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82화 (82/140)

82. 침몰의 악마 (2)

쏴아아아.

전운이 출렁거리는 서북부 흑해.

베아트리체는 오르비스 함대의 기함 ‘바다의 군주’에 탄 채, 아르타 섬 주위를 둘러본다.

한적한 어촌 마을이던 서북부 아르타 섬.

그러나 등대처럼 높던 바위섬마다 레지스탕스 드워프들이 강철로 모두 메워버렸으니.

어촌의 흔적으로 남은 스산하게 불어오는 차고 습한 바닷바람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지운다.

죄책감을 느껴도 소용없다. 해적왕 데비존이 기르던 수많은 해양 몬스터와 씨 드레이크.

그들은 당장이라도 폭주할 만큼 위험해 보였으니.

‘더구나 네카르 경께서 말씀하셨다. 해적왕 데비존. 그는 설인왕 이미르 같은 거악(巨惡)의 수하라고.’

거악(巨惡).

홀로 대륙 일부를 없애버릴 수 있는 마계의 7군주들.

만약 그들이 완전한 힘을 가지고 부활하면 전 대륙을 멸망시켰을 지어니.

앞으로도 그들이 부활하지 못하도록 전 대륙이 힘을 합쳐야 한다.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알겠어. 앞으로 무엇을 꿈꾸는 지도.’

베아트리체는 떠올린다.

네카르가 바라고 꿈꾸는 것. 그리고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뿌우우우.

“······온다.”

그렇게 군함을 타고 기다리고 있으니, 바위산 등대에서 거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수평선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해골 깃발들을 바라본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한 수의 해골 깃발.

귀족 연합 함대 전보다 배는 많은 군함이 눈앞에 정렬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상대의 기함에서 거센 통신이 울린다.

[니케아 귀족 연합군은 들어라.]

상대는 애꾸눈을 가진 중년 해적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누런 수염을 가진 존재.

그리고 전신이 기괴하게 푸르스름한 존재였다.

[나 해적왕 데비존은 다른 잡스러운 자와 다르다. 약탈하기 전, 누구에게나 공평히 2가지 선택지를 하사한다.]

데비존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첫 번째는 완전히 항복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고.]

그는 손가락 두 개를 펴보이며 말한다.

[다른 하나는 저항하여 모조리 몰살 당하는 것이다.]

이후 뜸을 들인다.

적들에게 위풍당당한 해적 함대를 볼 기회를 준다. 온갖 약탈로 귀족 연합 해군보다도 화려한 해적선들.

[오르비스 공작 베아트리체. 10대 소녀로서, 미모가 그렇게 빼어나다고 했나?]

클클 웃으며 말한다.

해군들은 물론, 북부 귀족들조차 침을 삼키고 베아트리체를 바라본다.

[항복하거라. 지금이라면 특별히 내 첩으로 품어줄 수도 있으니.]

능글맞게 속삭인다.

데비존은 사실상 서부 바다의 왕. 납치하여 첩으로 삼은 지방 귀족 영애들이 수십 명이었으니.

그 컬렉터를 모으는 것은 데비존의 자랑거리이자, 삶의 낙으로 유명했다.

"······."

베아트리체는 자신을 모욕하는 자를 노려본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내 친아버지께서도, 패배하셨다고 했지.’

친아버지 베네딕트 폰 오르비스.

자신의 우상이었던 영주조차 이루지 못한 일. 그것이 바로 해적 소탕.

저 해적왕 데비존을 뛰어넘지 못했다.

어쩌면, 진정 항복하거나, 달아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제안을 하지."

스르릉.

그러나 설화검을 뽑는다.

이를 넘어서야 진정 위대한 영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므로.

"나는 북부의 지배자이자 니케아 제국 최고위 귀족. 비록 죽을 죄를 지은 해적들이라도, 내 명에만 따른다면 특별히 모두에게 자비를 베풀 용의가 있다."

설화검을 해적왕 데비존에게 겨누며 말한다.

"하나는 해적왕 데비존, 네 스스로 몸을 포박하여 내게 바치는 일이고."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두 개 펴보인다.

"다른 하나는 부하들이 네 목을 잘라 바치는 일이다."

철썩,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린다.

해적들은 신의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모두 침을 삼키며 침묵한다.

"나는 군신(軍神) 베아트리체. 천년산성에서 설인왕 이미르조차 물리친 무패의 대영주이니."

설인왕 이미르와의 전투.

그 전투는 이미 녹화 구슬로 찍혀서, 전 대륙에 널리 퍼졌다.

그 장렬한 전투는 모두의 심장을 아우르는 것이니. 이를 상기시킨다.

"살고 싶은 자, 죽음을 바쳐라."

수많은 해적에게 고한다.

너희가 살 수 있는 길은 이 뿐이라고.

[······기어이 몰살당하고 싶나보군.]

해적왕 데비존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는다. 더 이상의 통신은 없다.

뿌우우우!

쏴아아아!

순풍을 받고 미친듯한 속도로 전진한다. 해적선들이 질풍처럼 달려온다.

“모두 전투 준비.”

베아트리체 또한 통신용 수정 구슬에 대고 명령한다.

영주들 또한 귀족 연합 함대를 지휘한다.

“모두 작전 준비! 함포 준비!”

“군함 위를 비워라! 적의 포격에 튈 수 있는 것들을 죄다 치워!”

쿠구구궁.

일렬로 있던 군함들이 각자 함포 각도를 재조정한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해적선.

해적선은 무거운 화물선을 따라잡기 위해 평균보다 가볍게 제작되므로.

그들을 물리칠 비책을 준비한다.

“지금이다! 강철실을 들어 올려라.”

베아트리체의 명령에 바위섬들이 움직인다. 플레이트 아머로 전신 무장한 기사들이 거대한 도르래를 잡아당긴다.

끼기기긱!

거포 전투가 될법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뱃길을 막는 강철실. 바닷물에 숨겨져 있었기에 해적선들은 미처 보지 못했다.

쿠과광!

“으아아아! 멈춰! 멈추라고!”

“안 멈춰진다! 뒤에서 부딪힌다!”

“해류다! 바닷물이 앞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이는 치명적이었다.

멈춰선 일선의 해적선과 뒤편의 해적선들이 충돌하며 박살 난다. 대열이 뒤엉켜서 배 측면이 아군 쪽으로 돌아가 버린다. 함포를 쏠 상황이 아니다.

“일제 포격!”

쿠과과광!

그때, 거포들이 일제히 불 뿜는다. 메아리치는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는 해적선들.

네카르와 몇 날 며칠 함께 밤을 새우며 완성한 작전.

그 수성전이 드디어 빛을 발한다.

‘물론 이 작전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

베아트리체는 이후 상황을 예측한다.

당연하게도 해적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으니.

“강철실을 끊어라! 당장 검기를 발사해!”

“뭐? 안 끊긴다고? 그럼 바위섬부터 포격해! 이까짓 장난질하지 못하게 아예 지도 상에서 지워버려!”

하나는 바위섬에서 강철실을 당기는 기사들에게 닥칠 비극이다.

아무리 플레이트 아머로 철통 무장했다고 한들, 코앞에서 포격하는 해적선에 피투성이가 된다.

강철섬을 지키는 북부의 기사들. 그들은 열렬한 죽음으로서, 해적들의 진격을 막아낸다.

첨벙, 첨벙!

부글부글.

그러나 아직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점, 이는 귀족 해군 함대에 적용되는 일이었으니.

-그오오오오-!!!

다리 하나가 어지간한 군함 한 대 크기인 초대형 문어가 솟구친다.

언데드 크라켄.

침몰의 악마 버뮤다가 되살린 해양의 초대형 괴수. 그 크기는 바다의 지배자라는 씨 드레이크조차 압도하는 수준이었으니.

콰아앙!

네크로맨시로 일어난 크라켄이 미친 듯이 날뛴다. 일격에 반으로 갈라져서 나무 토막이 사방으로 튀는 소형 군함 하나.

인근 해군들이 함포로 쏴 재껴서 다리를 날려버리지만, 곧장 재생한다.

언데드.

이미 죽음을 극복한 이 존재는 마력만있으면 원래 모습으로 복구할 수 있었으므로.

“프레야 사제분들!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최대한 방어 위주로! 아군을 살리는 쪽으로 신성력을 써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베아트리체는 필연적으로 장기전을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 수밖에 없다······. 침몰의 악마 버뮤다의 그릇을 부술 때까지 버텨내야 해!’

따라서 그녀의 최선은 침몰의 악마 버뮤다를 무찌르고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네카르가 돌아올 때까지.

그를 기다린다.

***

한편, 나는 난파된 해적선의 무덤을 난장판으로 헤집는다.

【에어 블레스트 lv1.】

콰아아아-!

침몰의 악마 버뮤다의 그릇 ‘진주’를 찾기 위하여.

이 바다에서 가장 귀한 진주를 찾는 것이다.

“찾았다.”

[이름 : 블랙 펄.]

[설명 : 서해에서 가장 큰 진주 중 하나. 사악한 마기로 인해 새까맣게 물들어있다.]

* 강력 경고! 대단히 사악한 힘이 깃들어있습니다. 파괴될 시 대단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윽고 보물 상자에서 대포알처럼 거대한 진주알을 발견한다. 새까맣게 검은 진주.

‘이 안에는 침몰의 악마 버뮤다의 본체가 깃들어있었지.’

나는 이제 곧 벌어질 일을 알기에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는다.

‘버뮤다는 악마의 그릇만 부수면 된다는 기존 통념을 뒤엎는 존재였지.’

거기에 악랄하고 잔혹한 지능을 가진 존재이기에 역으로 함정을 펼친다.

흔히 악마의 약점이라고 알려진 그릇.

이를 파괴할 경우, 강림하여 역으로 적들을 사냥하는 놈이었으니.

‘하지만 그래봤자 지금은 내 사냥감일 뿐이다.’

【워터 소드 lv3.】

나는 피식 웃으며, 손에서 물의 검을 만든다. 보조 마법 아쿠아 스핀 덕분에 전기톱처럼 초고속 진동한다.

일격에 검은 진주를 썰어버린다. 너무나 쉽게 반으로 갈라지는 블랙 펄.

고오오오오-!!!

그러나 이것은 함정이었기에 검은 진주 안에서 사악한 연기가 뿜어진다. 먹물처럼 심해 전체를 드리운다.

군청색 바다가 암흑세계로 바뀌어 버린다. 심연 안에서 붉은 눈이 번뜩인다.

[······어리석은 인간. 기어이 선을 넘는구나.]

-lv57 침몰의 악마 버뮤다. (본체.)

붉은 눈에 어스름하게 비친 형체는 해마였다. 그 덩치가 고래에 비견될 법한 해마.

그러한 마계의 존재가 어둠 속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다.

내 곁에 있던 물용이가 무시무시한 마기에 겁에 질려 움츠러든다.

날 보호하려는 지 똬리를 틀 듯 날 끌어안으며 억지로 포효를 내뱉는다.

그러나 마계의 악마는 오직 나만을 바라볼 뿐이다.

[아룡기사 네카르. 너는 그동안 수많은 악마를 해치웠다고.]

“······.”

[하지만 그로인해 오만해진 모양이군. 더 조사하지 않고 무작정 부수다니. 인간. 그것이 네 죄악 일지 어니.]

고고고고!

어둠 속에 수백, 수천 개의 구슬이 빛난다. 악마의 눈과는 달리 새하얀 영혼들.

나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버뮤다는 그중 가장 빛나는 영혼 하나를 고른다.

끄아악, 비명이 들린다.

[너와 같은 죄질로 붙잡힌 영혼들이다. 오만의 댓가로 수백, 수천 년간 이곳에 갇혀 있지.]

“······.”

[큭큭, 해적왕 데비존이라고 했던가? 분명 자기 스스로 인간 최강이라고 했거늘. 이제보니 아닌 것 같군.]

해마 모양의 악마 버뮤다는 새빨간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클클 웃었다.

마치 탐스러운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

[과연. 동부와 북부의 구원자다운 육체로구나. 참으로 탐스러운 마나야.]

버뮤다는 날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침몰의 악마 버뮤다.

그 존재는 과거 해적왕 데비존을 수장시키고 영혼의 계약을 했다.

그를 언데드로 살려주는 대신, 자신이 그를 ‘그릇’으로 이용하기로.

프레야 여신의 가호를 피해서 버젓이 아르카나 대륙을 활보하기 위해 말이다.

‘아마 심해에 쌓여있던 수많은 난파선과 보물들이 해적왕 데비존의 유품이었겠지.’

나는 긴장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원작 설정을 떠올린다.

“할 말은 이제 다 끝났냐?”

[······인간. 이제 보니 상황판단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고오오.

침몰의 악마 버뮤다가 잠시 붉은 눈을 더욱 번뜩인다.

그러자 저 멀리 보이는 삼각형으로 된 보라색 결계. 나와 물용이는 그 권역에 갇혀 있었다.

[이미 이 공간은 내 권역 안이다. 네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방법은 없다.]

“······.”

[특별히 기회를 주겠노라. 내게 ‘영혼의 계약’으로써 충성을 맹세해라. 그렇다면 내 그릇으로나마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해줄 터이니.]

버뮤다는 스스로가 대단히 자비롭다는 듯 말했다.

“유언을 남길 기회는 지금 내가 너한테 주는 거고.”

고오오.

다만 나는 품에서 붉은 눈의 스태프를 고쳐 쥔다.

나는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모든 악마를 처치했던 플레이어.

당연하게도 침몰의 악마 버뮤다 또한 몇 번이나 소멸시켰으니.

[······건방진 인간. 수백 년간 갇혀 지내는 고독이 얼마나 사무치게 외로운 줄 모르고.]

거대한 해마가 입에서 사악한 마력을 미친 듯이 내뿜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 사라져라. 오만한 인간. 프레야의 빛은 이 깊은 곳까지 결코 드리우지 않을 것이니!]

쏴아아아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3개의 점이 생성된다. 마치 중력 구슬처럼 주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3개의 점.

그 점을 중심으로 어둠 속 바닷물이 모조리 빨려 들어간다.

총 3개의 서로를 교차해 검은 회오리가 친다. 심해부터 해상까지 이어지는 물의 기둥이 3개나 생성된다.

그리고 그사이에 들어온 모든 것을 분쇄기처럼 파괴한다.

그 속으로 나와 물용이 또한 막강한 흡입력으로 끌어당긴다.

“결국, 대륙 7대 성인급 신성력이 있어야 네놈을 죽일 수 있단 말이지.”

【워터 실드 lv4.】

촤아악.

나는 물의 방패를 만들어 공포에 젖어있는 물용이를 지킨다.

물론 아무리 마나를 때려 박더라도 무려 마계의 악마가 일으킨 권능을 막을 순 없다.

그저 잠깐 시간을 벌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얘기는 간단해지더라고. 내 무한한 마나를 모조리 신성력으로 갈아 끼우면 되니까.”

치링.

나는 품에서 몰래 챙겨온 성물을 꺼낸다.

프레야 대주교 안드레아에게 백금 배지를 맡길 때, 추가로 부탁한 성물이다.

[이름 : 전대 성녀 아가타의 성배. (ANCIENT)]

[설명 : 수도원에서 평생 남을 헌신하고 죽은 아가타가 마지막 식사 때까지 사용한 잔. 그녀가 구해준 고아원 아이들이 감사의 뜻으로 선물로 바친 잔이다.]

[특수 효과 : 성배에 물을 담고 마나를 불어넣으면 성수로 바뀐다.]

아가타의 성배.

마나를 넣은 만큼 물을 신성력으로 바꿔주는 성물.

과거 동부의 변때도 한번 빌렸었던 성물이다.

“만약 마나가 무한하다는 드래곤 하트로 바다에서 시전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쿵, 쾅, 쿵, 쾅, 쿵!

나는 그 성배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뛰기 시작하는 드래곤 하트.

붉은 눈의 스태프가 터질듯이 뜨거워진다.

몸속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직후,

샤아아아아-!!!!

침몰의 악마 버뮤다의 권역이 프레야의 빛으로 가득 메워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찬란한 빛.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아 시력이 약해진 심해어들이 실명할 법한 빛이다.

[끄아아아악-!!]

침몰의 악마 버뮤다는 그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마치 뜨거운 불 속에 들어온 것처럼. 온몸이 태워진다. 고통 속에 몸을 사방으로 비튼다.

거대한 해마가 앙상한 뼈만 남는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나는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티는 버뮤다에게 읊조린다.

“물의 폭풍은 그렇게 쓰는 거 아니다.”

【아쿠아 스톰 lv1.】

물의 명가 크라우드의 혈통으로서, 가주 엡실론의 비전 마법을 시전한다.

아쿠아 스톰.

물의 명가 크라우드에서도 오직 가주 엡실론만 익혔다는 비기.

무려 최소 시전 단계가 5써클인 상급 마법.

재앙을 일으키는 대마법을 이제 겨우 정식으로 익혀서 이 자리에서 실현한다.

쿠구구구!

붉은 눈의 스태프에 대충 걸어놨던 '코나흐타의 왕관'이 푸르게 빛난다.

암흑세계 속 모든 수분이 해마의 앙상한 뼈 앞으로 집결한다.

삼각형 암흑 결계가 텅 비워지도록 물이 한없이 응축되더니 회전하는 거대한 물기둥을 만든다.

수백 년간 갇혀있었던 수많은 영혼도, 해적왕 데비존도, 침몰의 악마 버뮤다도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콰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지는 2차 회전.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물기둥 속에 정반대로 회전하는 또 다른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토네이도는 기존 토네이도와 충돌에 막대한 마찰열을 발생시킨다.

치이익······!!

물회오리 속에서 연기가 뿜어진다. 그 속에서 녹아내리는 해마의 뼈.

사악한 힘에 지배당하던 영혼들이 깨끗이 정화된다. 처연한 달빛에 찬란한 무지개를 꽃피운다.

사아아······.

그렇게 소멸해버린 아쿠아 스톰.

버뮤다의 삼각형 권역에 있었던 모든 것이 텅 비듯 지워진다.

툭. 쏴아아!

그와 동시에 공간을 가뒀던 삼각형 권역이 사라진다. 침몰의 악마 버뮤다가 소멸해 이 세상에서 소멸했다는 증거.

주위 바닷물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온다. 이것으로 주위 해수면의 높이가 다소 낮아졌을 터.

-침몰의 악마 버뮤다를 소멸시켰습니다! 그 존재는 수백 년간 수많은 뱃사람을 수몰시킨 존재이자, 해적왕 데비존을 빌려서 수만 명에게 악명을 끼친 존재입니다!

-당신은 심해에서도 프레야 여신의 빛을 드리웠습니다! 프레야 여신이 가호를 부여합니다.

이후 시스템 창이 나타난다.

-아쿠아 스킬 레벨이 4에서 5로 오릅니다!

-워터 실드 lv4가 lv5가 됩니다!

-에어 블레스트 lv1이 lv2로 오릅니다!

.

.

-5써클 2티어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스킬 레벨이 오른다.

실로 압도적인 성장.

활용도가 높은 바람의 상급 마법 에어 블레스트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것으로 아르타 섬에서의 해전에도 큰 영향이 있겠지.’

해적왕 데비존과 계약한 침몰의 악마 버뮤다가 소멸했을 테니까.

더구나 언데드 함대 또한 더는 되살아나지 않겠지.

이것을 신호로 베아트리체도 반격을 시작할 것이다.

슬슬 찬 기에 몸이 으슬으슬하다. 지독한 독감에 걸릴 것처럼. 페널티 특성 허약한 몸 때문에 더욱 한기가 드는 것이다.

나는 물용이를 타고 중얼거렸다.

“서둘러 베아트리체에게 돌아가야겠군. 혹여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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