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멸망(4)
* * *
[달 파편 1호가 칼세린의 브레스에 소멸당했습니다.]
[켈세린의 브레스가 달 주위를 스쳐 지나감으로써 남아있던 잔존 파편들이 60% 소멸하였습니다.]
[칼세린의 브레스 영향으로 인해 옐로우 스톤이 폭발하였습니다.]
[지구의 24%가 소실되었습니다.]
[달 파편 2호가 케루빔의 메테오 공격으로 인해 소멸당했습니다.]
[케루빔의 메테오 공격으로 인해 달이 분쇄되었고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져 내립니다.]
[지구의 38%가 소실되었습니다.]
....?
저기 있잖아 시스
[말하세요. 사용자]
이건 내가 멸망 시키는게 아니라 쟤들이 알아서 멸망할 것 같은데? 자기들끼리 나대다가 벌써 62% 까먹고 나머지 두 개는 아직 부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잖아
얼마나 무식한 공격이었으면 자기들이 공격했으면서 자기들이 죽고 있다. 완전 자살 공격이 아닌가?
괜히 쓸 때 없이 나대다가 지구가 뽀개지는지 모르겠다.
꼬르르륵...!
아.
라면 먹고 싶다.
[사용자가 배부르게 먹으려면 총 3억8천960만 개의 라면이 필요합니다.]
먹으려니 뒤지지….
그걸 언제 다 먹어? 아니 그렇게 있긴 하냐?
모르긴 몰라도 공장에 있는 재고창고에 가도 저만큼은 없을 것이다. 괜히 얼큰하면서도 마시쪙(MSG)으로 도배가 된 라면 생각하니 배가 더 고파진 난 그냥 하릴없이 달이나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달을 섭취하셨습니다.]
[지구 파괴 확률 89%입니다.]
[달을 섭취하셨습니다.]
[지구 파괴 확률 87%입니다.]
남아있는 달을 먹을 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파괴 확률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선 내 배부터 채우자는 심보로 열심히 먹었는데 어째 불안불안 하다.
[현재 남아있는 달의 표면은 전체 면적의 1%입니다. 앞으로 0.5%의 감소율을 보인다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확률은 2% 미만입니다.]
딱 봐도 눈에 보인다.
어디가 보이냐고? 당연히 달의 끝부분이 아니겠는가? 내가 먹은 달의 표면이라고 해봤자 얼마 안 된다. 한 요만큼? 검지와 엄지손가락을 살짝 펼치며 말을 하는데 시스가 지랄하지 말란다.
흐미…. 전에도 느꼈지만, 너무 살벌하잖아? 말투가 완전 아줌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직은 충분히 넓다. 한 10킬로쯤 되나? 내 몸길이가 5킬로니까 2배쯤 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아.
잠시만?
아직 많이 넓잖아?
[사용자의 크기를 생각하십시오]
내 크기? 설마하니 이 몸으로 뛸 거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작게 변환시킨 다음에 뛸 생각이지!
최소한으로 축소 시키면 3m 까지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그리 큰 힘을 가질 필요가 없었으며 지금도 달이라고 부르기 미안한 파편에서는 중력이란걸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시스의 대답은 똑같았다. 왜? 라고 물어도 동일선상으로 대답하니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이때까지 시스가 말한 것 중에서 거짓은 없었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현재 지구로 점프를 하실 생각이면 잠시 멈춰 주실 바랍니다.]
왜?
[지구의 공전주기와 달…. 이라기보다는 파편의 공전주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 뛰게 된다면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계산상으로는 우주를 유형한지 3784215년 뒤 제타X15성의 위성 제타Y1에 부딪히게 됩니다.]
거참 간단하게 지금 뛰면 우주로 날아간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렇게 복잡하게 말해야 해?
[네! 이건 저를 비롯한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필요한 아주 중요한 사항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참 고생하네.
아무튼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서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정겹게 느껴지는 존재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정(?)붙이고 다녔던 녀석들이 몇몇 존재하니까 이곳보다는 덜 심심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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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어?"
"빌어먹을 놈!"
"또 왜?"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불사가 이를 갈면서 성태를 째려본다. 슬쩍 고개를 돌리며 모르는 척 하는 성태였지만 살짝 미안한 격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지구 멸망까지 121시간 39분 남았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아니 많이 남았다기보다는 대처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랄까?
성태와 불사를 비롯한 주변으로는 수많은 능력자가 모여있는데 그들 전부가 서울의 능력자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달의 크기를 줄여 보겠답시고 찾아왔지만 사실 썩 기대는 하지 않았다. 퀘스트로 인해 많은 레벨업을 했다지만 기본적으로 B등급에 높으면 A등급인데 그래봤자 주택 정도 되는 건물을 부술 수 있는 능력일 뿐이었다.
물론 30만 명 중 원거리 능력자들이 10만 명이나 되니 나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초속 수십 킬로미터로 날아오는 달 덩어리를 공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고오….
이따금씩 들려오는 웅후한 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지구를 한 바퀴 돌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였는데 현재 2개의 달 파편을 부쉈다고 알려왔다. 예상대로 드래곤과 마족이 처리했다고 하는데 문제라면 처리 과정 중 미국을 중심으로 반경 9천 킬로미터의 범위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됐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화산 옐로우 스톤이 폭발했다고 하는데 과연 자연재해는 무섭다고 해야 할까? 물론 마족의 경우는 운석엔 운석이라면서 나대다가 자폭했다고 하는데 그 덕에 남극을 비롯해 러시아가 반쪽이 되었다고 한다.
"거참…. 우리처럼 얌전하게 해야지"
"...우리라고 하지 마라"
"하…. 하…. 하…."
[파괴 시나리오 2번째 기회입니다. 이번에 놓치실 때 10시간 이후에 다시 기회가 생기니 유의해 주십시오]
"불사야 부탁한다?"
"약속은 꼭 지키길 바란다."
"당연하지! 킹덤사에 이미 연락했으니 지금쯤 싹싹 긁어 모우고 있을 거야"
"쳇…. 살기 위해서라지만 인간을 돕다니! 내키지 않는군."
부욱…. 부분!
한명 두명 불사의 몸에서 열 명의 분신이 튀어나온다. 평소와 똑같은 형태의 분신이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부위가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등이었다.
마치 뭔가 잔뜩 들어있는 것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는데 마치 꼽등이가 두 발로 서있는 모습이랄까?
"조심해라 분신 한 명당 1백만의 생명이 담겨있다."
"알았어! 알았어 걱정 말라니까?"
"그리고 최소 피해 범위가 100킬로로 추정되니 열권 이상 이동시켜야 하는 것도 참고하고"
"알았다니까? 나 못 믿어?"
"...."
작전이랄 것도 없다. 그저 불사와 성태만 있으면 가능한 작전이긴 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사의 생명력이 무려 1천만이나 소비된다는 것이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서 꺼내놓은 분신체는 12명이었지만 그나마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불사의 특기 중 하나가 생명력 탈취와 흡수였는데 그것을 반대로 흡수하고 탈취했던 생명력을 한번에 방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충격파와 폭발력을 이용해서 달 파편을 막아내는 게 핵심인 것이다.
물론 상공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은 당연히 성태의 스킬이지만, 문제는 높이의 정확성이다.
최소피해 100킬로에 최대 피해 150킬로로 다소 편파적인 범위가 있는데 현재 성태의 힘으로는 150킬로까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동원된 것이 뒤에 있는 능력자들인데 약 4만 명에 달하는 염력 스킬자들을 모두 소집해 일제히 성태의 몸을 하늘로 쏘아 보내는 것이다.
이른바 새총의 원리랄까?
2만 명은 성태의 몸을 강제로 고정하고 나머지 2만 명은 성태의 몸을 강제로 날려 보내려는 힘을 작용시키며 주변의 공기를 마치 고무처럼 탱탱하게 만들고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공기 고무줄을 따라 뒤로 천천히 이동하는 성태는 곧이어 `퀘스트 시작`이라는 말과 동시에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져버렸다.
"아…. 잠시만 저렇게 빠르면 내 분신을 어떻게 이동시키려고…?"
불사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성태를 보며 나직히 말을 했는데 순간 옆에 있던 분신 한명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연결된 시야를 통해 열층권 이상의 높이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날개를 펼쳐서 최대한 느리게 떨어지게 했다.
달을 폭파시키기 위해선 동시에 8명 이상의 분신이 자폭을 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빨리 이동시켜"
"닥치고 있어 봐 너무 높아서 집중이 안 돼"
예상외로 너무 높이 올라온 터라 처음부터 집중했던 분신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스킬에 잡히질 않았다.
"잡았다!"
"...미친 인간놈아! 본체를 이동시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아? 미안 그냥 잡히길래 무작정 끌고 왔는데…. 다시 보내줄게"
"보내준 옆자리로 분신을 계속 이동시킬 테니 알아서 해라"
실수로 불사의 본체를 끌고 와버렸더니 아예 기겁하는 불사였다. 내심 당황하는 불사의 얼굴을 보니 꼬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눈앞에 다가오는 불덩어리를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본체의 옆에 나란히 정렬되어있는 분신들을 한명 한명 이동시키며 계획된 배치장소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날아오는 달 파편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는데 확실히 사기라고 치부되는 스킬이 확실하다.
성태는 다른 생각 안 하고 오로지 `달`을 절단하고 싶단 생각으로 시전을 했는데 그 커다란 달이 정말로 반토막이 났다.
그 모습을 본 성태는 연달아 3번의 스킬을 이용해서 각각의 파편들이 배치된 불사의 옆을 지나게 만들었다.
"휘휴~ 그럼 뒤처리 부탁한다?"
"자리나 옮겨라 자폭할 테니"
성태는 불사가 자폭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지상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하늘이 시뻘겋게 변하며 헬게이트가 열렸다.
[달 파편 3호가 EX등급 한성태와 불사의 협공으로 인해 소멸하였습니다.]
[완벽하게 막았기에 지구에 대한 파괴는 전무 합니다.]
[하지만 생명력이 한순간에 폭발한 만큼 외부로 퍼진 생명력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들에게 흡수가 됩니다.]
[기존의 생명력에 + 50년의 추가 생명력이 전해집니다.]
[기존세대를 제외한 다음 세대를 기점으로 적용됩니다.]
[한성태와 불사에게 경험치 100만을 드리고 서울엔 50만 경험치를 나머지 국가에겐 10만의 경험치를 보상으로 내립니다.]
[경험치는 중복이 되기에 총 160만 60만 10만으로 나뉩니다.]
[달 파편 4호가 카운트 120시간이 될 때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더욱 빠른 가속도가 붙습니다.]
[지구 멸망까지 20시간]
우와! 이거 누가 호작질 하는 거 맞지?
아니라면 순식간에 100시간이나 빠져나갈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50년의 추가 수명이라니…. 이거 한바탕 난리 나겠는데?
[극비사항…. 이라기보다는 아무도 묻지 않아서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만?]
뾰루퉁하게 말대답하는 시스를 보자니 너무 귀엽다.
그나저나…. 신이라는 작자가 굉장히 할 일이 없나 보네? 이렇게 지지부리하게 괴롭히는 걸 보면
내가 생각했던 고상하고 요염하고 지성적이며 깔끔하고 청순하고 두뇌 천재에다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잘생긴데다가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잠시 스톱! 도대체 어떻게 생긴 초월적 존재를 꾸며낼 생각입니까?]
왜?
신이라면 다 그렇게 생긴 거 아니야?
[어떤 개념 없는 녀석이….]
뭐…?
[아닙니다.]
방금 뭐라….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