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05화 (105/140)

105. 천공대결전 (3)

최종요새 라퓨타.

내부 중앙홀 지옥의 용광로.

나는 드래곤 윙즈로 땅에 있는 거대 골리앗 주위를 돌며 아쿠아 붐을 포격한다.

반면 엘드리치는 피하기보다는 절대 마법 방어 결계로 막으면서 역으로 포격한다.

‘······적들의 공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목이 다른 데로 쏠리는 거야.’

콰앙! 콰과광! 꽈아아앙!

나는 급박한 전투 속에서도 전체적인 판도를 읽는다.

날 포위했던 흑기사와 흑마법사들이 크게 줄었다는 걸 눈치챈 지 오래다.

창밖에서 새로운 시스템 창이 대거 출몰했으니까.

-lv55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 (기절.)

-lv34 베아트리체 폰 오르비스.

-lv56 설산검 레오파드 폰 랭커스터.

.

.

서부 연합군의 합류.

흘깃 지상을 바라보니, 천공섬에 강철실을 달고 초인적인 면모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들을 막기 위해 흑기사단과 흑마법사들이 대거 차출된 것이다.

‘그 말은 내게 기회라는 뜻이지!’

【아쿠아 붐 lv1.】

꽈아앙!

덕분에 아까보다는 수월히 기회를 잡는다.

끝없이 엘드리치를 몰아붙이며 ‘절대 마법 방어 결계’를 무리하게 사용하게 만든다.

절대마법 방어 결계가 담긴 ‘마도공학 장치’를 과부하 시킨다.

삑. 삑. 삑. 삑!

“······!”

그리고 그 결과, 마도공학 장치가 과열됐다는 이상 신호가 들린다.

엘드리치도 내 작전을 눈치챘는지 골리앗 속에서 목소리를 일그러뜨린다.

“여우같은 놈. 네가 노린 게 이것이었느냐.”

철컥! 처저적!

지금 마법 방어 결계를 펼칠 수 없는 만큼, 오히려 공세적으로 맞선다.

골리앗의 내부에 숨겨졌던 수많은 마도공학 장치를 꺼낸다.

수백 개의 마력석이 빛을 발한다.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등 종류가 다양한 스태프 재료들.

그리고 그것들은 3개가 한 조가 되어, 흑마법진을 수십 개나 동시에 발현한다.

수십 개의 흑마법진에서 동시에 발사한 다크 볼.

쐐애애액! 쿠과과광-!!!

검은 연기가 자욱이 피어난다. 최종요새 라퓨타 내부를 가득 채운다.

“우와아아! 역시 엘드리치 폐하시다!”

“마신 문두스를 격추시키셨다! 다음 키메라 재료는 화이트 드래곤이다!”

이에 열광하는 흑기사와 흑마법사들.

“꿈도 야무지군.”

【바람의 길 lv4.】

쐐애애액!

그러나 나는 워터 실드로 막았을 뿐이다.

집단 마법으로 바람의 길을 발동한다.

검은 연기 폭풍 속에서 상대가 반응도 못할 속도로 튀어나온다.

엘드리치가 탄 거대 골리앗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그만 사라져라. 탐욕왕 엘드리치······!!”

【기간테스의 힘 lv2.】

지이이잉!

아껴두었던 최강의 일격을 시전한다.

기간테스의 힘.

과거 타이탄 영지에서 이미 아다만티움으로 된 물질을 파괴해본 적 있는 절대 권능이다.

꽈아아아아앙-!!!!

내 손짓과 동시에 기간테스의 주먹을 내지른다.

천지가 뒤흔들리는 굉음.

골리앗의 아다만티움에 금이 간다.

지옥의 용광로에 첨벙 처박힌다. 아다만티움의 유일한 약점 용암에 빠진다.

“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엘드리치.

용암 속에서 빠져나오며, 날 견제하기 위해서 최강의 일격인 광선포를 차징한다.

【기간테스의 힘 lv2.】

꽈아아앙!

그러나 나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두 번째 기간테스의 힘을 꺼내서 광선포를 차징하는 파트를 내리친다.

더욱 깊숙이 용암 속으로 처박는다.

······비록 이를 위해 수 초 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최대 마나의 40% 가까운 양을 기간테스의 힘에만 태워버렸지만.

탐욕왕 엘드리치만 처치한다면 구심점 없는 블랙마켓놈들을 박멸할 수 있으므로.

마나를 아끼지 않는다. 기간테스의 손이 녹아내려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치이익, 쩌저적······!

그 결과, 무언가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다만티움에서 금이 가는 소리.

순식간에 결판이 난다.

본래 나와 엘드리치급 초강자들의 대결에서는 아주 잠깐의 빈틈이라도 보이는 순간 승부가 나는 법이므로.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내려 할 때였다.

“큰일 났습니다! 엘드리치 폐하! 지금 서부 연합군이······. 헉!”

-lv45 임펫 부총관.

그때 통제실에서 임프 한 마리가 달려왔다.

서부 연합군이 공중요새 라퓨타에 오른 걸 보고 대피하라고 달려온 모양.

그러다 내가 엘드리치를 용암속에 녹여 죽이려고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마, 마신 문두스! 엘드리치 폐하께 감히!”

그 모습에 임프 부총관이 내게 돌격한다.

기존 흑기사들은 ‘드래곤 피어’ 하나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거늘.

이 녀석만큼은 드래곤 피어에 아연실색하면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모습.

콰앙!

워터 실드로 막았으나, 충격이 크다.

아무리 나라도 최고위 간부가 제 마력을 불사 지르며 달려드는데,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큿! 네놈!”

【에어 블레스트 lv2.】

콰아아!

물론 나는 즉시 에어 블레스트를 발동해서 임프를 꿰뚫는다.

“크아아악!”

“헉! 임펫 부총관님-!!!”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임프.

비록 임프는 즉시 처치했지만······.

촤아아악!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에, 탐욕왕 엘드리치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용암 속에서 튀어나온다.

“임펫-!!!!”

치이익······!

아다만티움으로 된 골리앗이 반쯤 흐물흐물 녹은 상태로.

말 그대로 지옥의 용광로에서 튀어나온 괴물로서 강림한다.

‘······괜찮아. 이미 복구 불가다. 다음번에 완벽히 끝내면 된다.’

나는 숨을 몰아쉰다.

방금 일격으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지불했으므로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는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

절대 마법 방어 결계도, 아다만티움도 용암의 무시무시한 열기에 과열을 넘어서서 반쯤 허물어졌으니.

이미 승기가 기울어졌다.

“······.”

다만 불길한 건 탐욕왕 엘드리치의 태도였다.

본래 탐욕왕 엘드리치는 제 자신만 아는 자.

원작대로라면 지금쯤 제 혼자 살기 위해 겁에 질린 흑마법사들을 ‘영혼의 계약’으로 강제 인간 방패를 써먹으며 추하게 달아나야 하거늘.

그저 가만히.

반쯤 녹아버린 거대 골리앗으로 방금 자신을 구해주고 죽은 임프의 시체를 들어 올리고 바라보는 것 아닌가?

뚝, 뚜둑. 치이익······.

“임펫······.”

용암이 뚝뚝 떨어진다. 골리앗 주위의 땅바닥이 푹 녹아내린다. 지옥의 용광로의 열기가 얼마나 독한지 느낄 수 있는 장면.

그러나 나는 그보다 다른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저 황금 고블린이, 울고 있다고······?’

탐욕왕 엘드리치.

오직 제 어미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 대륙의 모든 생명체와 제 수하들이 죽이려 드는 거악.

온갖 이종족 인체실험을 장려하고,

씨 드레이크 같은 해양 몬스터를 세뇌했으며,

웨어울프에게 광랑병을 강제로 주입하면서까지 악용하려고 했던 대륙 서부 최악의 존재이자 흑막.

그런 거악이 고작 평범한 마계 임프 한 명 하나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너무나 인간 다운 행동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혼, 봉인.”

쿠구궁.

그러거나 말거나 엘드리치는 자신의 궁극의 권능 중 하나를 발현한다.

목 막히는 듯 목소리를 쥐어짜서, 울음을 삼키려 하늘을 올려다보고.

굵은 핏줄이 곤두서도록 붉게 타오르면서 시전한다.

사아아아!

“······!”

물론 ‘영혼 봉인’은 물리적으로 완벽히 제압한 자에게만 가능하다.

만약 나에게 사용했다면 당장 마나를 뿜어내서 막아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엘드리치의 영혼 봉인을 막지 못했다.

왜냐하면.

촤아아악!

방금 엘드리치가 영혼 봉인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탐욕왕 엘드리치였으니까.

‘무슨?’

나는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지금 탐욕왕 엘드리치는 제 영혼을 ‘지옥의 용광로’에 봉인했다.

그것도 대단히 분노한 채로.

[······하늘은 끝내 내게 남은 마지막 가족까지 빼앗아가는구나.]

지옥의 용광로가 타오른다. 그 어느 때보다 새빨갛게. 용암의 대악마 아바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격양된 마력이다.

[마신 문두스······. 네놈도 알고 있겠지. 수천 년 동안 살아가면서 결코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망각.

인간들에겐 저주라고 불리지만, 악마와 드래곤에겐 축복이라고 불린다.

불로장생인 그들로선 한번 새겨진 기억을 아무리 잊고 싶어도 결코 잊을 수 없으므로.

[나만 당할 순 없다. 지금 내 고통을 네놈도 똑같이 느껴봐라······. 아니, 수만 배로.]

쿠고고고고-!!!

검붉은 마력이 소용돌이친다. 지옥의 용광로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이 형형이 뿜어진다.

나는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광폭화. 제 영혼을 불태우는 건가.’

광폭화(Overdrive).

마계의 악마들이 제 생명에 큰 위협을 느꼈을 때 발동하는 권능 중 하나.

발동 시, 최대 화력이 일시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물론 그만큼 대가를 바쳐야 한다.

쿠콰아아아아-!!!!

그리고 지금 탐욕왕 엘드리치가 바친 것은 제 영혼.

무려 마계의 7군주 중 하나.

아르카나 대륙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예언된 ‘거악(巨惡)’의 영혼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피눈물을 나게 한 거악 엘드리치조차 제 가족만큼은 소중하므로.

블랙 메스 계획을 사실상 실패까지 몰아넣고, 제 가족처럼 여긴 임프를 죽인 데 분노한다.

오직 내게 복수하기 위하여 제 영혼을 바친 것이다.

고고고.

사악한 안개가 최종병기 라퓨타 전체를 뒤덮는다.

나조차 난생 처음 느껴보는 지독한 살기.

온몸에 프로즌 모드의 얼음 기사 갑옷을 두르고 있음에도, 피부가 타는 듯 따갑다.

꽈르릉!

천둥번개가 친다.

검은 하늘이 제 마력의 주인을 대신하여 울어준다. 그 울음은 세상이 물에 잠길 폭우가 되고, 서쪽 바다가 거친 파도를 몰아칠 풍랑이 된다.

[너는 '이번에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번쩍!

그리고 내게 뿜어지는 사악한 빛.

나는 즉시 워터 실드를 펼쳐서 막았으나.

쿠과과과과광-!!!!

힘에서 크게 밀린다. 사정없이 밀려난다. 벽을 몇 번이나 뚫고 처박힌다.

“쿨컥, 이건······?”

프로즌 모드의 기사 갑옷으로도 다 막지 못한 충격.

각혈한다.

그러나 그딴 건 생각도 못 하게 하는 권능이 발동한다.

철컥, 철컹! 화르르르륵-!!!!

검은 하늘의 거대한 공중요새에서 거대한 용광로가 타오른다.

감옥에 있는 실험체와 악마, 이종족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불탄다.

고통과 증오, 원망과 슬픔이 하나로 응어리지며 음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지이이이잉, 고고고고고-!!!!!

용광로가 새빨갛게 불타면서 발동하는 초대형 마법진.

라퓨타 정면에 새겨져 있는 거대한 문양이 번뜩인다.

무려 최종병기 라퓨타 전체를 가리는 검붉은 마법진이 3중으로 펼쳐진다.

메가 데스.

인류를 박멸하는 절대 병기.

아르카나 대륙을 멸망시키기 위해 개발된 궁극의 파괴 권능이 재시전된다.

***

최종요새 라퓨타 외곽 지대.

격렬한 전투로 크고 작은 진동이 계속된다. 라퓨타 외벽이 무너지고, 지반이 끝없이 흔들린다.

꽈아아앙! 쿠구궁······.

“꺄아악?”

“피해! 뭐든지 붙잡아!”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더 큰 진동이 있다.

서부 연합군은 기울어지는 공중요새 라퓨타에 철근 기둥을 잡고 매달린다.

마신 문두스와 탐욕왕 엘드리치의 격전.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두 존재의 격돌에 거대한 섬인 라퓨타가 내부 물건이 쏟아지도록 기울어지는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그러한 난전 속에서 기사단을 지휘한다.

‘거의 다 왔다······! 이제 곧 1층 중앙홀이야.’

그녀는 진동의 근원지가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다가갈수록 흑기사단이 빽빽하게 체워진 공간.

그 안에서 네카르가 어떤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물씬 느꼈으므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적들의 지원이나마 차단하는 것이다.

[베아트리체 저하! 초대형 청동 대포를 탈취했습니다! 포구를 바꿔서 흑마법사들을 제압하겠습니다!]

쿠과과광!

이에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일반 기사들이 라퓨타 외곽에 있던 포대를 장악했다는 소식.

본래 목적대로 빠른 속도로 최종요새 라퓨타를 점거해나간다.

그렇게 승기를 잡아가고 있을 때,

[······하늘은 끝내 내게 남은 마지막 가족까지 빼앗아가는구나.]

“······!”

고고고-!!!

그때, 내부에서 걸걸한 사내 목소리에 마나가 담겨 울린다.

서부 연합군을 조롱하고, 신성 모독하던 기괴한 목소리.

틀림없었다. 베아트리체는 이것이 누구 목소리인지 직감한다.

‘······탐욕왕 엘드리치?’

상대가 엘드리치라는 걸 깨달은 순간, 몸이 얼어버린다. 그 목소리에 담긴 살기와 마력도 함께 느꼈으므로.

일단 벽 뒤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확인한다.

[마신 문두스······. 네놈도 알고 있겠지. 수천 년 동안 살아가면서 결코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지이잉, 쿠과과과과광-!!!

그와 동시에 전력으로 발포되는 살인광선.

일직 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몇 겹으로 된 벽과 철근을 뚫고 광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한 일격을 맞고 날아간 건 어딘가 낯이 익숙한 황금빛 머리카락에 검은 로브를 두른 사내.

“······네카르 경!”

베아트리체는 그 사람을 알아보고 비명을 지른다.

마신 문두스.

그 모든 상황을 홀로 해결해주던 신적인 존재마저 벽에 처박힌 상황이니.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네카르를 날려버린 쪽을 바라본다.

[너는 이번에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를.]

“!”

충격적인 말 또한 듣는다.

이곳에 있는 모두.

그 말이 공중요새 라퓨타에 있는 생명체를 의미하는지,

지상에 있는 서부 연합군까지 포함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 쪽이든 엄청난 상황인 것은 틀림없으므로.

[마력 흡수.]

고고고고고-!!!

무시무시한 흡입력이 발동한다.

지옥 용광로에서 용암을 소용돌이쳐서 주위 마력을 모조리 빨아들인다.

“으아아악! 엘드리치 폐하! 어째서 우릴!”

“저흰 충성을 바쳤나이다! 끄아아악-!!!”

“꺼헉! 부유왕께서 우릴 흡수하신다!”

그렇게 빨려 들어가는 건 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였다.

같은 아군이라도 마치 블랙홀처럼 모조리 흡수한다. 가까울 수록 더욱 강력한 흡입력을 선보인다.

그렇게 빨려 들어간 흑마법사와 흑기사는 기형적으로 녹아버린다. 마치 그들이 이종족을 가지고 키메라 실험을 할 때처럼.

흑마법사들이 살려고 벽에 매달리고, 손톱이 피나도록 땅을 긁어도 모조리 집어삼킨다.

고오오······.

그 결과, 지옥의 용광로 주위에 적란운(積亂雲) 같은 마력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마치 마신 문두스가 설인왕 이미르를 상대할 때, 마나 큐브 50개를 흡수하고 푸른 에너지 덩어리가 감싼 것처럼.

검붉은 에너지 덩어리가 감싼다.

“······모두 정지! 최대한 엘드리치에게서 떨어져라. 전열을 가다듬는다!”

따라서 베아트리체는 전군을 물리며 네카르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간다.

현재 서부 연합군의 최우선 목표는 네카르와의 합류이므로.

탐욕왕 엘드리치의 포격을 피해서 물러난다.

물론 그렇다고 거악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스페어 용광로. 듣고 있는가?]

[예, 옛!]

마계의 군주답게 중후하게 내리깔리는 목소리.

반대편 통신 쪽에서도 현재 상황을 대강 눈치 챘는지 벌벌 떤다.

[작전계획 ‘제노사이드’를 준비하라. 말살 계획을 속행한다.]

······제노사이드?

불길한 작전명이다. 제노사이드는 고의적으로 특정 종족을 학살한다는 뜻이므로.

다만 겁에 질린 스페어 용광로 측 수하들은 군말 없이 명에 따른다.

지이잉, 쿠우웅!

그 결과, 최종병기 라퓨타가 다시 한번 크게 움직인다.

거듭된 전투로 내부가 난장판이 되고,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뿜어지고 있음에도 멋대로 움직인다.

철컥, 철컥! 고고고고-!!

“!!”

그리고 그 결과,

공중요새 라퓨타가 전방 장치를 멋대로 움직이더니 3중으로 된 초대형 흑마법진을 재가동한다.

‘저건······!’

베아트리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메가 데스.

최종병기 라퓨타가 막 강림했을 때, 장전한 최강의 일격.

그 마력은 무려 3만 명의 서부 연합군을 다 합친 것보다 짙었던 기억이 있으므로.

아직 천공섬 라퓨타에 올라오지 못한 대다수의 연합군이 절멸될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고오오오-!!!

그리고 그에 필요한 마력은 탐욕왕 엘드리치가 부담한다.

3개의 초대형 흑마법진이 적란운에 둘러싸인 엘드리치에게서 마력을 충당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선 선택해야 했다.

지옥의 용광로와 일체화된 탐욕왕 엘드리치를 직접 처치할 것이냐?

아니면, 이를 가동하는 스페어 용광로를 급습할 것인가?

“······베아트리체 저하.”

호위 기사가 베아트리체를 부른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어느 쪽을 공격해야 할지 묻는다.

“······.”

베아트리체는 주먹을 떨며 고민한다.

지금 자신의 순간적인 선택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으므로.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한다.

이후 결정을 내린다.

***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lv??? 탐욕왕 엘드리치. (폭주화.)

나는 저 멀리에서 폭주하는 엘드리치를 드래곤 아이로 살핀다.

폭주화(Overdrive).

제 영혼을 바치고 그만큼 사악한 마력을 얻었으니.

저 상태에서 엘드리치를 상대하는 건 자살 행위이다.

따라서 현재 서부 연합군이 스페어 용광로를 공격하는 건 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겠지······.’

다만 나는 알고 있다.

스페어 용광로.

이곳은 지옥의 용광로와 마찬가지로 최종요새 라퓨타 내부에서 특히 방비가 철저한 곳이므로.

시간 내에 함락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메가 데스는 시전될 거고 지상에 남아있는 서부 연합군은 전멸하게 되겠지.

무려 3만 명에 가까운 대인원이 절멸하는 것이다.

“······네카르 경! 괜찮으세요? 헉. 피가!”

“······.”

베아트리체가 다가와 날 꽉 끌어안는다.

몇몇 성기사도 함께 와있다. 내게 신성 치료를 해주고 성수를 부어준다.

아무래도 그녀는 날 구하기 위해 따로 움직인 모양.

“괜찮다······. 죽을 정도는 아냐.”

-경고! 과다출혈!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각혈을 하며 말했다.

페널티 허약한 몸 때문에 더욱 괴롭긴 하지만, 죽을 정도였다면 시스템 창에 나타났을 것이므로.

“이게 괜찮다니요! 당신도 어서 안정을 취해야······!”

안색이 하얗게 변해서 말하는 베아트리체. 내 손을 꼭 붙잡는다.

내 옷이 온통 피로 젖어 있으니 그녀답지 않게 다소 이성을 잃은 모습이다.

‘하기야 그녀는 전부터 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지.’

아마 친아버지께서 떠나갔다는 충격에 동료들의 안위에 매우 신경 쓰는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 나는 마신 문두스. 서부 연합군의 최대 전력이니까.

하지만 나는 손 사레를 친다.

“지금은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알고 있지 않은가?”

“!”

지이이잉, 우우웅!

나는 최종요새 라퓨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메가 데스.

지금 지상을 몰살시키려고 하는 권능이 발동되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킨다.

베아트리체 또한 그제야 흠흠, 헛기침한다. 무표정을 되찾는다.

“······방법이 있으십니까?”

내 눈치를 힐끗 보면서 묻는다.

메가 데스를 저지할 방법.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침묵한다.

‘아마 블리자드를 다시 사용해도 불가능하겠지.’

블리자드.

새로 얻은 코나흐타의 장비로 습득한 6써클 재앙류 마법.

비록 최종병기 라퓨타가 첫 강림할 때, 블리자드로 메가 데스를 막은 적이 있지만.

그건 지옥의 용광로가 파괴된 상태에서, 스페어 용광로에 있던 마력만으로 움직인 결과다.

거악 엘드리치가 제 영혼을 불태우며 시전하는 메가 데스는 그 정도로 막을 수 없다.

‘만약, 진짜 마신이었다면. 내가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과거에 보았던 ‘대지의 기억’을 떠올린다.

히든 퀘스트 ‘마신으로 다가가는 길.’에서 파괴 본능이 치솟자 볼 수 있었던 ‘오르비스 대학살’.

그때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중력 마법으로 밤하늘의 달을 끌어왔다.

그리고 보름달로 차오른 인력으로 가까운 바닷물을 끌어 모아서 ‘헤일 스톰’을 시전 했었다.

물의 궁극 대마법 헤일 스톰.

그 헤일스톰에 산이 무너지고, 흑기사 군단이 휩쓸렸으며 악의 교단 군단장들이 어둠 속으로 숨었다.

‘비록 지금 보름달에 서쪽바다가 가까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헤일스톰은 결코 시전 불가능하다.

헤일스톰은 무려 8써클의 궁극의 대마법.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최고 랭커로 군림했던 나조차 혼신의 힘을 다해야 시전할 수 있었던 대마법이므로.

이제 겨우 5써클 5티어인 나로선 어림도 없다.

‘하지만 중력 마법을 활용하는 것만큼은 따라할 수 있지.’

다만 나는 그 헤일스톰을 떠올리며 힌트를 얻었다.

굳이 헤일 스톰을 시전해야 하는 게 아니라, ‘메가 데스’를 충전하는 지옥의 용광로를 식힐 방법이 필요한 것이므로.

“······방법이 있다.”

새로운 마법.

지금까지 사용했던 마법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마법을 활용한다면 가능성 있다.

‘나는 엘리멘탈 마스터. 4대 속성을 모두 활용할 수 있으니까.’

내가 가진 특성은 드래곤 하트를 비롯한 용의 유산 외에도 ‘엘리멘탈 마스터’가 있었다.

다양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장점은 여러 마법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여러 마법 속성을 섞은 듀얼 속성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니.

‘물 속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마법을 창조한다. 나만의 마법을 말이다.’

원작 <별들의 전쟁2>는 높은 자유도를 가진 게임이었기에 새로운 마법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그 난이도가 헬이었기에 실전용으로 한 사람은 오직 나뿐이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린다.

‘거기에 중력 마법까지 더한다면. 지옥의 용광로 또한 식히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터.’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다.

이 모든 건 이론일 뿐. 실제로 가능하기 위해선 강력한 마나와 화력이 필요하지만.

쿵, 쾅, 쿵, 쾅, 쿵!

드래곤 하트가 있는 만큼 마나를 걱정하진 않는다.

또한,

【역린 lv1.】

고오오오!

막 한 달이 넘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궁극의 권능.

드래곤 블러드.

용의 분노를 일깨우는 힘이 내게 깃들어 있으니.

온몸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성이 흔들리고 본능이 차오른다.

중력 제어 마법을 아직 사용하지도 않았거늘. 주위 마나 농도가 너무 높아져 돌들이 허공에 떠오른다.

나는 최종적인 결론을 말한다.

“‘블리자드 스톰’. 새 마법으로 메가 데스를 파괴한다.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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