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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51화 (150/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51화

151. 마법의 극의(1)

상혁은 일상사란 현판이 적힌 곳에 도착했다. 오승택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여긴 절인 것 같습니다.”

“주소 제대로 온 거 맞지?”

“예.”

백이현이 상혁을 부른 곳은 웬 절이었다. 상혁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로 차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런 상혁의 주변으로 마나가 탐지기처럼 쭉 뻗어 나갔다.

‘음?’

상혁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하고 치솟아 올랐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호젓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심 속 절간이었지만 디텍트 마나를 펼친 결과 이 주변에 삼엄한 경계가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감시카메라 따위가 아니야. 다 사람이다.’

거의 청와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게다가 절의 형태를 한 일상사의 구조는 복잡해서 천혜의 요새라 불려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사각이 없었다.

허락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숨어들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허공에는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돌아다니는 것이 드론까지 동원해 감시망을 펼친 듯했다. 상혁의 찡그린 눈썹이 슬그머니 풀렸다.

“여기가 맞는 것 같군.”

“여기가요?”

“차를 대. 그리고 이 비서님.”

“예, 이사장님.”

상혁은 이창엽을 힐끗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그냥 절이 아니지요?”

“예?”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티를 내시는데 제가 모를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오승택이 룸미러로 이창엽을 쳐다봤다. 경계심이 어린 눈길이다. 이창엽은 상혁에게 자신의 표정이 들켰다는 것에 놀랄 새도 없었다.

무언가 변명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절로 위장한 곳이니 무명처럼 알려진 사람들만 오는 곳이겠군요. 그냥 아무에게나 빌려주는 곳은 아닌 것 같고. 백성철 회장이나 셋째 형님의 눈도 피할 수 있는 곳인 모양입니다.”

“이, 이사장님.”

“알고 계셨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창엽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상혁의 말이 맞았다. 이창엽은 일상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상사는 본래 일제강점기 때 요정으로 쓰이던 곳이다. 이곳의 여주인이 광복 후 불가에 귀의하면서 이 부지 전체를 기부했고 그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곳은 여전히 요정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고 있었다.

애초에 알려진 사실이 다가 아니란 뜻이다.

“예, 맞습니다.”

“오늘 일, 비서실에 보고하실 겁니까?”

“제 모든 동선이 핸드폰 위치추적기로 비서실에 보고가 됩니다. 아마 이곳도 보고가 될 겁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빠뜨리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과연 백성철은 집요했다. 이창엽을 상혁의 감시자로 붙였으면서 이창엽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혁은 턱을 괴었다. 오승택은 상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건 이창엽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창엽이 여기까지 말했다는 건 상혁에게 많이 기울었다는 뜻이다.

“이 비서님.”

“예, 이사장님.”

“그냥 가서 솔직하게 알리세요.”

“예?”

이창엽이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오늘 저 안에서 오갈 이야기는 백이현이 백성철과 백도현에게서 숨기고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리라니.

“난 큰형님의 편도, 작은형님의 편도 아닙니다. 회장님의 편도 아니고.”

상혁은 무언가 착각을 한다는 듯 이창엽에게 말했다.

“굴러 들어온 돌이 이미 꽉 박힌 바위를 어떻게 정면 대결로 이기겠습니까. 그렇죠?”

“설마, 그럼 이사장님…….”

“마침 균열이 일어났으니 거기 몸을 들이밀어야죠. 아무리 큰 바위라고 해도 돌이 굴러 들어가서 부딪치다가 보면 안에서부터 깨지지 않겠습니까?”

상혁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이창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창엽은 그런 상혁의 눈을 감히 마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스무 살.

이제 막 사회를 알아 가야 할 나이지만 상혁은 이미 거인들에게 돌팔매질하는 다윗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예,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이창엽은 깨달았다, 그가 고민했던 이유는 분명 불리해야 할 다윗이 골리앗에 비해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의 결정을 못 내렸던 것인데, 조금 전 이창엽은 비로소 깨달았다.

“비서실에 알린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요?”

이창엽은 그다음을 물었다. 상혁에게 말이다. 원래라면 비서실에 물었을 질문이다. 이창엽이 상혁에게 그걸 물었다는 건 상혁에게 의탁하겠다는 소리다.

비서실.

백성철의 친위대 노릇을 하는 그곳에 들여보낼 사람이 필요했다. 상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게 말했다.

“백이현이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전하세요.”

이창엽의 눈이 커졌다.

* * *

중국 삼합회.

본래 삼합회의 역사는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의 기원은 청나라 시기 만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다시 한족의 중화를 세우고자 결성된 비밀결사인 청방, 홍문 같은 것이라고 하나 그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예로부터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거대한 영토였지만 동시에 약점 역시 거대한 영토였다. 나라가 강성할 때야 황제의 권력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어 질서와 치안이 바로 섰지만 황실이 약해지면 곧바로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중앙의 견제와 감시가 느슨해지면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중국의 지방은 그곳 수령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그들은 시스템적으로 중앙에 맞설 수 없도록 여러 제약이 있었고, 그로 인해 치안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때 이 구멍이 난 치안을 대신 처리해 주고 수령으로부터 이권을 보장받은 이들이 있었다.

각 지방의 암흑가가 바로 그 역할을 대신했다.

수령과 권력자와 결탁하여 관병 대신 지방의 치안을 대신한 그들이 근대로 접어들면서 거대한 조직을 갖추게 되었고, 그것이 삼합회가 된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이유를 가져다 붙이건 간에 삼합회는 각종 범죄를 저지른 범죄의 온상이다.

권력의 개가 되어 막대한 비리와 부패를 저지르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은 그들은 타국의 차이나타운 등에 진출하며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 중국 내에서도 큰 세력을 만들어 보이며 암약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이탈리아의 마피아가 그렇듯 그들이 관여했던 이권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신분 세탁을 하고 양지로 나왔다.

그들은 정계와 깊게 얽혀 있는 것을 무기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추진하는 각종 관영사업에 깊게 손을 뻗쳤다.

과거에 구멍이 뚫린 곳을 그들이 메웠던 것처럼, 현대의 중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종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15억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각종 사업을 벌인 삼합회의 자금력은 서방의 조직들과 맞설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그 때문에 상혁은 곧바로 누가 삼합회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저들이군.’

자기네들끼리 뭉쳐 앉은 이들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중년들로 보였지만 상혁은 그들에게서 피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라.’

삼합회의 무자비한 악명은 유명했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들이 그들의 악명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공권력이 거대한 중국에서 삼합회 같은 조직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만 봐도 그들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상혁아.”

“형님, 부르셔서 왔는데 여긴…….”

일상사는 과거 일원각이라 부르던 고급 요정을 개조한 절이다. 이곳의 여주인은 당시 한 유명한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기로 결심하면서 무려 10년이나 그 스님을 설득한 끝에 일원각을 불교계에 기부할 수 있었다.

과거 권력의 주구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은밀한 결정이 내려지고 수많은 비밀이 오갔던 일상사는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급적 무소유의 원칙에 따라 일상사의 구조에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렇게 일상사는 여전히 권력가들의 비밀이 오가는 장소로 쓰였다.

결국 불교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이곳을 기부한 여주인이나 10년의 설득 끝에 받아들인 스님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궁금해졌다.

“이쪽에 앉거라.”

백이현은 상혁의 궁금증을 풀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상혁은 이미 안을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감을 잡았다.

‘백이현을 따르는 임원들이군.’

긴장한 얼굴로 상석의 백이현 아래로 앉은 이들은 백이현을 따르는 임원들이다. 백이현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사람들이다.

‘결국 백이현도 백도현처럼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는군.’

이건 전부 다 백성철 때문이다. 백성철이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에 아들들이 아버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SG건설의 수주 실적 중 중국 쪽이 가장 좋았지. 그 이유가 저들과의 연대 때문이었군.’

삼합회는 SG그룹을 노리고 있었다. 삼합회가 운영하는 양지의 회사 중에는 투자회사도 있었다. 그것도 지난 금융위기 때 삼합회는 월가의 투자회사 중 하나를 인수했다.

라먼 헤르텔.

월가의 150년 역사의 투자회사를 삼합회에서 인수하였고 라먼 헤르텔은 삼합회의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고 무차별적인 M&A를 진행하는 기업 포식자란 악명을 얻었다.

‘금융인에게서 피 냄새가 난다라.’

상혁은 재밌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상혁이 백이현 옆에 앉자 백이현이 손뼉을 쳤다.

“자, 여러분. 오늘 제가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이유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함입니다.”

백이현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백성철이 백도현의 편을 들어주는 이상 시간을 끌면 백도현을 공격할 구멍이 줄어든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기 전에 백도현을 쳐 내야 한다.

아버지의 말을 거스르는 것이지만 백도현을 쳐 낸다면 결국 백성철이 회사를 물려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상혁은 아예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제가 나눠 드리는 자료를 한번 보십시오.”

상혁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 백이현은 이곳에서 자신이 백이현에게 흘린 자료를 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화를 불러일으키는 지름길이다.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파괴적인 법이지. 백이현은 삼합회를 믿는 모양이군.’

백이현이 삼합회와 끈이 닿아 있다는 건 회사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소문에 따르면 백이현은 삼합회의 회주에게 양아들 소리까지 듣는다고 한다.

물론 이건 상혁이 김태양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국정원에서는 중국의 동향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고 삼합회 역시 그 레이더망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양이 제법 쓸 만하군.’

상혁은 열심히 노력하는 백이현을 보고 감격했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사촌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큰형님을 돕지 않는 것도 이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참.’

상혁은 백이현에게 매혹 마법을 걸었다. 이성을 끌어들이는 마법이지만 동성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다.

애정이 아닌 신뢰와 호의를 느끼게 해 주는 정도에 그치지만, 지금 백이현에게 필요한 것은 딱 그 정도뿐이다.

파앗-!

백이현에게서 은은하게 마나가 새어 나왔다. 상혁은 임원들과, 심지어 삼합회에서 온 이들의 표정이 슬쩍 변하는 것을 보며 키득거렸다.

백이현만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상혁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은 백성철과 백도현인가.’

백성철&백도현 타도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조짐이 보이자 상혁은 백성철과 백도현을 떠올렸다.

달그락.

상혁만 그곳에서 멀쩡하게 이성을 유지했다. 상혁은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에 젓가락을 뻗으며 백이현의 말에 마법의 효과로 인해 점점 빠져들고 있는 사람들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관찰했다.

“그러니까 결국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자행한 백도현이 SG에 남아 있다는 건 거대한 리스크를 짊어진 것과 마찬가지란 소립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옳소!”

“그런 백도현을 감싸겠다고 결정하신 회장님 역시 문젭니다. 너무 나이가 많이 드셨지요. 사리 분별이 약해질 때가 된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들?”

“옳소!!”

옳소를 외치는 이들과 그들의 응원에 신바람이 난 백이현. 마치 우스운 콩트를 벌이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상혁은 즐겁게 눈앞에 차려진 한정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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