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이 셰익스피어였다-77화 (77/203)

77. manager - 관리자, 매니저 (1)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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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의 김연숙 작가, 구진식 CP 불화설]

최근 「검은 달」의 시청률 추락과 함께 내부적인 불화설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의 경우 연출자인 오 감독이 아닌 구진식 CP와의 불화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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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식 CP는 대본의 억지 설정과 무리한 극 전개, 그리고 자극적 소재로 인해 작가와의 이견 다툼 중 생겨난 문제라고 밝혔다.

[다스패치 박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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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 하차설 김연숙 작가 “구진식 CP와 불화... 맞다”]

드라마 「검은 달」의 극본을 맡은 김연숙 작가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연숙 작가는 지난 토요일 매일연예와의 인터뷰에서 ‘검은 달’과 관련된 여러 가지 루머에 대해서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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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하차설과 관련해 제작사의 외압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특히 초반 기획과 인물 캐릭터 설정에 구진식 CP가 참여했다는 제작사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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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작가와 불화 휩싸인 ‘검은 달’의 구진식 CP, 그는 누구?]

톱스타 조한웅의 몰락.

곤두박질치는 드라마 시청률.

게다가 명대사 제조기 김연숙 작가와 구진식 CP의 불화까지.

「검은 달」의 추락은 걷잡을 수 없는 이슈가 되어 기사로, 또 각종 밈으로 대중들에게 퍼져나갔다.

“두 사람 잘 맞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뭐 그동안 비즈니스 사이였던 거지. 작품 하나 망하니까 서로 저격하고 난리도 아니더라. 나이 먹고 둘 다 왜 그러는지. 쯧쯧.”

“안 그래도 김 작가는 서브 작가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 안 좋았는데 큰일 났네.”

“내 말이. 솔직히 언제적 명대사 제조기야? 난 김 작가 드라마는 오글거려서 못 보겠더라.”

여기저기를 다녀도 온통 「검은 달」의 이야기가 들린다.

문득 로버트 그린이 떠오른다.

그는 자전적인 팸플릿에서 다음과 같이 나를 저격했다.

‘우리의 깃털로 꾸민 벼락출세한 까마귀가 있다. 배우라는 껍데기 속에 숨긴 호랑이의 심장으로 이 친구는 그대들만큼이나 훌륭하게 무운시로 뽐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다가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 생각하여 자신만이 이 나라의 무대를 흔들 수 있다는 우쭐함에 빠져 있다.’

‘배우라는 껍데기 속에 호랑이의 심장’이라는 표현은 내 작품 중 헨리 6세에 나오는 대사를 비꼰 것이었다. ‘나라의 무대를 흔든다는(in his own conceit the only Shake-scene in a country)’ 표현은 내 이름 셰익스피어(Shakespeare)를 이용해 비꼰 것이었다.

결국 돌려 말했지만 나를 깎아내리기 위한 비난과 말장난.

물론 로버트 그린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천재라 여긴 적이 없으며 오히려 부단히 더 나은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었다.

‘모두 그의 부질없는 욕심에서 비롯된 헛된 망상일 뿐이지.’

질투 섞인 그의 욕심은 결국 다시 돌아와 스스로의 심장을 겨누는 화살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달」의 시청률 꺾임새가 크긴 했지만 다시 한번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와 제작사가 힘을 합쳐 노력했다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욕심과 이기심만 내세운 그들은 결국 와해 됐고,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이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나는 강 건너에서 불구경하듯 지켜볼 뿐이었다.

아, 팝콘 시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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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직전인 「검은 달」과 달리 드라마 「이옥」의 시청률은 순항하는 중이었다.

TV를 보던 엄마는 눈시울을 붉힌다.

“아이고, 우리 이옥이 이제 어떡하냐?”

“연화는 또 어떡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한 두 사람의 모습에 엄마와 누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 순간, 마음을 채 추스르지 못한 엄마가 다급히 나를 찾는다.

“서준아,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연화랑 이옥은 다시 만나니?”

“엄마, 지금 작가한테 스포 요청하는 거야?”

“어? 아니 그건 아닌데... 너무 궁금하니까. 이거 일주일 또 어떻게 기다리니?”

엄마는 일주일을 기다리는 게 힘들 정도로 이옥에 푹 빠져있었다.

아마 「이옥」을 시청하는 대부분의 가정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겠지.

나도 모르게 고양감이 차오른다.

누군가 내 작품을 기다린다는 것.

그것만큼 작품을 뿌듯하게 만드는 결과도 없으니까.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지이잉.

[작가님, 12화 시청률 집계입니다!]

정은미 피디가 보낸 메시지.

경쾌한 휴대폰 진동에선 정 피디의 들뜬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문자를 확인해 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14%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12화 중반에 들어서자 급격히 올라가 끝내 17%를 찍었다.

“이 시간에 누구야? 혹시 여자친구?”

누나의 말에 엄마의 관심도 나를 향한다.

“여자 친구 없다니까. 시청률 나온 거 정 피디님이 보내주신 거야.”

“정말? 어디 봐봐.”

누나가 목을 쭉 빼더니 메시지를 확인한다.

“시, 십칠 퍼센트? 우와 진짜 대박이다. 이러다가 20% 찍는 거 아냐?”

올해 들어 어느 방송사 사극도 기록한 적 없는 시청률. 그 목표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지금 같은 흐름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오만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근거조차 확실한 자신감.

그때, 엔딩 크레딧 올라온다.

“어? 엄마 저기, 서준이 이름 나온다.”

누나가 손을 가리킨다.

극본 : 권서준.

엄마는 화면에 떠오른 아들의 이름을 보며 내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며칠 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누나 때문이었다.

“괜찮다니까.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첫 출근이잖아. 내가 태워주고 싶어서 그래. 마침 나도 미팅 있어서 나가봐야 하고.”

오늘은 누나의 와이즈 출판사 첫 출근 날.

나는 모처럼 누나를 위해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기분은 좀 어때?”

“기분? 음...”

잠시 생각에 잠긴 누나가 입을 연다.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되는 게 좋아. 뭔가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소 들뜬 표정.

그러나 힘을 준 입꼬리는 보통 마음가짐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준아, 나 잘할 수 있겠지?”

“물론이지. 얼른 배워서 나중에 내 책도 봐줘.”

“어이구, 우리 권서준 작가님 책을요? 맡겨주시면 영광이죠.”

“실력 없으면 안 맡길 거니까 각오하라고.”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또 마음먹으면 한 열심 하거든요.”

보기 드물게 자신감 넘치는 누나의 모습.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인지 기분도 좋아 보이고. 당분간 크게 걱정할 거리는 없어 보였다.

‘잘 됐어.’

모든 게 좋았다.

드라마는 순항 중이었고, 방송계는 온통 이옥 앓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국문학계와 역사학계 쪽에서도 이옥에 대해 재조명을 하며 관심을 키우고 있었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야.’

초야에 묻혀있던 한 천재 문인을 양지로 꺼낸 놓은 것. 그 뿌듯함에 핸들을 잡은 손가락이 절로 리듬을 탄다.

그래.

모든 게 좋았다.

그러나 언제나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큰 성공을 얻은 덕에 귀찮은 일도 생겼다.

지이잉.

컵 홀더에 끼워 놓은 휴대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라 음소거를 해보지만 또다시 울리고, 또 울리고, 또 울린다.

번호가 하나라면 차단이라도 하면 될 텐데, 하루에도 수십 통씩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다.

말 그대로 온종일 울리는 휴대폰.

그래.

모두 드라마 「이옥」에 대한 성공 때문이었다.

연극과 소설의 성공과 달리 드라마라는 대중 매체의 성공은 확실히 그 여파가 달랐다.

자연스럽게 연락도 많아진다.

휴대폰뿐만이 아니었다.

메일도 하루에 수십 통씩 쏟아지고, 메시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일일이 확인하고 차단하는 것도 일이 되는 정도.

계약 관련 미팅, 사인회, 인터뷰 요청까지.

쏟아지는 스케줄에 전화가 쉴 틈이 없었다.

대부분은 거절하고 있지만 그것도 일이었다.

‘하마터면 오늘 스케줄도 놓칠 뻔했지.’

매일연예 윤석훈 기자와의 인터뷰 일정이었다.

스케줄이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 상황.

물론 이 모든 일을 혼자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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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타이거 스튜디오에서 마련해준 인터뷰 장소.

윤석훈 기자는 권서준 작가를 보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난번 촬영장 인터뷰 후에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한결 친근한 만남이었다.

“갈수록 인물이 훤해지시네요.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이거, 인터뷰 시작인가요?”

“아니요.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그럼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업계 비밀이거든요.”

권서준의 농담에 윤 기자가 웃음을 터트린다.

인터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까지 건네고, 아무리 생각해도 20대 입봉 작가가 풍기는 분위기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잠시 뒤,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윤 기자는 준비해온 질문지를 보며 질문을 시작했다.

“드라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옥에 대한 삶을 조명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 유명 왕이나 장수, 왕세자들을 대상으로 기획을 하는데, 특별히 이옥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옥은 제가 생각하는 천재 문인 중 하나입니다. 그의 작품이 소품체라는 당시 환영받지 않은 문체였고, 더욱이 과도기적인 문체라고 하여 원래의 가치보다 평가절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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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에 걸친 인터뷰.

권서준 작가는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자기 생각을 차분히 꺼내놓았다.

덕분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윤 기자의 입장에서도 한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수많은 명대사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 혹시 평소 대사를 쓰실 때 크게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마지막 질문.

윤 기자 본인도 궁금한 질문이었다.

“간단합니다. 아름다운 대사에 집착하지 않는 거죠.”

명대사를 쓰는데 아름다운 대사에 집착하지 말라니, 전혀 예상 못 한 대답이었다.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차 이어진 윤 기자의 질문에 권서준이 차분히 입을 연다.

“포장하기 위해서,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해서 고심하기보다는 그 순간 나올 수 있는 가장 진솔한 얘기를 떠올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그렇게 나온 말은 평범한 말일지라도 의미를 갖게 되거든요.”

“대사 자체보다는 상황과 연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비슷합니다.”

권서준은 잠시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답변을 이어간다.

“좋은 대사란 인상적인 대사가 아닙니다. 배우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대사, 더 좋은 연출이 나올 수 있게 이미지를 연상시켜주는 대사, 그게 좋은 대사죠.”

듣고 있던 윤 기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 사람, 역시 클래스가 다르군.’

작가라고 불리면서 작가답지 못한 작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권서준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명대사가 나올 수 있었던 거군요? 잠시 쉬어가자. 아름답지 않았다면 예까지 오지도 않았을 터...”

장안의 화제가 된 대사였다.

각종 패러디로 예능계를 휩쓸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작가님의 차기작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사극인지, 아니면 현대극인지부터 어떤 장르로 도전하실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마 당분간 드라마는 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네?”

“소설을 쓸 생각이거든요.”

“...”

갑작스러운 변화구에 윤 기자의 눈이 커진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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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뷰를 마친 뒤 곧장 타이거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수정 대리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정말 바쁘군.’

그 와중에도 전화기는 수시로 울리고 있었다. 나는 음소거로 한 뒤에 근처 한정식 전문점에서 오 대리를 만났다.

오 대리는 차분하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줬다.

“일단 포스 극단 쪽에선 아주 호의적이에요. 조건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상태고요.”

“오 대리님이 힘 쓰셨나 보네요?”

“아, 물론 차동혁 팀장님과 제가 최선을 다하긴 했죠. 하지만 작가님 대본이 가장 큰 이유인 건 부정할 수 없죠.”

말 한마디도 참 센스 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이르면 다음 달 쯤에 계약할 예정이에요. 계약과 동시에 언론 홍보 빵빵하게 진행될 거고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바빠지실 거 같네요.”

지금보다 더 바빠진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뭐,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감사합니다.”

솔직한 마음을 표했다.

“저희가 드릴 말씀이죠. 웨스트엔드에 한국산 대본이라니... 이런 역사적인 첫 시작에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거든요.”

보는 사람도 뿌듯해지는 표정.

오 대리 역시 단순히 일하는 게 아니라 보람과 성취를 느끼고 있었다.

훌륭한 직원이었다.

타이거 스튜디오 인사팀은 대체 뭐 하는 걸까. 이런 훌륭한 직원을 승진 안 시키고.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 대리가 갑자기 상체를 기울인다.

마치 선물을 준비한 사람처럼 들뜬 표정.

이내 미소를 지으며 놀라운 소식은 전해준다.

“포스 극단에서 작가님을 정식으로 초대했습니다. 그것도 영국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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