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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you marry me? (299/304)

Will you marry me?

“오늘 온다고?”

-예.

“알았다. 저녁에 오거라.”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자신의 마음대로 여자를 선택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부모님이 원하던 짝이 있지 않았겠는가.

“아들이 애인을 집에 데려온다는데 죄송할 일이 뭐냐. 네 엄마한테도 얘기해 두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녁에 보자.”

-예.

전화를 끊자마자 신 회장은 얼른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보? 회사 아니에요?

“오늘이래. 주환이가 오늘 저녁에 데려온다고 했어.”

-알았어요. 저녁 준비해 둘게요.

“미국식으로 준비해야 할까?”

-주환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긴 좀 그렇죠? 뭘 좋아할지를 몰라서….

“둘 다 준비해. 어차피 미국식은 별거 없으니까.”

-알았어요. 당신은 일찍 들어와 있어요.

“응. 지금 가려고.”

-벌써요?

“…여기서 영어 인사를 공부할 수는 없잖아.”

-아차. 얼른 와요. 나도 같이하게.

“알았어.”

* * *

일찍 집에 돌아온 주미는 부산한 집 안을 보고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오늘 누구 와요?”

“도련님이 애인을 데려온다고 들었어요.”

“……!!”

“헐.”

수용도 아내 주미에게 들었다. 주환의 애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봐. 이봐. 결국은 데려올 거면서 말이야.”

“할리우드 여배우를 이제 집 안에서 보겠네. 흐흐. 형님이 나름 낭만파였어.”

“낭만은 개뿔.”

“우린 애들이나 찾으러 가자.”

“당신이 애들 좀 맡아 줘. 나도 좀 거들게.”

“오케이.”

수용은 아이를 맡아 주신 아주머니께 아이들을 받아 위로 올라갔고, 주미는 어머니를 찾았다. 거들겠다는 것은 아주머니들의 일을 거들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심란하실 부모님의 마음을 돌봐드릴 생각이었다.

“아주머니. 여사님은 어디 계세요?”

“안방에 회장님과 같이 계세요.”

“어? 아버지가 벌써 오셨어요?”

“한참 전에 오셨어요.”

지점만 돌아보다 일찍 퇴근해서 발생한 일이다.

“알았어요.”

주미는 조심히 안방으로 접근했고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했다.

“첫인사는 글랫 투 미츄가 좋다는 거죠?”

“우선 집에 온 사람을 환영해야지. 웰컴이라고 인사하고 살짝 포옹하면서 환영을 표현해야 좋을 것 같아.”

“그게 좋겠네요.”

“…….”

주미는 예상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반응에 괜히 원망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번듯한 기업가 딸을 데려왔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다못해 한국인이라도 데려왔으면 말은 통할 거 아냐.’

주미는 부모님의 영어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방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아주머니. 이따 손님 오시면 바로 알려 주세요.”

“예.”

* * *

“여기가 주환의 가족이 사는 집?”

“응.”

“역시 한국의 집들은 너무 아담해.”

“그, 그렇지.”

미국의 거대한 저택에 비하면 작다고 느껴질 수도 있었다.

“들어가자.”

벨을 누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제시카는 예쁘게 꾸며진 정원에 눈길을 줬다.

“정원이 아기자기해. 집과 잘 어울리네.”

“…….”

보통 이런 정원조차 존재하지 않는 집이 수두룩했다.

제시카는 집을 등지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더 큰 집을 발견했다.

“오. 저긴 멋있다. 여기보다 더 넓은 것 같네.”

“아. 저긴 프레지던트가 살던 집.”

지금은 수안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

“한국 정부의 현재 프레지던트 말이야.”

“오오. 프레지던트와 이웃하고 살았던 거야? 서로 인사도 하면서 살았겠지? 하하. 들어가자.”

대통령 집안과 자신의 집이 사돈이라는 말과 강운 그룹 회장이 저기 살고 있다는 말도 하려고 했지만, 제시카는 주환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손을 잡아끌었다. 누가 보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고 생각할 법했다.

집으로 들어가자 벌써 아버지와 어머니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아….”

막 아버지가 입을 열어 환영하려 했지만, 제시카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처음 뵙겠습니다. 제시카 다다리오입니다. 제시라고 불러 주세요.”

당연히 유창한 한국어였다.

“……!!”

“……!!”

두 사람은 상상도 못 한 인사였다. 고개가 천천히 아들에게로 향했다.

“아. 제시는 미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한국말을 곧잘 했어요. 이후엔 저와 같이 만나면서 더 능숙해졌고요. 미리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깜빡했네요.”

“너어는 그런 얘길 미리 했어야지.”

바짝 긴장하고 영어 인사를 연습한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

“괜히 걱정했구먼.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하네. 어서 들어오게.”

“네에~”

성큼 안으로 발을 들이밀던 제시카는 자신의 신발에 눈이 갔다.

“아차. 신발 벗어야지.”

이후 대화는 제시카가 주도했다.

“호호호. 미국에서 한국 친구들 집에 자주 놀러 갔었어요. 그래서 한국 문화에 익숙한 편이죠. 음~ 맛있는 음식을 하셨나 봐요. 좋은 냄새가 나요. 저 뭐든 잘 먹어요.”

두 사람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제시카를 보고 있었다. 능숙한 한국말, 예쁜 외모와 젊은 나이, 발랄한 그녀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오늘 부부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주미는 어처구니없는 제시카의 한국어 실력에도 말을 붙이지 못했다.

오히려 제시카가 말을 걸어줬다.

“주환 씨 여동생은 결혼하셨네요? 여기서 같이 사세요?”

“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신주미입니다. 여긴 제 남편 강수용이고요.”

“저도 무척 반가워요. 그리고 한국은 자식들이 결혼해도 같이 살곤 한다죠?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아. 네.”

“배고플 테니 식사부터 하세.”

“네에! 안 그래도 너무 참기 힘들었어요.”

제시카는 말했던 것처럼 한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또 아들을 찾았다.

“원래 이렇게 한식을 잘 먹니?”

“예전에 같이 한인 식당에도 가고 했어요. 대학에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자주 먹었다고 해요.”

“어쩜. 보면 볼수록 매력 있네.”

한국인이었다면 한식 먹는 게 장점으로 보였을까 싶어 주미는 입만 삐죽 내밀고 있었다.

‘이게 시누이 마음인가?’

괜히 짜증만 늘어간다.

“…….”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며 신정수 회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우리 주환이랑 계속 만날 생각인가?”

“…안 되나요?”

“아, 아니. 내가 언어 선택을 잘못했나 보구먼. 오해하지 않게 다시 얘기하지. 앞으로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할 수 있겠는가를 묻는 것이네.”

아들과 결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 앞선 질문이라 돌려서 물어본 것이다.

“음…. 먼저 물어보셨으니 저도 말씀드릴게요.”

다들 제시카의 입을 주목했다.

“주환 씨와 미국으로 가고 싶어요. 어차피 여기서도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들었어요. 저와 함께한다면 회사원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샐러리맨의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할 생각이고요.”

신 회장은 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저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제시.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돈 얘기를 꺼냈다는 것도 민망했다.

“여기서 고작 샐러리맨으로 일하고 있다며. 나와 미국에 가자. 예전처럼 날 서포트해 줘. 그리고 나와 함께해 줘. 난 네가 필요해. 너와 계속 함께 있고 싶어. 날 사랑하지 않아? 나도 널 사랑해.”

당당한 사랑 고백이었다.

“…….”

어머니는 제시카가 하는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아들. 혹시…. 제시카는 아직 모르니?”

“예.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애가 주환이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진실했네.”

좋게 보이기 시작하니 뭐든 좋아 보인다. 신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신 회장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어 주미를 찾았다.

“주미야.”

“예. 아버지.”

“미국 지점을 조금 더 키울 수 있을까?”

미국에 있는 교본 생명 자산 운용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미주대륙 확장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주식 거래나 채권 거래를 위해서라도 진출해야 합니다. …BE와 연계하면 더 크게도 가능할 겁니다.”

“교본 증권에도 미국 지점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장 한번 하시죠.”

수용도 옆에서 거들었다.

“규모 키우고 자리 만들어 놔라. 주환이 체면이 있지. 샐러리맨이라잖니.”

지점이라고 불렀지만, 교본 생명 자산 운용 미국은 엄연히 한 회사였다.

만들라는 자리 또한 당연히 대표 자리였다.

“아버지…. 오빠를 보내실 수 있겠어요?”

주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빠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었다.

오빠에게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주미의 눈엔 다 들어왔다. 회사 직원들을 통해 매일 오빠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예 가는 것도 아니잖아. 언제든 귀국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아…. 음…. 지금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말이죠. 자기는 무슨 말인지 알아?”

제시카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주환은 아버지를 보며 되물었다.

“아, 아버지. 저를 미국으로 보내신다고요?”

“네 애인이 너 달라잖아. 그러니 보내 주겠다는 말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제시카는 보내 준다는 말만 듣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

“오! 감사합니다. 아버님. 제가 잘 먹여 살리겠습니다. 오예!”

주환은 믿기지 않아 다시 묻게 된다. 이렇게 쉽게 허락하실 줄은 몰랐다.

“…진짜 가요?”

“방금 들었잖아. 너 좋을 대로 하면 된다.”

진지한 만남을 이어 가겠냐는 아버지 질문에 그저 함께하겠다고만 답했다. 대답 어디에도 약혼이나 결혼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신을 미국으로 보내 준다고 하셨다.

“당장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결혼이라는 말에 어머니가 반응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쉽게 결혼할 수 있겠니? 시간이 필요할 거야. 네 아빠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

어머니 말에 주환이 제시를 불렀다. 언제까지 부모님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나이도 이제 곧 40이다.

“제시.”

“응?”

“우리 집은 대한민국 현 대통령의 사돈, 사돈이라는 단어는 알지?”

“I know. Bride's family and groom's family. Right?”

“그래. 신부 집과 신랑 집. 우리 집은 신부 쪽 집이고, 대통령의 가문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어. 여기 앉아 있는 내 여동생의 남편이 바로 대통령의 막내아들이야.”

“Wow. That’s an interesting story.”

제시카에겐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말은 BE 인베스트먼트 스티븐 회장의 남동생이라는 뜻이기도 해. 스티븐 회장의 아버지가 한국의 대통령이잖아.”

“What the…. It's Really?”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보다 BE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이 더 놀라운 제시카였다. 매번 포브스지 부호 순위에 최상위를 차지하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 이전에 희대의 육상 챔피언으로도 이름 높은 스티븐 회장이다.

“Sure.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아버지 회사야. 이 보험 회사의 자산 규모는 90억 달러 수준이고.”

“…90억 달러? 그게 얼마지?”

아직 한국식 숫자 표기까지는 익숙지 않았다.

“아이 민스 나인 빌리언 달러스.”

“……!!!”

그제야 제시카는 90억 달러가 의미하는 금액을 이해할 수 있었다.

“I didn’t recognize the rich man. Yo man!”

모든 사실을 밝힌 주환은 분위기를 잡으며 진지하게 할 말을 골랐다.

그리고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제시. 이거 하나는 약속할게. 앞으로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나도 너와 자물쇠를 채우고 싶어. 나와 결혼해 주겠어?”

“…Hey. That's a…. Oh. My.”

그 말 많던 아가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는 아들 주환의 어깨를 툭 밀치며 말했다.

“야. 너는 반지도 없이. 기다려!”

그리고는 말릴 사이도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가 고풍스러운 다이아 반지를 아들에게 건네줬다.

“엄마….”

“네 친할머니가 주신 거야.”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준 반지는 예전부터 며느리에게 주고 싶었다.

“…….”

주환은 어머니가 준 반지를 받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시…. Will you marry me?”

“…Yes! Yes!! I do!”

청혼을 받아들인 것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갑자기 달려들어 키스를 나누는 바람에 부모와 여동생은 고개를 돌려야 했다.

“역시 아메리카 스타일.”

수용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뼉을 치며 두 사람을 축하하고 있었다.

“형님 최곱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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