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미션 수행 (216/304)

미션 수행

뮤직비디오

조급한 마음

다시 확보한 지분

공유 공장

보상+보상

건물주

샤롯 마트

Fire

그래서 언제 출시하는데?

후발 주자

여기 내가 와도 되는 건가?

별이 지다

9‧11

작은 어긋남

손절

출사표

국회로

이번엔 진짜야!

쿨 거래

워크숍

거래소

바로 당신!

미션 수행

수안이 더블 엔터에 출동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이야. 김 사장님 훨씬 젊어 보이네요.”

정수리가 환했던 더블 엔터 김기수 사장은 감쪽같은 가발로 젊음을 되찾았다.

“하하하. 저도 젊어진 기분입니다. 진즉에 사용할 걸 그랬습니다.”

“오늘은 곡 때문에 왔습니다.”

“곡이요? 작곡가들 불러오면 됩니까?”

“네. 박준영하고 방수혁 불러오세요.”

.

.

.

갑자기 녹음실로 호출된 두 사람은 안에서 기다리는 수안을 만날 수 있었다.

“여~ 강 회장님. 우리 더블 엔터에도 관심은 있으셨나?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하하하. 수혁이 너 살 더 쪘다? 오래 살고 싶으면 빼지?”

“아오. 이걸 팰 수도 없고.”

둘은 동갑내기 친구라 스스럼없이 인사했다. 평소에도 업무로 마주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준영도 친구로 지내기로 했기에 서로 편하게 대화했다.

“준영이도 요즘 수고 많다고 들었어. 가수들이 국내에서 날린다며?”

“크흐흐. 애들이 국내 가요 시장을 작살 냈지. 미국 진출만 하면 딱 맞는데 말이야.”

“국내나 평정하셔. 빌보드는 아직 멀었으니까. 미국 가려면 너 혼자 가는 거다. 우리 더블 엔터 가수들은 하나도 못 보내니까 그렇게 알아.”

“쳇.”

미국 진출에 헛된 야망을 품고 있는 박준영을 지그시 밟아주고 더블 엔터에 온 목적을 말했다.

“너희 둘. 나랑 곡 작업 하나만 하자.”

“…….”

“…….”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들은 둘이 멀뚱하게 수안만 보고 서 있었다.

“장난 아니고 진짜. 내가 곡 하나 써 왔거든?”

“차량 디자인에….”

“신소재 개발도 모자라서….”

“이젠 곡을 쓰시겠다?”

“아주 혼자 다 해 먹지?”

믿지 못한다기보다 믿기 싫은 둘이다. 더블 엔터도 더블 스타의 산하에 있어 수안의 얘기가 돌곤 했다. 같은 계열사인 팬탁의 삐삐 디자인 관련 소문부터 잘 알고 있는 둘이다. 이후에도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했고 수안이 밀어주라는 가수는 죄다 성공했다. 그런 수안이 이제 작곡까지 했다고 하니 괜히 부하가 치밀었다.

“푸흐흐. 우선 들어 보고 얘기하자. 내가 안에서 피아노 치면서 가이드 녹음할 테니까 너희가 편곡하고 프로듀싱도 맡아 줘.”

“가사까지 써 왔어?”

“노래까지 잘한다 이거야? 그래 어디 강운 그룹 부회장 창작 노래도 들어 보자.”

“만남으론 부족했지.”

“이번에 제대로 평가해 주지. 신랄한 비평을 각오해!”

둘은 수안이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자 둘은 프로답게 표정을 굳히고 기계를 만지며 능숙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스탠바이.

밖에서 손으로 큐를 대신한 둘은 들려오는 피아노 반주와 수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랑해 그 말은 무엇보다 아픈 말. 숨죽여서 하는 말 이젠 하기 힘든 말. Oh 햇살이 밝은 아침보다 밤의 달빛이 어울려요. 이별의 그 입맞춤 잠시 접어 둔 채 이대로 이렇게….”

어설픈 초보의 창작 가요를 생각했던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 봤다.

“이, 이게 말이 되나? 쟤가 언제 작곡을 배웠어?”

“나도 모르지. 젠장. 흠잡을 구석이 별로 없는데?”

둘의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노래가 이어졌다.

“힘껏 안아 줄게 널. 그리고 말할게. 나 이렇게 너를 외치면서 My Love. 넌 보지 못할 내 마지막 눈물….”

노래를 끝내고 녹음실에서 나온 수안은 두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

“곡 어때?”

“…….”

“…….”

“크흐흐. 지금 너희 표정을 녹화해야 하는데 말이야.”

“큼.”

“야. 너 언제 작곡을 배운 거야?”

방수혁의 물음에 수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내가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어지간한 악기는 다 마스터했거든? 작곡 못 할 건 뭔데?”

“…천재는 천재네.”

“작곡까지 대박이다. 피아노에 선율에 너무 잘 어울려. 노래 기교는 약간 부족했지만, 감정은 너무 완벽했다고!”

“워워. 준영이 너 그 눈빛 위험하다. 나는 가수 안 해.”

“그럼?”

“다른 가수 줘야지.”

다른 가수를 준다는 말에 방수혁이 외쳤다.

“나! 내가 할게! 내 가수가 확실하게 주인이야. 내가 먼저 손들었다.”

“선착순이 어딨어? 이거 잘 부를 놈 알고 있어. 나 줘라. 내가 제대로 뽑아 볼게.”

반응이 예상한 그대로라 준비한 멘트를 던졌다.

“대신 미션이 있어.”

“미션? 말만 해.”

“조건이 뭐든 맞춰 주지.”

수안은 준비해 온 뮤직비디오 콘티를 꺼냈다. 대외적으로 천재라는 이미지가 굳혀지고 있어서 거리낌 없이 던질 수 있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콘티야. 깜짝 청혼 이벤트를 기획하는 거지.”

둘은 머리를 맞대고 수안이 그려온 뮤직비디오 콘티를 한 장씩 넘기며 살폈다. 그림까지 곁들여진 뮤직비디오 콘티 자체가 신선하기도 했지만, 콘티의 내용은 더 신선했다.

“…….”

“…….”

둘은 콘티를 다 살펴보고 더욱 불타올랐다.

“아오. 천재는 다 이 모양이라니까. 오케스트라는 뭔데?”

“이럴 거면 네가 프로듀싱하고 뮤비 감독도 했어야지! 아주 영화를 썼네.”

“누구는 머리를 싸매고 창작의 고통을 겪는데 얘는 그냥 막 튀어나오네.”

“뮤직비디오 콘티를 혼자서 다 그려오고 여기에 어울리는 안무까지 다 들어가 있어.”

불만이 가득했지만, 마지막은 칭찬이었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맞아.”

“…환상적인 뮤직비디오가 될 거야.”

뮤직비디오 미션을 위해서는 조건이 있었다.

“미션을 수행하려면 선결되어야 할 사항이 있어. 이걸 맞춰 줘야 해.”

“뭔데?”

“가수. 가수의 가창력은 당연히 수준급이어야 하고 나름의 인기도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꼭 내부에서 찾을 필요도 없지. 외부 가수와 더블 엔터가 콜라보해도 좋아.”

“너 생각해 놓은 사람이라도 있냐?”

“음….”

본래 가수가 불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더블 엔터 소속이 아니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해 둔 가수는 없고, 콘티에 나온 청혼 이벤트 당사자는 찾아놨어. 아내 오빠 되는 사람이거든. 나한테는 형님이지.”

수혁은 콘티를 말아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야! 고작 마누라 오빠의 청혼 때문에 이런 노래를 만들어?”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댁 기둥에도 절을 한다잖냐. 얘는 좀 심하긴 하다만….”

“노래가 나온 이유가 문제냐? 이렇게 잘 뽑혔는데? 너 안 하려면 준영이 줘.”

수혁은 말아쥐었던 콘티를 얼른 정성스럽게 폈다.

“…오케이. 어쨌든 이 노래는 내가-”

“아니! 내가 가져간다!”

“내 거야!”

“내 거야!”

이러다 둘이 싸움 나겠다 싶었던 수안은 확실하게 가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둘이 가수로 내세울 후보들 리스트로 가져와 봐. 선택은 내가 한다.”

“…….”

“…….”

둘은 주르륵 가수를 적어 내려갔고 수안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돌 가수들이 대부분이었고, 김광식은 이런 곡에 어울리지 않았다. 가창력이 있는 가수들도 있었지만, 인지도가 약했다.

청혼을 받는 여성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유명해야 했다. 그냥 가수도 아니고 엄청나게 유명한 가수가 나 하나만을 위해 노래한다? 이건 무조건 맞춰야 하는 조건이다.

“그냥 김승철 데려와. 그 사람에게 맡기겠어.”

노래는 본래 주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

“김승철을 생각하고 있었으면 우리 더블 엔터에 상대할 놈이 없지.”

가창력에 흠잡을 구석이 없는 가수였고, 인기 또한 대단한 가수였다.

“안 그래도 김승철이 올해 곡 발매 안 하고 OST만 참여했으니까 괜찮겠지?”

“섭외, 일정 조율은 알아서 하고 곡 작업부터 끝내. 그 사람은 녹음 한 번에 끝낸다며 오래 안 걸릴 거야. 문제는 뮤직비디오지.”

“뮤비도 더블 스타에서?”

“그럼 내가 하리?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구해 놔. 이미 시나리오 다 짜 놔서 아이디어 회의할 일도 없을 거 아냐.”

“알았어! 한다. 해!”

둘은 수안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녹음실에 붙어서 이번 곡을 다시 작업하기 시작했다.

“뭔데? 내가 작업할 건데?”

“나도 할 건데?”

둘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됐다.

친구의 손에서 탄생한 곡이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수안이 부른 것은 말 그대로 간단하게 가이드를 위한 녹음. 진짜 곡은 둘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수고해라. 싸우면 도로 가져갈 테니까 사이좋게 공동으로 해. 김기수 사장이 감시하고 나한테 보고할 거야. 알았지?”

수안은 김기수 사장과 함께 나오며 말했다.

“곡 작업 끝나면 뮤직비디오 촬영할 건데, 관련 정보는 내게 전달해 줘요. 형님 노래 연습 많이 시키시고요.”

“예. 회장님.”

* * *

김승철의 매니저는 급하게 들어와 새로운 일정을 알렸다.

“더블 엔터에서?”

“그래. 더블 엔터에서 너랑 곡 작업 하나 하자고 연락 왔어.”

“…거기서 날 왜 불러? 거기 소속 가수는 놀아? 대형 기획사라 가수들도 많잖아?”

“그야 내가 아나?”

“그걸 알아내야지. 내가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가야 해?”

“…더블 스타에서 나선 일이라고 하던데? 더블 엔터가 더블 스타 산하 회사잖아?”

“더블 스타? 거긴 뭐든 더블이야?”

“강운 그룹 강수안 부회장이 더블 스타 회장이잖아! 기억 안 나?”

김승철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걸 제일 먼저 얘기했어야지!”

김승철이 더블 엔터로 달려왔다.

.

.

.

“반갑습니다. 선배님.”

“준영 씨가 더블 스타 AR팀 맡고 있었나요? 반가워요.”

“예. 선배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승철이 박준영보다 한참 연상이었다. 가수로서 후배이기도 했기에 김승철은 편하게 대했다.

“반갑습니다. 방수혁입니다.”

방수혁은 작곡과 프로듀싱만 진행하고 있어 후배 가수는 아니다.

“오. 수혁 씨도 반가워요. 요즘 더블 엔터 잘나가더라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더블 엔터에서 곡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 곡을 김승철 씨가 불러 주셨으면 해서 모셨습니다.”

“작곡은 둘 중에 누구?”

“…….”

“…….”

둘이 창작한 곡이 아니기에 할 말이 없었다.

“우선 들어 보시고 판단해 주시죠. 아니다 싶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선배님.”

둘은 김승철이 이 곡을 거절하고 나가 줬으면 했다. 그래야 자신이 키우는 가수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터였다.

“먼저 들어 보죠.”

김승철은 이 정도 대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헤드폰을 쓰고 곡을 듣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음색으로 가이드 녹음이 된 곡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어라? 어? 어어!! 어어어!!”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곡이라는 확신이 섰다.

‘나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이야! 이건 내 거야!’

노래가 끝나고 헤드폰을 벗은 김승철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둘을 쳐다봤다.

두 사람도 알 수 있었다.

‘…끝났네. 이미 눈이 돌았어.’

‘에효. 그냥 조용히 나가 주면 얼마나 좋을까.’

“두 분 중에 작곡하신 분이 누구신지….”

김승철의 가벼웠던 태도가 사라졌다. 무척 공손한 모습이다.

“저희 둘 다 원곡자는 아닙니다. 저희는 공동으로 편곡과 프로듀싱만 맡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 작곡하셨을까요?”

“알긴 아실 텐데….”

“누구….”

“강수안이라고.”

“강수안? 그런 이름의 작곡가가 있었던가? 신인인가요?”

“신인은 신인이죠. 에효.”

둘의 떨떠름한 얼굴에 말할 수 없는 난감함을 읽은 김승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더블 스타 강 회장님이랑 이름만 같은 거죠?”

“설마가 항상 사람을 잡네요.”

“맞습니다. 작사, 작곡에 피아노 반주와 가이드 녹음도 강 회장님이 직접 했습니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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