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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집 (211/304)

단독 특집

간단한 인터뷰로는 이 모든 내용을 담기 어렵다. 배영성은 해결책을 알고 있었다.

“SBS 단독 특집 인터뷰로 편성하겠습니다. 인터뷰는 사전에 녹화하고 부회장님께서 시드니로 가신 다음 방송하겠습니다. 정원이와 나현이도 이번 기회에 공개하시죠.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면 일반인들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포상금 받자고 했던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네. 주지 말라니까 끝까지 주신다고 해서는…. 안 받는다고 할 때 그냥 넘겼으면 얼마나 좋아.”

이후 배영성은 바쁘게 움직여 단독 인터뷰를 잡고 인터뷰 대본을 검토했다.

또한 비서실 전원과 함께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추려냈다. 하지만 가정적인 부분을 강조할 자료는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배영성은 아현에게 연락해 함께 찍은 사진들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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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모님. 부회장님과 정원이 나현이가 함께한 사진들이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휴가 다녀온 사진까지 전부 전달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모님. 그리고 서초동 댁에서 간단한 촬영이 있을 예정입니다. 일정이 확정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안 씨에게 들었어요. 이번엔 수안 씨 노래도 들어 보겠네요. 너무 못 부르면 편집해 주는 거죠?

“물론입니다.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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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손질한 대본을 최종안으로 확정한 다음부터는 쉬웠다. 한적한 식당에 마련된 인터뷰 장소에서 대본 그대로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집에선 가끔 가족과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어떤 노래를 주로 부르십니까?”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노래를 주로 부르죠. 저도 물론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여기서부터는 집에서 강운 그룹 총수 일가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삽입될 예정이다. 수안이 집에서 부른 노래는 노사연의 [만남]이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깊이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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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수안이 가족들 앞에서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안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잊기엔….]

노래를 듣던 강운모 회장 내외와 아현의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 바보 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노래가 끝나고 눈물을 줄줄 흘리던 아현이 말했다.

“히잉. 평소에 좀 불러 주죠. 이렇게 잘하면서!”

“나도 몰랐지.”

본인이 그렇게 잘 부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어떻게 자신이 노래 잘한다는 걸 모를 수가 있어요?”

의문은 역시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어머니를 통해 풀 수 있었다.

“아들. 어쩜 이런 가요도 잘 불러?”

“어머님도 모르셨어요?”

“수안이가 가요는 부른 적이 없어서…. 시킬 일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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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터뷰가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은 짧을 테지만, 전체 녹화 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워낙에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간단하게 설명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글을 깨우친 일부터 시작해서 입시 시험 준비를 병행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던 일을 설명했다. 그 이후엔 회사까지 설립해 경영했던 일화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인수해 인기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일까지 이어진다. 인터뷰 사이사이에 관련 자료가 삽입되며 수안의 말에 신뢰를 더해 줄 것이다.

이미 기사로 나왔던 내용도 수안의 발언과 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시켜줬다.

“팬탁의 삐삐는 제 디자인이 맞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할 때마다 제가 직접 디자인을 새로 고안해 팬탁에 전달했습니다.”

팬탁의 삐삐 디자인이 주르르 지나가고 그중에 출시하지 못한 비운의 디자인들도 따로 보여 줬다.

“현재 강운 전자에서 출시한 팬탁의 휴대 전화 디자인도 제가 직접 디자인했고, 앞으로 나올 신제품도 제 디자인이 맞습니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죠. 내년 초가 기대됩니다. 녀석이 시장에 나오면 예전처럼 물량 부족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내년 출시를 앞둔 MP3와 휴대 전화의 어필도 잊지 않았다.

“대현 자동차의 디자인은 솔직히 그쪽에서 얘기가 나올 줄 몰랐습니다. 밝히지 않기로 했었는데, 기사로 나와서 놀랐죠. 대현 자동차에서 밝히지 않았다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대현의 신차는 제가 고안한 디자인이 맞습니다. 또한 기화 자동차 K 시리즈를 디자인했고, K 시리즈에 들어간 각종 첨단 장비들을 신차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했습니다. 연구원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제품들을 설계하는 바람에 연구원들이 상당히 시달렸습니다.”

수안이 신차 개발 연구소에 자주 들락거렸기에 관련 자료가 많았다. 게다가 설계도부터가 강수안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고, 연구원들이 수안에게 관련 결과물을 보고하던 사진도 있었다.

“강운 자동차의 신차 디자인도 제 작품이 맞습니다. 빠른 출시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언제 출시할 수 있을지는 미확정입니다. 강운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차를 아무렇게나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제 선수 생활은 지난 미국 올림픽으로 끝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 양성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 진행하려 합니다. 해외 유소년 축구단에 국내 꿈나무를 유학 보내는 일은 2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빙상에 관련한 투자는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었습니다. 육상은 당연히 그룹 차원에서 지원합니다. 그리고….”

수안이 지원하는 꿈나무 육성 사업들이 텍스트로 주르륵 나열되며 위로 올라가는 효과가 들어갈 예정이다.

“제가 어려서부터 굉장한 공부 압박을 받으며 살았을 거라는 추측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상당히 강한 이미지를 가지셔서 그런 듯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포근한 분입니다. 동생들 가정 교육을 제가 맡아서 할 정도였죠. 아버지는 지금까지 매 한 번 들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응원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손주들을 너무 사랑하시는 할아버지가 되셨지요.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만든 것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IMF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같은 일을 겪지 않았겠습니까. 다른 회사들이 잔뜩 움츠러들었을 때 강운 그룹은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습니다. 어려운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 불합리한 구조 조정을 막기 위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 회사들은 지금 강운, 대우, 기화 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되었습니다. 종묘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IMF에 종자 주권을 빼앗길뻔했습니다. 그들이 버티기 힘들어했기에 강운이 손을 내밀었지요. 아버지는 돈을 이렇게 쓰라고 가르쳐 주셨죠.”

“홈플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시국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고, 결국 그 해답도 아버지가 들고나오셨습니다. 홈플러스의 인수와 저렴한 식료품 공급 계획이 그때 세워졌습니다. 농어민을 살리고, 소비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방법이 뭘까요?”

수안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포기하면 됩니다.”

“네?”

“기업이 이익을 포기하면 됩니다.”

“……!”

“홈플러스는 최소한의 운영 자금만을 목표로 운영합니다. 기업의 이익을 제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시던 분들은 한 번쯤 궁금해하셨을 겁니다. [여긴 무슨 수로 이렇게 싸게 팔지?]라고 말입니다. 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극단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줄였으니 가능한 가격이었습니다.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말씀드린 것처럼 아버지의 상생 철학 덕분입니다. 저는 아직도 회장님께 경영을 배우고 있는 형편이죠.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강운모 회장의 이미지 메이킹이 시작됐다.

“그리고 서로 함께 살아가는 상생 경영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외부에 공표하는 일은 없지만, 강운 그룹은 회장님의 지시로 국내에서 의인들을 찾아 포상하고 있습니다.”

“의인이라고 하시면….”

“불이 난 집에 달려가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구한 배달부.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지킨 소방대원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구하려다 오히려 음주 차량에 치여 사망한 군인. 기업의 불법적인 일을 고발했다가 오히려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던 선량한 내부 고발자들. 모두가 의인입니다. 지난 5년간 이 의인상을 수여한 분들은 총 250명. 의인들에게 [강운 의인상]을 수여하고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과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이 바로 의인입니다. 우리 강운 그룹은 이런 의인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앞장서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아버지께 배우고 있는 기업 경영입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났다. 수안은 고생한 스태프들을 치하하고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배영성이 수안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휴. 두 번은 못 하겠다.”

“수고하셨습니다. 부회장님.”

수안은 배영성이 건네주는 생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말했다.

“배 사장이 인터뷰 준비하느라 고생했겠어. 대본이 찰지던데?”

“부회장님을 보필하는 건 제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입니다.”

“허. 최학수 사장이 배 사장까지 물들여 놨네. 우리끼리는 그런 소리 안 해도 되잖아? 너 때문에 고생만 진탕 했다고 해도 된다니까?”

“하하하.”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날 수안은 배영성과 시드니로 떠났고, 녹화한 인터뷰는 SBS를 통해 방송을 탔다. 늦은 저녁에 특집으로 꾸며진 방송은 상당한 시청률을 보여 줬다. 다음 날 포털사이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인터뷰에 관련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강운 그룹 강수안 부회장 인터뷰 요약.jpg]

글에는 인터뷰 캡처 사진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마지막에 작성자의 글이 적혀 있었다.

-강수안은 인간이 아니다. 난 이제 강수안 부회장이 로봇이라는 설을 믿겠다.

글은 사진이 같이 들어 있어 조회 수가 높았고 반응도 좋았다. 글 아래 댓글도 상당히 많이 달려 있었다.

┗인터뷰 보고 깨달았음. 강수안 선수는 본래 인간의 영역에 있지 않았음. 어려서부터 노력하는 천재 타입이었으니 다 할 수 있었던 거임. 그래핀 발견이 대수야? 지금까지 한 일들 보니까 그래핀 발견은 아무것도 아니었음.

┗노력하는 천재는 강수안.

┗노력하는 천재가 운동까지 잘하면 강수안.

┗노력하는 천재가 운동도 잘하고 집까지 재벌이면 강수안.

┗어디까지 갈 건데?

┗엄마는 나한테 뭐라고 할 일이 아니었어. 쟤랑 나는 태생이 다르다고! 어떻게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냐? 어떻게 기업을 일으켜 경영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거기다 추가로 금메달을 따냐고! 말이 돼?! 안 되잖아.

┗그는 태어나서부터 달랐다. 어떻게 병원도 한 번 안 가고 크지? 감기도 안 걸려?

┗강 선수 노래 들었냐? 나 만남 듣고 펑펑 울었다. 노래도 잘해. 감정이 절절하게 들어갔음.

┗노력하는 천재가 운동도 잘하고 집은 재벌이고 노래까지 잘하면 강수안.

┗나현이 귀여운 거 봐라. 미모가 임아현 배우를 빼다 박았음.

┗천재가 운동도 잘하고 집은 재벌이고 노래도 잘 부르는 데다가 아내는 최고 인기의 여배우, 자식까지 잘났으면 강수안.

┗그런데 강운모 회장 대박 아니냐? 홈플러스가 왜 그렇게 싸게 파나 했더니 지금까지 돈을 안 벌고 있었다네.

┗홈플러스는 혼쭐을 내줘야 함. 나랑 같이 장 보러 갈 사람. 홈플러스 털러 가자. 돈으로 혼쭐을 내줘야 함.

┗여기 손!

┗강운 그룹 진짜 대단한 회사입니다. 크면 꼭 강운에 취직하겠습니다.

┗위에 수도권 빅3 대학교 대학생인가?

┗중학생인데요.

┗전교 1등부터 시작하자. 강운 그룹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의인상을 기획한 강운모 회장도 의인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난 저런 재벌 총수 어디서도 본 적이 읎다! 기업이 돈도 안 벌면서 물건을 팔고 나라가 못 챙기는 의인들을 기업이 챙기고 있단다. 의인이 아니면 뭔데?

┗노력하는 천재가 운동도 잘하고 집은 재벌이고 노래도 잘 부르는 데다가 아내는 최고 인기의 여배우, 자식은 당연히 잘났고, 아버지가 의인이면 강수안.

어떤 이들은 인터뷰에서 보여 준 사진을 보며 말했다.

┗난 정원이 뒤에 있는 외국인 경호원이 왜 눈에 익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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