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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8화 (27/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8화

028. 개막장(3)

[우리 한 검사님께서 서울에 올라가시게 되면 우리 강 형사님을 절대로 잊지 않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으하하핫! 그러면 도와드려야죠!!]

상혁은 입에 문 채로 우물거리고 있던 이쑤시개를 퉤 하고 뱉었다. 사실 이에 낀 것도 없지만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물고 나오긴 했는데 별로 쓸 데는 없었다.

“재밌는 걸 꾸미고 있네.”

상혁은 픽 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엄지와 검지를 비비자 파리에게 심어 두었던 마나가 소멸하는 것을 느꼈다.

패밀리어 마법.

파리 같은 작은 곤충을 패밀리어 마법으로 종속시키는 것은 큰 마나가 든다거나 하지 않았다. 대신 죽었을 때 반작용이 커 웬만한 마법사들은 새나 개처럼 생명력이 강한 동물을 길들이곤 했다.

하지만 상혁은 파리를 패밀리어 마법으로 종속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덕분에 호기심도 풀었고 파리가 죽는다든가 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던가.

“범인을 잡고, 그 범인에게 법 집행을 해야 하는 경찰과 검찰이 지금 작당 모의를 꾸미는 건가?”

그게 전부 다 그들의 대화에서 나온 한 검사라는 양반이 서울로 영전하기 전에 그럴듯한 명분 하나를 세워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상혁은 엿들었다.

그러자 기분이 더러워졌다.

“여기나 저기나 썩은 놈들은 그대로네.”

그들은 한 검사라 불린 남자를 위해 죽은 할머니의 남편과 그 딸을 범인으로 만들자고 모의를 한 것이다.

그것도 그 딸은 지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자극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그러기로 결정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저놈들이 만약 그렇게 한다고 치자. 사실 저놈들이 저러는 것이 상혁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상혁을 범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파생될 여파는 상혁에게 피해를 준다.

“이 사건을 잔뜩 왜곡해 버리면 전국에서 여기로 기자들이 몰려들 텐데.”

꼭 이런 강력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에서는 떠들썩하게 현장 검증이니 뭐니를 한다면서 기자들을 잔뜩 불러다 놓고 요식 행위 아닌 요식 행위를 벌인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범인에게 욕을 하거나 우는 모습을 찍어 내보내기도 하는 등 가관이 벌어진다.

만약 그렇게 되면?

“마나를 쌓는 건 물 건너가는 이야기란 거지.”

집 밖을 나가면 기자들이 돌아다니는데 대체 어딜 가서 마나를 쌓는다는 말인가. 괜히 기자한테 잘못 걸려서 초상을 치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건 안 되지.”

누굴 죽이건, 그래서 그 범인으로 국을 끓여 먹건 뭐 하건 그건 상혁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상혁에게 피해가 끼치는 것은 안 된다.

마법사란 본디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다.

나만 안 건드리면 절대로 먼저 움직이지 않는, 대신 건드리면 그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것을 각오하고 건드려야 하는 것이 바로 마법사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이 있지.”

자신에게 오는 피해를 반드시 막고야 말겠다고 생각한 상혁이 눈을 반짝였다.

* * *

“오늘 오후 두 시에 김광식 씨 내방하신다고 하셨어요.”

“아, 맞다. 까먹고 있었네요.”

최영숙이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는 이선호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나이롱 환자로 입원했다가 두둑하게 합의금을 받고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그녀였다.

“간단한 다과 정도 사 오겠습니다.”

“예. 천천히 다녀오십쇼.”

이선호의 변호사실은 작았다. 이런 시내에 뭐 대단하게 커다란 사무실이 있을 리 없었다. 이선호가 형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도 아니었고 이혼 전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때 나가려던 최영숙이 멈칫했다.

“안녕하세요.”

상혁이 이선호의 사무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영숙은 그런 상혁을 보고 눈가를 꿈틀했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변호사님 뵈러 오셨죠?”

“네.”

“들어가세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굳이 병원에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오지랖 넓은 부녀인 전광철과 전아영이 상혁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음을 최영숙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혁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친을 여읜 것은 안타까운 일이긴 했다. 최영숙도 상혁의 부모님을 알고 있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같이 사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릴 때의 상혁도 몇 번 대신 맡아 준 적도 있을 정도지만 그것과 지금은 별개다.

고아에 고시생.

엄마로서 그런 상혁이 전아영 주변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지랖 넓은 자신의 딸이라면 저러다 상혁에게 정이라도 들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을 드러내며 나간 최영숙을 보며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를 왜 싫어하지?”

상혁도 최영숙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유는 모른다. 어깨를 으쓱한 상혁은 자신을 반기는 이선호를 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만약에 말입니다.”

상혁은 이선호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경찰이나 검찰이 범인을 안 잡고 범인을 만들려고 하면 그건 무슨 죕니까?”

“네?”

“말 그대로입니다.”

뜬금없는 상혁의 질문이었지만 이선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는 상혁이 마법사란 것을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상혁의 질문이 그냥 뜬금없게만 들리지 않았다.

“뭘 들으셨습니까?”

이선호의 심각한 눈으로 상혁을 쳐다봤다. 상혁은 그런 이선호의 눈빛을 보며 다시금 기시감을 느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 아무래도 검찰에서 공작을 펼치려는 것 같습니다. 그곳의 한 검사란 사람이 서울로 영전하면서 명분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선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한덕광.”

“이름이 한덕광입니까? 이름부터가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름이네요.”

이선호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이야기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 * *

오승택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는 간단했다. 오승택이 상혁을 SG 반도체 공장의 주범으로 지목을 했으니 오승택으로 하여금 직접 그 혐의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SG 반도체 공장이라고 해도 스무 살짜리 고시생을 산업스파이로 몰아가기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오승택은 준비를 다 마쳤지만,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가능한가?’

분명 공장에서 자신을 그렇게 쓰러뜨린 것은 얼굴에 빛나는 헬멧을 뒤집어쓴 괴한이었다. 하지만 정황상 그 안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은 백상혁밖에는 없었다.

밖을 어슬렁거리던 상혁을 잡아 와 창고에 가뒀지만 다른 경비들이 전부 다 쓰러진 채로 발견됐고, 상혁은 다시 그 안에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CCTV였다.

그날 그렇게 상혁을 데리고 왔다는 증거가 CCTV에 남아 있지 않았다. 상혁이 CCTV를 파괴하면서 저장된 데이터들까지 전부 다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마법인지 속임수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힘.

상혁의 그 수로 인해 쓰러졌던 오승택이기에 자신이 홀로 아무런 장비도 없이 상혁을 찾아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군대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알려 주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는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책임을 질 사람은 필요하니까. 게다가 아무것도 탈취당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고.’

오승택은 조직의 일 처리 방식을 잘 알았다. 일이 일어났으니 범인은 반드시 있다. 그런데 그 범인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조직에서는 범인을 특정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상혁을 반드시 잡아가야만 했다.

‘테이저건. 가스총.’

화기류 빼고 챙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겼다. 오승택은 불화살과 뇌전 화살을 날려 대던 상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슥 하고 닦아낸 뒤 길을 나섰다.

‘그놈이 그냥 고시생이라고? 그럴 리가.’

어쩌면 국가에서 비밀리에 키우던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가 직접 판단한 상혁은 그랬다.

‘보이는 대로 즉시 제압한다.’

오승택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중얼거리며 상혁이 살고 있다고 조사된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집 앞에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여자?’

여자의 실루엣이어서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간 오승택의 눈이 커졌다. 그 여자가 전아영, 그러니까 공장의 검수팀 직원이란 것을 알아본 것이다.

오승택은 공장에 드나드는 모든 직원들의 얼굴을 외우고 있었다. 오승택의 눈이 가늘어졌다.

‘의도적으로 접근했나? 아니면 한 팀?’

반도체 공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과 알고 있다면 저 직원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오승택은 전아영을 제압하기로 했다.

그 후에 알아보면 될 일이다.

저벅

인기척에 전아영이 뒤를 돌아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 전광철이 해 준 반찬이 가득했다.

전광철에게는 변호사님 드린다면서 싸 들고 나온 반찬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골목길에서 수상해 보이는 남자를 만나다니.

전아영이 뒤로한 걸음 물러섰다.

“누, 누구세요.”

저벅, 저벅

오승택은 거침없었다. 전아영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다.

“소리 지를 거예요. 오지 마세요. 저쪽에 경찰이…….”

논만 하나 건너가면 그쪽에 경찰이 잔뜩 있었다. 농약 막걸리 사건으로 인해 경찰들이 거의 상주하듯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닥!!

하지만 오승택은 전아영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전아영을 쓰러뜨리고는 그녀의 입을 우악스럽게 손으로 눌렀다.

“검수팀 전아영.”

오승택이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전아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어보는 대로만 대답하면 무사히 풀려나게 해 주도록 하지. 일단 따라와.”

전아영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이 어디서 일하는지까지 알고 이름까지 아는 괴한이라니. 이대로 끌려갔다가는 안 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왔다.

하지만 오승택은 이쪽 분야에 있어서는 프로였다. 그 때문에 전아영이 발버둥을 쳐도 그대로 끌려가려는 순간.

“아무리 마을이 흉흉하기로서니. 남의 집 앞에서 납치를 하려고 해?”

오승택의 뒷목이 뻣뻣하게 굳었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 마치 호랑이 앞의 사슴이 된 것처럼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와 처음으로 대면했던 그 순간을.

하지만 오승택의 몸은 뇌의 신호 없이도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다. 수도 없이 훈련받은 방식대로 몸이 움직인 것이다.

지지직!!

테이저건이 전류를 내뿜고 가스총이 가스를 내뿜어 상혁을 그대로 덮쳤다.

아니, 그런 줄로만 오승택은 알았다.

“이 장난감은 뭐야?”

상혁의 앞에 작은 돌벽이 자라나 테이저건의 전류를 막았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가스를 위로 날려 보냈다. 그러면서 히죽 웃는 상혁의 모습에 오승택이 당황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바인드.”

“꺽!”

하지만 오승택은 일어나려던 우스꽝스러운 자세 그대로 몸이 보이지 않는 마법 끈에 의해 묶여서는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졌고 상혁은 손을 뻗어 오승택의 뒷목에 손을 올렸다.

“쇼크.”

빠지직!!

테이저건과는 비교도 안 되게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는 전류에 오승택이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상혁은 그런 오승택을 발로 한쪽으로 밀친 뒤 자신을 보고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진 전아영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해요?”

전아영은 그렇게 상혁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눈에 흰자가 드러나면서 전아영의 고개가 뒤로 휙 하고 넘어갔다.

상혁은 그런 전아영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충격인가?”

상혁은 전아영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자신의 방에 데려다가 눕혔다. 그러고는 다시 나와 오승택을 짐짝처럼 발로 퍽퍽 차서는 마당 한구석에 구겨 넣었다.

바스락.

“음?”

그러고는 남은 것이 없나 여기저기 찾던 상혁은 전아영이 손에 들고 있다가 떨어뜨린 쇼핑백을 주워들었다.

그 안에 담긴 반찬통들. 심지어 그 안에는 밥까지 들어 있었다. 상혁의 집에 별 가전이 하나도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밥까지 챙겨 온 것이다.

상혁은 뒷머리를 긁적거리고는 그것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골목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에 잠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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