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35화 (135/140)

135. 별들의 전쟁2 (1)

혈마왕 블라디미르와 전투가 완전히 끝난 후,

나는 용용이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함께 싸운 전우들을 만난다.

사방에서 존경과 선망, 경이롭다는 눈빛과 함성을 터트린다.

질투도 격이 비슷해야 하지, 원체 압도적인 모습에 아예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인지하는 거다.

“······에클레시아.”

그러나 나는 전우들을 가로지르고 가장 먼저 성녀 에클레시아를 찾았다. 신성력을 완전히 잃어버렸기에 반쯤 폐인이 된 모습.

“늦어서 미안하다.”

솔직하게 나는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날 믿고 기다렸기에 반쯤 폐인이 되었으니까.

“아뇨. 제가 바라던 대로 되었어요.”

다만 에클레시아는 희미하게 웃으며 답한다.

혈마왕 블라디미르 폰 체페슈.

이 자는 아군의 희생 없이 결코 승산 없던 적이었으므로. 누군가 반드시 희생해야 한다면 자신이 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신성력이 없어도 진정 성스러운 성녀의 모습.

그녀는 황무지가 된 에니스 백작령을 바라본다.

-움~! 움움~!

그곳에는 흙의 정령 노움이 흙으로 임시 도시를 지어놨다.

내 노움은 환상의 숲 테레이아에서 어린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중급 정령이 됐으니까.

더구나 계약자로서 내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끌어다 사용하기에 사실상 최상급 정령의 힘을 낼 수 있었다.

혼자서 작은 영지 전체를 복구하는 모습에 에클레시아와 피난민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하기야 과거 남서부는 대륙에서도 특히 기름진 땅이었으니까.’

나 또한 고개를 주억거린다.

대륙 남서부를 측은하게 여기진 않는다.

그간 뱀파이어들이 혈마법으로 일대를 황무지로 만들고, 생명체를 학살해 번영하지 못했을 뿐.

원래 풍요로운 땅이니까.

앞으로 노력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풍요와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움!

그때, 노움이 내게 기세등등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눈을 딱 감더니 손바닥을 척 내민다.

에니스 백작령을 수복하느라 고생했으니 보수를 달라는 뜻.

‘간식을 너무 자주 주면 안 되는데.’

나는 품속에서 포도 한 송이를 꺼내서 손바닥에 놓아준다.

요즘 전쟁통에 포도 값이 금값이거늘. 한 송이 전체를 주다니.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움!

그때 노움이 흘깃 한쪽 눈만 떠보더니 고민 끝에 고개를 딱 돌린다.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나와 기 싸움을 시작한다.

‘어쩔 수 없군.’

아쉬운 건 이쪽이다. 만약 노움이 마음먹고 흙집을 다 무너뜨리면 그야말로 대참사니까.

이거 참 노움이 언제 이렇게 똑똑해진 건지.

나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포도 한 송이를 더 꺼내서 쥐여준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해서 특별히 더 주는 거다.”

-우우움~!

그제야 근엄한 연기 집어치우고 눈을 반짝이는 노움. 앞으로 말 잘 듣겠다며 나를 와락 껴안는다.

“풋, 정령과 사이가 좋으시군요.”

에클레시아는 그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다만 나는 바가지를 쓴 만큼 편히 웃지 못했다.

‘그보다 문제는 따로 있는데······.’

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최정예 기사단을 바라본다.

철컥.

“황제 폐하께서 부르신다.”

다만 검왕 알렉스와 로얄가드가 집결해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마치 압송하는 듯한 분위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로얄가드가 대륙 남서부로 지원 온다면 로얄가드 내부에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왜 황제를 떠났는지 가르쳐주기로 약속했다.

더구나 이는 계산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군단장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니케아 제국 황실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슬슬 황제 세실리아를 세뇌하는 흑마법진을 없앨 생각이었다.

황실 기사단.

니케아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규군인 그들은, 현재 중앙 지역에 묶여 있으니까.

혹시 모를 반란을 막기 위해 지방으로 파견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맞서야 할 악의 교단 군단장들은 그런 식으로 상대할 수 없다.

원작 <별들의 전쟁2>는 날이 갈수록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게임이었으니까.

‘더구나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도 문제고 말야.’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당신의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고대 마법 ‘대지의 기억’으로 그간 당신의 행동을 파악했습니다!

-마신 문두스를 사칭한 자를 추격해 옵니다!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과거 황제 세실리아와 절친한 벗, 그 이상이었던 존재.

그 존재가 날 발견했다고. 이미 추격해서 오고 있다고.

물론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거다.

아무리 내가 마신 문두스를 사칭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고대용의 사원에서 본 용족은 마계의 침략을 막은 종족.

아마 악의 교단 디메토르를 함께 막는 걸 우선시 할 테니까.

‘다만 진짜 문제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악룡화가 거의 다 진행됐다는 거겠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킨다.

악룡화가 완전히 진행되면 이성을 잃어버린다.

이는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흑마법 세뇌에 취약하다는 최악의 단점도 있다.

마룡화.

자칫 잘못하면 거악들에게 완전히 세뇌당해서 하수인이 될 수도 있다.

‘즉, 심연왕 프로세피나를 비롯한 거악들이 이미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를 찾고 있을 거다.’

이 때문에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도 악룡화를 최대한 피하며 날 찾아오는 거겠지.

또한,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날 찾아온다면 악의 교단 군단장들도 날 찾아온다는 뜻이겠고.

하지만 피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거악들은 싸워야 하는 존재.

차라리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완전히 악룡화되기 전에 협력해서 맞서 싸우는 게 나을 테니.

이를 위해서도 중간 고리인 황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황제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와 절친한 관계였으나, 악의 교단의 농간에 오해가 생긴 것이니까.

‘결론은 정해졌군.’

나는 에니스 백작령이 안정되면 황제를 만나러 떠나기로 했다.

검왕 알렉스가 이끄는 로얄가드와 함께.

대륙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자, 모든 일의 시작이 담긴 곳으로 말이다.

***

마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크론’.

그 산꼭대기에는 마계에서 가장 큰 성이 대기하고 있다.

대군주성 ‘판데모니카’.

마계의 7군주를 지배하는 대군주이자, 심연왕(深淵王)이라고도 불리는 거악.

제1군단장 ‘프로세피나 폰 이슈타르’가 군림하는 궁전이다.

그곳에 피가 안 통하는지 썩어 피부가 검은 중년 사내가 걷는다.

‘이번에도 많이도 모였군.’

또각또각.

마계의 7군주 중 한 명이자, 불사왕(不死王)이라고도 불리는 마왕 ‘데힐라칸’은 그 궁전 내부를 둘러본다.

현재 대군주성 판데모니카에는 무질서의 신 디메토르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악마의 축제를 열고 있으므로.

1층에 모인 수천 마리의 악마 파티를 뚫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마계의 군주밖에 올라갈 수 없는 2층으로.

2층은 1층보다 공간이 훨씬 넓었다.

판데모니카 성 자체가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되어 있었기에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넓은 공간이었으니까.

그러나 2층에는 단 4명의 존재만이 존재했다.

수천 마리의 악마가 존재하는 1층보다 넓은 곳에서.

“왔군.”

2층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군주가 데힐라칸을 반긴다.

“······혈마왕 블라디미르가 당한 건가.”

먼저 보인 것은 검은 날개를 가진 천사였다.

검은빛이 섞인 금발에 보석 같은 눈동자와 조각 같은 몸을 가진 미남자.

그러나 천사와 달리 머리에 마왕의 뿔을 가진 사내였다.

힘과 무질서의 교단 디메토르 제3군단장 타락왕 루시펠.

아주 먼 옛날, 천계를 배신하고 마계에 온 타락 천사들을 이끄는 왕이다.

이에 푸른 옷을 입은 푸른 머리카락의 백인이 말했다.

“그러길래 제가 ‘예언’했잖습니까. 이것이 격 떨어지는 군주들의 한계라고. 애초에 태초의 존재도 아닌 자들을 같은 군주로 받아준 것 자체가 잘못됐었습니다.”

“······.”

제2군단장 예언왕(豫言王) 아델리온 드 베들렘이 말한다.

모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침묵한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군주들은 모두 태초부터 존재했던 마족.

불사왕 데힐라칸은 끝까지 디메토르 교단에게 저항하다가 마지막에 들어와서 7군단장이 된 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최종 승인한 건 제1군단장이자 심연왕 프로세피나이기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대군주 프로세피나는 오늘도 자리를 비운 모양이군.”

불사왕 데힐라칸이 화제를 돌린다.

최근 군주 회의마다 마계의 대군주 프로세피나가 공석이므로.

“프로세피나 폐하께서 따로 하달하신 칙명은 있습니다.”

예언왕 아델리온은 프로세피나에 대해선 공손하게 입을 연다. 고급스러운 칙서를 내민다.

“이건?”

불사왕 데힐라칸은 칙서를 펼쳐 읽고 눈썹이 꿈틀한다.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으므로.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혈마왕 블라디미르까지 처치했다.】

【이는 용족의 파괴 본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일. ‘악룡화’가 거의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화이트 드래곤을 ‘마룡’으로 세뇌하겠다. 남은 세 군주는 실베스타를 찾아내라. 내게 악룡의 위치를 바쳐라.】

마룡(魔龍).

흑마법에 세뇌된 드래곤.

심연왕 프로세피나가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를 암흑의 힘으로 지배하겠다는 뜻이다.

드래곤은 고고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세뇌가 불가능하지만, 이성을 잃어버린 악룡은 얘기가 다르므로.

마계의 서열 1위인 심연왕 프로세피나라면 악룡은 마룡으로 세뇌가 가능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군.”

다만 불사왕 데힐라칸은 표정을 다소 일그러뜨렸다.

심연왕 프로세피나가 그동안 아르카나 대륙에 직접 손대지 않은 이유.

다른 군단장들을 포섭해서 무려 셋이나 먼저 당할 때까지 기다린 이유를 알 것 같았으니까.

“뭐, 무질서의 신 디메토르께서 강림하실 '그릇'을 만드시느라 바쁜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검신(劍神)’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으니까요.”

“······.”

예언왕 아델리온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타락왕 루시펠을 침묵한다.

“하기야 이쪽도 디메토르께서 강림하길 바라니 어쩔 수 없겠군.”

불사왕 데힐라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서두르지. ‘검신 카를’이 눈치채면 일이 매우 귀찮아지니.”

불사왕 데힐라칸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말한다.

부정하는 이는 없다.

검신(劍神) 카를 폰 프란츠.

그자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에 비견되는 대륙 제일 검.

지금까지 힘과 무질서의 교단 디메토르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 중 하나였으므로.

아무리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고고한 마계의 군주들이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진 않는다.

고고고!

따라서 굳이 화려하게 강림하지 않는다.

불완전하게나마 추종자들에게 강림할 화신을 구한다.

악룡화가 진행 중인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를 찾는다.

***

북부 천년산맥 인근.

인류 최전선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여전히 차디찬 겨울이다. 막대한 추위에 아지랑이만이 살아 숨 쉬는 곳.

세상을 눈 내리는 하늘과 눈밭, 두 가지로만 이분법으로 나누는 공간이다.

뽀득, 뽀드득.

그런 눈보라를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새하얀 원피스 하나만 입고 거니는 한 여인이 한 명 있었다.

달빛처럼 신비롭게 빛나는 긴 은발과 얼굴, 어깨, 가슴, 골반 모두 아름다운 유선을 그리는 여인.

그리고 바다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인.

그녀는 모자조차 쓰지 않은 채, 눈길 한복판을 거닐면서도 기이하게도 입김조차 내지 않았다.

“······헉. 헉······. 아이고, ‘마신(魔神) 문두스’님······. 좀 천천히 가자니까요? 마음이 급하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그런 그녀에게 이빨 떨며 따라오는 건 한 늙은 엘프였다.

적어도 수백 살은 살아왔는지 백발의 엘프 사내.

시원한 숲에서 살아온 그는 이런 추위가 감당이 안 되는지 큰 귀를 덜덜 떤다.

“집사 ‘그란디아’. 두 번 다시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은발의 여인은 푸른 안광을 살벌하게 번뜩이며 엘프를 노려본다.

그러자 주위가 어두워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주위 공기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그란디아라는 늙은 엘프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잠깐 얼어붙을 뿐, 능글맞게 웃는다.

“예, 예~. 지고하신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님께서 명하시면 들어야죠. 저 같은 한낱 엘프 나부랭이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

그란디아의 장난 어린 비아냥에 실베스타라는 여인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내 고개를 돌린다. 차디찬 눈길을 다시 걷는다.

어색한 침묵이 돈다. 엘프는 헉헉거리며 계속 따라온다.

촤악, 실베스타는 물 우산을 만들어준다. 찬 바람을 막아준다. 한결 살만해진다.

“역시 혼자서 일족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다른 일족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옛 친우 ‘세실리아’ 양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집사 그란디아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무리 긴 잠을 잤다고 하더라도, 파괴 본능이 완전히 소멸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실베스타는 무표정하게 말한다.

“악마와 드래곤에겐 망각의 축복이 없다.”

망각의 축복.

그녀는 잊을 수 있다는 걸 축복이라고 불렀다.

수명이 무한한 자들은 제 수명만큼이나 강인한 영혼을 가졌기에 잊고 싶은 것을 잊을 수 없었으니.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건 그때 느꼈던 슬픔과 분노, 배신감 또한 잊지 못한다는 뜻. 유약해진 황제가 달라지지 않는 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집사 그란디아는 이 세상에 외로이 남은 용족이란 걸 알기에 측은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마 어린 동생분들께서 악의 교단에게 전멸하신 사건을 떠올리시는 거겠지.’

저토록 고고한 영혼을 꺾지 못한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드래곤 중에서도 최고 천재.

오직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마계의 대군주 심연왕(深淵王) ‘프로세피나’를 막기 위해 이 시간대로 외로이 넘어왔다.

고대용과 선조들의 희생이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으니.

만약 저토록 고지식한 정신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하였을 거다.

이 또한 운명이란 걸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찾았다.”

그때, 실베스타가 속삭인다.

“대지의 기억.”

그 즉시 마나로 이뤄진 창이 동영상을 보여준다.

-너희의 어떤 희생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지어니!

그곳에 보이는 것은 어느 북부의 전쟁.

초대형 거인을 상대하는 인간들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심판의 날을 맞이하리라······!

뚜두둑!

뼈드렁니 사이로 차디찬 입김을 내뱉으며 읊조린다. 살기 어린 눈동자.

설인왕 이미르.

저 존재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또한 익히 아는 존재였다. 천마대전에 참전했던 거악 중 하나였으니.

북부의 멸망은 정해져 있었다.

-네놈은.

“······!!”

그때 한 가지 장면을 발견한다.

황금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사내.

그는 붉은색 마력석이 3개나 박힌 붉은 눈의 스태프를 빛내며 거대한 물을 일으켰으니.

-마신 문두스.

-너희들의 신이 돌아왔다.

번쩍! 꽈르르릉!

폭풍우가 몰려온다. 검은 하늘에 벼락이 거미줄처럼 쏟아진다. 어둠과 빛이 끝없이 반전된다. 마치 신의 대리인이 강림한 것처럼.

저런 자연스러운 연계와 세계의 축복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네카르’······. 저 아이의 이름이 네카르라 이 말이지······.”

그 사내가 설인왕 이미르와 겨루는 모습을 살핀다.

그리고 샌드 드레이크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확신한다.

드래곤 아이와 드래곤 피어.

저것은 오직 드래곤 일족만이 가능한 능력일 지어니.

“더 늦기 전에, 내 힘을 저 아이에게 물려줘야 한다······. 나는, 이미 악룡으로 변해버리기까지 단 몇 걸음만 남은 상태니.”

마계의 대군주 프로세피나를 막기 위하여.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이자, 기적적으로 느낀 희망.

만물의 영장이자 질서의 수호자인 동족 드래곤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악룡화돼서 마룡으로 세뇌된다면 역으로 대륙에 가장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터니까.

펄-럭.

어깨 뼈에서 두 개의 고대 마법진이 펼쳐진다.

드래곤 윙즈가 펼쳐진다. 푸른 마나 실이 흩날리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용의 날개와 똑같이 생긴 날개.

이는 주위 공기까지 공명하게 만들어 손대지 않고도 엘프 집사 그란디아까지 하늘 높이 뛰어 올렸다.

전투 후, 네카르가 간 대로, 서부를 향해 초고속으로 비행한다.

‘앞으로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르겠구나······.’

다만 집사 그란디아는 속으로 생각한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그녀가 약해진 틈을 타서, 뒤를 쫓는 마왕들이 많으므로.

어쩌면 어린 용족을 두고 ‘정상 결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그저 합장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평탄히 일이 흘러가길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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