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스킬은 배우는게 아니야 먹는거지(2)
* * *
"파이어볼!"
끼이!
파이어볼 한방에 퍼펫이 타들어 가며 죽어버린다. 죽은 자리에는 보랏빛의 마석이 떨어져 있었는데 마법사는 기쁜 표정으로 마석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9개만 더 구하자"
힘차게 아자 아자! 하는 마법사를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파이어볼 한방에 쉽게 잡히네….
부럽다.
나도 파이어볼 쓰고 싶어
[세이린 폰 아포미네]
레벨 : 39 (3서클 마스터)
종족 : 인간 / 나이 19
HP : 480
MP : 2150
체력 : 30
민첩 : 13
지능 : 190
스킬: 1서클 마법, 2서클 마법, 3서클 마법
레벨이 상당히 높다.
체력적으로는 내가 훨씬 우월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 보니 정면으로 들이대기엔 상당히 곤란했다.
거기다 스킬이 정확하게 표현되어있지 않고 1서클, 2서클 이렇게 표기가 되어있었는데 흡수를 통해서 마법을 흡수한다면 1서클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인지 아니면 1서클중에서 한가지 마법을 흡수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혼자 왔나?
아니면 일행들이랑 잠시 떨어진 건가..?
폰이라는 성을 쓰는 것 보니 후작인 것 같았다.
귀족들이 사용하는 성으로는 더 > 폰 > 진 > 드 > 반 이 있는데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였다.
명색에 후작의 영애라면 혼자 왔을 리도 없고 다른 호위기사들이나 파티원이 있을 거라 생각했이게 잠시 상황을 더 살펴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시간쯤 더 기다려 보았지만 정말로 혼자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헐..
간이 큰 아가씨일세?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 온 건데?
비록 3서클 마스터에 레벨이 높다고 하지만 이곳은 벨로르 던전이다.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고 `나`라는 예측 밖의 몬스터도 있는데 말이지.
아무도 없다면 내가 꿀꺽해도 되겠지?
귀족이건 후작이건 어차피 인간이다. 여기서 내가 먹는다고 해도 목격자도 없으니 그냥 단순 실종으로 해결될 것이기에 목표물로 찍었다.
쩝. 아무리 마음먹었다지만 역시 인간을 먹으려니 껄끄럽구만?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는 동안 인간 마법사는 여전히 퍼펫을 잡기 여념이 없었다.
"라이트링 볼!"
파지직!
끼아악!
투툭….
"오예! 이걸로 3개째! 재수가 좋으려니 마석도 잘 나오네?"
마석?
[퍼펫의 마석]
퍼펫의 정수로서 퍼펫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만 보자….
굳이 인간을 잡아먹을 필요 없이 마석을 흡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이다.
마석을 먹어보고 안되면…. 잡아 먹지 뭐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어어…? 뭐야"
콰르르!
"꺄악!"
나는 일부로 마법사의 발밑으로 지나가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을 시전 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자세를 무너트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재빨리 마석이 담겨있는 주머니를 향해 입을 벌렸다.
물론 마법사의 입장으로 보면 거대한 몬스터가 한입에 꿀꺽하려고 하는 것 처럼 보였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뭔 상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틀려서 안타깝네.
난 마석만 있으면 되거든?
투툭!
입안으로 들어오는 주머니를 힘껏 잡아당겨 줄을 끊어 내고는 목구멍으로 넘겼다.
[흡수 MAX가 발동됩니다. 랜덤으로 마법 한 가지를 습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동화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동화 LV1]
특정 사물과 하나가 된다. 레벨이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오오!
나이스!
역시 내 예상이 적중했네
이로써 인간을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뿌듯해 하고 있을 때였다.
"파이어볼!"
정신을 차렸는지 나에게 쏘아지는 파이어볼을 볼 수 있었는데 이참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동화/>
일반적으로 퍼펫이 사용하는 동화는 물리 무효화에만 적용된다고 나와 있었지만 내가 습득한 동화에는 거런게 적혀있지 않았다.
즉!
뽀용..!
이렇게 마법인 파이어볼과 동화가 되어 불타는 지렁이가 된다는 말씀!!
퐈이열!!~
워!! 난 파이어 지렁이다!
다 덤벼!
불타오르고 있지만 뜨겁지 않다. 이건 파이어볼과 완전히 동화가 되었다는 뜻이었는데...
안 뜨겁다고! 하하하….
아…. 뜨..?
아뜨뜨뜨뜨!!!
앗 뜨거워!!
문제는 지속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 레벨이 낮은 관계로 지속시간이 5초에 불과했는데 이걸 몰랐던 난 그냥 전신이 불타는 지렁이가 되었다.
너무 뜨거워서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동화를 시전하고는 재빨리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뜨거어어어어….
산소를 차단하자 그때서야 꺼진 파이어볼이였는데 전신에 노릇노릇한 고기 냄새가 퍼진다.
<전신 화상을="" 입었습니다.="" 재생까지="" 1시간=""/>
780>
체력이 상당히 많이 까였다. 하긴 인간으로 치자면 2도 화상이었으니 당연한 이야긴가?
아무튼, 상당히 뜨거웠지만, 인간을 먹지 않았다는 것에 매우 큰 만족감을 더했다.
우씨.
내가 잡아먹지 않았다는 거에 감사하다고 생각해도 모자를 판인데!
아 따가워.
흑…. 따가운데 냄새를 맡고 있자니 고기 먹고 싶어지네.
시간 개념이 없다는 게 이럴 땐 좋은 것 같다.
10초도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시간이나 지났어?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람을 맞춰놓고 동화 레벨을 올리고 있는데 다짜고짜 알람이 울린다.
처음엔 고장인가 싶었는데 몸을 보니 화상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고 따가움도 사라져있었다.
후…. 그럼 퍼펫이나 다시 잡으러 가볼까?
[능력치]
레벨 : 25
경험치 764417/1677721600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1230
MP : 760
체력 : 123
민첩 : 200
지능 : 71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68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17, 독니 LV 23, 불멸화 LV3, 지렁이지렁 LV1 단단해지기 LV3 (패시브) 동화 LV 4
스킬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다소 어지럽게 보여서 뭔가 단출하게 보일 순 없나 살펴봤는데 각각의 설정을 따로따로 설정해 둘 수 있다고 한다.
스킬은 스킬창, 칭호는 칭호창 , 능력치를 능력치 이렇게 세부적으로 나눠 버리곤 알람을 꺼버렸는데 진작 이럴걸 그랬다.
항상 능력치 창을 켤 때마다 눈앞을 가득 메꿔버리는 통해 눈이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간단하게 표현이 되어서 알아보기도 쉬웠다.
땅속에서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동안 지상에 있는 진동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건 지렁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으로서 상태창에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는데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쓸만하다.
특히 땅속에서 이동을 할 때 목표물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에도 편했고 이렇게!
덥석!
끼에엑!?
몰래 기습해서 먹기에도 편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동화/>
입에 있던 녀석이 공기와 동화를 했는지 입안을 빠져나오는 게 느껴지기에 난 퍼펫의 몸과 동화를 시전했다.
끼에?
잘 빠져나오다가 갑작스럽게 걸려버린 몸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퍼펫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미안 그러니까 빨리 내 뱃속으로 들어와.
끼에! 끼에!
아 몰라.
너도 말하고 싶으면 지렁이 언어나 배워 오라고
물론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말이지?
꿀꺽!
[메인 퀘스트 벨로르 퍼펫 처치 1/10]
좋아, 이 상태로 끝까지 가는 거야
한마리 한마리 꿀떡꿀떡 삼키고 있자니 배부르는게 느껴진다.
어라?
내가 그동안 배부름을 느껴왔던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배고픔은 느껴봤지만 배부름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단순히 고레벨의 사냥감을 먹었다고 이렇게 배가 부르다는 건 사실 말이 안됐지만 나름 예측 되는 게 있었다.
마석을 먹어서 그런가?
5층부터는 마석이라는 것이 나온다는데 마석안에는 고유의 에너지가 저장되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이용해서 아티펙트나 다른 마법과 혼용하여 더욱 강한 마법을 시전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내가 배부른 것 같았다.
오우오우!
배부른 기분 너무 좋다.
이대로 조금만 더 배부르면 잠들 것 같은데….
으음…. 어떻게 할까나?
이대로 먹고 잘까 아니면 퀘스트 깨고 잘까?
아?
어떻게 되든 잔다는 건 똑같잖아?
그럼 퀘스트 깨고 자는 게 좋겠네! 이왕지사 일하고 자면 꿀잠 자겠지?
[메인 퀘스트 벨로르 퍼펫 처치 10/10 완료 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레벨 +1을 받으셨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라…. 보상으로 경험치 말고 레벨도 올려주는 거야?
이러면 나야 좋지!
자!
레벨도 올랐겠다, 슬슬 자러 가볼까?
적당히 땅굴을 파서 그 안에 숨어들었다. 뭐랄까? 일종의 임시 거처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 흔한 보금자리조차 없는 몬스터라는게 뭔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으음….
나만의 보금자리라?
그런 걸 어디에다가 만들라는 거지?
[메인퀘스트 발생! 자신에게 보금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보금자리를 지으세요. 0/10]
아…?
뭐야 원래 이런 퀘스트도 있었던 거야? 그저 내가 바보 같아서 늦게 알아차린 거고? 곤란하네…. 나처럼 똑똑하고 지적인 지렁이가 이런 걸 생각 못 하다니…. 재능 낭비다!
[....]
뭐지? 누군가가 할 말 없어서 입을 다물고 어이없다는 듯이 지켜보는 느낌은?
에이! 착각일 거야. 착각
퀘스트의 내용을 보아하니 10개의 보금자리를 만들라는 건 알겠다. 대충 1층부터 10층까지 보금자리를 지으라는 것 같은데 가능할까?
어!? 잠시만! 생각해보니 메인 퀘스트는 하나밖에 못 받는 건데!?
이러면 다른 메인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사용자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말을 펼칩니다.]
오오! 역시 필요할 때 나타나는 도움말 선생님!
[깨기 힘든 메인퀘스트 때문에 다른 메인퀘스트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지연기능이 있습니다.]
도움말의 말은 6층으로 가라는 메인퀘스트가 있는데 그걸 받지 못하고 현재처럼 10층으로 가야 하는 퀘스트를 받았다면 6층으로 가는 퀘스트는 자동으로 저장이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퀘스트 완료는 떴는데 보상은 받지 못한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각각 존재한다고 한다.
우선 나쁜 점을 먼저 말하자면 초반 성장에 필요한 메인퀘스트를 깨지 못하기 때문에 늦게 성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점은 저레벨에 받고 깼을 때와 고레벨이 되어서 깼을 때의 경험치와 보상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고레벨이 되어서 퀘스트가 완료된다면 그만큼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뜻이었다.
난 지금 받고 싶은데….
[불가능합니다.]
쳇.
너무 칼같이 선을 그어서 재미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에다가 보금자리를 만들어야겠네.
[보금자리를 만드시겠습니까?]
응.
만들래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완료시간 30분]
헤~ 30분이면 내가 눈 한 번 깜빡이….
[보금자리가 생성되었습니다. 10분간 쉬었을 경우 10%의 능력치 상승 버프를 얻습니다.]
....
상당히 빠르게 완공이 되는구나?
거참….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았는데 30분이라니….
확실히 자기 전에 알람을 필수적으로 맞춰 놔야겠다.
<알람 8시간="" 반복="" 알람="" 10분을="" 설정하시겠습니까?=""/>
설정할게.
<설정되었습니다. 반복="" 알람은="" 2번밖에="" 울리지="" 않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우아암….
알람도 맞춰놨겠다. 맘 놓고 한숨 자볼까?
자고 일어나면 또 성장해있겠지?
비록 종족 명은 작은 지렁이라도 크기를 본다면…….
zzzzz…….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