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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39화 (239/248)

00239 재벌에이스 =========================

하지만 말하는 과정에서 최민혁은 어젯밤에 궁금했던 걸 해소 시킬 수가 있었다. 최민혁이 어제 카지노에서의 일을 얘기하자 박민주가 하는 말을 듣고서 말이다.

-에드워드는 워낙 도박광이라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지기만 하셨는데 어제 정말 운빨이 민혁씨에게 따랐나 보네요. 도박판에서 운 좋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단 그 말이 맞나 봐요.

그러니까 박규철 회장이 최민혁에게 도박에서 이기라고 한 이유는 단지 에드워드에게 이겨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 뿐이란 소리였다.

‘하긴 영감탱이 어지간히 지는 걸 싫어하는 편이니까.’

한마디로 어제 카지노에서는 최민혁이 박규철 회장을 대신해서 에드워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셈이었다. 최민혁은 그렇게 하면 박규철 회장이 그의 소원 하나를 들어 주기로 한 사실까지 박민주에게 얘기했다.

-그래요? 아빠가 그랬단 말이죠?

“네. 어째든 소원권 하나 얻었네요.”

-소원권이요?

“회장님께서 무슨 소원이든 들어 주신다고 하셨으니 제가 소원권 하나를 획득한 거 아닙니까?”

-호호호호. 민혁씨는 같은 말을 해도 참 재미있게 얘기해요. 맞아요. 소원권. 그런데 그 소원권은 우릴 위해서 써야겠네요.

“네?”

-우리 계약 잊었어요? 그 계약을 이행하려면 결혼을 해야죠. 당연히.

“결혼요?”

최민혁은 필요에 의해 박민주와 계약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와 법적으로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놀라긴. 그렇다는 얘기죠. 우리가 결혼 할 사이란 걸 강하게 어필하려면 그 정도 소원권은 써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네요.”

박규철 회장 같은 능구렁이를 속이려면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 소원권 제가 대신 써도 될 까요?

아마 박민주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둘 사이에 금이 가게 된다. 최민혁은 박민주와의 관계를 아직까지 이어 나갈 필요가 있었기에 곧바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우리 사이에.”

-으음. 우리 사이라..... 그쪽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좀 뭐랄까......... 그렇긴 하네요. 아무튼 힘들게, 아니 운 좋게 딴 그 소원권은 제가 잘 쓰도록 할게요.

“네.”

-내일 모레 전지훈련 떠나죠?

“네. 뭐.”

-무리 하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럴게요.”

그렇게 최민혁은 박민주와 통화를 끝냈다. 소원권을 뺏긴 거 말고 맨 마지막에 박민주가 말하는 뉘앙스가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최민혁은 그녀와 통화 후 진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스르르 잠이 왔고 최민혁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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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는 최민혁에게 늦잠을 잤다고 했지만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그녀가 늦잠을 잘 리 없었다. 그녀는 어젯밤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의 자기 집으로 간 후 늦게 까지 일을 하다가 아침이 되자 또 출근을 했다.

일요일이지만 지금까지 해 온 그녀의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 주말에도 일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죽어나는 건 갤러리와 구단 관계자들이었다. 그렇던 말든 박민주는 일에 매진했는데 그 덕에 오전 중에 갤러리 일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오후부터 구단 일에 집중했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최민혁의 어깨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란 걸 말이다.

“수술까지 해야 한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단장님과 감독님은 올해까지 그를 활용하고 폐기하자는 쪽이고 기운 거 같더군요.”

박민주가 구단에 심어 놓은 관계자의 말을 듣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 듯 그녀가 말했다.

“혹시 그래서 최 선수가 비시즌중임에도 야구를 하는 게 아닐까요? 내가 듣기로 타자로서 재능도 타고 났다고 들었는데?”

“뭐 그런 거 같습니다. 마지막 몸부림이랄까? 하지만 투수가 갑자기 타자로 전향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괜찮은 타자가 많은 데 굳이 그를 써야 할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구단 관계자 역시 말하는 꼬락서니가 최민혁은 올해 쓰고 버리는 쪽으로 이미 기운 듯 보였다. 하긴 단장과 감독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면 그건 구단주라도 말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째든 그들은 일선에서 뛰는 최고 지휘관들이었으니까.

“최민혁 선수에 대해선 좀 더 알아보세요. 투수로써 그렇게 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그 자리에서 내려 오진 않을 테니까.”

“네. 뭐......”

박민주의 말에 대답은 하고 있지만 구단 관계자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박민주는 최민혁 문제는 그걸로 넘기고 다른 구단 일에 대해 구단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얼추 얘기가 끝나자 그를 내 보낸 뒤 잠깐 쉬다가 최민혁이 생각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에드워드와의 도박을 당신이 다 이겼다고요?”

에드워드는 정말 도박광이었다. 또 지기를 워낙 싫어하는 자라 박민주도 그의 승부욕에 학을 뗐던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에드워드를 제대로 엿 먹였다는 최민혁의 말이 박민주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민혁이 그에게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고. 그래서 그의 말을 믿고 에드워드에 대해 대충 얘기를 해 주었다.

그 뒤 내일 모레 전지훈련 얘기를 할 때 박민주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내일부터 그녀는 구단 일에서 손을 뗄 터였다. 그러니 그의 일은 이제 그녀 손을 떠나게 될 거라 더 안타까웠다.

현장에서 최민혁을 용도 폐기할 생각인 이상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잘 됐어. 그냥 은퇴하고 구단 일을 밑에서부터 배워 올라오는 게 더 나아.’

박민주는 최민혁의 의사는 어느 정도 존중해 줄 생각이었지만 그가 오성 라이온즈를 떠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 자신과의 관계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가 오성 라이온즈에 계속 남은 한 그에게 구단 일을 맡겨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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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가 최민혁과 통화를 끝낸 후 이제 슬슬 구단장으로서의 일을 본격적으로 정리해 나갈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누가 구단장 벌컥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박민주가 아까 만났던 그 구단에 심어 놓은 관계자였다.  한 명이었다. 박민주는 급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자신을 찾아오란 주의였다. 그래서 지금같이 구단 관계자도 급한 일이라 판단이 되면 거침없이 그녀 사무실 안에 들어왔다. 물론 노크는 필수적으로 해야 했지만.

“또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갑자기 찾아 왔단 건 뭔가 급한 일이 터졌단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구단주님. 최민혁이 사고를 단단히 친 거 같습니다.”

“사고요?”

“네. 어제 태산 베어스 2군과 시합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랬죠.”

“그런데 최 선수가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모양입니다.”

“뭐라고요?”

최민혁이 마운드에 올랐단 말에 박민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거기다 어깨 상태도 안 좋은 그가 마운드에 올랐단 건 부상을 부추기는 일이었다. 그런데 구단 관계자의 다음 말이 박민주의 찌푸린 얼굴을 펴지게 만들었다.

“구단주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뭐가요?”

“최민혁 선수가 어깨 부상이란 거 말입니다.”

“CT며 MRI검사 결과 부상이 확실하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그런 선수가 어떻게 162Km/h의 공을 던진단 말입니까?”

“네에?”

구단장인 박민주도 국내파 투수 중에 162Km/h의 공을 던진 선수가 없단 사실 정도는 알았다. 즉 100마일의 강속구를 최민혁이 던졌단 소리였다.

“그래서 즉시 최민혁 선수에 대해 다시 알아보라고 현장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잘했어요.”

“그리고 타자로서의 그의 재능도............ 확실히 구단장님 말씀대로 최정상에 서 본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른 모양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제가 최민혁 선수와 연습 시합을 한 나정 히어로즈와 태산 베어스 2군 감독들과 통화를 해 본 결과........... 천재라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난 박민주의 얼굴이 만개했다. 자신의 남자가 천재란 소릴 듣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일 줄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그럼 그 사실도 현장에 알려야겠네요.”

“네. 안 그래도 그때 시합 내용을 취합하고 있습니다. 끝나는 대로 자료들을 현장에 보낼 생각입니다. 그럼 단장과 감독이 알아서 최민혁 선수를 다시금 판단하게 되겠지요.”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구단 관계자가 더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그게 뭔지는 박민주가 더 잘 알았다.

“맞아요. 저 내일부터 본사로 가게 될 거 같아요.”

“네? 아아! 축하드립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박민주가 구단주에서 본사로 간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렇다고 구단주 노릇을 게을리 하진 않을 거예요.”

박민주의 그 말이 내포 한 말은 의미가 뭐겠는가? 본사로 가도 그녀는 계속 구단주 자리를 지키겠단 소리였다. 구단 관계자는 속으로 안도 한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구단 내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저에게 꼭 연락 주세요. 특히 최민혁 선수에 관해선 작은 일이라도 꼭 보고해 주기바래요.”

“네? 아네. 알겠습니다.”

사실 박민주는 본사로 가면서 갤러리 관장과 구단주 자리를 다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최민혁 때문에. 그를 계속 지켜보려면, 아니 지켜 주려면 구단주 자리는 계속 필요할 거 같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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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의 얘기를 듣고 나서 그녀 사무실을 나서서 자신의 사무실로 간 구단 관계자 변우섭은 최민혁에 대해 알아 봤다. 그냥 형식적으로. 대충.

“어?”

그랬는데 그 결과가 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이, 이게 대체........”

놀랍게도 최민혁은 나정 히어로즈와 태산 베어스 2군과의 시합에서 타자로 나서서 전 타석 출루를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냥 출루만 한 게 아니었다.

“맙소사. 사이클링 히트에 전 타석 홈런? 이게 말이 돼?”

그뿐만 아니었다. 그가 맡은 수비 포지션도 놀랄 일이었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외야는 물론 내야 수비까지 다 된다는 소리잖아?”

수비에서 에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파인 플레이 개수가 이게 진짜인지 싶을 정도로 많았다. 그 말은 수비도 완벽하게 해 낸단 소리였다. 비록 상대가 2군이라지만 거기서 맹활약을 했단 건 1군에서도 충분히 뛸 자질이 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바로 어제 태산 베어스 2군을 상대로 최민혁이 마운드에 올라 던진 공의 구속 때문이었다.

“미쳤군. 이, 이게 사실이라면......”

162Km/h! 이는 결단코 국내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속의 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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