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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X 4 (80/304)

입대 X 4

“군대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라….”

강운모 회장은 최 실장을 통해 수안이 제안한 의견을 들었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형님 자식들을 군대로 보내자는 의견은 지극히 타당했다. 형님 자식들은 보통 방법으로는 계도가 불가능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이라면 내지 못할 의견이기도 했다.

강운모 회장은 직접 전화에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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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표정의 한송 그룹 강병모 회장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강운 그룹 강운모 회장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다르다 해도 자신이 형이었다. 아버지가 동생에 모두 주었어도 동생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할지언정 어려운 사람은 아니다.

“형님이 선택해. 둘 중 하나야.”

“뭘?”

“1번.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7년, 2번. 군대 가서 3년.”

강병모 회장은 단번에 두 아들에 대한 선택지임을 알 수 있었다.

“…야, 약도 하고 있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일전엔 차마 약 얘기까지 하지 않았다. 형이 나중엔 다 알게 되려니 했기 때문이다.

“정말 몰랐다고!”

“창수랑 창식이 그러고 산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몰랐다고? 그런데도 딴 데 눈 돌릴 겨를이 있었어?”

“내가 눈을 돌리긴 뭘 돌려? 너 이제 형을 아주 깔아뭉갤 생각이야?”

“형님. 청와대에서 수안이를 직접 불러서 내년 올림픽 나가라고 했어. 지금까지 형을 그냥 놔뒀는데… 이제 놔두질 못하게 됐다는 뜻이야. 한송 텔레콤이 팬탁에 가하는 못된 짓, 며느리와 엔터테인먼트를 향한 기자들… 어디까지 더 하려고?”

강병모 회장은 다 알고 있었다. 한송 그룹이 더블 스타와 며느리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수안이 어찌하나 보려고 가만뒀을 뿐이다. 수안이 아버지를 생각해 차마 모질지 못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겸사겸사 강 회장이 나선 것이다.

“우, 운모야…. 난.”

“만약 한 번만 더 아들과 며느리 건드리면 그땐 이번처럼 두고 보지 않아. 내가 아들처럼 순순히 넘어갈 거로 생각하진 않지?”

“아. 알았다. 수안이에게 손 떼고… 애들은 군대 보내마.”

“형님 손에 맡기면 한세월이지. 내가 알아서 진행할게. 그리고 이번에 군대 다녀와서도 버르장머리 못 고치면 그땐 정신 병원으로 보낼 거야.”

“정신 병원이라니!!”

“약까지 손을 댄 놈들이잖아. 형님은 애들 계속 저렇게 살게 할 거야? 약은 끊게 해야지! 최소한 정상적인 인간으로는 살게 해 줘야 할 것 아냐! 강운 그룹 얼굴에 먹칠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조카들 인생이 걸린 문제잖아!”

“그, 그래… 알았다. 내가 단단히 일러두마.”

“일러둘 것 없어. 때 되면 직원들 보내서 데려갈 테니까 그 전에 밥이나 든든히 먹여 둬.”

“…현역이지?”

“설마 방위로 빼 줄까 봐? 해병대로 안 보낸 걸 다행으로 생각해 형.”

“후우… 녀석. 조용히 끝내는 줄 알았더니….”

수안이 아비를 찾아가 얘기했고, 그 결과가 오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안이는 내가 어디까지 아는 줄도 몰라! 도와 달라 한 적도 없고!”

“음?”

하지만 조카는 아무런 얘기도 한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어린 녀석이 큰아버지 일이라고 찍소리 못하고 당하기만 했어. 날 찾아올 생각도 못 하고 마무리도 그렇게 허술하게 했잖아. 이젠 형님이 알아서 해.”

강병모 회장은 괜한 질투심 때문에 일이 이 지경까지 됐음을 인정했다.

‘다 내 탓이다. 아들이 못났으면 아들을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래…. 내가 일으킨 문제니 내가 풀어야지….”

강운모 회장이 조용히 나가고 강병모 회장도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비서실 직원을 불렀다.

“두 놈 머리끄덩이를 잡아서라도 내 앞에 끌고 와. 당장!”

“…예. 회장님.”

수안과 사이에 있었던 일을 해결하기 전에 아들부터 봐야 했다.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도 어딜 또 놀러 나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동생 아들 잘났다고 질투할 일이 아니었다. 여유가 있으면 엇나가는 자식에게 더 신경 써야 했다. 그랬다면 두 아들이 약을 하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녀석들 바짝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겠어….’

직원들이 나가고 강 회장은 인터폰을 들었다.

삐익.

“임 비서.”

-예. 회장님.

“창수, 창식이 오거든 카드 반납받고, 차량도 회수해. 그리고… 회사에선 퇴직으로 처리하고.”

-…예?

“아니다. 인사부장 들어오라고 해. 퇴직 건은 인사부장과 따로 얘기하지.”

-예. 회장님….

회장의 아들인 창수, 창식 형제의 처분은 임 비서의 입을 통해 회사 임직원에게 퍼져 나갔고, 임직원들의 얼굴엔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회장님이 결단을 내리셨어.”

“좀 늦은 감이 있지 않나?”

“늦으면 어때? 지금이라도 일이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지.”

“그런데… 두 분이 퇴직하면 그 후엔? 집에서 그냥 데리고 있으시려나?”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설마…. 며칠 있다가 정신 차렸다고 돌아오시진 않겠지?”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흠칫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직원들 마음을 다잡는다며 잠깐 벌을 주고, 당사자는 충분히 죄를 뉘우쳤다며 회사에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는 둘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되면 나 사표 쓰고 만다.”

“나도.”

화장실에서 직원들의 말을 듣던 박수겸 사장은 혼자 생각했다.

‘사표 쓸 일은 없을 거야. 둘은 곧 군에 입대할 테니까.’

* * *

강병모 회장의 서슬 퍼런 기세에 창수, 창식 형제는 꼼짝도 못 하고 카드와 차량을 반납하고 집에 틀어박혀야 했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둘의 입대가 결정되었고, 둘은 수안이 생각했던 8사단으로 배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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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배정받은 부대로 가며 차량에 앉아 있는데, 곁에는 같은 신병 둘이 더 있었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둘은 본인들처럼 형제인 듯 얼굴이 닮아 있었다.

바짝 긴장한 신병들은 서로 대화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부대에 도착했고, 형제는 서로 이별을 해야 했다.

“견뎌야 해. 창식아.”

“알았어. 형. 그래도 형이랑 가깝네.”

옆에서 다른 형제도 인사를 나눴다.

“…형.”

“잘해라.”

두 쌍의 형제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형으로 보이는 둘은 한 소대로 배정되었고 생활관에 올라갔다.

“신병이다!”

“오예!”

김 병장을 포함한 소대원들은 신병의 배정에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야.”

툭.

김 병장이 신병을 툭 건드리자 자동으로 복창이 튀어나온다.

“이병! 강창수!”

툭.

“이병! 이상호!”

“흐하하. 신병 달라고 노래를 했더니 오긴 오는구나.”

“김 병장님. 애들 뭐 하다 왔는지 궁금하지 말입니다.”

“최 상병. 내가 안 물어보겠냐? 강 이병. 부모님 뭐 하시냐? 삽질은 해 봤냐?”

“…….”

“이야… 훈련소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빠진 거 봐라. 병장님이 묻는데 답도 없네? 대가리 박을까?”

“아, 아버지는 한송 그룹 회장님이십니다.”

“……!!”

“최 상병. 쟤…. 지금 뭐라고 했냐?”

“방금…. 아버지가 한송 그룹 회장이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런 썅… 진짜야?”

“예! 저는 한송 텔레콤 기획이사로 근무하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동생과 함께 입대했습니다! 삽질은…. 죄송합니다. 잘 못 합니다!”

“…모시고 살아야 할 놈이 생겼네. 젠장. 강 이병님은 잠깐 쉬고 계시고… 얘들아. 여기 강 이병님 자리 마련해 드려라. 얼른 짐 정리 도와드리고.”

“그래도 하나 남았습니다. 병장님.”

“넌 아버지 뭐 하시냐? 설마 사단장님 아드님은 아니시겠지요? 흐흐흐.”

물음에 답하는 이상호는 강창수의 말에 놀라는 선임들의 반응에 긴장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편안하게 말했다.

“지금은 퇴직하시고 아무것도 안 하십니다.”

“흐하하. 다행이다.”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호 이병의 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전에 국무총리를 역임하신 일이 있으며, 내년엔 국회의원 출마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삽질은 자신 없습니다.”

삽질에 자신 없다는 대답이 상당히 당당했지만, 김 병장과 최 상병은 이를 탓하지 못했다.

“……!!!”

“……!!!”

“구, 국무총리면… 이현창 전 총리님?”

“예! 제 아버지이십니다. 저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동생과 동반 입대했습니다.”

전 국무총리 이현창의 아들이다. 전 총리라면 사단장이라도 한 수 접어 줘야 했다.

“…병장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합니까.”

“연대장님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냐고!! 니들은 왜 군대까지 오고 지랄이야? 배경도 좋은 것들이….”

“기, 김 병장님. 이제 말조심하셔야 하지 않을지… 자칫 영창 가실지도….”

“아. 방금 말은 잊도록. 우리 PX 가서 냉동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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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대장도 일전에 이들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했었다.

“통신 보안. 돌격! 8사단 16연대장… 예! 사단장님… 예.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돌격!”

딸깍.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은 연대장은 푸욱 한숨을 쉬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후우…. 왜 하필 여기에 오냐고!! 그것도 네 명이나!!”

한송 그룹 아들 둘에 전 국무총리 아들 둘이 연대 하나에 모였다.

“…소대에서 신병 달라고 맨날 투덜댄다고 했지?”

김 병장의 소대와 다른 소대가 어마어마한 신병을 받은 이유였다.

* * *

수안은 이번에야말로 휴가를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또 일정이 생기고 말았다.

큰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예. 백부님.”

-요즘 골프 배운다지? 같이 라운딩 어떠냐.

“…지훈 형이 얘기했어요?”

-그래. 지훈이가 결혼 전에 너와 라운딩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여동생이라고 지수 고모네 집과는 왕래가 있었던 강병모 회장이다.

수안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수안과 몇 번 어울렸다는 지훈에게 연락했고, 지훈은 골프장을 추천한 것이다.

‘…큰아버지 엿 먹이라는 거야 뭐야?’

그래도 큰아버지가 화해의 표시로 이렇게 나오는데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제가 예약 잡아두겠습니다.”

-그래? 바로 알려 다오. 내일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전격적으로 큰아버지와 골프 회동이 잡혔다.

* * *

수안은 큰아버지와의 골프 약속 전 아내에게 먼저 통보했다.

“내일 골프 끝나고 그다음 날 바로 별장으로 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야.”

“일전엔 대수롭지 않더니 지금은 왜 그렇게 가고 싶어 해요?”

“마음 편히 가려 했더니 자꾸 일이 터지잖아. 이러다 겨울에 가게 생겼어.”

사장단 미팅까지 자꾸 미뤄지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하다.

“알았어요. 가면 되죠.”

“갈아입을 옷가지랑 세면도구만 챙겨놔.”

“당신 것도 챙길게요.”

“흐흣.”

눈을 가늘게 뜨고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또 그런 눈빛. 이러지 말아요.”

수안은 어느새 아현의 뒤로 돌아가 껴안고 있었다.

“예뻐서 그러지. 당신이 내 옷 챙겨 준다니까 왜 이렇게 싱숭생숭하냐….”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수안에겐 아내의 존재감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일이다.

찰싹.

아현은 수안의 손등을 치고 품에서 빠져나왔다.

“우리 부부 된 지 한참 지났거든요?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평생 적응 안 하련다.”

“아이참… 집에 아버님 어머님 다 계신데….”

“언제는 안 계셨나 뭐?”

신혼의 밤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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