무 어려워할 필요 없다. 이제 가족이니까.”

“저도 어머니라는 느낌으로 편하게 대해 주세요.”

“저도 아그네스 누나라고 불러 주세요.”

“네…아버지, 어머니, 아그네스 누나.”

제이스가 아직은 어색한지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래도 똑똑한 아이라서 분위기 파악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여섯 살의 제이스는 루바스 가문 특유의 파란 머리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파란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모습이 지적으로 보이면서도 귀엽네요.

『사랑과 운명 ~아스토리아~』 본편에서는 병약 속성을 가진 귀여움 담당의 캐릭터입니다. 신분을 숨기고 ‘물약 상인’으로 활동할 때는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목소리도 야리야리해서 여자 캐릭터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 개성이 어린 모습에서도 제법 나타나고 있네요.

“아그네스, 제이스를 방으로 안내해 주겠니? 위치는 알고 있지?”

“당연하죠. 제이스, 제 손을 잡고 따라오세요.”

“네. 아그네스 누나.”

아! 아그네스 누나라는 울림에 기분이 좋네요. 전생에는 제 위로 오빠만 한 명 있어서 남동생이나 여동생에 대한 동경이 있었으니까요. 이렇게나마 이뤄진 것도 일종의 행운이겠죠.

제이스를 데리고 2층 계단을 올라가서 오른쪽 두 번째 방문을 열어서 보여주었습니다. 슈퍼싱글 크기 정도의 침대와 편지를 쓰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 옷장과 수납장이 있는 제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입니다.

“여기가 제이스가 쓸 방이에요.”

“감사합니다, 아그네스 누나. 괜찮으시면 저택 안내를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이스가 피곤하지 않다면 얼마든지요. 우선 방에 짐을 놓고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어 주세요. 저는 잠시 방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요.”

“네. 금방 끝내겠습니다.”

제이스가 방에 들어간 뒤 문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어디서부터 안내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1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습니다.

“준비됐습니다. 안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1층부터 하도록 하죠.”

“여기는 식당입니다. 하루 세 번의 식사는 모두 이곳에서 합니다. 바로 옆방은 주방이지만 칼이나 불이 위험하니까 되도록 혼자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세요.”

“칼이나 불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쓰고 싶으면 제가 아버지에게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주방에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외웠습니다.”

“여기는 응접실로, 다른 귀족이나 왕족 같은 손님이 오시면 맞이하는 공간입니다.”

“왕족도 이곳에 방문하십니까.”

“최근 이용자는 일곱 번 중 여섯 번이 니콜라스 알렉산드로스 제1 왕자님이십니다.”

한 번은 당연히 나흘 전 찾아온 아리아나고요.

“어째서입니까.”

“제 약혼자입니다.”

제이스가 제 얼굴을 올려다보고, 이해가 안 된 듯한 얼굴을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외웠습니다.”

“저도 제가 니콜라스 왕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 한 적 없습니다.”

“괜찮아요. 그런 것으로 화내지 않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사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정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기는 사용인들이 쓰는 휴게실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땐 여기에 오면 돼요.”

“아그네스 님. 그쪽 분은 누구십니까?”

집사장인 남자가 물었습니다. 아마 이름이 리처드였던가요.

“오늘부터 제 남동생인 제이스 앙겔로풀로스입니다. 다른 사용인들에게도 말씀해주세요.”

“오늘부터 오기로 하신 제이스 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집사장인 라이언입니다.”

“제이스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제이스가 여섯 살 답지 않은 예절로 인사하자 집사장이 제법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집사장의 이름이 리처드가 아니었단 사실을 알고 놀랐던 것은 무사히 넘어갔네요.

“여기는 제1 회의실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곳이 제2 회의실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1 회의실은 아버지가 영지의 관리인들이나 다른 귀족분들과의 회의할 때 사용하는 곳이고, 제2 회의실은 가족회의를 하는 곳입니다. 이후에 아버지나 어머니가 회의실로 호출하면 제2 회의실로 오면 됩니다.”

“굳이 나눈 이유가 있습니까.”

“조금…부끄러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머니랑 아버지께서 회의실에서 사랑을 나누셨다가……다음에 영지 관리인들과 회의하다가 어머니의 속옷이 발견되었다고…….”

“알겠습니다. 외웠습니다.”

“이건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2층은 주거 공간입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왼쪽에 있는 방들은 전부 사용인들의 숙소입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방은 제 방이고, 다른 방들은 누가 사용하십니까.”

“우선 세 번째 방은 제 전속 메이드인 마리가 쓰는 방입니다. 네 번째 방은 제 방이고, 다섯 번째 방은 집사장인 리…라이언이 쓰는 방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 방인 여섯 번째 방이 아버지 어머니가 쓰시는 방입니다.”

“만약 제게 전속 시종이 생긴다면 첫 번째 방이 숙소가 됩니까.”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제 방에 와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줄게요.”

제이스가 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분명 응접실에서 봤던 표정인데요.

“…….”

“죄송합니다. 못 미덥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정만 봐도 다 알아요…….”

“3층은 대부분이 수납공간입니다. 왼쪽 안쪽 방부터 창고, 금고, 어머님의 드레스룸, 서고입니다. 오른쪽은 안쪽 방부터 아버지의 드레스룸, 제이스의 드레스룸, 빈방, 그리고 제 드레스룸입니다.”

“제 드레스룸도 있습니까.”

“가족이니까 당연하죠. 가져온 짐 중에 옷이 있으면 드레스룸으로 옮겨달라고 나중에 집사분에게 부탁해주세요.”

“빈방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입니까. 아니면 용도를 예정하고 비워둔 곳입니까.”

“예정이 없고 비워둔 방입니다.”

제이스가 빈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빈방을 제가 사용하고 싶은 용도로 사용해도 됩니까.”

“어떤 용도로 사용할 건가요?”

물어보기는 했지만, 대답은 대충 추측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 연구실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대답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 용도로는 안 됩니다.”

제 대답에 제이스의 눈이 금방이라도 반항할 듯 동그래졌습니다.

“어째서 안 되는 겁니까.”

“우선 물어보겠는데, 그 연구실에서는 칼이나 불을 사용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전 이미 세 살 때부터 칼을 사용해서 약초를 손질하고 네 살 때는 램프로 불을 피웠습니다. 여섯 살의 어린아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연구실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조금 설명이 부족했어요.”

여섯 살의 남자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문으로 반박했습니다. 이렇게 열을 내는 모습을 보면 천재라도 아이는 아이인 것 같네요.

“제가 말한 건 빈방이 연구실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에요.”

원작에서는 제이스가 빈방을 연구실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빈방은 연구실로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적합한 이유가 많으니까요.

“제가 빈방이 왜 연구실로 적합하지 않은지 하나씩 설명할게요.”

우선 빈방의 출입문을 가리켰습니다.

“우선, 문이 하나뿐이에요. 연구실에서는 불을 사용할 거잖아요? 그렇다면 화재 발생의 위험이 있어요. 하지만 화재로 인해 하나뿐인 출입구가 막히면 대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원작 게임에서 제이스의 어린 시절 앙겔로풀로스에 입양된 후 일주일이 지나고, 연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오른쪽 팔에 큰 화상을 입어 흉터가 생겨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은 제가 조심해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언제든지 소화할 수 있게 물도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무리 조심해서 다룬다고 해도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기름에 불이 붙으면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주의할 테니…….”

“그리고 그것뿐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빈방의 문을 열고 방의 내부를 보이자, 다른 방들에 비해서 꽤 좁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실로 사용하기엔 비좁아요. 불과 약품, 칼을 사용하는 공간이 이렇게 비좁으면 지나다니면서 몸으로 물건을 쓰러뜨리거나 깨뜨리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나 하는 행동입니다. 제가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입니다. 아그네스 누나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시는 사람입니까.”

하지만 원작에서의 화재는 제이스가 몸으로 알코올램프를 엎질러서 생긴 화재인걸요.. 하지만 미래에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해도 제이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믿지 않겠지만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 아니에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닙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마지막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빈방의 문 건너편 벽을 짚으며 말했습니다.

“이 방은 창문이 없어요.”

“아.”

똑똑한 아이답게 이번에는 제가 말하기도 전에 창문이 없다는 것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것 같네요.

“약품을 다루는 연구실이면 환기가 중요합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중독으로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어요. 먼지가 쌓이면 목에 좋지 않은 것도 당연하고요.”

원작에서도 제이스가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는 어두운 연구실에 오래 있어서, 비염과 천식, 비타민D 결핍증 같은 온갖 질병을 얻게 되니까요. 그것들이 제이스를 병약 캐릭터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면 전 연구실을 가질 수 없는 겁니까…….”

제이스가 도토리를 빼앗긴 다람쥐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명백하게 실망이 가득한 모습이네요.

하지만 제이스의 연구실은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니콜라스 왕자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서는 제이스가 개발하는 약이 필수니까요.

“제이스의 연구실은 만들 거에요. 문이 2개 이상 있고, 공간이 넓고, 창문이 많아서 환기가 잘 되는 방으로요.”

“그런 곳이 있습니까. 다른 방은 전부 사용 중인 것 아니었습니까.”

“그곳은 바로,”

제이스가 연구실로 눈독을 들이던 방의 옆방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제 드레스룸이에요!”

“아그네스 누나의 드레스룸 말입니까.”

제이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하지만 드레스룸은 누나의 중요한 공간이 아닙니까.”

“물론 드레스룸의 물건은 모두 옆에 있는 빈방으로 옮길 거에요.”

“그래도 저 좁은 방은 누님에게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제 드레스룸을 없애버리면…….”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어요. 제이스의 드레스룸은 문이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면 제이스의 드레스룸에 이미 넣어놓은 물건들을 빈방으로 다시 옮겨야 하는데, 여러 번 짐을 옮기면 번거롭잖아요.”

“하지만…….”

“자, 시종분들에게 제 드레스룸에 있는 물건을 옮기고 제 원래 드레스룸은 청소를 부탁드리러 갑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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