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고대용의 사원 (2)
나는 하이엘프 소년이 나타나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대에서도 왕족 취급을 받을 만큼 희귀했던 그들은, 아주 오래전 멸종했다고 알려졌으니까.
아직까지 그 명맥이 이어진다는 점이 놀라운 것이다.
‘······설마. 저 아이가 마지막 하이 엘프인 건가?’
-lv4 어린 하이 엘프 엘로힘.
이는 나조차 알 수 없었다.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혈마왕 블라디미르는 유저들 몰래 하이 엘프의 피를 차지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저 아이가 마지막 하이 엘프였다면?
저 아이만 지켜낸다면 혈마왕 블라디미르의 ‘불로장생의 비약’을 완성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쿠과광! 팅!
-그워어!
“······제기랄! 도대체 고대에선 골렘에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단단한 거냐?”
-lv35 엘프 고령 장로 알폰. (노약화.)
-lv50 고대 파수꾼 골렘. (방어 강화.)
나는 한참 고민한다.
마침 엘프 무리는 고대 골렘에게 고전 중이라 생각할 시간도 충분했다.
크기가 어지간한 성문에 버금가는 대리석 골렘들.
이들은 정령을 실은 화살조차 큰 타격 없이 튕겨냈으니까.
하기야 압도적인 레벨 차이를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모두 골렘을 피해라.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lv57 궁왕(弓王) 엘레노아.
이에 사왕 중 한명인 궁왕 엘레노아가 나선다.
화려한 녹색 전투 예복에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그녀는 저 피난민 엘프 무리의 수장인 듯 했다.
쐐애애액, 쿠과과광-!!!!
-그워어어!
수십 발의 정령 화살에도 끄떡 않던 고대 골렘이 단 한발에 격파한다.
실로 압도적인 화력.
바람의 최상위 정령 실레스틴이 힘을 더해준 덕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고대 골렘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그녀 뿐이군.’
-그워어어!
-lv50 고대 파수꾼 골렘. (방어 강화.)
-lv50 고대 파수꾼 골렘. (방어 강화.)
.
.
그러나 사정이 썩 좋진 못했다.
지금 시스템 창에 파악되는 고대 파수꾼 골렘은 총 10마리. 방금 한 마리 격파당하여 9마리가 됐으므로.
작은 성문만한 골렘 9마리가 동시에 쿵, 쿵, 쿵, 움직이며 엘프들을 덮친다. 이는 피난민 엘프 또한 포함되어 있다.
“모두 피해라! 반격하기보다 안전을 우선시 해!”
“숲의 자경단! 고대 골렘이 피난민에게 가지 않도록 시선을 끌어라!”
결국 다른 엘프가 할 수 있는 건 몸을 날려 피하는 것과 궁왕 엘레노아를 기대하는 것 뿐이다.
궁왕 엘레노아 또한 이를 알기에 거칠게 장궁을 잡아당기며 폭풍처럼 연사한다.
그렇게 그녀 혼자서 10마리의 고대 골렘을 전부 파괴할 때,
쿵, 쿵, 쾅!
-그워어!
“!”
사고가 터졌다.
마지막 남은 고대 골렘 하나가 문제였다.
가까운 엘프에게 제 팔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폭풍의 화살에 파괴되면서 거대한 팔 하나가 튕겨 나간다.
······그것도 어린 하이 엘프의 머리 위로.
성문 반쪽만 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떨어진다.
“헉.”
“······!”
어린 하이 엘프 엘로힘은 공포에 질려 몸이 얼어버린다.
궁왕 엘레노아 또한 아뿔싸 싶은 표정으로 하이 엘프를 홱 돌아본다.
원체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파편이 이곳까지 튈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한 거다.
쇄애액!
바람의 최상위 정령 실레스틴을 소환해서 급하게 방패를 만든다. 그러나 급하게 만들었는지 허약한 바람.
‘저걸론 어림없다. 내가 나서야 해!’
【워터 실드 lv5.】
이에 바람 뒤에 또 다른 방패를 만든다.
지금 내가 들키면 어떻게 될지, 저 대리석에 하이엘프가 죽으면 어떻게 될지 따위 고려해보지 않았다.
몸이 먼저 반응한 거니까.
퉁!
우선 하이 엘프 머리 위로 떨어지던 대리석을 바람의 결계가 받는다. 하지만 한도 초과다. 이내 깨져서 무너지려고 할 때,
콰앙!
내가 만든 워터 실드가 마치 장난감 벽돌을 튕겨내듯 가볍게 대리석 덩어리를 밀어낸다.
물론 무게만으로 땅에 움푹 박히는 거대 대리석을 보면 상당히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
“······.”
전투가 완전히 소강된다.
궁왕 엘레노아와 엘프들의 이목이 모두 내 쪽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마법을 발동하면서 마나의 향기가 풍긴 거다.
“거기 누구냐.”
“······.”
궁왕 엘레노아가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읊조린다. 방금 내 마법 실력을 보았으므로. 상당히 위협적인 자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야겠군.’
다만 영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나 또한 고대용의 사원에 들어가려고 했으니까.
혼자서 몰래 들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엘프 또한 뱀파이어와 적대적인 종족.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만큼 협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들의 동족을 구해준 만큼 순순히 앞으로 나온다.
***
대륙 남서부 엘프의 대표이자, 궁왕(弓王) 엘레노아.
그녀는 고대용의 사원에 오기 전부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몇 개월간, 극도로 심해진 뱀파이어들의 폭주.
그로인해 남서부에 있는 모든 엘프가 멸족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으니까.
‘······이대로는 안 된다. 계속 숲에 남아있다간 뱀파이어들의 표적이 될 뿐이다.’
엘레노아 또한 알고 있었다.
그간 뱀파이어들이 어떻게 활보했는지. 풍요롭던 대륙 남서부를 학살하고, 마을을 불 질러서 황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숲과 개천을 다음 표적으로 삼는다.
오직 하이 엘프를 찾는다는 명목 하나로.
숲에서 사는 엘프로선 대재앙 같은 일이었다.
‘믿을 건 오직 동족뿐이야······. 다른 그 누구도 기대할 수 없어. 뱀파이어도, 인간도, 그리고 드래곤도······!’
궁왕 엘레노아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문다.
엘프 부족이 이토록 풍전등화에 몰렸거늘. 도와주는 이종족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드워프의 경우 자신들은 땅 속에 숨으면 된다는 이유로 달아났고,
인간들은 밀렵꾼과 노예사냥꾼이 찾아와서 오히려 살 곳이 좁아진 엘프들을 습격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각자 이익에 따라, 제종족을 우선시하는 건 당연하니까.
그러나 드래곤.
만물의 영장이자, 질서의 수호자라는 그들만큼은 엘프들을 버려선 안 됐다.
대륙 남서부 엘프들은 드래곤을 수백 년간이나 신으로 모셨으니까.
‘마신 문두스······. 그자가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라고? 하! 내전과 탐욕만 일삼는 우리 적 인간한테는 어찌 그리 친절하신지!’
몇 개월 전에 들은 ‘최신 정보’에 따르면 마신 문두스가 대륙 곳곳에 있는 인간들을 구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엔 서부 인간 연합군을 이끌고 ‘탐욕왕 엘드리치’와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작 수백 년간 드래곤을 모셔온 엘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모두 ‘고대용의 사원’으로 돌파한다. 그곳에 피난민들을 대피시키고, 고대 보물을 도굴하여 뱀파이어들을 상대한다.”
따라서 엘레노아는 각자도생을 추구했다.
제 신도들을 잊은 용족의 신전 따위 힘으로 짓밟는다.
“아이고! 궁왕 엘레노아! 아무리 위기 상황이라고 한들 어찌 고대 용들께 이런 큰 결례를 범할 수 있는가!”
“이럴 때일수록 한 마음으로 신앙을 닦아야 하느니라!”
그럼에도 늙은 엘프 장로들은 마신 문두스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면서 기대하고 있으니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시끄럽다. 지금 엘프 연합의 수장은 나다.”
수백 년간 살다보니 하나 같이 노망난 노인네들뿐이다.
지금 피난민 무리에 겨우 백년 밖에 못산 젊은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 데!
이들을 책임져줄 사람은 역시 그녀 혼자 밖에 없었다.
사왕(四王)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출중한 실력으로,
엘프 부족 연합의 임시 수장이 된 만큼 모두 그녀만을 믿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헉? 골렘 석상이 움직인다!”
“피, 피해라! 고대 파수꾼 골렘이다!”
“히이익! 고대용께서 분노하셨다!”
그때 등장한 고대 파수꾼 골렘.
본래 신전을 지키던 석상일 뿐이었으나, 피난민이 편히 들어오도록 가동된다.
고대에서 만들어진 석상이거늘 아직도 작동하는 모양.
콰아앙!
“끄아아악!”
“제기랄! 도대체 고대에선 골렘에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단단한 거냐?”
“······.”
역시나 다른 엘프들은 상대가 안 된다. 화살 따위 튕겨져 나가고, 거대 골램의 내리침 한 번에 다진 고기가 된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든!’
그 모습에 궁왕 엘레노아는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평생을 함께한 바람의 최상급 정령 실레스틴을 소환한다.
폭풍의 화살을 난사한다. 전력을 다해 고대 파수꾼 골렘들을 파괴한다.
순식간에 마나가 바닥나고, 입에 단내가 나지만 힘을 쥐어짠다. 정확하게 힘을 안배해서 고대 파수꾼 골렘 10마리를 전부 처치한다.
“헉.”
“······!”
그때 벌어진 사고.
어린 엘프 머리 위로 커다란 골렘 팔이 떨어진다.
그것도 마나가 완전히 떨어진 상황에서.
이대로는 다진 고기가 되어 죽을 것이다. 무리하게 마나를 가동한다. 바람의 결계를 형성한다. 핏물이 올라오지만 억지로 삼킨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기적을 담아서, 잠깐 생긴 틈에 아이가 피할 수도 있으므로.
촤아악! 타앙!
“······?”
그런데 그때 이변이 생겨났다.
갑자기 엘프 앞에 생겨난 물의 방패.
황량한 바위산에
제법 실력 있는 자가 형성했는지 무거운 대리석을 막아낸다.
“······.”
“······.”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아이는 구했지만,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등장했으므로.
“거기 누구냐.”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지만 심장은 쿵쾅쿵쾅 뛴다. 마나가 떨어졌지만 티를 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장궁을 겨눈다.
터벅터벅.
“엘프는 도와준 사람에게 화살부터 겨누는 게 예의인가?”
“······!”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건지 상대가 순순히 걸어 나온다. 그녀는 누군지 확인한다.
‘······인간?’
상대는 황금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젊은 사내였다. 인간인데도 자연의 축복을 받은 엘프에 꿀리지 않는 외모.
그러나 방금 보여준 마법은 최소 5써클급 실력이었다.
‘드래곤일 리는 없겠지.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머리카락을 항상 은발로 했으니까.’
궁왕 엘레노아는 실력 있는 ‘노예 사냥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드래곤으로 알려진 실베스타는 인간으로 폴리모프할 때 항상 은발로 하는 고집이 있으므로.
······더구나 최신 정보에 의하면 마신 문두스는 탐욕왕 엘드리치와 싸울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인간의 전쟁은 아무리 짧아도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다. 이곳에 올 수 있을 리 없다.
“도와줘서 고맙군. 근데 인간이 여기까지 웬일이지?”
따라서 냉랭하게 대답한다. 당장이라도 화살을 겨누면서.
‘혼자 온 걸 보니 정찰병일 수 있다.’
궁왕 엘레노아는 노예 상인들의 납치 수법을 알고 있다.
처음엔 뿔뿔이 흩어져서 엘프를 찾다, 한 놈이 찾으면 신호를 줘서 벌떼 같이 덤벼드는 놈들.
만약 상대가 정말로 노예 사냥꾼이라면 초장에 죽여야 한다.
그리고 이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애초에 에니스 백작령 이남으로 내려올만한 인간은 그런 쓰레기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탐험가 ‘네일’이다. 고대용의 사원을 탐사하러 왔다. 그러던 도중, 너희가 위험해 보여서 도왔을 뿐이다.”
다만 상대는 양심에 가책이 느낄 것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은인 대접을 해달라는 눈치.
역으로 당당하게 나오니 고민이 더 깊어진다.
‘······하지만 만의 하나, 저 인간이 블랙마켓 소속이 아니라면?’
아무리 인간이 미워도 은인은 은인.
이 경우, 은인을 제 손으로 죽이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살려서 보냈는데, 노예 사냥꾼이었다면?
지금 선택 하나로 수많은 동족이 죽거나 납치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뱀파이어를 유도해서 이 많은 피난민이 전멸할 수도 있다.
두 개의 선택지.
그 속에서 흔들린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충 보아하니 고대 유적을 탐사할 줄 모르는 모양이군.”
그때, 인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주위는 파괴된 고대 파수꾼 골렘 파편으로 난장판이었으므로.
······확실히 숲의 수호자 엘프는 남의 무덤을 도굴해본 적이 없기에 정면 돌파 밖에 할 줄 몰랐다.
괜히 켕겨서 더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온다.
“그건 왜 묻지?”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던전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 대가로 내가 원하는 물건 하나만 주면 된다.”
“!!”
그때 인간이 의외의 말을 한다.
은인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돌려보내지 않는 선택지.
그 둘을 모두 충족하는 해답이었다.
***
‘다행히 일이 잘 풀렸군.’
나는 엘프들에게 동행을 허락받았다.
고대용의 사원에 있던 자들이니 혹시 내 용의 힘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하기야 이들은 지금 고대용의 사원을 도굴하려는 엘프들.
옛날에야 독실히 고대용을 모셨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닌 모양이니 모를 만 했다.
“탐험가라고 했나? 이런 고대 사원도 길 안내를 할 수 있나?”
실제로 궁왕 엘레노아는 도굴하는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했다.
더구나 의심해서 미안했는지 다소 죄책감에 든 모양. 아마 아까 하이 엘프를 구했던 게 큰 것 같다.
······물론 저들은 저 아이가 하이엘프인지 모르는 눈치지만.
“그래. 날 믿고 천천히 따라오면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곳의 길과 함정을 모두 외우고 있으니까.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종결급 재료인 ‘용의 뿔’을 얻기 위해 이곳을 수없이 다녀간 덕이다.
또각또각.
나는 거대한 용이 입을 쩍 벌리는 모습으로 조각된 입구로 들어간다.
그러자 궁왕 엘레노아가 날 따라들어오고, 그녀를 믿는 엘프 부족들이 뒤따른다.
“으으······. 엄마······. 나 무서워······.”
“조금만 참으렴. 이제 자리만 잡으면 괜찮을 거야······.”
그 안은 정체불명의 글자가 새겨진 복도와 다 꺼진 횃불만이 있었다.
피난민들은 어둡고 이질적인 분위기에 계속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번쩍.
나는 발광석을 꺼내서 주위를 밝혀줬다.
‘이쯤에서 불의 함정이 있었는데.’
-lv??? 고대용의 화염. (함정)
나는 한참 걷다가 멈춰서서 손을 든다.
정지 명령.
앞에 함정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신호다.
화르르르륵-!!!
“!”
“!!”
바닥에 깔린 타일 중 함정을 건드리니, 골목길에서 무시무시한 화염이 쏟아져 나온다.
고대 용의 마법.
찬란했던 고대 문명 때, 그것도 용족이 새겨둔 마법답게 지옥불에 버금가는 열기를 보여준다.
나는 적당히 들키지 않는 선에서 워터 실드를 펼쳐서 열기를 막아줬다. 수초 후 불길이 사라진다.
-히든 퀘스트 ‘용족의 후예, 질서의 수호자 (3)’에 도달합니다!
-불 속성 기운을 다수 수집합니다!
‘!’
그러자 히든 퀘스트 게이지가 쭉쭉 차오르는 걸 느꼈다.
질서의 수호자.
성체 용족으로 각성하고, 다음 용의 유산인 ‘ㄹ. 용의 숨결’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수 조건.
이는 4대 속성을 골고루 100%씩 수집하는 거였는데, 이것이 빠르게 채워지는 거다.
‘고대용들이 후배들을 위해 이런 장치까지 해뒀군.’
촤아아아아악-!!
-lv??? 고대용의 강물 (함정.)
나는 예상외의 이득에 곧바로 함정이 있는 곳들을 골라서 들어갔다.
어차피 이곳 길은 나밖에 모르니까. 함정도 완벽히 처리해주고 있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원래 인간 탐험가들은 이렇게 바로바로 함정을 발견하는가?”
이에 따라오던 궁왕 엘레노아가 다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차, 싶었다. 길을 너무 잘 찾으면 마치 이 고대용의 사원의 주인으로 착각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길을 잃어서 함정이라도 찾고 있는 거다."
“······.”
따라서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말했다.
굳이 사실대로 말해서 의심을 살 필요가 없으므로. 심지어 이들은 고대용의 사원을 도굴하고 있는 자 아닌가?
“하기야 인간들은 탐욕스러운 종족. 도굴 능력은 뛰어날 테니까. 내가 괜한 오해했군.”
그제야 그녀는 실망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그녀가 만나볼 수 있었던 인간은 길 잃은 자나, 아니면 탐욕왕 엘드리치의 블랙 마켓 소속 이종족 사냥꾼 정도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위급 실력자들만 보았던 모양.
'······그래도 살려두길 잘했군. 없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
심지어 날 보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제 딴엔 안 들리게 작게 말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내 발달한 기감으로는 다 들렸으니까.
지금 누가 누굴 살려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