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67화
167. 무서운 비행기(2)
[백상혁 이사장, 기적을 일으키다?]
[용산 기지의 오염도, 정상 수준으로 낮아져]
[환경계,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재벌은 기적도 가능하다? 용산 기지의 진실]
김상돈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용산 기지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도가 정상 수준이 되었음을 기자들 앞에서 밝혔다.
물론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차 검증을 위해 샘플을 대학 연구소 등에 보내 다시 한 번 더 검사할 예정이지만 김상돈 교수의 말의 진의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상돈 교수는 환경계의 거물로 지금까지 SG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환경 이유를 들어 막아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 정부에서는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민감성 때문에 그 분야의 정부 고문으로 위촉이 되었을 정도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니 공신력이 있을 수밖에.
비소 외 토양 오염 우려 기준에 달하는 9개 종류의 유해 물질의 오염도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는 수치를 함께 들이밀었다.
심지어 그 과정은 기자들이 동석한 현장에서 이뤄진 결과이기 때문에 SG그룹에서 돈을 썼다느니 김상돈 교수를 매수했다느니 하는 말도 나오지 못했다.
한마디로 상혁은 100일 만에 자신의 말을 지킨 것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했느냐로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영업 기밀입니다.”
상혁은 픽 웃으며 기자들에게 선을 딱 그었다. 그러자 기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SG그룹의 로열패밀리인 상혁은 그들에게 있어 부담이었기에 기자들은 상혁에게 묻는 대신 김상돈 교수에게로 몰려갔다.
“교수님!!”
“…….”
하지만 김상돈 교수는 멍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큰 충격을 받은 그의 모습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저래?”
“모르겠는데?”
그때 그들 중 김상돈 교수와 친분이 있는 기자가 말했다.
“충격받을 만도 하지. 그로서는 알고 있는 상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일 테니까. 쯧. 이곳의 토양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든가 정화 작업을 해도 2년 이상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100일이라니.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그이 말에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를 나오는데 사전 조사는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도 상혁이 벌인 일이 말도 안 되는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과 김상돈 교수 같은 권위 있는 전문가가 그걸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김상돈 교수의 멍한 표정과 그가 상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
이 두 개의 사진이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앞다투어 그날 각 포털사이트와 각 언론사의 메인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김상돈 교수가 상혁을 찾았다.
“마음은 정하셨습니까?”
김상돈은 그사이 고민이 많았던 것인지 살이 족히 5kg은 빠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음 정리가 된 듯 두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제게 보여 주신 기적을 이사장님께서 하셨다는 것이지요?”
“예. 보여 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믿는 건 교수님 자유입니다만은.”
상혁은 여유로웠다. 그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상혁은 확신하고 있기도 했다.
유펜과 김상돈.
저런 눈을 한 사람은 자신이 내민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믿기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김상돈 교수는 그날 한국대학교 분원이 지어질 용산 기지에서 기적을 본 후 그 후로 거의 매일 같이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상혁은 그 보고를 받고 김상돈이 그곳에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그가 믿지 못한다면, 믿을 때까지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김상돈은 그럴 때마다 동료 환경학자나 환경단체의 간부들을 데려와 자신이 동원 가능한 장비를 현장에 동원해 심도 있는 검사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본래 용산 기지의 오염도는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 이상일 정도로 심각했다. 지하 9m 깊이까지 인간에게 심각한 유해 물질들이 번져 있었고 심지어 일부는 지하수를 통해 한강으로 흘러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 검출되었던 지하 9m 지점에서도 기준치보다 훨씬 더 낮은 수치가 검출되었다.
말 그대로 기적.
김상돈 교수는 그것을 확인한 후 오늘에서야 상혁에게 온 것이었다.
“그러나 제 눈으로 봤으니 기적을 믿어야지요. 저를 환경재단의 이사장으로 앉히고 싶으시다는 말, 환경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김상돈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는 받아들일 수 없는 기적에 혼란스러워했지만, 상혁의 예상대로 그 기적을 오히려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김상돈은 환경 위기를 강조했다.
김상돈의 최우선 관심사는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환경 위기와 보존이라는 것. 그러니 인간의 힘으로는 수십 년이 걸릴 정화 작용을 상혁이라는 마법사가 개입한다면 획기적으로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상혁이 보인 퍼포먼스는 기적 그 자체.
김상돈이 원하는 것은 그 기적으로 환경 위기를 돌파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입니다. 단.”
상혁은 그에게 조건을 달았다.
상혁과 김상돈의 목표는 같다. 오염을 정화하는 것.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르다. 상혁은 마나를 쌓기 위해 오염이 필요한 것이고 김상돈은 환경 그 자체를 깨끗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내 몸은 하납니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죠. 러시아 같은 경우라면 마도구를 제작해서 배포하면 끝이지만 이 마도구는 그냥 제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용왕 하나당 최소한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 수억까지도 든다. 마나석이 없는 지구에서는 용왕 정도의 대단히 하급한 마도구는 보석으로 그 마나석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니 용왕 하나에 보석이 하나씩 든다는 소리.
유지 시간에 따라 어떤 보석이 쓰일지 달라지기 때문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달라진다는 소리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기적을 펼치는 게 쉬우면 말이 안 되죠.”
“그러니까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우선순위요?”
“예. 제가 이번에 벌인 일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겁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근래 들어 세계적으로 제 이름이 좀 유명해지지 않았습니까?”
사만다 허드와 염문설을 뿌린 한국의 재벌.
상혁이 그렇게 말하자 김상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퍼뜩 들었다.
“설마, 각국의 정부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러시아에서 용왕을 쓴 사건으로 인해 이미 용왕의 제작자를 중국에서는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상혁은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교수님도 그러셨다시피 정화가 이뤄질수록 처음에는 미온적이던 국가들도 관심을 보일 겁니다. 환경 위기는 국제적인 관심사니까요.”
전기차, 제로 웨이스트 등 전 세계는 환경 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환경학자와 기후학자들이 강조하는 인류 멸망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환경 위기는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이 몇천 년 동안 훼손했던 자연의 반발력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각국에서는 최소한 20년 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까?”
탄소 제로, 탄소 배출 금지 등 각국에서는 환경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었지만 최소한 10년, 20년 단위의 장기적인 계획들이 전부다.
그만큼 지금 당장은 그 위기를 해결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그걸 해결해 줄 수 있죠.”
그러나 상혁은 아니다. 상혁이 김상돈 교수에게 이사장직을 제안하며 말했듯 상혁은 환경위기시계를 당장 멈추고, 더 나아가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다.
“그러나 나는 하납니다. 그러니까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상혁은 히죽 웃었다.
“각국에서 내 앞에 줄을 서야 할 겁니다. 그걸 교수님이 조율하라, 그 말씀입니다.”
환경의 무기화.
정확히는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인 상혁 자신이 무기가 되겠다는 소리다.
“그, 그러다가 자칫하면 국가를 상대하게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글쎄요. 그럴 수 있다면 그리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마법에 대해 알고 있다면 모를까.”
스팟!
상혁이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사라졌다. 그러고는 김상돈 뒤에서 나타나 그의 어깨를 턱 싶으며 말했다.
“모르는 그들이 절 어찌 대비할까요. 그러니 그런 건 걱정 마세요. 머리가 있고 계산이 빠른 정치인들이라면 절 적으로 돌리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겁니다.”
김상돈은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선 상혁을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누가 내민 손을 잡았는지, 그제야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는 얼굴이었다. 상혁은 활짝 웃으며 그의 등을 팡하고 쳤다.
“악.”
“그런 표정 짓지 마시죠. 그동안 교수님도 억눌린 것이 많지 않으십니까. 환경 위기를 강조하는 교수님의 말을 사이비 취급했던 정치인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환경 위기.
그걸 몇몇 정치인들은 공격 구실로 삼아 김상돈 교수가 국가의 분열을 초래하고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면서 맹공을 가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까지.
김상돈 교수는 이를 꾹 깨물었다. 상혁의 말이 맞았다. 그 때문에 김상돈이 이 일에 회의를 느낀 적이 몇 번이던가.
“그럼 순위는 제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겁니까?”
“예. 심각한 순위로 하시건, 간절한 순으로 하시건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아마 처음이나 그다음은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 하겠지만,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찾아오기 시작할 겁니다.”
상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늦게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짝하고 쳤다.
“정부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당연히 무상은 안 됩니다.”
아무리 못 사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위정자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인에게 시키는 것인데 무상으로는 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상혁은 세계적인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호구가 된다.
“범지구적인 환경 기금을 조성하세요. 그리고 그곳에 기금을 얼마씩을 충당하느냐로 순위를 정해 봐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렇게 된다면 강대국 위주로 순번이 정해지게 될 겁니다.”
김상돈이 우려를 표했다. 환경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건 선진국이 아니라 제3세계의 후진국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선진국을 위한 생산기지처럼 쓰였지만 국가적인 재정이나 인력풀이 없어 환경오염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상혁은 그런 김상돈에게 말했다.
“그래서 교수님께 조율하시라고 맡긴 겁니다. 그냥 배 째라고 하세요.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시고. 어차피 우리 없으면 거긴 손가락만 쭉쭉 빨아야 하니까요. 명심하세요. 우리가 갑이고.”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를 뺀 모두는 을입니다. 갑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디서 을이 감히 큰 소리를 낼까요.”
상혁의 확고한 뜻을 알아들은 김상돈은 두 눈을 껌벅였다. 정말 그대로 되나 하는 갈등이 그의 얼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혁은 빙긋 웃으며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꼴리는 대로 하시죠.”
김상돈이 어벙벙한 얼굴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천지개벽한 듯 달라진 자신의 위상과 자신의 위치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상혁은 그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가 갑이 되기 전에는 어느 정도 홍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본주의 시대에 홍보와 마케팅은 필수다. 용산 기지 정화 작업은 훌륭한 소재이지만 약간 임팩트가 부족했다.
그래서 상혁은 첫 임팩트에 제대로 힘을 줄 생각으로 김상돈에게 말했다.
“미국에 혹시 내가 필요한지 슬쩍 찔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