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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촬영 (56/304)

밤샘 촬영

배영성은 차로 입을 헹구고 나머지 보고를 이어 갔다.

“수용 도련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수용이가 왜? 입학하고 또 문제 일으켰나?”

“문제까지는 아니고… 일전에 강운 본사로 가서 일 배운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는데, 지금은 입사를 미루고 학업을 우선하겠다고 하셨나 봅니다.”

“그래? 무슨 일이래? 나한테 말도 없이… 어디서 나온 소식이야?”

“이런 정보가 나올 곳은 강운 비서실밖에 없죠. 비서실에서 막내 도련님 자리를 마련하다가 다시 복구시켜야 했다고 하더군요. 약간은 불만 섞인 투정이었습니다.”

“비서실에서 그런 정보도 나와?”

“부사장님 어렸을 때는 저도 비서실 소속이었습니다.”

운전기사로 들어왔지만 소속은 강운 비서실이었다.

“친분이 있는 직원들이 남아 있구나?”

“예전엔 정보 얻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알아서 정보를 물어 오곤 합니다. 비서실도 미래에 누가 강운을 차지할지 알아보는 거죠.”

“큭. 지금부터 잘 관리해. 지금 최학주 실장이 있는 자리 나중엔 배 이사 자리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로군요.”

“내가 왕이야 황제야?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그래?”

“국회 의원도 대통령도 임기가 있지만, 대기업 총수는 임기가 없습니다. 지금은 강운모 회장님이 대한민국의 황제입니다. 나중엔 부사장님이 오르실 곳이고요.”

“난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데, 그런 말을 잘도 하네….”

“흐흐. 오늘 일정은 없습니다. 마침 사모님 일정도 비었는데, 가시겠습니까?”

“오오! 가야지!”

“제 이름으로 바닷가 호텔 잡아 두겠습니다. 내일 회의는 오후에 잡혀 있으니 그전에만 오시면 됩니다. 내용도 다 아시니 미리 확인하실 필요는 없으시죠?”

배영성은 이것도 신하가 챙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안의 엄지가 번쩍 들렸다.

“역시 배 이사가 최고야.”

얼마 전 청혼 반지를 끼고 수안과의 식사 자리에 나타난 아현이다.

그날 아현은 수안에게 넘어오고 말았다.

수안의 끈질긴 구애가 성공한 날이었다.

그 뒤로 배영성은 직접 호텔을 예약해 주곤 했다.

* * *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수안이 탄 검은색 세단이 더블 엔터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배영성을 김 사장에게 보내고 혼자 아현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왔어요? 오늘 수안 씨 안 바쁜가 봐요?”

“어허. 누가 인사를 입으로만 하지?”

수안은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아이. 참….”

다가와 품에 폭 안기는 아현이 수안의 가슴에 또 불을 지핀다.

“김 사장이 일 많이 맡기나?”

“제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어요. 어차피 자주 비우니까 중요 업무는 할 수도 없고요.”

“그럼 오늘 자리 비워도 되겠네?”

“어디 갈까요?”

“같이 서해에 석양 보러 가자. 회도 한 접시 할까?”

“훗… 좋아요.”

아현은 수안과의 연애에 푹 빠져 있었다.

“집엔 밤샘 촬영이 있다고 꼭 보고하시고.”

콩. 콩.

“몰라요….”

부끄러워 수안의 가슴을 치며 말하는 모습이 수안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 * *

수안은 여명이 밝아오는 호텔 창문을 바라보며 뜨거웠던 어젯밤을 기억했다.

‘역시. 당신이 최고야.’

수안 곁에는 아직 아현은 고른 숨을 내쉬며 단잠에 빠져 있었다.

수안의 손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연인을 더듬거렸고, 연인은 자연스럽게 수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으음….”

“모닝콜 대신이야.”

“지, 짐승….”

“당신이 날 자꾸 이렇게 만든다고.”

뜨거운 아침이 둘을 깨우고 있었다.

.

.

.

수안은 제시간에 더블 스타로 돌아와 사장단 결산 보고에 참석할 수 있었다.

‘역시 젊음이 좋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까지 뜨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수안은 졸지 않고, 결산 보고를 들으며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 갔다.

“SJ 컴퓨터 대리점은 확장이 너무 늦는 것 같아요. 이러다 후발 주자에게 따라잡히겠습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확장하십시오. 그래야 후발 주자를 확실하게 따돌리고, 업계 1위 자리를 고수 할 수 있습니다. 무료 A/S 정책과 컴퓨터 교육에 대한 마케팅은 꾸준히 진행하세요. 좋은 서비스가 있어도 고객이 모르면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예. 의장님.”

“한컴은 이대로만 하시되,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게임 개발에도 역점을 두십시오. 컴퓨터가 보급된다고 해서 업무용으로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게임 때문에 컴퓨터를 더 구입하게 될 테니 일에 선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이미 우리 계열사에 게임 개발 회사가 있으니 두 회사가 손잡고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내세요.”

“예. 의장님.”

“그리고 팬탁. PCS는 훗날 우리의 역점 사업입니다. 모토로라와 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시되, 우리 기술력 확보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 PCS를 철저하게 보안에 붙이면서 해외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드세요.”

“예! 의장님. 새로운 특허로 우회하는 방향으로 계속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움과 네이보는 올해 시작했으니 뭐가 있을 수가 없죠. 대신 진행하는 일만 완벽하게 합시다.”

“예!”

“SJ 컴퓨터는 미리 협의해서 다움과 네이보 바로 가기 아이콘을 출고하는 컴퓨터에 넣도록 하세요. 시장 점유 별거 아닙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면 모두 우리 포탈을 사용하게 됩니다.”

“예. 어렵지 않습니다.”

“더블 엔터는 이대로만 계속하시고… SN 엔터는 저번에 떨어트린 원민 씨… 다시 불러오세요.”

“…네?”

직접 오디션을 보진 않지만 리스트 형태로 자료를 받아 보는 수안이다.

‘원민을 왜 떨어트려?’

당연히 붙었을 줄 알았더니 보기 좋게 떨어졌다. 가수 오디션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중에서야 알아서 이제 얘기합니다. 다른 곳에서 채가기 전에 빨리 연락하세요. 내가 가능성 없는 사람을 불러오라고 하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데뷔시킬 보이 그룹에 포함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연기부터 가르치고 배우 시키세요.”

“아!”

“보이 그룹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출격할 수 있습니다.”

“…계약은 다시 진행했습니까?”

“이미 맺은 계약이 있는 터라….”

“다른 건 몰라도 계약만큼은 확실하게 합시다. 내가 누누이 얘기 드렸습니다. 아티스트를 제대로 대접하는 기획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거느린 계열사가 스타를 홀대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닙니까?”

“그럼 표준 계약 5 대 5로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연습생들 모으세요. 내가 직접 가서 마무리하죠.”

“알겠습니다.”

작년 실적 보고를 끝낸 사장단이 돌아가고, 수안은 이수남과 함께 SN 엔터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회의실에 모여 있는 젊은 예비 스타들을 보니 수안의 감회도 새로웠다.

“반가워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하이 파이브 오브 틴! H.F.O.T! 입니다!””

다섯이 소리치는 보이 그룹을 보며 수안은 한마디 첨언했다.

“F는 뺍시다. 발음상 핫. 뜨거운 보이 그룹으로 갑시다.”

“넵!”

“앉으세요.”

수안의 말 한마디에 어린 보이 그룹 친구들이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이 사장님도 앉으셔야죠?”

“아. 예.”

“자아. 전속 계약서 가져와 보세요. 이 사장님.”

“…네. 여기 있습니다.”

이수남 사장이 이들과 맺은 계약서를 확인한 수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수익 배분에 대한 대용을 포함해 철저하게 갑의 입장에서 을을 핍박하는 계약서였다.

“…최소 표준 계약서는 지키자고 미리 말씀드렸는데….”

“바뀌기 전이라…. 여기 보이 그룹을 필두로 전부 바꾸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8 대 2가 뭡니까? 노예로 부려도 이렇게는 안 합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계약서는 약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계약을 다시 진행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다섯 중에서 그나마 나이가 조금 더 있는 연습생이 나섰다.

“…저희는 데뷔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 하는 법이죠. 6 대 4 어떻습니까?”

“우아. 저희가 4라면 정말 좋은.”

“아니죠. 4가 회사 몫입니다.”

“합! 우리가 6이란 말씀이신가요?”

“여러분이 6이고 회사가 4입니다. 계약 기간은 5년.”

2에서 6으로 세 배가 올랐다.

“우아!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을까요?”

“늘려요?”

“아, 아니… 저희만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죄송하지만, 너무 좋은 계약이라….”

“훗. 그럼 수익 배율을 다시 정해야죠.”

“아….”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회사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수익 배분이 낮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분의 성공은 확실합니다. 더 오래 회사와 함께한다는 기특한 마음가짐이면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합니다. 10년에 65 대 35로 갑시다.”

“우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스스로의 성공에 자신 없는 연습생일 뿐이다.

이 정도 계약이면 나중에 성공해도 불만이 없을 수준이었다.

불과 몇 년 후에 수만이 운집한 콘서트를 열 이들이다.

전국의 수많은 소녀 팬들이 오직 이들만을 바라보게 된다.

계약을 끝내고 이수남 사장과 나오는데, 여전히 불만에 가득한 얼굴이었다.

“왜요. 마음에 안 듭니까?”

“…이번 보이 그룹은 다음 보이 그룹을 위한 테스트 개념입니다. 너무 높은 비율입니다. 고작 35% 수익만 가지고 가기엔 회사가 투자한 금액을 다 보전할 수 있을지….”

이수남이 이번 보이 그룹을 내보내는 것은 그의 말대로 테스트 개념이었다. 진짜를 위한 보이 그룹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보이 그룹이 돈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와 같은 계약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번 보이 그룹이 성공하지 못하면 나머지 비용은 더블 스타에서 전부 보전합니다. 그러니 이수남 사장님은 나만 믿고 데뷔시켜요. 그리고 원민 씨는 최대한 빨리 데려오시고.”

“예. 부사장님.”

최소한 비용이라도 보장된다면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보이 그룹 대기 중이죠?”

“예. 이번에 테스트해 보고 진행을 해 보려 합니다.”

“괜히 이들 때문에 늦추지 말아요. 연달아서 데뷔시키세요.”

“네?”

“서로가 경쟁하게 만들라는 말입니다. 지금 보이 그룹이 성공하면 다른 기획사에서 후발 주자 안 내보낼 것 같습니까? 아예 후발 주자까지 SN에서 다 해 먹으라는 말입니다.”

본래 SN의 후발 주자는 이번 보이 그룹 때문에 무기한 데뷔가 늘어진다. 그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보이 그룹이었다. 수안은 보이 그룹의 젊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 알겠습니다. 이번 애들이 데뷔하면 이어서 데뷔시키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리스크는 더블 스타에서 떠안겠습니다. 그러니 이 사장님은 보이 그룹에 이어서 걸 그룹까지 계속 진행하세요. 난 이수남 사장의 감각을 믿고 있어요.”

“하하하. 믿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간간이 엇나가는 것만 잡아 주면 알아서 성공할 SN 엔터였다.

수안은 향후 보이 그룹이 성공하면 함께 진행할 굿즈 사업에 대해서 일러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사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따라갈 수가 없어.’

연예인의 성공으로 얻을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굿즈 사업이었다.

수안은 곧장 더블 엔터에 가서도 비슷한 일을 했다. 여기도 가수들과 배우, 모델을 필두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포진해 있었고 아직 새로운 계약을 적용받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많았다. 수안은 연예인들의 계약 비율을 확인하고 표준 계약에 맞춰 재계약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부분은 이제 아현이 알아서 챙겨 줘.”

“알았어요. 소속된 연예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가겠네요.”

“아현이 아니다 싶은 애들은 바로 쳐 내도 좋아. 그 정도 권한은 있잖아?”

“푸흐흣. 알았어요.”

“김 사장님은 나 없다고 재계약 늦추지 마시고. 여기 아현이 내 대신이야.”

“예. 부사장님.”

이제 회사 내부에 감시자가 있으니 함부로 뭉개고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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