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33화 (233/248)

00233 재벌에이스 =========================

최민혁이 타이탄스 감독, 선수들과 악수를 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척 돔을 나설 때까지 세나는 조용했다. 최민혁이 써 먹을 포인트는 이미 선불로 죄다 끌어다 써 버렸기에 세나가 지급할 포인트도 없다보니 세나도 딱히 최민혁에게 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최민혁은 주차장으로 가서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막 시동을 걸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오성 라이온즈의 구단주 박민주였다.

“네. 민주씨.”

최민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에요?

최민혁은 잠깐 생각을 했다. 그가 또 비시즌 중 시합을 한 걸 구단주인 박민주가 알면 잔소리를 할 거 같아서. 하지만 숨기는 게 더 이상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얘기했다.

“........야구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친 덴 없죠?

“네.”

-그럼 됐어요. 그럼 지금 고척 돔이란 얘기네요?

“네. 이제 막 차에 탔습니다. 지금 집에 가면.....”

-아뇨. 그냥 거기 계세요. 제가 그 근처니까요.

그렇게 5분 뒤 최민혁은 박민주와 만났다.

“타세요.”

그리고 박민주의 차에 올랐다. 샤워는 한 터라 땀 냄새까지 나진 않았지만 최민혁은 하나도 꾸민 게 없는 상태였다. 그런 그를 데리고 박민주가 어딘가로 데려갔다.

“시간이 없는 관계 상 한꺼번에 해결 하도록 해요.”

그 말 후 그녀가 최민혁을 데려 간 곳은 근처 백화점이었다. 그것도 오성 백화점. 당연히 그곳에서 그녀는 VVVIP였고 그녀만을 위한 맞춤 코디네이터들이 있었다. 그 코디네이터들이 최민혁을 10분 만에 완전 딴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괜찮네요.”

박민주가 최민혁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확인을 하고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가요.”

“아니. 그래도 계산은........”

최민혁이 자신을 환골탈태 시켜 준 코디네이터들에게 옷과 악세사리 값을 지불하려 할 때 박민주가 말했다.

“제 선물이에요. 그러니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부담을 가지지 말라지만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최민혁의 옷값만 천만원대가 넘었고 그가 찬 시계가 3천 만원, 그리고 그가 신은 신발이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었으니까. 하지만 휑하니 백화점을 나서는 박민주를 보고 최민혁은 한숨과 함께 그 뒤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을 나선 박민주는 곧장 경기도 광주로 향했다. 거기까지 가는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최민혁과 박민주는 한 마디도 말을 섞지 않았다.

최민혁은 최민혁 대로 생각을 했고 박민주는 박민주대로 생각할 게 많았던 것이다. 그러다 목적지인 뉴서울CC에 다다르자 박민주의 입이 열렸다.

“다 왔어요. 부친 앞에서는 가급적 말을 많이 하지 마세요. 남자가 말 많은 건 딱 싫어하시는 분이시거든요.”

그 말 후 다시 입을 다문 박민주는 골프장 안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내려요.”

그리곤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 그녀를 따라서 최민혁도 차에서 내렸는데 그들 앞으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그리고 그 중 한 남자가 박민주 앞에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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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는 갤러리와 구단 일을 정리했다. 부친이 곧 그녀를 본사로 부를 테니 그 전에 그녀의 일을 매듭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황당한 소식이 전해져 왔다.

“뭐? 최민혁 선수가 또 시합을 해?”

“네. 지금 고척 돔에서 태산 베어스 2군과............”

박민주는 기가 찼다. 오늘 오후에 부친을 만나러 가기로 해 놓고 야구 시합을 한다? 야구에 미쳤던지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지 둘 중 하나였다.

“전자(前者)겠지.”

박민주는 최민혁이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배우자로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을 원하지 않았다. 도와준다는 그 말 속에 권력을 나눠줘야 한다는 전제가 붙으니까.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야구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는 나쁘지 않았다. 끽해야 구단주? 그 정도 자리만 던져 주면 끝이었다.

“사람 보내서 지켜보게 해. 혹시 다치거나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지 살피게 하고.”

“네.”

그렇게 사람을 보내 놓고 자신의 일처리를 다 끝낸 박민주가 갤러리 사무실을 나설 때 연락이 왔다. 최민혁이 별 무탈하게 야구 시합을 끝냈다고. 그때 운전 중인 박민주의 눈에 고척돔이 보였다.

그녀는 차를 고척 돔 쪽으로 돌리며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가 바로 받았고 고척 돔으로 간 그녀는 그곳에서 최민혁을 자기 차에 실었다. 그리고 근처 오성 백화점으로 가면서 그녀의 전속 코디네이터들에게 미리 준비를 시켜 두었다.

그래서 백화점 VIP룸에 들어가자 준비하고 있던 코디네이터들이 10반에 최민혁을 딴 사람으로 변신 시켰다.

‘멋있어.’

최민혁은 운동선수다 보니 체구가 좋았다. 거기다 얼굴까지 잘 생기다보니 꾸며 놓으니 모델 뺨칠 정도로 보기 좋았다.

그녀는 남자 외모를 봤다. 그녀가 어디를 데려가도 부끄럽지 않을 외모. 그게 그녀가 원하는 배우자가 갖춰야 할 조건 중 하나였는데 최민혁은 그걸 충분히 만족 시키고 있었다.

그 뒤 백화점을 나선 박민주는 경기도 광주까지 묵묵히 운전만 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부친과 만나서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할지 계속 생각했다.

오성그룹 회장인 박규철이란 사람은 비록 그녀의 부친이긴 했지만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변덕도 워낙 죽 끓듯 했고 말이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기회를 주려 하고 있었다.

‘무조건 잡아야 해.’

이 기회를 놓치면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단 걸 박민주는 잘 알았다. 그래서 지금 그녀 옆에 있는 남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박민주는 최민혁에게 어떤 식으로 부친을 대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얘기 할까 하다가 말았다. 그가 부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면 그걸 바로 눈치 챌 부친이었으니까. 그래서 그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전에 보니까 최민혁은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 부친 앞에서도 잘 대처 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도 몰라서 차에서 내리기 전 박민주는 최민혁에게 최대한 말을 아끼란 조언은 해 주었다.

그녀와 최민혁이 차에서 내리자 박규철 회장의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바로 나타났다. 그 중 박민주도 아는 얼굴이 있었다. 그 사람이 경호원들을 대표해서 그녀에게 먼저 허리를 굽혔다. 그런 그를 보고 박민주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가워요. 주민성 2팀장님.”

그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주민성은 결국 박민주의 손을 잡지 않고 그녀를 보고 말했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주민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안하게 손을 거둬들인 박민주가 옆에 있던 최민혁을 보고 말했다.

“가요.”

그리곤 최민혁과 박민주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체 골프 장 안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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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동 중 주민성이 힐끗 최민혁을 자꾸 쳐다보았다. 그걸 캐치한 박민주가 주민성에게 말했다.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아! 아, 아닙니다. 저 분을 어디서 뵌 적이 있는 거 같아서....”

주민성의 말에 박민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 팀장도 야구 좋아하나 봐요?”

“네. 뭐....”

남자치고 야구, 축구 안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주민성도 그의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온즈 최민혁 선수잖아요. 알죠?”

“네. 당연히.....”

박민주의 말을 듣고 나서야 주민성은 더 이상 경계 어린 시선으로 최민혁을 쳐다보지 않았다.

10여분을 넘게 걸어서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박규철 회장이 있는 곳이 보였다. 그런데 그 거리도 만만찮았다.

최민혁은 박민주가 캐주얼하고 옷을 입고 오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 최민혁이 입고 있는 옷도 충분히 캐주얼티 했다.

보기엔 가까워 보였는데 골프장 안에 경사가 있다보니 박규철 회장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데 10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이럴 때 골프카를 타고 가면 될 텐데 싶었는데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박민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헉.... 부친께 골프장에선..... 반드시 두 발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철칙이 있어요.”

최민혁은 얼마 걸었다고 벌써 헥헥 거리는 박민주에게 운동 좀 하라고 하려다 말았다. 그녀 일을 그녀가 어지간히 알아서 잘 할까 싶어서.

“아버지. 저희 왔어요.”

박민주는 박규철 회장이 있는 곳에서 10여미터 쯤 남겨 둔 곳에 서서 호흡을 고른 뒤 부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어. 그래. 어서 와라.”

박규철 회장은 사람 좋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 최민혁은 그런 그의 이면에 악귀 같은 얼굴이 있다는 걸아는 몇 되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여기서 말할 때는 최민혁이 아니라 차성국이라고 해야 하나?

어째든 최민혁은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박규철 회장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성 라이온즈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최민혁이라고 합니다.”

“하하하하. 최선수라면 나도 잘 알지.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나서 우리 만났었지?”

“네. 오성 호텔 연회장에서 뵀었습니다.”

“그랬지.”

“그때 거기 계셨던 젊은 임원 분께서 저와 참 얘기가 잘 통했었는데.....”

“젊은 임원? 누구?‘

“이름이......아! 차성국. 오성 자동차 전무님이라고.”

최민혁의 입에서 차성국이 거론 되자 박규철 회장의 이마에 확 주름이 잡혔다. 그때 박민주가 끼어들었다.

“그 임원은 아쉽게도 작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요? 난 그것도 모르고.”

박민주나 박규철 회장은 그 때 사고의 당사자 중 한 명이 최민혁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하하하하. 아까운 인재였지. 하지만 죽은 사람은 보내 줘야지. 그리고 산사람은 열심히 살아야하고. 골프 좀 칠 줄 아나?”

박규철 회장이 웃음으로 차성국의 일을 덮고 화제를 전환시켰다.

“아뇨. 아시다시피 전 야구를 잘합니다.”

“야구나 골프나 공 치는 건 마찬가지니까 골프도 잘 치겠지. 어디 한 번 쳐 보게.”

박규철 회장은 최민혁을 향해 자신의 골프채를 건넸다. 그걸 보고 박민주가 놀란 얼굴로 박규철 회장와 최민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골프야 박규철 회장과 여기서 수 없이 쳤었다. 그러니 못 칠 것도 없어서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이 내민 골프채를 받았다. 그때 그걸 보고 놀란 얼굴의 박민주를 보고 최민혁은 싱긋 웃었다.

박규철 회장은 자신의 물건을 누가 손대는 걸 아주 싫어했다. 때문에 골프를 칠 때 자신의 골프채를 캐디가 만지는 것조차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최민혁에게 자신의 골프채를 건넸으니 박민주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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