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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40화 (3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40화

040. 파이어 볼(5)

“하, 하하하하.”

백도현은 아침부터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상식으로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이 연달아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박 실장님.”

“예, 사장님.”

그 때문에 꼭두새벽부터 비서실장인 박정철을 비롯한 모든 비서실 직원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박도현이 박정철에게 말했다.

“제가 한덕광에게 어려운 걸 시켰습니까?”

한덕광은 아직 효용 가치가 있는 칼이었다. 그 칼을 한 번 더 휘두르려고 했는데, 자신이 손에 쥐기도 전에 칼이 알아서 망가져 버렸다.

“아닙니다.”

“그러면 대체 이놈이 왜 이러는 겁니까?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겁니까?”

“…….”

한덕광은 예전에 그가 유명세를 얻었던 그때처럼 다시 한번 더 검사란 이름이 가지는 힘으로 사건을 입맛에 맞게 적절히 바꿔 그럴듯한 공을 세우려고 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제 이름도 한글로 잘 쓰지 못하는 시골 촌부와 정신이 온전치 않은 그 딸이었는데 그 둘을 구워삶기는커녕 오히려 한덕광이 끓는 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 우리 누님이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조금 더 마시겠네. 박 실장. 리조트 건 취소하세요. 그리고 천안지청에 맡겨 놓았던 물품들 회수하시구요.”

“예, 사장님.”

백도현은 현재 자신 위의 SG건설 사장 백이현과 SG호텔&리조트 대표인 박정연과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한덕광을 부르기로 한 것도 자신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잘 드는 칼이 필요해서였는데, 한덕광의 날에 녹이 슬어 버렸다.

“한덕광과 관련이 있었던 놈들도 모두 쳐 내세요. 지난번 한덕광과 같이 나왔던 그 조폭…….”

“김현석입니다.”

“그놈도 입 막으시고. 괜히 저쪽에 빌미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예, 사장님.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후, 제기랄.”

백도현은 후, 하고 길게 심호흡했다. 몇 달 동안 준비한 것이 한덕광 때문에 전부 물거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날린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한덕광을 잡아다가 능지처참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이익현 씨.”

“예! 사장님!”

이익현은 서슬 퍼런 분위기에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사라진 오승택은요?”

“SG반도체 공장과 살았던 곳, 그리고 동생과 어미가 있는 곳을 중점으로 감시망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요?”

“사람을 동원했으나 흔적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백도현은 자신이 시킨 것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해도 확실하게 대답하는 것을 좋아했다. 예상대로 백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승택의 처리까지 완벽하게 합니다. 그리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 다시 들리던데.”

이선호.

SG반도체 공장에서 쓰러진 여자 하나가 급성백혈병으로 죽자 인과관계를 밝혀내겠다며 끈질기게 괴롭혔던 이선호의 이름이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이선호가 천안에 있었습니까?”

“예. 이혼 전문 변호사로 사무실을 개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혼 변호사?”

백도현은 손을 들어 박정철을 불렀다. 박정철이 가까이 다가가자 백도현이 박정철의 뺨을 날렸다.

짝!!

그 소리에 이익현이 자신이 맞지도 않았는데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백도현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박정철의 다른 뺨까지 후려쳤다.

“이혼 변호사에, 국선도 아닌 주제에 시골 촌부의 변호사로 갑자기 변했다? 이게 그냥 그렇게 말하고 넘어갈 문젭니까, 박 실장님?”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박정철은 곧바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덕광이 확보한 진범을 빼돌려 이선호에게 데려간 누군가가 있어요. 인터넷에서 갑자기 기사가 퍼진 것도 그렇고, 누가 한덕광의 쓴 시나리오를 미리 알고 움직인 겁니다.”

“그 점에 착안하여 다시 원점부터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이선호, 오승택, 천안…….”

백도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도 아닌 멀리 충남의 한 지역에서 자꾸만 잡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특히 형님과 누님이 그쪽에서 어떠한 꼬투리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도록 주의 기울이세요.”

“예.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박정철의 고개가 다시 한번 더 폴더폰처럼 바짝 접혔다.

* * *

“저기…….”

오승택이 쭈뼛거리며 상혁에게 말을 붙였다. 바깥에 기자들이 득실거려 이선호도 출근을 포기한 상황에서 나갈 수 없어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던 상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오승택은 이유 없이 저기압인 상혁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저, 그. 제 어머니랑 동생 일은 언제쯤…….”

오승택이 상혁에게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것은 SG그룹에 인질로 잡힌 동생과 어머니 때문이다. 상혁이라면 SG그룹이 상대라고 할지라도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상혁과 손을 잡은 것이다.

“나갈 수 있어야 뭘 하지.”

상혁은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직도 밖에는 기자들이 가득했다. 끈질긴 기자들은 쉽사리 물러날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 내 마법이 더 강해져야 해. 알잖아?”

“그, 그럼 일단 온양 공장이라도 가시겠습니까?”

상혁은 아직 온양 공장의 오염도 다 흡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혁은 한 번 더 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오승택이 자리에서 비장한 얼굴로 일어났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오승택이 이선호의 방으로 뚜벅거리며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이선호를 등 떠밀어 나오게 하더니 이선호를 문 쪽으로 밀기 시작했다.

“이봐요!!”

“죄송합니다. 제가 급합니다.”

“이렇게 나가면 나 사진 찍혀요!!”

이선호는 집 안이라고 그냥 편한 반팔 차림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기자들 앞에 내보내겠다니. 하지만 오승택은 눈을 번뜩였다.

“죄송합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걸린 일이다. 오승택은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이선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대문을 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오승택이 이선호의 등을 발로 밀어서는 기자들 앞에 먹잇감으로 던져 주었다.

“변호사님!”

우르르르!!

밖에 서성거리고 있던 기자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갔다. 오승택이 뛰어들어와 상혁에게 말했다.

“사람 없는 곳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잔인한 놈.”

그러자고 이선호를 먹잇감으로 던져 주다니. 상혁은 대문 밖에서 울려 퍼지는 기자들의 고함을 들으며 사람이 없는 쪽의 담벼락을 넘었다.

탁, 탁.

“집 밖으로 나오는 거 한번 더럽게 힘드네.”

상혁은 손바닥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뒤이어 담을 넘은 오승택이 상혁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조금 후에 공장 근처에서 뵙겠습니다. 저를 찾기 위해 SG에서 보낸 사람들이 돌아다닐 테니까요.”

오승택은 그렇게 말하고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SG그룹이 어지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상혁은 백수처럼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설렁설렁 공장 쪽으로 향했다.

“스읍.”

뽀로로!!

초아가 상혁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이파리를 파르르 떨었다. 지난 며칠간 오염 정화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바빴었다.

그 때문에 초아가 많이 삐쳐 있었지만 함께 나오니 또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정령 사탕 계속 줬잖아. 그만 좀 풀어라. 응?”

초아를 달래기 위해 매일 순수한 정령력을 뽑기 위해 마나를 소모하는 귀찮은 행위를 감수하며 정령 사탕을 만들어 주었던 상혁이다.

그러자 초아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살랑거리는 이파리로 상혁의 머리카락을 꼭 움켜쥐었다. 그것을 보고 너털웃음을 지은 상혁이 손바닥 위에 초아를 올려놓았다.

“너 근데 좀 자란 것 같다?”

정령 사탕을 꽤 먹었기 때문인지 초아가 조금 자란 것처럼 느껴졌다. 지구의 자연 친화력은 마나와 마찬가지로 절망적일 정도로 적었다.

그나마 세계의 의지로 풀의 정령인 초아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 와중에도 성장한 것이다.

“기특한 녀석.”

초아의 머리를 문질러 준 상혁은 내림천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공장 대지 근처에 도착해 주변을 슥 훑었다.

그러자 저 멀리 오승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승택도 상혁을 발견한 뒤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저쪽으로 오라는 소리였기 때문에 상혁은 빙 돌아서 오승택의 인도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공장 내부로 잠입할 수 있었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오승택은 예의 그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능숙하게 상혁을 데려갔다. 그리고 오·폐수가 가득 고인 곳을 본 순간, 상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그런 상혁을 오승택이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 * *

[이름 : 상혁

직업 : 3서클 마법사

상태 : 근력/1, 민첩/1, 체력/1, 마나/338]

“푸후우.”

상혁의 마나는 어느새 3서클 중반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혁은 몸에 묻은 물기를 마법으로 깔끔하게 말려 버리면서 오승택에게 말했다.

“이제 여기로 부족해.”

“물을 보니 그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여기서 마나를 35가량 흡수한 상혁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둔화됐다.

“물이 투명해졌군.”

오·폐수가 이제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해졌다. 매일 같이 오·폐수가 쏟아져 나옴에도 깨끗한 물의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상혁이 여기서 나오는 마나를 다 흡수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게 되네.’

상혁은 마치 자신이 인간 필터가 된 듯한 느낌에 어깨를 으쓱했다. 세계가 이런 것을 노리고 자신에게 퀘스트를 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퀘스트도 갱신됐다.

[퀘스트 : 냄새나는 대기업

내용 : SG그룹에서 생산하는 오·폐수 일천만 리터 정화(2,400,000/10,000,000)

보상 : 근력/민첩/체력 스텟 +1]

일주일 동아 정화한 온양 부지의 오·폐수가 240만 리터였다. 1,000만 리터를 채워야 하니 아직 760만 리터가 남은 셈이다.

“그러면 옮겨야 하는 겁니까?”

상혁의 말에 오승택이 반색했다. 그간 가만히 있느라 심심해서 그런 것이라고는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반색했다.

“흠.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제가 아주 적합한 곳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태안 쪽에 SG그룹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는 거 아십니까?”

“호텔이랑 리조트?”

공장 위주로 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상혁의 의문을 표하자 오승택은 자신을 믿으라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예. 어마어마한 부지와 규모로 있습니다. 골프 코스까지 있어서 1년 내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공장 세 개를 합쳐 놓은 것 이상입니다.”

“뭐?”

상혁의 눈이 커졌다. 공장이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일 줄 알았는데 호텔과 리조트에서 그만큼의 오·폐수가 나온다니.

“호텔과 리조트 투숙객들이 사용하고 남은 폐수를 정화시설을 통해 방류해야 하는데 엄청나게 독한 약을 뿌려서 냄새와 투명도 정도만 낮춰서 내보냅니다.”

“그 정도로?”

“그리고 골프장의 잔디를 관리하는 데 어마어마한 양의 농약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잔디에 물을 주면 농약 성분이 그대로 흘러나가는데, 공무원에게 뇌물을 쥐여 주고 환경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오호라.”

상혁이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로 엉망이라면 그곳이야말로 마나의 노다지일 것이다. 공장 세 개 분량의 오염이라면 퀘스트는 물론 4서클로 올라갈 수 있는 마나를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4서클부터 진정한 놀고먹는 마법사의 인생이 펼쳐지지.’

4서클에 오르는 순간 골렘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골렘을 제작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마법사는 사실상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된다.

과학의 세상에서 자율주행과 AI, 그리고 로봇이 합친 존재가 바로 골렘이기 때문이다.

상혁이 오승택을 보며 말했다.

“뭐 해? 어서 돌아가서 짐 쌀 준비하지 않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오승택이 상혁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그러자 상혁이 피식 웃었다.

“왜. 근처에 어머니랑 동생이 입원한 병원이 있는 모양이지?”

오승택이 공장이 아니라 그쪽을 추천한 순간부터 상혁은 짐작하고 있었다.

“잘됐네. 두 번 움직일 필요 없이 거기서 다 하고 오면 되겠어.”

상혁의 말에 오승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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