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28화 (228/248)

00228 재벌에이스 =========================

태산 베어스 2군에 소속 된 신인 타자 배준기는 긴장한 채 타석에 들어섰다. 과연 국내 최고 에이스가 던지는 공은 어떨까? 그 공을 자신이 칠 수 있을까?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타석에 선 배준기는 한 마리 고고한 한처럼 마운드에 우뚝 서 있는 최민혁을 보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뒤 그 학이 우아하게 투구 동작을 취하곤 공을 던졌다. 배준기는 초구라도 자신이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바로 배트를 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가 노리던 패스트볼이 들어왔다. 하지만 배준기가 보기에 공이 낮았다. 그렇다면 괜히 배트를 냈다가 땅볼을 칠 수 있었다. 그래서 참았다. 하지만 주심의 콜은 스트라이크!

배준기는 최민혁의 제구에 혀를 내둘렀다. 그가 보기에 분명히 낮아 보였는데 그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아래에 걸쳤단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구속은 그가 생각한 것 보다 빠르지 않았다. 공의 무브먼트도 그리 심한 거 같지 않았고.

‘잘하면 칠 수도 있겠어.’

배준기는 오혀려 최민혁의 공을 직접 접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다음에 던지는 최민혁의 패스트 볼은 반드시 때려 보리라 생각하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최민혁은 여전히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우아하게 투구 동작 후 2구를 던졌다.

‘패스트볼!’

배준기가 노리던 구종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밖으로 확연히 빠져 나가는 볼. 배준기는 어차피 배를 휘둘러도 맞추지 못할 터라 이번에도 배트를 참았다. 하지만 당연히 빠져 나가야 할 공이 홈 플레이트에서는 그대로 직선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렇다는 건 바깥쪽을 걸치는 스트라이크란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주심도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젠장......’

배준기는 황당했다. 그래서 일단 타석을 나와서 투수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고고한 한 마리 학은 그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마운드 위에서 코를 후볐다. 배준기는 긴 한숨과 함께 생각했다.

‘이상하네. 왜 내 눈에는 공이 낮고 빠지는 걸로 보일까? 그리고 몸은 왜 꼼짝도 안하고.’

배준기는 이때까지 자신의 약점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 약점을 찔러 들어오는 최민혁의 공에 꼼짝도 못하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고.

‘배준기. 힘내자. 아무리 상대가 강해도 이대로 삼구 삼진 당하는 건 아니잖아?’

배준기를 스스로를 다독이고 파이팅을 한 후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배준기는 최민혁이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던진다면 무조건 치겠다는 각오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최민혁이 공을 던졌고 역시나 패스트볼이었다. 배준기는 다짐하고 있던 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배트는 최민혁이 던진 공과는 상관없이 엉뚱한 허공만 갈랐다. 휘두르자는 생각만 앞서다 보니 한 복판에 들어오는 직구 타이밍으로 배트를 휘두른 것이다. 하지만 최민혁이 그에게 던진 공은 그의 몸 쪽을 파고 들었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때문에 배준기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아도 그는 삼진이었다.

최민혁에게 3구 삼진을 당한 배준기는 고개를 푹 숙인 체 덕 아웃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배트는 휘둘렀잖아. 루킹 삼진 안 당한 게 어디야.’

나름 스스로를 위로하며 덕 아웃으로 향하던 그에게 누가 말했다.

“쯧쯧! 그것도 못 쳐서는........”

혀 차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다음 타석에 들어 설 팀 동료 유병식이었다. 배준기는 그 소리를 듣고 욱했지만 참았다. 유병식은 그 보다 1년 먼저 태산 베어스에 입단한 선배였으니까. 하지만 1년 차는 선배라기보다 가장 가까운 경쟁 상대였다. 당연히 유병식이 잘 풀려서 1군으로 올라가면 배준기가 2군에 있어야 할 기간은 더 길어 질 터였다. 그러니 배준기는 유병식이 잘 되길 바라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좀 전 접한 최민혁에 대한 정보 역시 그에게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배준기는 유병식의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가며 속으로 웃었다.

‘어디 한 번 당해 봐라.’

국내 최고 에이스 최민혁의 진가는 타석에 서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배준기는 유병식이 자신처럼 삼구 삼진으로 물러 날 것에 백만 원이라도 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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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태산 베어스 2군의 신인 타자를 보고 기가 찼다. 히죽 거리며 최민혁을 보고 웃는 게 무슨 심리전이라도 펼쳐 보겠다는 모양새였다. 하긴 타자야 어떡하든 루상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야국에도 도의란 게 있다. 저런 식으로 선배를 대 놓고 비웃은 표정을 짓는 건 옳지 않았다.

만약 이 상황이 시즌 중에 벌어 졌다면 최민혁도 가만있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최민혁은 사회인 야구단에 임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그러니 상대 타자가 무슨 짓을 하던 일단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 이 새끼. 아주 혼 줄을 내 주마.’

하지만 대신 깨우침을 내려 줄 생각이었다. 상대를 봐 가며 까불라고 말이다. 최민혁은 우선 상대 타자에게 핫 앤 콜드(Hot and Cold)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상대 타자의 약점이 바로 간파 되었다.

‘몸 쪽이 아예 빨갛구먼.’

극단적으로 몸 쪽에 약한 타자였다. 이런 타자는 약점이 드러난 순간 끝장이라고 보면 됐다. 상대 진영에서 그 약점을 집요하게 후벼 팔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 약점을 고치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약점이 드러 날 거란 점이었다. 즉 앞선 타석에서 최민혁이 상대 했던 타자보다 지금 최민혁이 상대하려는 타자가 문제가 더 컸던 것이다.

최민혁의 추측컨대 앞에 타자가 1군 무대에 진출 할 가능성을 50%로 본다면 지금 눈앞의 타자는 10%되지 않았다.

‘어디 좀 가지고 놀아 볼까?’

최민혁은 곧장 타이탄스 포수에게 사인을 넣었다. 그러자 포수가 미트를 타자 쪽에 바짝 붙인 체 내밀었다. 최민혁은 웃으며 와인드업 후 포수가 내민 미트에 정확히 공을 찔러 넣었다.

펑!

“스트라이크! 원!”

타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포수가 공을 돌려 줄 때 보니 타석 밖을 벗어 나 있는 걸 보니 몸 쪽 붙이는 공에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저래서야 몸 쪽 약점을 고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로진 백을 만지며 최민혁이 전광판을 쳐다보니 좀 전 그가 던진 구속이 145Km/h가 나와 있었다.

최민혁은 다시 돌아서서 투구판을 밟고 선 채 포수에게 사인을 넣었다. 그러자 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좀 전 최민혁이 던진 곳과 같은 곳에 미트를 내밀었다.

최민혁은 여전히 웃으며 타자는 일체 신경 쓰지 않고 그 미트에 공을 찔러 넣었다.

펑!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타자는 가상하게도 최민혁의 공에 배트를 냈다. 하지만 공이 미트에 꽂힌 뒤 배트가 돌아갔다. 황당한 얼굴의 타자는 최민혁을 쳐다봤다. 그러나 최민혁은 로진 백을 만지며 등진 채 서 있었기에 타자는 그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때 최민혁은 로진 백을 만지며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전광판에는 좀 전에 그가 던진 공의 구속이 나와 있었다.

‘150Km/h라......’

최민혁은 이번 공을 147Km/h정도 구속으로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구속을 조절하는 게 싶지 않았다.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투수의 능력 중에 구속의 완급을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최민혁의 타자 총 포인트는 0이었다. 그건 투수 총 포인트도, 사업가 총 포인트도 마찬가지였고. 즉 당장 최민혁은 세나가 좀 전에 말한 구속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구입할 포인트가 없었던 것이다. 못 먹는 감 쳐다만 봐야 하는 신세의 최민혁에게 세나가 말했다.

[마스터가 투수가 되면서 타순에서 빠졌기에 마스터의 공격 미션인 전 타석 진루는 성공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그 보상 포인트를 지금 바로 지급합니다.]

그 말 후 세나는 바로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획득 포인트 +20,000. 타자 총 포인트: 20,000]

최민혁은 확 늘어난 포인트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때 주심의 목소리가 최민혁의 귀에 들려왔다.

“빨리 던져!”

최민혁은 곧장 투수에게 사인을 넣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역시나 타자 몸 쪽에 똑같은 직구 사인이었고 포수는 빨리 넣기나 하란 듯 포수 미트를 내밀었다. 어차피 승부구는 구속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최민혁은 힘껏 공을 뿌렸다.

펑!

부웅!

“스윙! 삼진!”

이번에도 공이 미트에 꽂히고 배트가 돌아갔다. 하지만 그 텀이 더 길었다. 즉 최민혁의 공이 더 빨랐단 소리였다. 최민혁이 확인 차 시선을 뒤로 돌리자 전광판에 구속이 그걸 증명했다.

155Km/h!

물론 최민혁이 전력투구한 공은 아니다. 하지만 묵직한 그의 공이 그 정도 구속이 나왔다는 건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재앙과도 같았다. 설혹 배트에 맞춘다고 해도 거의 뜬 공이나 땅볼이 확실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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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식은 앞선 타석에서 최민혁의 별로 빠르지도 않은 공을 배트에 맞추지도 못하고 삼구 삼진으로 물러 난 팀 후배 배준기를 비웃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서도 그 비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어디 얼마든지 던져 봐라. 다 쳐줄 테니.’

유병식은 자신 있었다. 대기 타석에서 최민혁의 공에 배트 타이밍을 맞춰 보면서 그는 충분히 최민혁의 직구를 쳐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타석에서 기다리길 얼마 되지 않아 최민혁이 공을 던졌다. 역시나 패스트볼!

“어어!”

그런데 그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놀란 유병식은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이어진 주심의 콜은 스트라이크였다. 놀란 유병식이 보니 정말 포수가 몸 쪽 스트라이크 존에서 포구를 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마치 유병식에게 보란 듯 말이다. 유병식도 자신이 몸 쪽 공에 약하단 건 알았다. 하지만 계속 고치려고 노력 중이었기에 또 같은 쪽으로 공이 들어오면 얼마든지 쳐 내거나 적어도 커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의 배트는 무안하게도 공이 포구 된 뒤 홈 플레이트 위를 통과했다.

‘쪽팔려.....’

그런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전광판에 최민혁의 구속이 5Km/h 더 빨라진 것이다. 그러니 앞서 최민혁의 구속에 맞춰 배트를 돌렸으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유병식은 다음엔 더 빨리 배트를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에도 유병식은 공이 포구 된 뒤에 배트가 돌아갔다. 앞서 보다 그 간극이 더 길었다.

‘씨팔.....’

유병식은 헛스윙 뒤 전광판을 보고 속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또 구속이 5Km/h 더 빨라졌던 것이다. 유병식도 바보가 아닌 바에야 자신이 최민혁에게 농락당했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섰을 때 최민혁을 비웃은 게 있다보니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도 못 됐다.

결국 헛방망이질 뒤 유병식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바로 몸을 돌려서 덕 아웃으로 뛰어가는 것뿐이었다. 그가 생각해도 쪽팔린 상황,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그곳으로 뛰어 들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보고 태산 베이스 2군 타자들은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유독 한 선수만 웃고 있었다. 바로 앞 타석에 최민혁에게 삼구 삼진을 당한 배준기 말이다.

“내말 대로지?”

배준기는 누구 들으라는 듯 말했지만 그 말에 대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 것이 배준기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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