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여주인공의 ‘악개’였던 나.
고구마 엔딩에 분개하다가 환생트럭에 치였는데
후회 남주 ‘이안 클라우드’의 스쳐 지나가는 전 부인에 빙의했다.
그런데 이 인간, 생각보다 더 공포의 주둥아리에 고집불통이다.
“뭡니까?”
“필요 없습니다.”
“신경 끄시죠.”
…이러다 원작의 고구마 똥밭이 반복되는 거 아냐?
그래서 결심했다.
여주인공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 개노답 후회남을 갱생시키리라!
“대공, 그게 아니래도요. 좀 더 다정하게 말해 보세요.”
“자고로 여자는 발닦개 같은 남자를 좋아한답니다.”
“대세는 조신남이에요, 명심하세요.”
로봇 같은 남주를 깡깡 쳐서 여주 전용 키링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재회하는 날, 나는 그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맞다, 가기 전에 여기 도장 좀 찍어 주세요.”
“…이게 뭡니까?”
“뭐긴요. 이혼 서류죠.”
“이혼… 서류요.”
찌익.
그의 손안에서 이혼 서류가 처참하게 찢어졌다.
아니, 그걸 왜 찢어…?
“설마 그동안 내내 날 떠날 생각을 한 겁니까?”
“…네?”
“부인이 내게 그리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정인은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라고.”
그건 여주랑 당신 얘기인데….
“엘로이즈.”
그가 나의 손바닥에 눅진하게 입 맞췄다.
나른한 자청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
“…….”
“그러니 당신도, 나만의 것이 되어야겠지요.”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이거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다고.
아니, 그보다 집착은 가르친 적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