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퀘스트 시작(5)
* * *
"흠흠~ 버섯 버섯 ~ 길쭉한 버섯~ 통통한 버섯~ 넓죽한 버섯~"
"쿨레아…. 그 저잡한 노래는 뭔가?"
송이버섯을 손으로 조물락 거리며 좋아하는 `종말을 아는 자 쿨레아`를 보는 이니시스가 상당히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니시스를 보는 쿨레아는 히쭉 웃으며 상당히 두툼하면서도 길쭉한 갓을 지닌 송이버섯 하나를 들고선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요염한 몸짓을 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흡사 성관계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흐응~ 이런 우람하고 도톰하고 탱탱하고 길죽...크켁!"
"변태 짓은 과거로 충분하지 않나?"
"바…. 발 좀 치우지?"
꾸국..
"흐익!?"
"상당히 보기 좋은 얼굴인데?"
처음 그들을 봤던 장면과 지금의 장면이 상당히 틀리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 또한 그들만의 삶의 유희였다. 무제한 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 그들로서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쳐지지 않아야 하기에 한쪽을 줬다면 다른 한쪽에도 그와 비슷한 것을 줘야 하기에 각성제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필 송이버섯으로 말할 게 뭐람?"
"왜? 몬스터들도 몸에 좋은 건 알아가자고 송이란 송이는 다 따먹잖아"
"네놈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 걸 알아?"
쿨레아가 손에 있던 송이의 갓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빙빙 돌리자 이니시스가 쿨레아의 손에 들린 송이버섯을 빼앗고는 이내 반으로 또각 분질러 버렸다.
"히익!? 어째서 내 물건에 그런 심한 퀙…!"
"이게 어떻게 네 것이냐? 앙? 진짜로 잘라줘?"
"그쯤 해둬 이니시스"
쿨레아의 하물에 발을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리던 이니시스는 뒤에서 들려오는 레귤러스의 목소리에 `칫`이라는 다소 섬뜩한 효과음을 내며 반토막난 송이를 먹어버렸다.
"확실히 송이버섯이 향긋하면서도 맛있네! 쩝쩝…."
"흑…. 나의 버섯이…."
정말로 우는 듯 눈물을 보이는 쿨레아였지만 눈동자는 전혀 울지 않았다. 큰 감정을 내포할 수 없는 `신`들에게는 이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지루한 삶을 벗어나는 유일한 일이기에….
"그나저나 퀘스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그거야 적당히 넘어가고 있지. 예외라면 일본이랄까?"
"옛날의 잔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에는 관심 없고 일단 `그 녀석`은?"
"매나 똑같지 뭐.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게 쉽게 뚫릴 것 같으면 우리가 나서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조심해야 해 우리는 신의 관섭에 직접적으로 행사했기 때문에 카르마는 우리에게 업보를 부여한 상태야 이런 상황에서 작은 소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테니까"
그들 네명의 `신`이 말하는 `그 녀석`의 정체는 러시아와 서울의 중간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데스킹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기에 중독되어 갈팡질팡하는 녀석을 어떻게 하면 조용하면서도 얌전히 소멸 시킬 수 있나 고민을 하던 중 녀석이 기다림에 지쳐 정신 깊숙한 곳으로 잠을 자려고 할 때 마침 기회다 싶었기에 네명의 힘을 모아 그의 정신을 어둠 깊숙한 곳에 봉인을 시켜버렸다.
고작 영혼 하나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강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네명은 최대한의 힘을 뽑아내 봉인을 하였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분`이 잠시 자리를 비웠기에 가능했었는데 만약 그분이 옆에 있었다면 봉인은 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소멸을 금치 못했을 것이었다.
"하아…. 직접적인 관섭을 못 하시는 `그분`이 귀찮은 퀘스트 같은 걸 만들어서…."
"어쩔 수 없지 `그분`은 녀석을 깨우려고 하시니까"
"도대체 그 녀석을 왜 깨우려고 하는 거야? 그 녀석 때문에 세계가 파멸에 이르고 있는데…."
"그분의 뜻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예전에도 그분이 말했잖아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예전 자신들이 행했던 후회와 절망만을 간직한 행동 또한 운명의 실타래에 뒤집어 쓰여 있다는 것을 지금의 상황에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지구를 파괴 하는 것 자체가 운명이라면 자신들은 막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하지는 않겠어."
그분에게 받은 이명` 후회를 아는 자 레귤러스`는 그때의 일을 상념 하면서 운명을 뒤틀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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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깨어났네….
벌써 18번째인가?
시간 개념을 잊기 위해서 정신을 놓아버린 지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른다. 다만 주기적으로 깨어났다가 잠들기를 반복한다는 것만 아는데 이게 한 달에 한번인지 일 년에 한번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깨어날 때와 다르게 다시 잠드는 것엔 규칙이 없는지 일주일만에 다시 잠들 때도 있고 한달이 지나서 다시 잠들 때도 있었다.
뭐, 마기를 정화하는 과정 중 하나겠지?
예전과 다르게 한치의 앞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상당히 께름직하다.
그때는 구경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에고, 이번에는 어떤 상상을 하며 시간을 때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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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빨리 잡으라고!!"
"닥쳐라! 네놈이 잡아봐라!"
후우우웅!!!
끼야악!!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비행물체가 있었다.
크기는 10m로 살아있는 생명체였는데 도저히 생명체로서 감당할 수 없는 속도임에도 아무런 이상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놔! 방사능 먹으면 전부 저렇게 변하냐!?"
"그딴 말 하기 전에 저 녀석이나 붙잡아라!"
성태와 불사는 마하급 이상으로 날아다니는 비행물체…. 아니 방사능으로 떡칠을 해먹은 돌연변이 와이번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와이번을 발견한 것은 분신을 보내고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원래는 분신으로 와이번을 잡기 위해 공격을 했는데 이게 방사능 때문인지 아니면 퀘스트가 변경이 되어서 이렇게 된 건지는 몰라도 세마리의 와이번들이 각각 이상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한 마리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부수는 스킬을 가지게 되었고 또 한 마리는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의 스킬을 가졌는지 목을 잘라도 목에서부터 생성되는 몸뚱이와 잘린 몸뚱이에서 생성되는 머리로 인해 두 마리로 늘어나 버렸다. 그렇게 빌빌대며 대치만 하던 도중 중국의 SSS 능력자 칭이 나타나서 스킬을 가진 와이번을 통째로 육시랄 시켜버리는데 그와 동시에 불사의 분신 또한 한순간에 10개나 되는 목숨을 잃었다.
물론 의 스킬을 가진 와이번 역시 미국에서 파병나온 SS 능력자 케빈의 스킬로 인해 재생이고 뭐고 납작하게 되어서는 인생이 쫑나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 녀석 스킬을 가진 지랄 같은 와이번만을 남겨놓고 있었는데
공격하더라도 매우 빠르게 도망가는 녀석인지라 공격도 안 되고 불사의 타겟형 마법을 쏘나 보내봤자 졸졸 따라다니기만 할 뿐 정작 맞아야 할 목표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덕분에 와이번 뒤로 날아다니는 타겟형 마법이 수십 개나 있는데 이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완전 무섭게 보이는 것이다.
"으억!? 야 미친놈아! 저거 좀 없애봐! 저게 뭐야! 쫓아 다니는 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라지는 거도 아니고 허공에서 꿈지럭 거리는거 밖에 더 있냐!"
"시끄럽다! 저런 식으로 마법 트랩을 깔아놔야 움직이지 않을 것 아니냐!"
잡으라는 와이번은 안 잡고 서로 싸우기 바쁜데 정작 와이번은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반경 200m 공간으로 결계가 설치되어있는 바람에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만 치고 있는데 허공에 점점 쌓여가는 마법으로 인해 이동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아예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왁! 방사능 덩어리야! 저리 가!"
성태는 눈으로 보기에도 초록색 연기를 풀풀 풍기는 와이번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미친 듯이 스킬 난사를 시전했다.
촤자자작!!!
전방 10m를 빼곡히 채울 정도로 가득한 은빛 실선이었는데 성태가 자주 사용하는 스킬이였다.
휘익!!
분명 피할 곳이 없는 공격이었지만 언제 이동했는지 성태의 뒤로 돌아가 있는 와이펀이었다.
치이익..!
"따가!! 이 미친 녀석 방사능 뿌리지 말라니까?!"
"거기 딱 가만히 있어라!"
스거거걱!
콰지지직!!
성태의 상태가 좋든 말든 성태와 와이번을 동시에 공격하는 불사였다. 손톱에서 빠져나온 마기가 바닥과 공간을 가르며 지나가는데….
"아쉽군."
"뭐가 아쉬워!"
와이번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오히려 성태만 허겁지겁 날아오는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 와이번은 `끼룩`거리며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는데 정작 성태와 불사의 표정에는 미소만 가득했다.
"네가 그쪽으로 갈 줄 알았어"
"내가 네놈을 안 먹으면 불사가 아니다!"
쭈우웅!
`끼룩!?`
와이번은 자신의 주변으로 무수한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빠르게 도망을 치려 했지만, 오히려 날개가 찢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결과 처참하게 바닥으로 떨어진 와이번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으로 인해 땅이 지글지글하며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크 괜찮아요? 많이 놀라지 않았어요?"
"쓰레기 같은 말투…. 나한테 한소리냐?"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너한테 하지 않겠지! 그냥 드라마에서 봤던 대사다"
"넌 도대체 뭘 보고 다니는 거냐...?"
"이것저것!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에 관한 영상도 섭렵하고 있다."
"...."
"레이쨩~ 다이죠브 데스까! 머리에 식칼 꽂으면 마이 아프다 데스네"
어째 도플갱어 한 마리를 타락시킨 것 같은 기분이 든 성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