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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63화 (16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63화

163. 다 끝내고 갑시다(3)

“이사장님.”

“왜요. 이 비서도 그게 무리라고 하려는 겁니까?”

상혁은 이제는 귀가 다 따갑다는 듯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볐다. 이창엽은 그런 상혁을 보고 멈칫했지만 하려던 말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사장님.”

“압니다, 알아요. 그게 불가능하다고들 하는 거. 하지만 이 비서님. 내가 왜 그 말을 했는지 나에게 안 된다고 하기 전에 그걸 먼저 생각해 보시죠.”

“이사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요?”

“예.”

상혁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이창엽에게 더 이상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이창엽은 상혁에게 무언가 묘수가 있다는 것까지는 눈치챘지만 그 이상은 눈치챌 수 없었다.

마법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이상 이창엽은 영원히 해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어쨌거나 상혁이 기자들 앞에서 선포하듯 한 인터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반향 중 대부분은 상혁을 비웃는 논조의 기사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과학적으로 용산 기지의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년 이상.

그 가운데 무언가 신진 기술을 도입하거나 아예 토양 전체를 갈아 버린다고 해도 그 시간이 족히 2년 이상은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이 제시한 건 고작 100일.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단기간을 상혁이 장담하듯 모든 기자를 불러 놓고 그렇게 선언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100일 이후로 쏠렸다.

과연 상혁이 정말 자신이 공언한 대로 용산 부지에 한국대학교 캠퍼스를 건립하는 계획을 취소할 것인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SG그룹은 쓰지도 못할 땅을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산 것이 된다. 대학교 건립이 취소될 정도의 오염도라면 부지를 다른 용도로 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정화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고 하니 그 시간 동안 부지를 비워 놔야 하고, 땅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니 그 거대한 부지에 정화 작업을 펼치는 비용 등이 모두 다 적자로 잡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재벌 말을 믿어?]

[맞아. 100일 지나도 은근슬쩍 아무 말 하지 않고 입 다물걸.]

[환경단체에 돈을 먹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게 재벌들이 잘하는 일이잖아.]

[오염된 토양이 가득한 곳에 캠퍼스라니. 한국대 이사장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사장이 새파랗게 어린놈이란 것도 못 미더운데 할리우드 여배우와 스캔들로 유명해진 거잖아. 낙하산이라고.]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아예 상혁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혁의 행동은 또 다른 사람에게도 압력을 주었다.

[야! 백상혁!]

“누님.”

백정연. 그녀가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꽤 격앙되어 있었다.

[널 믿고 용산 부지 건을 해결해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거야?]

“뒤통수라뇨.”

[100일 안에 정화? 그리고 개선되지 않으면 캠퍼스 건립을 취소? 그렇게 되면 널 믿고 용산 건을 해결해 준 나까지 난리가 나는 거잖아!]

그랬다.

백정연은 현재 백성철의 부재로 주총을 통해 임시 회장에 오른 상황. 선장이 없는 배에 선장이 필요하다고 하여 그간 호텔&리조트를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임시 회장에 오른 백정연인데 초장부터 그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누님, 저 못 믿으세요?”

백정연은 상혁의 비밀에 대해 일부 알고 있었다. 실제로 상혁이 눈앞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오수를 정화하는 것까지 보지 않았던가.

[그건…….]

“사실 100일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100일이라 말한 건 그보다 짧으면 여러 의혹이 쌓일까 봐 그런 거고요. 이거 섭섭합니다, 누님.”

백정연이 말을 잇지 못했다. 상혁을 믿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백정연의 처지도 있었다.

그 때문에 상혁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다 이해합니다. 누님도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저를 도와주셨으니까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정연의 사람이 아니라 백성철의 사람들이다. 백성철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백정연이 임시로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정연은 매사가 가시밭길이다. 백성철의 사람들이 백정연을 평가하듯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백정연에게 임시 회장에 앉으라 바람을 넣은 것은 바로 상혁이다. 상혁도 자신 때문에 스스로 고난을 받아들인 백정연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해 주기로 했다.

“사람을 하나 보낼 겁니다. 저 때문에 누님이 고생하고 계시니까요. 그리고 회장님이 조금 더 길게 자리를 비우게 해 드릴 겁니다.”

[아버지를? 어떻게?]

백정연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백성철이 근시일 내에 그룹으로 복귀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백도현에게 여러 혐의가 있다고는 하나 백성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험악한 여론을 의식해 백성철은 요식 행위로 직접 검찰에 출두했을 뿐이다. 그리고 검찰에서도 그런 백성철을 건드릴 간 큰 검사는 없었다.

검찰이라고 해 봤자 재계 서열 1순위인 SG그룹을 수십 년간 운영해 온 백성철 앞에서는 말 잘 듣는 개에 불과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그럴 백성철은 검찰에 오래 붙들려 있게 할 방법이 있다?

백정연이 화색을 띨 수밖에 없었다.

사적으로는 아버지이나 임시 회장까지 단 마당에 조금 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님을 위해 이 동생이 힘 한번 쓰지요.”

[설마…… 그, 네 힘으로…….]

백정연에게서 주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혁은 그것을 들으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백정연은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 꺼려 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애초에 그렇게 모든 일을 처리할 거였다면 이미 전 갖고 싶은 걸 손에 쥐었을 테니까요.”

[아니란 거지?]

“예. 정석적인 방법으로 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알았어. 너만 믿을게. 참, 그리고 상혁아.]

백정연의 목소리는 원래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상혁이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자신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생각해 격앙되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네?”

[조심해. 네가 기자회견 한 거. 그거 중국이나 러시아 쪽에도 들어갔을 거야.]

“용왕이요?”

용왕, 상혁이 만들어 낸 정화 마도구의 명칭이다. 과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할 방법으로 물을 정화하는 마도구.

그게 백정연을 통해 러시아 쪽에 공급이 되었음이 알려져 있었고, 중국은 그 제작자를 상혁이라 생각해 술집인 무명을 통해 상혁에게 접근했었다.

그런 가운데 상혁이 미군에 의해 지난 수십 년간 오염되었던 토양을 100일 안에 정상화시키겠다고 공표했다.

다시금 접근하는 이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누님.”

[그래. 그럼 너한테 맡긴다.]

상혁은 백정연과의 통화를 종료한 뒤 머리를 등받이에 기댔다. 그러고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생각도 못 했네.”

러시아와 중국.

그쪽은 아예 접점이 없어 상혁의 머릿속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이들이다. 그 때문에 무명과의 접촉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자면 확신을 준 것일 수도 있었다.

상혁이 만들었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용왕의 제작자와 상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혁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상혁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모든 것을 다 관리할 수는 없다. 그러니 때때로 이런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상혁은 자책하지 않았다.

“일흔까지 살아 보니까 알게 된 건데, 꼭 완벽한 게 모든 걸 대비해 주진 않더라고.”

마법사는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다. 그러나 그 진리는 항상 톱니바퀴가 서로 딱딱 맞아떨어지듯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작은 실수나 작은 빈틈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게 인간이라는 동물의 한계다.

상혁은 일흔까지 살아 보면서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불완전에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돌파구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았다면 나도 그렇게 뒤통수를 맞진 않았겠지.’

쓰게 웃은 상혁은 일호를 불렀다.

“김태양에게 전해서 중국이나 러시아 쪽을 주시하라고 해.”

“중국과 러시아 말씀이십니까?”

“응. 아무래도 내 마법에 관심이 있어서 조만간 한번 움직일지도 모르거든.”

러시아는 이미 한 번 수혜를 봤으니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막무가내로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한국을 하나의 주권국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자신의 속국이었던 조선으로 보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국 애들 중에 비밀리에 들어오는 애들은 네 선에서 처리해.”

“예, 마스터.”

일호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상혁은 키득거리면서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좌우로 뚜둑거리며 꺾었다.

“그럼 난 우리 회장님을 조금 더 쉬게 오다 해 드릴까?”

창을 연 상혁의 신형이 하늘 속으로 녹아들었다.

* * *

백성철 회장은 예상대로 검찰 안에서 호의호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를 위해 따로 방이 준비되었고 외부인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었다.

말이 검찰이지 검찰청 내부에 위치한 호텔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예로부터 검찰은 이렇듯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권력자들을 위해 이런 내부 시설을 만들어 놓고, 관리하고 있었다.

“도현이는?”

“죄송합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됐다. 죽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

백성철은 맨 처음 백도현이 일본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려다가 부산항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었다.

아무리 제 자식을 냉정하게 대했다고 하더라도 자식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도현의 사체가 병원 내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에 백성철은 안도했다. 백성철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지는 모르나 사라졌다는 건 살아 있고,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필요하다면 국정원이나 경찰도 동원하고.”

“예, 회장님.”

김대엽은 백성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백성철은 그런 김대엽의 어깨를 짚었다.

“대엽아.”

“예, 회장님.”

“고개 들어라. 네게 잘못은 없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 아들이 한발 빨랐을 뿐이지. 하지만 결국 그놈도 제풀에 무너지지 않았더냐.”

백이현이 자신을 몰아낼 준비를 했다가 되레 된통 당했다는 것도 김대엽의 입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그러고는 백정연이 그 자리에 임시 회장으로 올랐다는 것까지 전해 들었다.

“이현이는?”

“출근도 잘 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상심이 크겠지. 못난 놈. 그러니까 내 남을 공격할 때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정신 차리지 못하도록 몰아치라고 했거늘.”

백성철은 흘흘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김대엽은 웃을 수 없었다. 그때 분명 모든 기세는 백이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백이현은 299표의 반대표를 받았다. 그건 기적이었다. 실제로 반대표를 던진 이들 중 자신의 선택에 혼란을 드러내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현이, 적당히 준비해서 검찰에 넘기거라. 그리고 황제파는 산산조각을 내서 찢어 버려. 감히 내 아들을…….”

백성철은 검찰 안에서 백이현을 검찰에 넘기기 위해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 당연히 황제파는 해체를 시킬 예정이었다.

고통스럽게. 감히 백도현을 다치게 한 그 죄를 물어서. 백이현도 백성철에게 항의할 수 없도록 아예 백이현의 손발을 다 자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백성철이 있던 방 안에 불이 꺼졌다. 백성철은 정전이 났다고 생각하여 주변을 둘러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완벽한 어둠.

“김 실장! 대엽아!!”

백성철이 수상함을 느끼고는 김대엽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바로 그때 백성철의 눈에 커졌다.

허공에 빛이 번지는가 싶더니 백성철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도현아.”

백도현.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는 백도현의 모습이 마치 스크린처럼 허공에 투사됐다. 그걸 보고 있는 백성철의 귓가에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성철. 아들을 되찾고 싶나?]

꿀꺽.

백성철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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