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62화 (62/140)

62. 눈보라의 악마 (2)

북부 최대 도시 오르비스.

이곳은 북부 최남단으로서 비옥한 농경지를 가진 몇 안 되는 곳.

중앙과 동부, 서부 등 다양한 지역과 교역할 수 있는 얼지 않는 강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북부 전체에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북부 전체를 다스리는 패권 도시로 군림했다.

따라서 오르비스의 공작을 북부의 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베르너 공작은 그러한 작위를 얻어 북부에서 군림하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설인왕(雪人王) 이미르 ‘폐하’.”

그러나 그는 현재 오르비스 지하 강당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떨고 있었다.

육망성을 그려둔 흑의 마도진 앞에서.

마도진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불꽃에는 거대한 설인의 모습이 서려 있었다.

-휘이이잉.

베르너 공작은 폐하라고 부른 얼음 거인을 흘깃 올려다본다.

그는 폭설이 내리는 설산에 앉아있었다.

북부 최북단이라고 불리는 ‘요툰헤임’ 산맥 어딘가에.

······아니, 더 자세히 보니 작은 설산(雪山)을 홀로 의자처럼 깔아뭉개고 태산처럼 앉아있었다.

해발 300m가 넘는 거대한 산보다 더 큰 덩치로, 산을 의자 삼아 북부의 산맥을 아우르고 있었다.

심지어 육체가 얼음인 만큼 불어닥치는 폭설을 흡수하여 지금도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베르너 폰 오르비스.]

산맥 곳곳까지 걸걸하게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

혹한의 숲에 메아리가 치자 수백 마리의 새들이 놀라 날아든다.

말 그대로 덩치 하나만으로도 북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거악(巨惡).

그가 베르너 공작에게 말한다.

[내가 명령한 일은 어떻게 됐느냐.]

꿀꺽,

베르너는 남몰래 침을 삼킨다.

물의 명가 크라우드 소속 ‘동부의 구원자’ 네카르 폰 크라우드.

그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흑기사가 제대로 나서보기도 전에 당해버렸으니.

만약 사실 그대로 전해서 설인왕 이미르가 진노한다면 필히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아니. 변명하지 말자, 결국 이미르는 거친 전사. 북부인의 기상을 가졌으니.’

거인들이 자질구레한 변명을 혐오한다는 걸 아는 만큼, 단순명료하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으나, 적의 힘이 너무 강했습니다.”

[······.]

눈썹이 꿈틀하는 이미르.

그러나 이내 분노를 억지로 삼킨다. 입에서 폭설을 집어삼키는 한기가 새어 나온다.

[힘과 파괴의 신 ‘디메토르’께서 유례없는 신탁을 내리셨다.]

“······!”

힘과 파괴의 신 디메토르.

그 존재의 이름을 걸고 악을 추종하는 세력이 바로 ‘디메토르 교단’이었다.

마계를 지배하는 7명의 군주.

7군단장이자, 거악(巨惡)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믿는 악신.

[동부의 구원자 네카르······. 그 존재가 이레귤러라고. 향후 우리 교단의 최흉의 존재가 될지 모른다고 말이다······!]

“!!”

베르너 공작은 그 말을 알아듣고 너무나 놀라 고개를 치켜든다.

교단의 최흉의 존재.

설인왕 이미르뿐만 아니라, 나머지 마계의 군주, 거악들의 최우선 적이라는 말이니까.

홀로 대륙을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 6명 모두가 최악의 적으로 지정했다는 뜻이다.

베르너 공작은 그중 한 명인 이미르의 거구를 올려다보다 황급히 눈을 내리깐다.

설인왕 이미르의 명령을 듣는다.

[베르너.]

“······예, 폐하.”

[현재 아룡기사는 어디에 있지.]

“아무래도 일전 말씀드린 반역자 무리, 레지스탕스와 합류한 모양입니다.”

사실 베르너 공작은 네카르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지만, 즉석으로 지어내서 말했다.

적을 놓쳐놓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면 극대노할 것이 분명하니.

[내부 반역자, 레지스탕스. 또 그놈들이구나······!]

이에 설인왕 이미르가 차가운 입김을 뿜어냈다.

레지스탕스.

북부 귀족들을 암습하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북부로 설인들이 남하할 ‘대한파’가 늦어지고 있었으니.

[대군을 동원해, 그들을 찾아내라. 두 번 다시 볕 위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라.]

“······!”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레지스탕스는 북부 지하 곳곳에 숨어있으니까.

그들을 찾기 위해 다른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일반 농노들에게 엄청난 반발과 동시에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 목이 위험할지 모른다······.’

하지만 설인왕 이미르는 베르너 사정 따위 관심 없을 터.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돌려서 말한다.

“폐, 폐하······. 하지만 그리한다면 자칫 잘못하면 위선과 결벽의 교단 프레야에서 맹신도들을 파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말이 실수라는 걸 곧장 깨달았다.

설산에서 일어나는 이미르.

[내가 그까짓 프레야의 개들을 두려워한다는 말이더냐.]

-쿠고고고!

이미르가 거칠게 일어나 포효하는 것만으로도, 새하얬던 산맥이 녹색으로 바뀐다.

만년설처럼 두꺼운 흰 눈들이 털어지고 거목들의 침엽수가 드러나는 것이다.

베르너 공작이 다급히 변명한다.

“아, 아직 거사 날이 아니기에, 굳이 적들의 눈에 띄는 게 좋지 않은 듯 하여······.”

[······.]

그러자 이내 진정하여 다시 설산에 앉는다.

[북부 지역에 내가 파견한 하급 악마들이 많다.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또한 그들 중 하나이지.]

구체적인 방법을 명령한다.

[내가 그 아이에게 얼음 병사를 만들 수 있는 권능을 하사했다. 그녀가 만들어둔 병사를 일으켜서 레지스탕스가 숨어있는 각지를 쓸어버려라. 향후 그 행위들이 레지스탕스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면 될 터.]

“······!”

이미르는 만년설처럼 시퍼런 눈동자를 번뜩인다.

이이제이.

레지스탕스가 일반 시민들에게 더욱 반감을 사도록 여론을 조작하라는 뜻이니.

그제야 베르너 공작도 공포와 환희가 교차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미르는 잔혹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러하니 두려움 말고 하찮은 질서의 피조물을 엄벌하라. 네게 거역하는 자는 곧 내게 거역하는 존재일 지어니. 무질서의 힘으로 짓뭉개라······!]

***

스코틀린 얼음 던전은 눈 시리도록 푸른 곳이었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전부 두꺼운 얼음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다 가끔 등장하는 방에 얼음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식이었다.

‘마치 개미굴을 얼려두면 이런 모습일 것 같군.’

나는 레지스탕스 대원들과 함께 그곳을 거침없이 돌파한다. 얼음 병사들을 날려버린다.

파아앙, 쿠과과광!

아직 베아트리체와 정예 대원들이 오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얼음 던전.

이곳은 내부로 들어갈수록 화려한 왕궁과 함께 고위급 얼음 기사가 나타나는 던전.

어차피 드워프들이 다음 길까지 뚫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미리 출발한다.

“그런데 이리로 가는 게 정말 맞소?”

“절 믿으십시오.”

나는 얼음 병사들이 돌아다니는 통로가 아니라, 또 다른 길을 찾는다.

얼음 바닥에 나침반을 5개 꺼내서 바닥에 일렬로 배치한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나침반의 자침.

그러나 흔들리는 방향을 모아보면 바닥 한 군데를 가리킨다.

“이쪽을 파주십시오.”

“알겠네.”

이후 발견한 바닥을 드워프들이 파게 시킨다.

미궁은 침입자들을 서서히 말려 죽이는 장치.

어차피 정식 문을 따라가봤자, 악마의 환영에 빠져 제 자리를 빙빙 돌기만 한다.

그 의도대로 따라가 줄 생각 없다.

지하 1층 미궁들을 모조리 생략한 채 지하 2층으로 곧장 내려간다.

고고고고-!

물론 길을 찾는 법을 안다고 악마의 미궁이 모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드워프들이 얼음을 뚫자, 구멍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온다.

와장창창-!!

“!”

“으아아악!”

어느 한순간, 전조도 없이 얼음 바닥이 유리처럼 와르르 깨져나간다. 얼음을 깨며 내려가던 드워프들이 빨려든다.

그 아래에 보이는 건 송곳처럼 뾰족한 고드름들. 떨어지는 모든 것을 꿰뚫어버린다.

눈사태.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는 추위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으니.

얼음 길을 멋대로 파괴해버리는 거다.

“노움!”

-우우움!

물론 나는 노움을 골렘으로 일으키고, 밧줄로 골렘과 드워프 장인들의 허리를 묶어뒀다.

흙의 하급 정령이 된 노움은 힘차게 밧줄을 끌어 올린다. 넘치는 힘 덕분에 드워프 장인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워어어-!

와장창!

이후 골렘 노움을 내려보내서 얼음송곳들을 깡그리 치우고 내려간다.

아무리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라도 광범위한 지형의 얼음 파괴하는 것은 마력에 심히 부담되는 일.

미궁 전체를 파괴할 수는 없으니.

또다시 얼음 바닥을 뚫는다.

-크오오오오!

-lv35 다크 웬디고.

그러자 다음으로 나타난 건 초대형 웬디고였다.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미궁을 가득 채우는 고대 설인.

지하 1층에 있는 미궁들을 죄다 스킵하고 곧장 지하 2층까지 왔기에 몬스터의 난이도가 급상승한 거다.

【물의 감옥 lv2.】

촤아악.

-그워어억······!

물론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통로에서 일방적인 사격을 해서 처단한다.

다크 웬디고는 근육이 우람한 근접 공격 중간 보스.

위층에서 좁은 구멍만 뚫어두고 일방적인 포격을 하니 아무것도 못 하고 맞아 죽는 거다.

말 그대로 쾌속 질주.

폭주 기관차처럼 최단거리로 달려나간다.

“굉장히 특이한 방식으로 탐사하시는군요.”

그렇게 6일째가 되고, 지하 5층까지 내려갔을 때, 가면을 쓴 베아트리체와 레지스탕스 정예 대원들이 도착했다.

내가 표시해둔 길을 따라서.

혹여 후발대가 길을 잃을까 싶어서 굵은 실을 입구부터 두고 온 것이다.

“네 생각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 던전을 연구했으니까.”

나는 간단하다는 듯 말한다.

만약 각 층에 있는 모든 방을 클리어하면서 내려왔다면 아직 1층에서 허덕이고 있겠지만, 공략법을 아는 만큼 전혀 그럴 필요 없으니.

이에 베아트리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오는 길에 중간 방들과 예티 사체가 있었기에 신뢰하는 눈치다.

“이대로 쭉 직진하실 겁니까?”

“그래, 이제 곧 악마의 방이 나타날 거다.”

지하 6층.

이곳은 원작 <별들의 전쟁2>와 마찬가지로,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가 잠들어있는 모양이다.

지하 5층까지 내려오니 서서히 고대 드워프 왕궁이 드러났으니.

얼음으로 뒤덮여있지만, 순수 황금으로 세공한 토룡(土龍) 문양 장식과 드넓은 복도가 나타난 거다.

함께 온 레지스탕스 소속 드워프들은 흥분했다.

“스코틀린 지하가 우리 드워프 일족의 고대 성지라는 게 사실이었군!”

“베아트리체 대장님! 이곳에서 은광보다 귀한 금광과 미스릴 광의 맥이 잡힙니다! 이거 잘만하면 엄청난 양의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드워프는 대장장이 종족으로서, 탄광을 매우 사랑하는 자들.

고대 드워프들 또한 이는 마찬가지였기에, 가장 풍요로운 곳에 왕궁을 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을 지배하는 악마를 없애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악마.

이들은 멋대로 공간을 비틀거나, 환영을 보이며, 지옥불을 소환하는 등 막강한 권능을 가진 존재들이다.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또한 그에 걸맞은 권능을 가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나를 비롯한 레지스탕스 전원을 일격에 휩쓸어버릴 수 있는 막강한 권능.

더구나 이곳은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악마의 미궁이니까.

······아무리 4써클이자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는 나라도, 미궁 속 악마에게는 어둠 속에서 홀로 애처로이 불을 밝히는 촛불에 불과할 지어니.

철저하게 파훼법을 따라야 한다.

“도착했군요.”

미궁의 끝은 왕궁의 ‘편전’이었다.

왕과 신하들이 모여 국사를 의논하는 어전 회의실.

고대 드워프 왕궁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방문 앞으로 온다.

그 끝이 천장에 닿는 문 앞으로.

흑문에는 두 마리의 타락 천사가 새겨져 있다. 서로 무기를 교차해서 들고 있는 모양.

“제가 말씀드린 바를 숙지하셨겠지요.”

나는 표정을 엄숙히 하며 말한다.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그 악랄한 존재는 함께하는 동료 중 누구 하나만 실수해도, 그 일당 전체를 얼려 죽이는 악마일 지어니.

만약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나까지 심장이 얼어버릴 수 있다.

“······눈보라의 악마 자체는 물리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라.”

“마계화 된 궁전 속에 있는 ‘프로즌 크리스탈’을 부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베아트리체와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프로즌 크리스탈.

고대 드워프 왕국에서도 극히 희귀한 보석.

차디찬 마나를 빨아들여 한기를 머금었으며, 다이아몬드 이상의 강도를 가진 마법 아이템이다.

리치는 라이프 베슬을 부숴야 물리칠 수 있듯이,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는 그 프로즌 크리스탈을 부숴야 없앨 수 있다.

모두들 목적을 상기한다.

결의를 다진다.

“그럼 작전을 시작합니다.”

【스파크 lv3.】

파치지직-!!

하지만 나는 대문 옆에 있는 빈 곳으로 홀로 걸어간다.

악마의 편전으로 곧장 들어가는 게 아니라, 텅 빈 얼음 바닥 위로.

프로즌 크리스탈이 없는 곳부터 먼저 간다. 이것이 궁극적인 해답이니까.

쿠과과광-!!!

손에 전격을 뿜어내며 내리친다. 얼음 바닥을 무너뜨린다.

숨겨진 공간으로 내려간다.

-lv25 프로즌 워리어. (봉인 중.)

-lv25 프로즌 워리어. (봉인 중.)

-lv24 프로즌 아쳐. (봉인 중.)

-lv24 프로즌 아쳐. (봉인 중.)

.

.

그 안에는 수많은 얼음 병사가 있었다.

마치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는 병마총처럼.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그녀는 눈으로 병사를 만들 수 있는 권능이 있으니까.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가 남하하여 대한파를 일으킬 때를 위하여 수천 명의 얼음 병사를 빚어낸 거다.

만약 악마의 편전부터 열었다면 당장 깨어나 포위 공격해왔을 놈들.

“만드느라 고생 많았겠군.”

고고고.

나는 붉은 눈의 스태프를 꺼낸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미소를 짓는다.

얼음 또한 수분. 주위에 습기는 충분한 만큼 물의 힘은 충만하다.

“치우는데도 고생하겠어.”

쿵, 쾅, 쿵, 쾅.

촤아아악!

용의 심장이 뛴다. 질서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용족의 심장. 중간계에 강림한 악마를 보고 적의를 드러낸다.

쿠과아아아-!!!

일순 터져 나오는 물의 거대한 폭풍.

차디찬 얼음물이 수백 명의 얼음 병사를 에워싼다. 마치 빙하의 소용돌이처럼 정중앙으로 빨아들인다.

그리고 유빙이 녹아 없어지듯 서서히 사라진다.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얼음 병사들은 방어 기제조차 발현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

그렇게 한참 얼음 병사들을 제거하고 있자,

-키야아악-!!

저 멀리서 한 설녀가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날아온다.

외모는 눈꽃만큼이나 새하얗게 아름답지만, 피부가 창백하다 못해 괴물처럼 푸른 여인 형태.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

이미르의 권능으로 수십 년간 빚은 병사들.

이들을 모두 잃는다는 건 곧 그의 진노를 사는 일.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제 자식 같은 군단을 잃는 것은 울분이 터질 일일 테니.

마치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제 새끼들이 하이에나들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목격한 어미처럼 날아든다.

쏴아아아아-!!!

거대한 눈의 폭풍을 일으킨다.

마치 온 세상을 표백시켜버리려는 듯, 하늘도, 땅도 하얗게 뒤덮어 버리는 눈의 폭풍.

“······큿!”

【아쿠아 실드 lv2】

나는 크게 밀려난다.

악마의 진심 어린 분노는 나로서도 막기 벅차다.

급하게 만든 물의 베리어가 순식간에 쩌저적, 깨져나간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미궁을 공략할 최적의 타이밍.

내 자리만 간신히 막아내며 고함쳤다.

“······베아트리체! 지금이다!”

콰앙!

내 신호에 레지스탕스를 이끌고 있던 베아트리체가 타락 천사의 대문을 열어젖힌다.

그 안에 보이는 건 끝없이 내리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버린 고대 드워프의 궁전.

마계화가 진행돼서 끝없이 넓어진 설산에 천장도 없이 덩그러니 버려진 얼음 궁전이다.

엘프들은 당장 광물 탐지기를 사용해 프로즌 크리스탈의 위치를 찾는다.

“프로즌 크리스탈은 어디에 있지?”

“저기다!”

한 엘프가 삿대질하자, 그와 동시에 광물을 다루는 데 장인인 드워프들이 출동한다.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의 목숨이 담긴 보석.

프로즌 크리스탈을 파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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