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016. 뭔가 재연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4)
* * *
돌아온 유영은 화란과 디자인에서는 비슷한, 그러나 색상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 도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비단 복장만 본격적인 게 아니어서, 초인종을 울릴 무렵의 유영은 땀범벅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니 고속도로에서 차를 돌릴 수가 없어서 뛰어 왔다고 한다. 새삼 지정능력자는 지정능력자다 싶네.
뭐, 그런 감상이야 이제 아무래도 좋고. 지쳤고.
빠르게 화란을 넘겼다.
유영을 마주한 화란은 민망하게 웃었다.반대로 화란을 마주한 유영의 얼굴을 싸늘하게 식어 딱딱하게 굳어갔다.
유영은 다짜고짜 검부터 뽑고 화란에게 다가왔기에, 우리는 특수 수갑의 존재를 인식시켜야만 했다.안 그러면 진짜 살인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질 것 같았거든.
한참 뜯어말린 끝에 가까스로 진정한 유영은 화란에게 물었다.
“왜 죽였어요.”
“아, 안 죽였어! 내가 어떻게 스승님을 해쳐?”
“이 마당에 그런 소리가 나와요?”
“……무슨 말이야.”
“스승님의 유해를 확인했어요. 언니 소행이 분명하다는 걸 제 눈으로 확인했다고요.”
“오해가 있어.”
“저도 오해였으면 좋겠네요.”
유영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사정을 모르고 들어도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앞에서 이 복잡한 싸움을 얼른 치우고 싶어서, 나는 싫은 기색을 내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내 무릎 위에는 랑이 앉았다가, 유가 눈치를 주자 옆자리로 옮겨간다.
유는 약간이나마 관전을 즐기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랑과 다른 방향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잠깐 느슨해지나 싶었던 분위기를 유영이 다시 조였다.
“……화란 언니, 언니가 체포된 걸 아직 다른 풍월검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어요.”
“유, 유영아.”
“제발, 제발 입이 있으면 설명해 봐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나는 정말로 몰라. 내가 한 일이 아닌걸.”
“언니는 평소에도 스승님을 미워했잖아요!”
소리치는 유영.
“저한테 매일 스승님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스승님이 얼마나 미운지 말했잖아요! 그랬는데 스승님이 돌아가셨고, 그 시신에 언니만이 남길 수 있는 검상이 남아 있었어요!”
“그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모른다니까!”
“좋아요! 그럼 언니를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야 진실이 밝혀질 테니까!”
다행히 금방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다. 그러고도 화란은 유영에게 뭐라뭐라 반발하기는 했지만, 유영은 더 이상 들어줄 기미가 없었다.
화란도 마지막에는 포기하고, 우리를 향해 험상궂은 눈빛을 쏘아 보내는 걸로 작전을 변경했다.
아니, 작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
그냥 기분 나쁘라고 하는 보복이니까.
결국 유영은 휴대폰을 빼어들고 자신의 문중에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번호 다이얼의 마지막 한 자를 남겨놓고, 저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에는 ‘무위검 어른’이라는 다섯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한자 투의 별칭을 보면 풍월검도 관계자인 게 분명했다.
“태유영 전화 받았습니다.”
군대조로 묵묵하게 응답하는 유영. 그녀는 수화기 너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 시작했다.
네, 네, 맞습니다, 에서 시작해서 네? 그게 무슨? 정말입니까? 까지. 통화하는 도중에 유영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휴대폰을 내려놓을 즈음, 유영은 아예 송장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나인지 유인지 모를 누군가가 물었고.
“저도…… 모르겠습니다.”
유영은 몸을 떨며 자신이 들었던 것만 녹음기 재생하듯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으로부터 5분 전에, 부산 서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손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용의자는 기존 살인용의자 선화란.”
그리고 믿지 못하는,
“청풍명월 어르신께 남았던 것과 같은 상흔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헛소리였다.
***
영국인 제니퍼 해밀턴은 오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중등 기말 대비 특강에서 뜬금없이 폴트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본명을 드러내고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로 그 단어만 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마치 중학생 시절 SNS 프로필 앞에 박아놓은 [잘못을 저지른 타천사]라는 정체불명의 호칭을 되돌아보는 기분이다.
왜 여기서 추가적인 흑역사가 공개되고 있는 거지? 아무튼.
특강이 끝나고 텅 빈 교실. 째깍째깍 존재감을 어필하는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암만 시험 직전이라지만 어떻게 중학생들이 이 시간까지 학원에 붙박여 있지. 사람이 아닌가.
뭐, 나라가 통째로 반분돼서 외국으로 건너온 그녀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절로 목 안쪽이 씁쓸해져서, 어느새 편의점을 들르고 있었다.
우선 한국어 못하는 척. 괜히 휴대폰을 목과 볼 사이에 끼우고 영어를 씨부렁거린다.
이윽고 누가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백인을 본 편의점 알바생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1단계 성공. 제니퍼는 곧바로 데스크까지 직진. 영어를 주절거리는 도중 기습공격을 감행한다.
“Esse, That one.”
알바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주문이 불명확해서 물건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스무고개에 가까운 추리극을 펼쳐야 하는데, 상대방은 한국어를 못 하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제니퍼는 속으로 히죽거린다.
더 날뛰어라. 더 당황해라. 더욱 더……….
“앗 씨, 깜짝이야.”
띠리링. 띠리링. 목으로 감싸들고 있던 휴대폰이 갑작스레 울려댔다. 수신하는 척만 했는데 진짜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제니퍼는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주문을 정정했다.
“말보로 빨간 거요.”
알바생은 혹여 다른 뭔가를 주문할까 재빠르게 주문받은
담배를 꺼내들었다. 천만다행히 결제 과정에서도 성가시게 굴지는 않고 조용히 나가버렸다.
한편 편의점을 나선 제니퍼는 짜증이 솟구쳤다.편의점 하나당 한번만 즐길 수 있는 장난의 기회가 물가의 모래성처럼 사라진 것이다.
전부 예고 없이 찾아든 연락 때문이다. 연락도 그냥 연락이 아니라 아주 열 받는 연락.
감청 감시 지정자 협회인지 뭔지, 제멋대로 가입시켜놓은 거기. 그곳에서의 연락일 게 뻔했다.
화면 한번 쳐다보지 않고 발신자를 확신하는 것은 그 인간들이 하루에도 네댓 번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국가 산업에 쓸 감시 감청 지정능력자가 모자라 죽겠다는데, 그딴 호소 제니퍼가 알 게 뭐람.
이대는 명분이야 어찌됐건 뉴스에 흘러나오는 관리국 문제로 지저분한 작업 하청이나 맡길 게 뻔했다.
“게다가 번호까지 바꿨는데 연락질입니까. 하여간에 재수 없는 인간들…….”
고된 노동에 이어 협회 압박까지.
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도는 무엇이다? 담배뿐이다! 라는 사고의 흐름이 거듭되어 흡연량은 날로 늘었다.
후, 헛숨을 뱉어보니 담배 냄새가 완연하다. 이제 스무 살인데 이러고 남자친구는 어떻게 만나지.
쓸데없는 생각을 집어치워두고 방금 구매한 담배 포장을 뜯고, 비로소 한 가피를 잡는데.
띠리링. 띠리링.
“아나 시발 진짜…….”
그래도 어제까지는 최소한의 매너는 지켰다. 밤 9시 이후에는 깔끔하게 연락을 삼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정을 넘긴 심야. 이 와중에 전화를 때리고, 안 받는다고 한 번 더 한다? 이게 인간의 양심인가?
제니퍼는 분노의 말보로 한 가피를 쥐고 라이터를 꺼냈──
“하…… 라이터 놓고 왔네.”
장난치다가 걸린 편의점에 또 찾아가는 건 창피하다. 라이터가 보관된 학원 문은 원장이 퇴근하면서 닫혔을 거고. 다른 편의점은 건너건너편 상가에 있다.
극한의 분노를 느낀 제니퍼는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들었다. 욕 좀 해야지. “야 이 개──” 거리낌 없이 ‘받기’를 슬라이드 하는 순간, 발신자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멍청이 아가씨
이름 바꿔둬야 했는데. 제니퍼는 하늘 위로 올라가는 한숨을 툭 던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
[살인 피의자요?]
[응. 이름 김경두. 변경의 늑대들 조직위원장. 지정능력자. 아는 거 있어?]
[잘 아는 개새, 아니 친구가 있습니다. 건너건너 들었지요.]
[브리핑 부탁해.]
[제가 왜 그래야 하죠?]
[…….]
[농담입니다. 나중에 밥 한 끼 사세요. 엄청 비싼 걸로.]
[폴트 치사해.]
[제니.]
[제니 치사해.]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래서,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
[살해당한 김경두는 팀 변경의 늑대들의 수장 격입니다. 중요한 건 변경의 늑대들에게 지정능력 관리국의 상임이사 자리가 주어진다는 거죠.]
[상임이사?]
[좀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경고를 미리 던져놓고, 폴트는 설명해나갔다.
지정능력 관리국은 10인의 상임이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실무자 수천 단위의 조직이 양손으로 꼽을 만한 인원의 통제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 편제가 개판 오분 전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을 설립할 때, 특히 그것이 권력기관이라면 기관의 구성 세력을 최소화한다.바깥과 싸우기도 바쁜 권력기관이 안에서 갈라져 있으면 업무 추진이 전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관의 구성 요소들을 결정할 때 물밑작업이 선행되어 빠뜨릴 명분이 있는 놈들은 모조리 빼놓고 시작한다. 약간의 떡고물을 물려주고.
그런데 지정능력 관리국은 그 작업부터 완전히 꼬였다. 일단 한국 사회의 기반들인 정부, 기업, 민간단체(여기서는 지정능력자들)가 전부 모여 있다.
이렇게 만들 거면 상임이사끼리라도 누구 하나에게 힘을 몰아줘야 하는데, 정부 4인 기업 2인 민간단체 4인이라는 지옥의 밸런스가 맞추어져 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습니까?]
제니퍼가 가볍게 정리했다. 제니퍼가 아는 랑이라면 유가 한 번 필터링을 해서 설명해줘야 알아들었을 텐데, 의외로 랑은 이해했다고 즉답했다.
어리다는 건 좋구나. 금방 배워서.
프랑스어를 독학하려다가 때려친 폴트가 다중화면 하나를 밀어냈다.
다른 지정능력의 개입만 없다면 어떤 곳이든 비추는 실시간 카메라를 공중에 띄우는 것이 그녀의 지정능력 ‘다중화면’이었다.
[상임이사 10인에 대해 각각 소개하겠습니다. 정부측 인사는 회의 주재자인 국무총리, 관리국장, 수방 사령관, 초상연구원장, 이상 4인입니다. 초상연구원장 빼면 정치인들이라서 갈대 같은 양반들이죠. 급한 용무라니 이쪽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응. 그보다는 민간단체, 지정능력자들.]
[예. 일단 민간단체에게도 4개의 표결권이 존재합니다. 각각 풍월검도의 수장, 새카만 칼날들을 포함한 준정부 산하의 지정능력자 연합의 수장, 동남의 수호자들의 수장, 변경의 늑대들의 수장, 이렇게 4인이 표결권을 갖습니다. 여쭈어보신 변경의 늑대들은 강경파입니다. 정확히는, 강경파였습니다.]
제니퍼는 그렇게 정정했다. 수장이 죽어서 의견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선화란이 살인용의자로 몰렸다는 뉴스는 저도 막 봤습니다만, 화란이 거기 있다고요?]
[보도된 범행 시각에 우리하고 같이 있었어. 인천에.]
[그런데 부산에서 살인을 벌였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누명을 씌우고 있단 뜻이군요.]
[관련 소식은 없어?]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음모입니다. 건너건너로 유출될 사안은 당연히 아니지요.]
그 말에 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표결권 설명해줘. 누가 어느 편을 들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사 표명을 거부한 단체들도 섞여 있고요. 급한 일이니만큼 러프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랑은 잠자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분명 곁에 있는 유와 나진, 어쩌면 화란까지도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초상연구원장을 제외한 정부 3인은 화친파입니다. 반대로 초상연구원장은 강경파고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치인들은 갈대처럼 나풀거리고, 그와 다르게 초상연구원장은 좀 미치광이여서 어느 쪽이건 움직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민간단체는?]
[일단 동남의 수호자는 입장 표명 거부입니다. 비슷하게 지정능력자 연합은 인원이 너무 많아서 표결 합의가 안 됐습니다. 그외 나머지, 변경의 늑대들과 풍월검도는 일관된 강경파였고요.]
그것은 전달하는 제니퍼로서도, 그리고 듣는 사람들로서도 똑같은 결론을 내리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강경파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강경파를 자극시켜서 그들 안으로 더 강한 결속력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강경파 표결권자를 죽여 없애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느 쪽으로도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풍월검도는 강경파 입장 계속 유지한대요.]
유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그렇게 전달했다.
[여기 풍월검도의 태유영이라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렇다면 변경의 늑대들을 쳐내고 제 입장을 공고히 한 집단을 꼽자면, 화친파 정부 3인으로 셋, 강경파는 정부 1인과 민간단체 1인으로 둘입니다.]
한숨을 푹 쉰 유가 물었다.
[10인 중 마지막 2인, 기업은 어때요?]
[그건 그쪽들이 더 잘 알 거 아닙니까?]
하나는 삼성, 나머지 하나는 머즐드독스. 유는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을 삼갔다.
그러나 랑의 눈동자에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머즐드독스에게 표결권이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기 때문이다.
제니퍼의 수화기 너머로 약간의 소요가 발생했다.
[어, 어어어어엄마가 투표해?! 진짜로?!] [그렇다니까. 미치겠어.]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공익은? 공익은 알았어?!] [나는 그런 거 관심 없다.]
제니퍼는 한숨을 푹 쉬었다.
[큰 아가씨, 머즐드독스 사칙에는 뭐라고 나와 있습니까?]
안 그래도 유는 휴대폰에 PDF로 저장해둔 사칙을 펼치고 있었다.
[머즐드독스는 저희 엄마 단독 결정이에요. 회사 지분을 제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대표로 나가서 표결하는데, 총수가 딱 4.5%거든요.]
[아직도 총수님을 엄마라고 안 부릅니까?]
[그쪽 알 바에요?]
[하긴요. 그래서 그쪽 둘은 얼마나 됩니까?]
[랑이 2%, 저는 안 쓴다고 동결시키긴 했는데 0.5%요. 아빠는 얼마 있더라? 야, 랑아, 총수가 아빠 데릴사위로 끌고 오면서 사칙 개정해둔 거 몇 조에 나와 있었지?]
[3조.]
[아, 찾았다.]
듣고 있던 제니퍼와 나진이 비슷한 타이밍에 같은 질문을 던졌다.
[……데릴사위는 무슨 소름끼치는 소리야? 사칙 개정은 또 뭐고?]
[……데릴사위는 뭐고 사칙 개정은 또 뭡니까?]
정리하는 것은 유의 몫이었다.
[설명하자면 길어요. 지분이 부족한 아빠하고 결혼하려고 했는데 회사 내외로 애로사항이 꽃펴서 ‘총수 일가와 부부가 되면 총수로부터 주식 지분의 2%까지를 할양받는다.’ 같은 미친 사칙을 욱여 박았거든요.]
[안에 뜯어 말리는 사람 없었습니까?]
[그 인간을 어떻게 말려요.]
하긴, 하고 제니퍼는 빠르게 납득했다. 소리 내는 것이 들리지는 않았으나 나진도 비슷하게 납득했을 것이다.
[아무튼 개인으로서는 총수님이 제일 많군요.]
[네, 본래 아빠의 2%도 결국은 총수 지분이었으니까요. 합쳐서 6.5%면 뭐, 엄마 혼자서 알아서 하겠네.]
[아무튼 총수님 의견이야 두 분이 잘 파악하실 거고. 삼성은 저도 모릅니다. 기업은 이런 사안에서는 입장 발표를 안 해요. 내부 논의도 없었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처럼 표결에서 빠질 겁니다.]
그렇다면 의사를 표시한 화친과 강경은 각각 셋과 둘, 중립 내지 불참도 넷. 이때 도출되는 결론은 충격적이다.
[그럼 이거…… 총수가 캐스팅보트인가요?]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
[하, 그 인간은 진짜 무조건 자기 맘대로 할 텐데.]
[곁에서 본 사람으로서 하나 조언하자면 딸들이 강제로 뺏는 건 쌍수 들고 환영할 위인이십니다. 잘 컸다고.]
[그게 말처럼 쉽게 되냐고.]
애초에 두 딸은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이다. 부모 인감이 없으면 지분을 옮기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떡할 겁니까? 선화란은 계속 데리고 계실 겁니까?]
[당연하죠. 지금은 다른 누구도 못 믿어요.]
[그럼 저한테는 왜.]
[학원 강사한댔죠? 월급 얼마 받고 있어요?]
유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진 오빠가 사람 급하다고 그쪽 좀 데려오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