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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72화 (72/140)

72. 대한파 (2)

북부 연합군은 크게 두 세력으로 찢어졌다.

나를 비롯한 소수 정예 군단은 성물 기간테스의 힘이 보관된 적들의 본거지로.

나머지 북부 귀족 연합군은 천년 산성에 남아 설인들의 공세를 막아내기로 말이다.

‘요툰헤임 산맥에서 기간테스의 힘을 지키는 건 ‘만년설의 악마’다. 그놈까지 겸사겸사 처형해야 한다.’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

수년 만에 설인들의 개체 수가 수만으로 불어난 결정적 이유다.

그 만년설 악마가 권능으로 설인들을 끝없이 창조했으니.

만약 그 녀석을 죽이고 기간테스의 힘까지 탈취한다면, 북부는 기존보다 훨씬 풍요로운 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다스리는 북부의 힘이 세진다면, 향후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상대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더 거북이 행군이란 건데······.’

나는 기습 공격을 맡은 소수 정예 군단의 사령관으로서 땅굴 속을 둘러본다.

나와 함께 대륙 최북단 요툰헤임 산맥까지 가는 건 레지스탕스 대원들.

엘프와 드워프 군단이 고대 드워프 갱도를 따라 길을 뚫고 있다.

고대 드워프의 건축술은 오버테크놀로지에 가깝지만, 천 년이나 지난 만큼 군데군데 무너진 곳이 있었다.

혹은, 잠긴 문으로 막힌 곳도 있어서 강제로 열 필요가 있기도 했고.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끄응······. 삭신이야. 이거 온종일 작업하려니 손이 떨리는군.”

“그래도 베르너 공작 시절, 목숨 걸고 도망 다니던 시절보단 낫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야.”

우선 드워프는 체력의 한계가 있었다.

땅, 땅, 땅!

쿠당탕!

“후아! 드디어 다 뚫었나? 응?”

더구나 힘들게 고대 드워프 갱도를 다 뚫어도 문제였다.

한 드워프는 통로를 뚫고, 이마에 생긴 땀을 닦았다.

그때 반쯤 삭아버린 나무 팻말이 보인다.

[돌아가라. 탐욕에 빠진 후손이여. 미스릴 탄광은 실재하지 않았으니. 우리와 마찬가지로 ‘좀비’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이 지옥을 어서 빠져나가라.]

후손들을 경고하는 나무 팻말.

좀비라는 문구에 드워프들은 움찔, 몸을 멈춘다.

투두두두.

-그워어.

-그오오!

-lv23 천년 묵은 드워프 좀비.

-lv24 천년 묵은 드워프 좀비.

.

.

그리고 잠시 후, 드워프만큼 땅딸막한 크기의 좀비가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몰려온다.

오래된 수명만큼 마력이 강해지긴 했으나, 그만큼 부패했는지 절뚝거려 속도는 느린 놈들.

나는 곧장 그들에게 손을 뻗는다.

【아쿠아 레인 lv1.】

쐐애애액, 쿠과과광-!!

-그웨엑!

주위의 얼음에서 수분을 뽑아와 날카로운 화살로 만든다. 수십 개의 물의 화살이 돼어 좀비들을 꿰뚫는다.

좀비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폭발한다. 썩은 피에 담긴 마력이 폭발한 것이다.

치이익······.

심지어 피에 독극물 속성이 있었는지 갱도 바닥이 그을린다.

근접 공격으로 상대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모두 좀비의 피를 피해서 가십시오.”

-우움~!

나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이끌고 다음 갱도를 향해 걷는다.

흙의 정령 노움이 있는 만큼 길 잃은 걱정도 없다. 흙과 쇳가루 냄새를 즐기는지 콧노래까지 분다.

노움이 앞장서서 씩씩하게 걷는다.

-크르릉······.

반면 용용이는 느려터진 행군에 대단히 불만인 모양이었다.

더구나 좁은 갱도에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기는커녕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으니까.

지상에서 눈 내리는 숲을 따로 걷는다.

신경질적인 신음을 흘린다.

“조금만 참아라. 용용아. 곧 박 터지게 싸워야 할 테니.”

-크르릉.

나는 고대 드워프 탄광 속 좀비를 정리하고, 서둘러 용용이를 쓰다듬었다.

다행히 내 말을 무시한 적은 없었다.

“흐업. 이게 그 유명한 샌드 드레이크군요.”

“용의 피가 흐르는 아룡 족이여서 그런가? 뭔가 가까이 가는 게 무서워요······.”

반면 함께 따라 나온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용용이가 조금만 살기를 뿌려도, 크게 두려워했다.

특히 엘프 대원들.

드워프 대원들은 인간 전사처럼 씩씩한 걸 추구하기에 비교적 덜 두려워했으나.

뾰족한 귀만큼이나 마나와 감정 교류에 민감한 엘프들은 샌드 드레이크에게 흐르는 거대 몬스터의 마나를 특히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하긴. 용용이 쯤 되는 크기라면 엘프 정도는 한입에 집어삼킬 수도 있을 테니까.’

용용이는 일반 샌드 드레이크보다도 30%는 더 크게 탈피한 대형 몬스터.

광물을 실어나를 거대 수레를 2개 합친 것보다도 큰 덩치다.

덕분에 현재 필드 보스 중에서도 1:1로는 용용이를 대적할 존재가 없을 수준이었으니.

사실 겁을 안 먹는 게 더 이상하리라.

“조금만 더 있으면 이 용용이가 우리 편이라는 게 참 든든할 겁니다. 설인들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당연하지만 이토록 귀찮게까지 용용이를 데려가는 이유는 전력상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차하면 용용이를 타고 공중에서 엄호하거나, 도주할 수도 있으니까.

성물 기간테스의 힘을 탈취하기 위해선 꼭 필요했다.

‘지금처럼 비밀리 가는 것도 결국 한계가 있다. 설인왕 이미르, 그 다혈질인 놈이 언제까지고 참을 리 없으니까.’

베르너 공작과 타락 영주들이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천년 산성에 북부 기사단이 집결했다는 소식에 슬슬 성가심을 느끼고 있겠지.

심지어 내륙에 있던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또한 당한 상황.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년산성을 치러 나설 것이다.

어쩌면, 악의 교단 제6군단장이자 설인왕 이미르가 직접.

‘그 말은 요툰헤임이 빈집이라는 뜻이고.’

나는 악마보다 더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그때가 적의 근거지에 침투해 기간테스의 힘을 탈취할 절호의 기회일 지어니.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

대륙 최북단 요툰헤임 산맥.

북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밀집해있다는 설산의 산맥이다.

구름보다 높은 만년설 아래로 끝없는 눈보라가 내리는 곳.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는 그곳 작은 산 하나를 통째로 뭉개 뜨라고 앉아있다.

그리고 눈보라가 내리는 구름 아래를 내려다본다.

구름 아래에는 수많은 눈의 거인이 이미르의 명령으로 집결해 있다.

무려 3만의 설인들.

그들 또한 최소 키가 3m가 넘는, 정예 우량아들은 키가 5m에 도달하는 괴물들.

고대에 전 대륙의 지배자였다는 이미르의 종족 ‘서리 거인’보다야 압도적으로 작았지만, 이들이 무려 3만이나 모였다는 건 엄청난 전력이었다.

이미르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발을 굴렀다.

"······베르너 공작과 그 종복들까지 당했다고."

쿵, 쿵, 쿵. 쏴아아.

이미르의 무의식적인 발 구르기에 산맥이 흔들리고, 숲에 가득 쌓여있던 눈이 와르르 쏟아진다.

몇몇 설인은 그 눈사태에 휘말려 죽는다.

오직 힘.

설인왕 이미르는 강자지존의 세계 마계에서도 압도적인 덩치와 파괴력으로 7군주 중 하나로 군림하는 거악.

중간계에서 그와 크기를 견줄 이는 거의 없었으니.

"아룡기사 네카르······. 그놈이 기어이······!"

쿠구구궁!

기어이 분을 참지 못하고 의자로 삼은 산에서 일어난다. 씩씩거리는 숨결을 거칠게 내뿜는다.

서리 거인의 혈통에는 다혈질 또한 포함돼 있었으니.

방해되는 모든 걸 부수고 파괴하는 본능을 억제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도 설인왕으로써 냉철함을 유지하려고 힘쓰지만, 불꽃 같은 입김은 더욱 거세지기만 한다.

이미르는 산 정상의 제 부하에게 눈을 부라린다.

"세미 리치 ‘데라한’.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반신이 설인의 뼈로 된 3m짜리 리치 데라한.

제7군단장 불사왕 데힐라칸에 비하면 당연히 그 마력이 훨씬 약했으나, 그에 버금가는 심복이었다.

그는 요툰헤임 산 하나를 통째로 언데드의 산으로 만든 상태였으니.

뼈의 숲 정상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인다. 확성 마법이 부여된 구슬에 속삭인다.

[폐하, 어차피 기간테스의 힘을 완전히 일깨우려면 향후 10년은 걸립니다. 적들 또한 그 전에 싸우려 들 테니,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세미 리치 데라한은 전쟁을 종용했다.

이는 제 군주가 원하는 욕망이기도 했지만, 냉정히 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동부의 구원자 네카르가 자신들의 계획을 모두 파훼하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프레야 교단과 다른 지역 구원군이 오기 전에 천년산성에 밀집된 북부 군단을 모조리 짓밟자는 뜻이다.

-크오오오-!

설인왕 이미르는 제 부하의 의견에 양주먹에 힘이 들어가는지, 상체를 들어올리고 구름 위에서 거칠게 포효한다.

"늑대왕 펜리르. 네 의견은 어떠하느냐?"

다만 설인왕 이미르는 최후의 인내심으로 다른 부하에게 한 번 더 물어본다.

늑대왕 펜리르.

그는 덩치가 10m에 달하는 초대형 늑대다.

고대인에게 세상을 멸망시킬 악신이라고 추앙받았던 존재.

현재는 북부에 서식하는 모든 이리를 지배하는 자로서, 천년산성을 에워싸고 고립시키는 늑대 군단을 이끌고 있으니.

-크우우우우!

밤하늘의 달을 보며 쩌렁쩌렁 포효한다. 펜리르 또한 더 이상의 포위는 감질나는지 피가 들끓고 있으니.

설인왕 이미르를 포함한 이곳 모두가 전쟁을 바라고 있다.

“그래. 귀찮은 것들은 죄다 짓밟아버리면 되는 일이니.”

이미르는 네카르가 있을 천년산성을 강렬하게 노려보며, 뻐드렁니를 간다.

“세미 리치 데라한.”

[예, 폐하.]

“널 부사령관으로 임명하겠다. 책임지고 천년산성을 짓밟아라.”

그의 명령이 요툰헤임 산맥 전체에 메아리친다.

[절 신뢰해주신 은혜, 승전으로 보답하겠나이다.]

이에 세미 리치 데라한은 코앞에서 그 큰 함성을 들었음에도, 고요하게 허리를 숙인다.

“늑대왕 펜리르. 너는 적들의 후방을 노려라.”

-크르르르······!

초대형 거대 늑대 펜리르 또한 순종적으로 포효한다.

마지막으로 이미르는 큭큭 웃는다.

“나는 친히 죽일 만한 놈들을 확인하고, 강림할 지어니.”

입술을 씰룩거린다. 손이 근질근질하는지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한다.

설인왕 이미르는 마계에서도 무패의 전사.

간만의 전투에 흥분하는 것이다.

“모조리 쳐부수되, 내 여흥은 남겨두도록 해라.”

쿠구구구구.

그 말을 끝으로 설인들이 진군한다.

다른 지역 모든 눈을 모은 것보다도 크고 웅장하다는 요툰헤임 산맥.

고오오오!

그곳을 가득 메운 거인들이 남하한다. 따뜻한 인간들의 땅으로.

폭설과 함께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수십 년마다 찾아온다는 대한파가 도래했다.

***

내가 고대 드워프 갱도를 뚫은 지 2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용용이에게 따뜻한 털옷을 갈아 입혀주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이는 데 저 멀리서 거친 진동이 느껴졌다.

“드디어 오셨군.”

투두두두두두.

몸을 낮추고 숲에 숨어서 내려다본다.

저 멀리서 보이는 설인의 행군.

그 모습은 마치 숲 전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으니.

곧이어 전투가 있을 천년산성을 바라본다.

통신 구슬을 꺼내서 수성 측과 연락한다.

“베아트리체. 슬슬 준비해야겠다.”

[알겠어요.]

높낮이 없는 목소리.

어떻게 보면 삭막했지만, 어떻게 보면 흔들림 없이 믿음직스럽다.

그다음으로는 일전에 루크레치아에게 선물 받은 통신 구슬을 꺼낸다.

“루크레치아 예하. 어디까지 당도하셨습니까?”

[······그래, 이제 곧 오르비스 대영지에 도착한단다. 천년산성까지 가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겠구나.]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

대륙 7대 성인 중 하나이자, 프레야 교단 성기사단의 사령관 중 한 명인 그녀는 이미 천년 산성으로 오고 있었다.

거악을 발견하면 부르라.

일전 동부의 변이 끝나고 약조한 대로, 그녀를 미리 불러놨기 때문이다.

‘나 혼자 개고생할 수는 없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악의 교단을 상대할 때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선과 질서의 교단 프레야는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가장 큰 적대자.

이교도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광신도들만큼 함께 할 때 가장 든든한 우군이니까.

더구나 설인들은 기본 체급에서 인간을 몇 배나 압도하는 괴물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굳건한 방어력과 막강한 축복을 부여하는 프레야 교단이 꼭 필요했으니.

존재만으로도 대륙 평화에 큰 기여를 하는 성기사단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그럼에도 설인왕 이미르를 막는 건 불가능하겠지.’

나는 최악의 적이 강림하는 순간을 떠올린다.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

일전 동부의 변 때 강림했던 거악 데힐라칸과 달리 화신체로 빙의하는 것이 아니라, 본체를 가지고 부활한 거악.

그의 일격에 천년산성 성벽이 무너지고, 수많은 기사단이 절망할 것이다.

만약의 만약이지만, 훗날 각 분야의 대성할 베아트리체와 레오파드, 그리고 루크레치아가 모두 죽는다면 나 또한 진 엔딩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한없이 0에 수렴할 일.

나도 이번 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성물 기간테스의 힘을 탈취해야겠지.”

요툰헤임 산맥, 가장 높은 산인 우트가르드에서 타락화하고 있는 절대 반지.

현재 설인왕 이미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성물이다.

그 반지를 확보하고 돌아가야 할 것이다.

쿠과광!

-크구우우!

-크워어어어!

마침 지하에서 아이스 웜들이 얼음을 깨고 나타난다. 무려 수백 마리.

설인왕 이미르가 천년 산성의 성벽을 뚫고 지하로 잠입하기 위해 기른 군단들이다.

“슬슬 속도를 내야겠군.”

나는 아이스 웜들을 노려본다.

기괴하게 입을 쩍 벌리는 괴물들. 살려 보내면 사람 하나쯤은 거뜬히 씹어먹을 몬스터다.

“적들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으니.”

눈 속 수증기를 끌어모은다. 아쿠아 레인을 발동한다.

콰아앙!!

일격에 아이스 웜들을 쓸어버린다. 전부 즉사시킨다.

“무, 무슨?”

한 드워프 대원이 당황한다. 중급 마법 아쿠아 레인을 영창 없이 즉시 시전했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을 처음 본 레지스탕스 대원인 모양이다.

“이제 비켜보지.”

나는 얼어붙어 있는 그를 비켜 세우고 고대 드워프 갱도에 손을 뻗는다.

레지스탕스 군단을 데려온 이유는 이깟 던전 탐사가 아니었으니까.

【어스 lv3.】

쿠과과광!

막혀 있는 땅굴을 모조리 무너뜨린다. 무시무시한 굉음. 다음 갱도까지 일직선으로 통로를 뚫어버린다.

한 땀 한 땀 수공업으로 부수던 드워프들이 경악한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대충 뚫어둘 테니 갈무리만 해라. 이제부터 요툰헤임까지 최단거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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