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포상 (2)
"그래, 네가 회수할 수 있다면 성물을 구해보거라."
성녀 루크레치아는 언약을 마치고 떠난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20명의 수녀와 세인트 발키리가 뒤따른다.
미케일라가 눈짓으로 인사하고 떠난다.
“후, 드디어 해방인가.”
그제야 나는 침대에 풀썩 쓰러진다.
깨어나자마자 프레야 교단 성기사단 최고 사령관을 만나다니.
심지어 이후 그 거물과 직접 협상을 했다니.
요즘 들어 심장이 남아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한참 침대에 누워 심호흡한다.
꼬르륵.
‘······배도 좀 채워야겠군.’
그제야 뱃속이 텅 비어있다는 걸 자각한다. 가문 식당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군.’
뭐, 굳이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니까.
적당히 빵과 소시지, 그리고 과일을 챙긴다.
-우움~! 움움~!
오랜만에 소환하자 날 반기는 노움.
신났는지 방방 뛰어다니며, 내가 무사한지 확인하듯 주위를 빙빙 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포도를 한 송이 쥐여준다.
"정령이라 그런가? 호들갑이 심하군. 자면 얼마나 잤다고."
-우움~?
고개를 갸웃하는 노움.
무시하고 가문에 있는 임시 둥지로 향한다.
오랫동안 못 본 용용이도 잘 지내나 궁금했으니까.
-키야아악-!
저 멀리서부터 용용이의 분노한 울음이 들린다. 오랫동안 신경질을 부렸는지 목이 쉰 모양.
“으아아······. 이 녀석 왜 이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먹이도 안 먹고 날뛰고 있습니다!”
두려워하는 하인들. 먹이를 두고 부리나케 달아난다.
하기야 샌드 드레이크는 덩치도 덩치지만,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니까.
“잠깐 비켜보십시오.”
“······헉. 네카르 도련님?”
나는 겁먹은 하인들을 제쳐두고 철창으로 다가간다.
-크롸아아!
그런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살벌했다.
마치 용이 진노한 듯 내부를 박살 낸 모습. 심지어 애시드 브레스까지 뿜었는지 둥지 내부가 크게 녹아있었다.
만약 목에 매인 쇠사슬이 없었다면 유혈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일.
“용용아.”
-······키야악!
뾰족한 외침을 지르는 용용이를 부른다.
신경질적으로 내 쪽을 바라보는 용용이.
-키약?
잠깐 멈칫했다가 곧장 알아보는 용용이.
-크르릉.
이내 머리를 낮추고 혀를 낼름거리며 내 쪽을 바라본다. 다가오려고 그르릉 거리지만 쇠사슬에 붙잡혀 있다.
“아무래도 제가 계속 안 보여서 불안했던 모양이군요.”
“엇, 도련님······! 위험······.”
“으아아······.”
나는 하인이 들고 있는 쇠창살 열쇠를 빌린다. 철컥, 열리는 쇠창살.
“그래, 착하지. 간식 가져왔다.”
-캬릉.
머리를 쓰다듬으며 새콤한 사과를 바구니째 가져다준다.
한입에 꿀꺽 사과를 먹는 용용이.
아무래도 많이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여, 역시 진짜 네카르 도련님이시다!”
“어서 윗분들을 모셔와라. 어서!”
“?”
그런데 경비병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잠시 기다리자 네하드람이 달려온다.
“······네놈. 이제 괜찮은 거냐? 왜 벌써 일어나 있느냐?”
오늘도 괜히 신경질을 부리는 네하드람.
다만 날 걱정해주는 것인 만큼 웃으며 넘어간다.
“몇 시간 자고 일어났다고 사람이 죽습니까? 왜 그렇게 호들갑이십니까?”
“뭐? 몇 시간? 네놈이 잠자고 있었던 건 무려 한 달이다. 한 달간 잠만 자고 있었다고!”
“······!”
그러나 네하드람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한 달.
그동안 나는 물도 마시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는 뜻이니까.
‘······잠깐. 그럼 루크레치아는 도대체 얼마나 기다린 거야?’
섬뜩한 생각이 든다.
아무리 소강 상태였다곤 해도,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은 서부를 두고 날 기다리다니.
아무래도 내가 그간 행한 업적들을 듣고 정말 헌신적인 마법사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
물의 명가 크라우드 광장.
동부 최고 번화 도시이자, 동부의 꿈으로 상징되는 이곳은 축제라도 열렸는지 발 디딜 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이 가득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특별했는데, 물의 명가 크라우드 인근 사람만 모인 게 아니라, 동북부와 동남부 등 동부 대륙 주민이 모두 몰려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모두 막혀, 가신들이 통제했다.
“우와아아! 네카르경이시다! 동부를 구원한 성자님이시다!”
“‘아룡 기사’님께서 나오셨다! 저게 그 유명한 샌드 드레이크인가봐!”
“······.”
나는 귀 먹먹한 환호 속에 제단 위로 오른다.
나는 전혀 기사가 아니지만, 데힐라칸에게 물의 성검을 꽂아 넣은 장면이 참전 용사들에게 회자되었기에 아룡기사라는 이명이 붙은 모양이다.
날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
‘생각보다 사람이 훨씬 많군.’
원작에서 동부의 변은 시작하자마자 대륙 곳곳에 흑마법사들이 숨어서 난동을 부린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미리 그들을 전부 처치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다.
-크르릉······.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용용이가 대단히 불안하게 울지만, 목을 쓰다듬으며 타이른다.
이윽고 주교 그린달이 제단 위로 올라온다. 모두를 조용히 시킨다.
“네카르 폰 크라우드. 그대는 프레야 교단에서 거악으로 지명한 ‘데힐라칸’을 처치하여 수많은 사람을 구원했다.”
“······.”
“이 밖에도 흑마법사 베어켈, 괴조 카디악, 가뭄의 악마 타비로스, 발록, 비홀드 등 악의 세력을 처치하고 동부 주민을 구한 바. 이에 표창한다.”
그러면서 주교 그린달은 미리 준비해둔 청록빛 보석이 박힌 함을 가져왔다.
백금 배지.
청록빛 보석 테두리 안에 새하얀 보석이 세공된 배지가 담겨 있다.
금빛 배지 때와 마찬가지로 프레야 여신이 기도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척.
내 가슴에 착용시켜주는 그린달.
몰려온 구경꾼들이 함성을 지른다.
내 활약에 가족의 목숨을 구하거나, 복수한 사람들.
고층 건물 위에서 꽃잎을 뿌리기도 했었다.
‘뭐,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군.’
날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찾아와준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 일이니.
엡실론을 비롯한 각 지역 영주들이 다가온다.
“우리 동부 귀족 연합은 포르티스 요새 수성전에서 영웅적인 노고를 보여준 네카르 폰 크라우드 공을 기린다.”
각기 다른 가문이 자신만의 특산품을 선물한다.
대부분 마법 실험 재료.
의도는 감사하나, 마법을 스킬로 습득하는 나로선 별로 쓸모없는 선물들이다.
“흙의 명가 크로코 가문은 무려 가보 중 하나인 ‘정령 배양토’를 선물하겠소!”
“······!”
물론 그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다.
정령 배양토.
흙의 정령이 가지고 논 흙으로, 특별한 힘을 담은 토양이다.
-우움!?
흙의 정령 노움이 당장 눈을 반짝인다.
정말 화들짝 놀랐는지 먹던 포도알까지 떨어뜨린다.
‘정령 승급 재료다······!’
나 또한 그 가치를 알아본다.
정령 배양토.
저것은 정령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마나가 듬뿍 들어간 흙. 저것을 섭취하면 정령의 격이 한 단계 상승하니까.
덥석 받는다.
“좋은 선물 감사합니다.”
나는 모든 영주에게 허리 숙여 감사한다.
이후 자질구레한 행사가 끝난다.
펄럭! 쐐애액!
보상도 다 받았으니, 용용이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간다. 기다렸다는 듯 날아오른다.
우와······.
터져 나오는 감탄사들.
일부러 천천히 사람들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며 난 다음, 가속해서 크라우드 가문을 떠난다.
쐐애애액!
-끼야아악!
속 시원하도록 마음껏 하늘을 날게 하고 가문으로 돌아온다.
행사가 끝났음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내성으로 곧장 들어온다.
***
“다시 떠나시는군요.”
현자 카나단이 날 기다리고 있다.
대견한지 하염없이 웃는 모습.
도대체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날 발견한다.
“가문이 그립다면 언제든 돌아오거라.”
네하린을 비롯한 크라우드 가문 사람들도 모두 찾아와 배웅해준다.
모두 고위급 마법사들.
‘이번에 떠나면 정말 한동안 못 돌아오겠지.’
나 또한 한 사람 한 사람 감사히 인사를 나눴다.
차기 가주인 네하린에겐 훈훈한 덕담도 나눈다.
“받거라. 혹여 끼니도 못 챙겨 먹을까 걱정돼서 주는 것이다.”
네하드람은 각 상회의 백지 수표 다발을 넘겨 주었다.
······도대체 밥을 얼마나 호화롭게 챙겨 먹으란 건지.
이로써 앞으로 돈이 부족할 일은 없게 됐다.
뚜벅, 뚜벅.
그때 영주 성에서 가주 엡실론이 걸어왔다.
이젠 데힐라칸에게 입은 부상을 모두 치료한 모습.
‘······큰 깨달음을 얻으신 모양이군.’
-lv56 6써클 엡실론 폰 크라우드.
심지어 시스템에 따르면 무려 6써클의 벽을 뚫었다고 한다.
동부 최강자였던 그가 원작과 달리 데힐라칸에게 살아남았을뿐더러,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다.
레벨도 무려 5개나 높아졌으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벌써 4써클이라고 들었다.”
엡실론은 차분히 나를 바라본다. 호수처럼 깊은 눈.
하기야 4써클 1티어 마법사라면 슬슬 대륙 전체에서도 정상급 강자니까.
그것도 고작 20대 초반 나이에 그 정도 경지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하다.
내가 엡실론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 경지를 뚫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테니.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따라서 묻는다.
너는 어떤 길을 갈 것이냐고.
나는 즉답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린 꿈을 이어가야지요.”
동부의 꿈.
이를 이루기 위해선 다른 지역과의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고 말한 적 있다.
‘북부. 이제 곧 대한파가 몰려올 것이니까.’
나는 북부의 미래를 알고 있다.
그곳 또한 데힐라칸급 거악이 잠들어 있으니.
그를 막으러 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 사지(死地)에 걸어가는 꼴일지도 모르겠지만.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계속 홀로 가시밭길을 가는 구나.”
엡실론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내 어깨 위에 툭 손을 올려둔다. 나와 천천히 눈을 마주친다. 호수처럼 깊은 눈.
내 가슴에 박힌 플레티넘 배지를 바라보더니 덕담을 남긴다.
“네가 내 자식인 것이 자랑스럽다.”
묵직하게 울리는 한 마디.
"너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 넌 너의 길을 가거라."
굳이 자신의 꿈을 이을 필요가 없다고 전한다.
이후 내성으로 돌아간다.
“······건강하십시오.”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 엡실론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다.
-키야악!
엡실론을 향해 우렁차게 울부짖는 녀석. 마치 자신이 있으니 걱정 말라는 눈치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샌드 드레이크 용용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북부로 가기로 이미 정해졌으니.
다만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남았다.
***
다그닥, 다그닥.
가문을 떠난 후, 나는 마차를 따로 타고 사해로 향한다.
사해(沙海).
물의 명가 크라우드에서 관리하는 죽음의 땅.
용용이가 원래 서식하던 모래 지대다.
‘아무리 그래도 용용이를 북부까지 데려가는 건 무리겠지.’
-크르릉.
마차에서 내리자 하늘에서 내려와 내 얼굴을 핥는 용용이.
나는 한동안 못 보는 만큼 사과를 한 무더기 안겨주고 한참이나 용용이를 바라본다.
샌드 드레이크.
말 그대로 사막에서 사는 파충류다. 뜨거운 모래 위에서 사는 포식자.
그러나 북부는 동부사막과 정반대로 혹한의 숲.
사막의 포식자를 데려가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잠시 여기서 기다려.”
-크릉?
사과를 실컷 먹어서 기분이 좋은지 엉겨 붙는 용용이를 밀어낸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 발자국 더 다가오는 용용이.
“지금 당장은 널 데려가기 애매하니, 잘살고 있어. 차후 나 돌아올 때까지.”
그러나 나는 또 한 번 밀어낸다.
그리고 손짓을 했다. 날아오르라는 시늉. 저 멀리 있는 모래 산을 가리킨다.
“안장은 떼지 말고. 내 허락 없이 떼면 죽는다?”
-키약?
안장을 툭툭 치며 말한다.
그러나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용용이.
결국, 일전에 숨어있으라고 가르친 명령을 내린다.
펄-럭.
그제야 하늘로 떠나는 용용이. 내가 가리킨 모래 산으로 날아가서 숨는다.
나는 용용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본다.
“뭔가 시원섭섭하군.”
영원히 안 보는 것도 아니고, 북부에 다녀올 때까지만 안 보는 거지만.
이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겠지만.
막상 함께 죽음을 극복하며, 싸운 동료가 사라지니 마음이 상당히 허전하다.
“가지.”
하인에게 명령한다. 내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출발하는 하인.
나는 마차 창문 밖을 바라본다.
용용이가 떠나간 방향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
한참 머리 식히고 크라우드 가문으로 돌아왔다.
홀로 북부로 떠날 채비를 한다.
“······갈 길이 멀군.”
최종 목표를 상기한다.
북부에 서식하는 거악, 데힐라칸급 괴물 이미르를 죽이는 것.
이는 동부의 변처럼 포르티스 요새 같은 유리한 지형에서 방어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홀로 산맥을 부숴버린다는 설인왕과 그 존재를 따르는 설인 군단이 부활하기 전에 '북벌'하여 침공까지 해야 한다.
인간들에게 유리한 지형을 포기하고, 적들이 수백 년간 지배했던 산맥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이다.
말 그대로 사자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꼴.
과연 날이 갈수록 난이도가 매번 배가 된다고 악명 높은 <별들의 전쟁2> 메인 스토리답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북부 세력을 통합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거기에 북부는 동부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
거듭된 북부 몬스터의 침공에 민간인들이 고통 받는 지역.
속까지 썩어있어 거의 모든 북부 귀족들이 흑마법사와 결탁해 있으니.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더구나 동부에 남아있던 흑마법사 쓰레기들까지 북부로 달아났을 테니, 난이도는 더욱 어려워지겠지.
이 악조건을 해결하려면 일단 내부 단속부터 해야 한다.
'위대한 공녀 베아트리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녀를 만나야 해.’
위대한 공녀 베아트리체.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등장하는 메인 히로인 중 하나로, 플레이어의 도움으로 훗날 타락한 귀족들을 학살하고, 북부의 패자가 되는 여인이다.
여러모로 유저들에게 매우 큰 인기가 있던 여인.
물론 플레이어가 잘못 진행하면 역으로 흑막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되고 말지만······.
나는 베아트리체를 공략하는 방법도, 북부 메인 스토리 해결법도 모두 꿰뚫고 있다.
‘우선 그녀와 만나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북부의 불법 상회 ‘블랙 이글루’에 들어가는 거다.’
블랙 이글루.
북부의 불법 상회이다. 동부 암시장인 ‘블랙 오아시스’과 연계된 불법 상회.
베아트리체가 애용하는 가게다.
다만 이는 위치가 비밀일 뿐더러, 입장권이 필요하다.
‘마땅한 안내자가 필요하다. 경험 많고, 북부 곳곳을 잘 아는 놈으로.’
대개 용병들이나 도둑 길드에서 이에 대한 단서를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네하드람 덕분에 돈도 많은 만큼, 괜찮은 길잡이를 구할 생각이다.
“마리우나 산맥에서 온 용병입니다! 일 거리를 찾습니다!”
“중앙으로 가실 상인분! 단 한 번도 계약자를 포기한 적 없는 스콜피온 용병단에서 호위합니다!”
인산인해인 용병 길드를 찾는다.
마침 크라우드 가문은 포르티스 요새 수성전 이후 쏟아져 나온 용병들이 많으니까.
전쟁이 끝나고 전후 복구로 상인들도 기회의 땅이 열린 만큼 공급과 수요가 폭발한다.
“······북부 최대 도시 ‘오르비스’로 함께 떠날 손님을 모집합니다! ‘황금상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거래입니다!”
그때 귀에 꽂히는 얘기가 하나 있었다.
북부로 떠나는 황금상회.
내 목적지이기도 했고, 큰돈을 안겨준 네하드람이 운영하는 동부 최대 상회니까.
‘어쩌면, 황금상회라면 알지 않을까?’
황금상회는 규모가 대단한 만큼 자체적으로 정보 길드도 운영하고 있으니까.
만약 북부 황금상회에 가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가능성 있을지 모른다.
나는 고함치는 길드 안내원에게 다가간다.
“북부 오르비스로 함께 가고 싶군.”
“허억! 동부의 구원자 네카르 경이십니까! 바로 모시겠습니다!”
호위 비용은 5,000페니였다.
1페니가 한화로 약 5,000원 정도니, 이동 한 번에 무려 250만원.
추가 호위 주제에 더럽게 비쌌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결제한다.
내 돈 아니니까.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친절하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역시 돈의 액수가 달라서일까?
호위하겠다는 용병단 대장이 먼저 다가와서 붙임성 있게 인사한다.
“?”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들이다.
-lv33 은빛 늑대 용병단장 맥스.
이게 무슨 우연일까?
첫 방랑 때 만났던 용병단을 지금 또 만났다.
“헛! 마법사님은······! ”
“오랜만이군.”
나는 반갑게 악수한다.
맥스는 부담스럽다는 듯 허리 숙이며 악수를 받는다.
"그 유명한 아룡기사님을 다시 뵙다니! 이거 다시 없을 영광이군요!"
“그동안 진전이 있었나보군."
“핫하. 과연 그걸 알아보셨습니까? 네카르 경께서 보시기엔 큰 차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너털하게 웃는 맥스.
아닌 게 아니라, 일전에 만났을 때보다 레벨이 4개나 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포르티스 요새 수성전에 참전해서 큰 경험을 얻은 모양이군.’
나는 그 이유를 직감한다.
하기야 은빛 늑대 용병단은 내 부름을 받고 전진 마을 비트로까지 곧장 구하러 왔으니까.
그간 마경에서 쏟아지는 대규모 언데드 군단을 상대했는데 경험이 쌓이지 않았다면 이상하리라.
‘잠깐. 맥스 수준이라면 수십 년간 방랑했을 용병일 텐데.’
혹시나 싶어서 묻는다.
“혹시 자네 북부의 블랙 이글루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예······? 그, 그건 갑자기 왜 찾으시는 지······?”
살짝 두려움에 질려서 되묻는 맥스.
그게 뭐냐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왜 찾냐고 묻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별 건 아닐세. 나도 그곳에서 찾는 물건이 있어서 말야.”
“아하, 그렇군요. 원하신다면 제가 약도를 드리겠습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맥스.
하기야 황금상회 후계자의 동생인 내가 갑자기 암시장을 아냐고 물으니 긴장할 수밖에 없을 터다.
목적에 달성했으니, 잡담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아, 출발하기 전에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일이 들어오다 보니 쉴 틈이 없어서요. 3시간 후면 돌아올 겁니다.”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기야 큰 전투에 연이어 참전했으니,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때 출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