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정신 나갈 것 같아 5
* * *
김예림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 시간을 확인했다.
금요일 오후 2시. 그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잠깐 조바심을 내던 그녀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런 일에 초조해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잠시 후 윤현수가 도착하여 반가운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먼저 와 있었네. 많이 기다렸어?"
언제나 그렇듯 시원스러운 웃음이었다. 다시 한번 김예림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 얼굴과 대면할 때마다 늘 그렇듯이.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인다. 그냥 믿고, 다 털어놓으라고. 믿어도 되는 사람 아니냐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방금 전에 왔어요."
의례적인 거짓말은 습관과 같다. 윤현수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고. 가자. 성필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댄다."
윤현수와 김예림은 그렇게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은 무거웠다. 다리가 피곤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어야 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발걸음을 자꾸만 느리게 하는 것은 보다 실체가 없는 무게감이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김예림이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은 마치 딸꾹질이라도 되는 듯이 도무지 그칠 줄을 몰랐다. 윤현수가 그런 그녀의 등을 퍽 때렸다.
"한숨 쉬면 복 달아나. 무슨 걱정 있냐?"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그래? 혹시 요즘 훈련한다고 무리하는 건 아니지?"
"아니에요. 그냥, 그럴 일이 있어서요."
김예림은 시선을 피했다. 윤현수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눈빛을 견디기 어려웠다.
문득 유민하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더 자연스럽게 받았을 텐데, 그따위 생각이 들어 얼른 털어냈다. 잡념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둘은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느 작은 미용실, 그 안에서 김성필이 어쩐지 어색한 손동작으로 미용 도구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김성필은 둘의 모습을 보고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띄웠다.
"현수 형! 진짜로 오셨네요."
"그러면 가짜로 오게?"
잠시 실없는 농담과 쑥스러운 감사가 오고 가고, 곧이어 약속한 것처럼 윤현수는 미용실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잘 부탁한다."
"맡겨만 주세요."
자신만만한 대답과 달리 살짝 긴장한 안색으로 김성필은 가위를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가윗날을 머리칼에 갖다 대었다.
그 모습을 소파에 앉아 지켜보면서 김예림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말로.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
범죄자들은 그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긴다. 무고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뻔뻔스러운 사람은 드물지만 많건 적건 간에 자신의 처지를 억울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피해자라면 그 가해자는 누구일까? 피해자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통일된 의견을 내놓던 그들은 가해자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반대로 의견이 분분히 나뉘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 지리멸렬한 폭언이기 마련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살펴보자면 그 관점이 크게 둘로 나뉨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단 한번도 호의적이지 않았던 세상, 그 자체를 가해자로서 지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충분한 기회가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범죄를 저지를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비난한다. 자신의 범죄 행위는 어디까지나 필연적인 일이었다는 것이다. 비겁한 책임 전가로 느껴질 때가 많지만 가끔은 거기에 담긴 짙은 호소력에 경도될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그 안에 담긴 서슬 퍼런 진실이 우리의 양심을 아프게 할 때도 있고.
다른 하나는 보다 직관적이다. 이해하기 쉬우며, 묵직하게 머리를 강타한다. 아찔해진 머리를 부여잡으며 우리는 생각한다. 그렇군. 틀린 말은 아니야.
'경찰이 우리를 감옥에 가뒀어.'
즉, 그들은 자신을 체포한 경찰을 그 가해자로 지목한다.
발상의 전환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의외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가 경찰을 찾아가 보복을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사람 마음이 그러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했어야 했을까?
얼마 전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다 내 손에 제압을 당한 사람, 김성필이라는 남자가 사과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굳이 상대하지 않고 자리를 뜰 수도 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었고 의심쩍은 흐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인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얘가 무슨 함정을 준비해봐야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준비했겠어.
거기다 예림이 본인이 괜찮다는데 초를 치기도 그렇고, 그냥 나까지 따라가면 별 문제 없겠다 싶더라. 헌터 둘인데 문제가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사과를 하고 싶은 거라면 받아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와 예림이는 상담을 마친 후 순순히 그를 따라 식당가를 향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예상 외로 소박하고 평범한 식당이었다. 돈이 없던 시절에 가끔 한번씩 사치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찾아갈 만한 그런 곳. 나 혼자 찾아왔다면 반가웠을 법한 식당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쩐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아, 예림이 네가 여기 앉아라."
4인용 테이블. 예림이를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김성필과 바로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메뉴를 고른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을 견뎠다.
"저, 먼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탐탁지 않은 시선을 읽은 것인지 김성필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우선 사과를 입에 올렸다.
"제가 약을 제때 먹지 못한 탓에……괜한 폐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뭐……."
이렇게만 보면 진짜 그냥 순박한 청년이 허둥지둥 실수를 수습하는 거로만 보이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일단 다친 사람은 없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힐끔 예림이를 쳐다봤다.
"제 후배만 괜찮다고 하면 그냥 없던 일로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저도 괜찮아요. 선배 말대로 다치지도 않았고요. 음……."
거기서 예림이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병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저희가 굳이 책임을 물을 문제는 아니죠."
나의 경우에는 사실 어디 뭐 얻어 터진 것도 아니고, 그냥 좀 휘말렸다 싶은 정도라 별 감흥이 없었다. 예림이도 마찬가지인지 굳이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져 물을 마음은 없어보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김성필은 예림이의 말에 감격한 듯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병원 측에는 모두 사과하고 변상하기는 했지만, 선생님들께도 용서를 구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그리고 잠시 구구절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미 예전에 들은 것과 똑같았다.
정신 질환이 있어 때로 난동을 부린다는 것, 그 처방으로 약을 복용해야 했지만 예기치 않게 병원 예약이 취소되고, 점점 심해지는 증상에 급히 병원을 찾았다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불운이 겹친 사고에 불과했다. 병원 측에서도 사정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참작을 해줬다는 소식도 미리 들은 참이었다.
보통이라면 작은 소동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지나치게 강한 능력이 화근이 되었던 모양이다.
"실례지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부분이 신경 쓰였던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예림이는 어딘가 망설이면서 질문을 꺼냈다.
"혹시 가드나 헌터를 준비 중이신가요?"
단순히 능력 만을 보았을 때는 확실히 그런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예림이도 잠깐 고전했을 수준인데.
그렇다고 제대로 된 실력자도 아니었다. 전형적인 자기 스펙에 휘둘리는 타입, 힘과 능력만 믿고 날뛰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제정신은 아니었다지만 그럴 수록 몸은 습관화된 움직임을 따르기 마련인데, 제대로 훈련을 받지는 않았다고 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저 질문을 꺼낸 심정은 이해가 갔다.
별다른 능력 개발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면, 저건 명백한 반칙이었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도 저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는 각성자들은 숱하게 많다.
"아니요. 헌터나 가드, 그런 쪽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따로 훈련을 받지도 않았고요."
"음… 그렇군요."
타고 났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반응해야 되냐. 부럽다?
"그냥 저절로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부럽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죠."
김성필은 넋두리를 늘어놓듯이 말을 덧붙였다. 마치 자랑하는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인지 표정은 흐려져 있었고 목소리는 주눅들어 있었다.
근데 솔직히 궁금하지는 않다.
후배나 아는 사람이면 몰라도 사실상 모르는 사람인데, 굳이 자세히 물어볼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마침 때를 맞춘 듯 식사가 나왔다. 이제 그냥 적당히 밥만 얻어 먹고 빨리 가고 싶은데.
"그러면 혹시 무슨 일을 준비하시는 지 여쭤봐도 될까요?"
하지만 거기서 예림이 질문을 던졌다. 예림이가 어딘가 경계하는 듯한 눈초리로 김성필을 쏘아보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던 끝에 대답했다.
"헤어 디자이너입니다."
"네?"
"어려서부터 계속 그쪽 일이 꿈이어서……. 지금은 헤어샵에서 배우면서 일하는 중입니다."
저런 능력을 타고 났는데 미용사라. 순간 아깝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지만 그 대신 나온 것은 다소 엉뚱한 질문이었다.
"배우면서 일해요? 아카데미에서 직업 교육도 해주지 않나?"
아카데미는 각성자를 위한 교육 기관이지만 모든 각성자가 헌터나 가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투직으로 진로를 정하기는 해도 일부 예외적인 학생들을 위해 늘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었다.
"자격증은 받았지만 면허는 현장에서 따고 싶었거든요."
질문에 답한 후 잠시 머뭇거리던 김성필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정신병력 때문에 일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각성자이기까지 하니 받아주는 곳이 없었죠. 그런 와중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이 지금의 헤어샵입니다."
그렇게 말한 김성필은 다시 한번 우리를 향해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사과가 아니라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일이 더 커졌다면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을 텐데…… 선생님들 덕분에 큰 일로 번지기 전에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고개 드세요. 저희야 그냥 할 일 한 거죠. 고맙단 소리 들으려고 그런 거 아닙니다."
한참을 만류했지만 김성필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았다. 겨우 그를 진정시키고 나니 이미 음식은 조금 식어 있었다.
"……."
문제는 방금 전까지 분위기가 지나치게 진지했던 탓에 도저히 '이제 밥 좀 먹자'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다들 어색하게 침묵을 지키던 와중 김성필이 먼저 용기를 내었다.
"먼저 드시죠. 다 식겠습니다."
"아, 네. 그래야죠"
그제서야 우리는 겨우 음식에 입을 댈 수 있었다. 어색한 식사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일단 사람은 괜찮은 것 같고, 보다 보니까 정도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인상이 별로였는데 책임감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아카데미라. 어느 아카데미 나오셨어요?"
분위기를 풀어보려 적당히 운을 띄웠다. 나는 아카데미에 다녀본 적이 없지만 학교가 화젯거리로서 쓸만하다는 것은 안다.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입이 가벼워지는 법이더라.
"우노스 아카데미에 다녔습니다. 12기요."
"그러셨군요. 우노스 12기. 12기?"
우노스 12기라는 말에 머리 속 인명록에서 한 페이지가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 나오셨으면 상철이라고 아세요? 그 친구가 12기로 졸업했던 거 같은데."
"네? 아, 혹시 신상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성대모사 잘하는."
거리감을 좁히는 최고의 방법은 공통의 지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대화에 단숨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친구랑 요즘도 연락은 하냐, 잘 지내냐, 그런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대화는 결국 그 친구랑 어쩌다 알게 되었냐 운운하는 추억담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저,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면 말은 편하게 하셔도……."
"그래? 그럼 그럴까?"
내 쪽에서 일방적이기는 했지만 말까지 놓으니 더욱 마음이 편해졌다. 대화는 점점 열기를 띄면서 더 이상 공통의 화제를 벗어난 영역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건 괜찮은데 실습이 문제죠. 모델을 구해야 하는데 다들 괜찮다고 하시다가도 제 프로필만 보시면 도망쳐서……."
성필이는 그렇게 근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고민거리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각성자, 그것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보니 오히려 트러블만 번번이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손쓸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한 가지 도와줄 수 있을 만한 일이 있었다.
"모델? 그거 아무나 상관 없어?"
"네. 제가 경험 자체가 적다 보니까 여러 두상이나 기장을 두루두루 경험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었다. 어떻게 생겨 먹었건 사람 수만 채우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만큼 해결하기 쉬운 일은 달리 없다.
"그런 거면 나도 상관 없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슬슬 머리 깎을 때 됐거든."
후배의 친구면 동생이나 다름 없는데, 몸으로 떼우는 일이면 얼마든지 나서줄 수 있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각성자용 도구도 한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럼 주변에 아는 애들한테도 연락 돌려볼게. 워낙 대충 꾸미고 다니는 놈들이 많아서 귀찮아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부르면 오겠지 뭐."
내 주변에 이런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지 못할 놈은 없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지나치게 남탕이 될 위험이 있었다. 알고 지내는 여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용 문제를 부탁하기는 건 좀…….
문득 병풍이 되어 있던 예림이가 눈에 들어왔다. 대화에 소외되는 바람에 아무 말 없이 접시를 비우던 예림이는 내 시선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별다른 손질 없이 깔끔히 다듬고 깨끗하게 빗어 내린, 단출하지만 우아한 긴 생머리.
"예림아. 너도 갈래?"
"네?"
"아니 꼭 같이 실습 받으라는 건 아니고, 눈썰미 있는 사람 한 명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저는 꾸미는 건 잘 몰라서요."
"그러면 더 좋지. 관리 안해도 그렇게 이쁘면 그냥 타고난 센스가 좋은 거잖아. 와서 좀 보기만 해줘. 해줄 수 있지? 응?"
*
어째서 그때 거절할 수 없었던 걸까.
긴 회상을 마친 김예림은 윤현수 머리칼이 조금씩 다듬어지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예정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