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11화 (11/45)

〈 11화 〉 8층 흉폭의 협곡

* * *

8층 흉폭의 협곡

이제는 3층 울프 던전이라기 보다는 지룡의 먹이터라는 호칭이 딱 어울린다.

종종 인간들이 나타나서 지룡들을 사냥해가긴 하는데 막상 울프퀸이 있는 중앙 방에는 오질 않는다.

오면 죽거든.

내가 있으면 나한테.

없으면 울프퀸 한테.

울프퀸도 없으면 공처럼 말린 지룡들에게 압사당해서….

20렙 초반이였던 울프퀸은 나와 함께 있으면서 많은 성장을 했다. 뭐랄까? 다른 울프퀸에 비해서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강해졌다랄까?

으으….

또다시 7층으로 가려니 토나오긴 하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니 얼마나 지났는지 생각하기 싫다는 것이 정확하다.

[2,754일 7시간 31분]

참 많이도 지났네.

거의 7년 가까이 여기서 노가리나 까고 있는데 7층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놈의 피부독!!

<자연체>라는 스킬 때문에 저항 가능했지만 역시나 플로그 퀸에겐 통하지 않았다.

... 참고로 말하자면 플로그 퀸은 `퀸`이 아니다. 킹이다.

시발..

난 그것도 모르고 <3초의 기술="">을 썼다가 싸대기 오만상 맞았다.

누가 퀸이라고 했어….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려!

개구리 종류 중에서 수컷이 알을 품는다는 종류가 있다고 들었지만…. 설마하니 7층 퀸..아니 킹이 그런 종류일 줄 몰랐다.

어휴.

박복한 내 팔자.

플로그를 먹어서 <혀 채찍="">이라는 걸 획득했는데 솔직히 이걸 내가 사용해봤자 소용이 없다.

애초에 지렁이한테 혀가 어디 있다고….

수중호흡이라던가 치유저주 또는 피부독을 얻었다면 내가 말을 안 한다. <혀 채찍="">... 이딴걸 어디에다 쓰라고 준 걸까?

그래도 다행이지.

이런 귀한 걸 찾아냈으니까!

오늘은 플로그 킹을 잡고 8층으로 내려갈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자연체/>

70m에 달하는 몸이 순식간에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지룡보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7층 중앙으로 향했고 거기엔 은빛 바닥과 함께 진득한 보랏빛 액체를 뿜어내는 플로그 킹을 보았다.

처음엔 보랏빛 액체가 뭔지도 모르고 밟았다가 피똥 쌀뻔했다.

은근슬쩍 은빛 바닥과 던전의 돌 바닥을 보며 꼬리로 빗자루질하며 돌을 던졌다.

치지직!!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는데 보랏빛 액체의 정체는 지독하게 강력한 피부독 원액인 것이다.

여다 돌 바닥과 차이가 나는 은빛 바닥은 그러한 피부독을 감내하기 위해서 설치해둔 일종의 방호 장치겠지.

개굴개굴….

돌이 녹는 소리에 잠자고 있던 플로그 킹이 깨어났다.

개굴개굴!

촤아악!

물에 젖은 개가 온몸을 털듯 후드득거리며 몸을 터는데 그 반동으로 피부에 묻어있던 피부독이 사방으로 튀었다.

치지직!!

치직!

나한테도 몇 방울이 튀었지만 <자연체>상태인 나로서는 통하지 않는 수법이다.

자연체인 나를 공격하지 못하는 플로그 킹.. 그리고 피부독 때문에 플로그 킹을 공격하지 못하는 나.

어떻게 보면 서로가 공격하지 못하는 경향이지만 나한텐 게임시스템이라는 나만의 무기가 있다.

[누군가의 팔을 144000000 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응.

[구입하셨습니다.]

[포인트 상점]

남은 포인트 : 12763 PS

장착 : 고급시계, 멋쟁이 모자, 바람의 스카프, 누군가의 팔

소비 버프 : 야릇하고도 미끌미끌한 젤, 불끈불끈 영약, 조루의 영약, 현자의 시간, 끈적한 액체

[누군가의 팔]

누구 건지 모를 두 팔을 몸에 장착시킨다.

솔직히 이걸 찾았을 땐 정말 기가 막혔다.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일반 장비도 아니고 무려 생물의 팔을 팔고 있을 줄 몰랐다. 더군다나 팔 뿐만이 아니라 다리도 팔고 머리도 팔고…. 종류 불문 모든 생명체의 신체 일부분을 모두 팔고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아무리 게임 시스템이라도 이런 것 까지 팔다니.

PS 포인트만 많이 있다면 뭘 못할까 싶는데 아쉽게도 PS 포인트가 참 많이 부족하다.

PS 포인트는 몬스터 한 마리를 잡을 때 마다 1PS 씩 얻는데 1층부터 6층까지의 모든 몬스터를 잡으면서 모아둔 걸 이번 팔 하나 구입하는데 모두 소모했다.

자!

그럼 마저 해볼까?

[물(12)을 24 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푱!

톡톡톡..

허공에서 떨어지는 물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던전에서 음식과 물은 아주 중요한 필수품인데 난 그냥 말만 하면 생성이 되니 어이가 없다.

[강력 뽀송뽀송 클렌징을 5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강력 모공수축 발암 송이 퐁을 8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둘 다 구매

푱!푱!

꼼지락….

오랜만에 움직여본다. 거참…. 손이라는 게 없다가 달리니 뭔가 어색하네

딱! 쭈르륵….

난 물의 뚜껑을 개봉하고는 뽀송뽀송 클렌징과 모공수축 발암 송이 퐁을 희석했다.

내 계획?

당연하게도 제일 성가신 피부독을 제거 하는 거다.

처음엔 중화제를 찾아보았는데 포인트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을 알고는 그대로 포기했다.

응.

솔직히 말하자면 손만 포기하면 수천 개라도 살 수 있었는데 포기 못 하겠더라.

그래서 다른 방법을 알아보던 중 그냥 피부독을 씻어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도달했고 이내 이것을 찾아 낸 것이었다.

12통이나 되는 물을 모두 희석했더니 맑았던 물이 뿌옇게 흐려졌다.

이거 정ㅇ…. 흐큼!

[사용자의 정….]

아아 됐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동안 잠잠하더니 이럴 때 나오네

지룡보를 펼치며 정확하게 플로그 킹의 머리 위로 다가가서 거미줄을 뿜어 천장에 몸을 고정했다.

거참 거미줄 한번 튼실하네

인간 손가락보다 얇은 줄 하나로 70m나 되는 내 몸을 지탱하고 있다.

누가 보면 공중 부양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일단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가 좋으려나 저기가 좋으려나….

일단 피부독을 씻어 낸다고 해도 주변에 웅덩이진 피부독이 문제였다. 저기에 빠졌다간 뼈도 남기지 못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조심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못 먹어도 GO다!

꼴꼴꼴꼴꼴!!

거미줄을 이용해 12통의 물을 한 번에 부어버렸다.

촤아악!

개굴개굴!?

뜬금없이 떨어지는 물에 깜짝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플로그 킹이였다.

그 덕에 아까운 물은 웅덩이에 쏟아졌는데 이게 또 의외인 게 희석된 물이 닿자마자 물과 기름처럼 쫙! 하고 원형 져 갈라지는 게 아닌가?

오호!? 새로운 발견?

뿌리던 물을 그만두고는 황급히 도망가는 플로그 킹을 쫓아갔다.

휘리리릭!

어딜 도망가?

개굴개굴!!

촤아악!

휭~

즐! 더러운 가래는 처음에 맞았던 걸로도 충분해!

꼴꼴꼴꼴!!

개굴개굴!!

나에게 독액을 뿌리던 킹은 다시금 등에서 느껴지는 섬뜩하고도 깨끗해지는 느낌에 깜짝 놀라 다시금 도망갔다. 아니 도망가려고 했다.

개굴개굴?

끈적….

네놈이 도망갈 거란 건 이미 설계된 범위 안이었어!

바닥에 깔아 놓은 거미줄에 찰싹 달라붙은 킹을 보며 씨익 웃고는 다시금 뿌리기 시작했다.

꼴꼴꼴꼴!!

얼굴부터 등까지 아주 깨끗이 씻어버린 플로그 킹은 말 그대로 `먹어도` 충분했다.

우와~

맛있게 보이네?

그것도 상당히!

부들부들….

개굴개굴….

플로그 킹은 점점 다가오는 검고 깊어 보이는 거대한 동굴의 어둠을 보면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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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르 던전 7층을 완벽하게 독점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거참…. 도통 오르질 않네

몇 년을 고생하는데 1 업 정도는 시켜주지?

[거절합니다.]

요것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인간처럼 행동한다니까?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인간이지?

[저는 사용자의 인격이 커지는 만큼 따라서 성장하는 AI입니다.]

아하!

그러니까 내가 성장하는 만큼 너도 성장한다는 거지?

그럼 처음에는 말도 안 했는데?

[그건 사용자의 인 ㄱ….]

응.

닥쳐

안 들을래

들으면 후회 할거 같아

시스템 녀석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천천히 8층 입구로 향했다.

다른 층은 중심부 외각에 설치되어있는 입구였지만 빌어먹게도 7층은 피부독 웅덩이 중심에 입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었다.

어휴….

박복하다 내 인생.

어째 이렇게 힘들게 살까?

아!

시스템, 궁금한 게 있는데

난 피부독이 전부 빠져나갈 때 까지 시스템에게 궁금한 점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용자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말을 펼칩니다.]

응.

역시 이렇게 나와야 시스템인 것 같아.

벨로르 던전 밖은 어떤 세상이야?

한번도 안 나가봐서 모르겠네

[두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간단한 설명

2. 중요한 설명

3.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

음….

이거 여러 번 선택할 수 있지?

[가능합니다.]

그럼 1번부터 들어볼래

[1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도움말을 펼칩니다.]

[벨로르 던전과 다른 또 다른 세상, 인간과 유사인종, 몬스터들이 공존하는 세상, 현재 나가면 죽음]

```

```

```

끝이야?

[끝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럼 2번째는?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도움말을 펼칩니다.]

[세르자이 대륙, 혼돈의 대륙으로 나눠진 2개의 대륙이 있는 행성 모한다르입니다. 벨로르 던전은 세르자이 대륙과 혼돈의 대륙의 중심부에 있으며 위로는 바다가 있습니다. 그 깊이는 약 31킬로미터입니다. 세르자이 대륙에 분포하고 있는 세력들로선 인간, 엘프, 드워프, 각종 유사 몬스터들이 있고 혼돈의 대륙에 분포하고 있는 세력들로선 각종 타락한 몬스터들과 유사인종들이 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번에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다면….]

응.

고맙단 소리는 안 할 거야

난 이기주의니까 케케케

[...]

물론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하지만 내가 저 녀석 한테 해줄 만한 건 없잖아?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구성도가 잡혔다.

일단 벨로르 던전은 겁나 크다.

넓이와 깊이를 계산한다면 또 하나의 대륙이라고도 불릴 수가 있는데 구성 파티원들도 이곳으로 사냥 올 땐 최소 1년을 계획하고 온다고 한다.

그만큼 넓고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그런 곳에서 잘만 살아있는 나도 신기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라고도 부를 수 있는 관문이었다.

인간들의 발길이 끊어진 마의 8층이다. S등급 파티원들도 플로그 킹을 잡고 8층으로 들어갔다지만 초입구부터 쫓기듯 나왔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잡이히 않았다.

똑…. 똑….

[벨로르 던전 8층이 개방되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음이 울리며 천천히 개방되는 8층을 보는데 뭐랄까? 깊은 구덩이 속에서 올라오는 음습함이랄까?

확실히 이때까지의 던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조성했다.

8층의 기본 설명 같은 건 없어?

[네 없습니다.]

쓸모없구나?

아무래도 인간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인간이 모르는 경우엔 시스템도 알 수가 없나 보다.

이렇게 된다면 내가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건데 상당히 무섭다.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판국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쫄아있을 수만은 없기에 8층으로 진입을 했다.

[8층 흉폭의 협곡에 진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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