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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18화 (218/248)

00218 재벌에이스 =========================

강속구를 던지는 권오성은 직구 중에서 살짝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질 줄 알았다.

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이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마치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라이징 패스트 볼이라고 부르는데 공이 백스핀의 회전력에 의해 중력의 영향을 상쇄시키면서 직선에 가까운 궤도로 홈 플레이트까지 날아오면 타자 입장에서는 예상한 궤도에 비해 공이 솟아오르는(rising) 것 같은 착시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 라이징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흔히 나타났다.

태산 베어스 2군 포수는 오늘 권오성이 제대로 된 포심패스트볼을 던진다는 걸 알기에 그에게 라이징 패스트볼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라이징패스트볼 자체를 포심패스트볼을 변형시킨 패스트볼의 일종으로 보는 의견도 있으나 보통은 포심패스트볼이 제대로 구사되었을 때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관점이 일반적이었다.

이 라이징 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서 자신의 눈높이에서 공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배트를 휘두르지만 대개는 제대로 쳐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태산 베어스 2군 포수는 이 라이징 패스트볼로 최민혁을 잡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대신 확실한 볼이기 때문에 최민혁이 참으면 어쩔 수 없이 포볼을 내줘야했다. 그래봐야 1점이었다. 최민혁에게 안타라도 맞으면 최소 2점이니 태산 베어스 2군 포수로서는 이 정도면 잘한 승부라 봤다.

지금 스코어는 5대 6으로 태산 베어스 2군이 1점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어차피 1점이나 2점이나 매한가지였다. 태산 베어스 2군의 공격력이라면 한 회에 10점까지도 뽑아 낼 수 있었으니까. 하여튼 태산 베어스 2군 포수의 사인에 권오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공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래.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면 최민혁을 잡을 수도 있어.’

속으로 자신감을 북돋운 권오성은 힘차게 투구판을 박차고 공을 뿌렸다. 권오성이 투구를 하자 최민혁도 바로 타격 자세에 들어갔다.

절반쯤 날아 든 공은 최민혁의 몸 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걸치고 들어왔다. 이때 최민혁은 권오성의 직구에 초점을 맞추고 오른발을 내뻗었다. 그런데 공이 좀 높았다. 당연히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휘어져 들어와야 할 공이 그대로 빨랫줄처럼 뻗어 들어 온 것이다.

최민혁의 타격이 스트라이크 존에 맞춰서 이뤄졌다면 최민혁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을 터였다. 하지만 최민혁은 권오성의 공이 그대로 뻗어 들어오자 디딤 발을 밀면서 타이밍을 늦춘 뒤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경쾌한 타격 소리와 함께 공이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갔다. 어퍼 스윙으로 걷어 올렸을 때와 달리 배트를 공중을 보고 위로 후려 팬 터라 공이 더 높이 올라갔다. 당연히 아까 타구도 돔구장 천장에 닿을 뻔 했으니 이번은 돔구장 천장을 때릴 게 확실했다.

“어?”

“뭐, 뭐야?”

그런데 타구가 천장으로 올라가고 나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때 타구를 지켜보고 있던 주심이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빙빙 돌렸다. 홈런이란 판정이었다. 최민혁은 배트를 옆에 던져 놓고 그대로 루상을 돌았다. 그리고 루상을 꽉 채우고 있던 타이탄스 주자들이 먼저 하나 둘씩 홈 베이스를 밟았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만루 홈런의 주인공인 최민혁이 나타나자 그와 하이 파이브를 하고는 같이 덕 아웃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덕 아웃에서는 난리가 났다.

“세 타석 연속 홈런이라니....”

“그냥 이번 기회에 타자로 전향 하세요.”

최민혁이 타이탄스 덕 아웃에서 타이탄스 선수들의 격한 환영을 받고 있을 때 태산 베어스 2군 감독 봉준석은 주심에게 가서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주심의 석연찮은 홈런 판정에 이의를 재기 하는 모양이었는데 주심이 봉준석 감독에게 정확히 뭐라 얘기를 하자 봉준석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깐 마운드를 방문했다가 곧장 태산 베어스 덕 아웃으로 돌아갔다.

고척돔 구장에서 외야 페어지역 천장에 공이 맞는 경우 천장 상단 3번째 통로(캣워크) 시작점 이후에 위치한 천장에 맞거나 공이 끼이게 되면 홈런으로 인정을 했다. 주심은 바로 그 점을 얘기했고 봉준석 감독은 최민혁이 친 타구가 바로 그 점에 해당 된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이의를 재기하지 않고 덕 아웃으로 돌아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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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4회 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연타석 홈런 기록 중입니다. 여기서 3연타석 홈런을 칠 경우 10,000포인트를 보상 포인트로 지급합니다. 3루타는 5,000포인트, 2루타는 3,000포인트, 안타는 1,000포인트, 포볼은 500포인트를 각각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 후 세나가 이어 말했다.

[전 타석 진루 미션은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 뒤 최민혁은 타석에 집중 했고 3-2 풀카운트까지 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또 최민혁의 머릿속을 울렸다.

[마스터. 급하게 미션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여기서 홈런을 칠 경우 마스터가 기록하는 최초의 그랜드슬램입니다. 그래서 추가로 5,000포인트가 더 지급 됩니다. 그러니 꼭 홈런을 치세요.]

아주 대 놓고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또 그 소리을 듣자니 부아가 치밀어 오른 최민혁이 한 템포 늦게 날아오는 타구에 반응을 했다. 그 때문에 라이징 패스트볼에 타격 폼이 무어지지 않았고 뒤로 중심을 둔 채 냅다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고 그 공은 까마득히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주심은 고척돔의 그라운드룰 규정에 따라 최민혁의 타구를 홈런으로 판정했다.

최민혁은 처음엔 얼떨떨해 하다가 주심의 눈총에 배트를 옆에 던지고 루상을 돌았다. 그리고 그가 홈 플레이트를 밟았을 때 그의 눈앞에 바로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15,000. 타자 총 포인트: 39,000]

3연 타석 홈런에, 그 홈런이 그랜드슬램, 즉 만루 홈런인지라 한꺼번에 15,000포인트가 지급 된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자신의 홈런을 축하해 주는 타이탄스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와 악수를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최민혁의 활약으로 스코어는 다시 5대 10으로 벌어졌다. 당연히 윤동준 감독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때 주심에게 가볍게 항의를 하던 태산 베어스의 감독은 곧장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리고 권오성을 다독이고는 덕 아웃으로 돌아갔고 시합은 바로 재개가 되었다.

최민혁 다음으로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앞서 와 달리 루상은 텅 비어 있었다. 타이탄스의 4번 타자는 큰 거 한방을 노리고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부웅!

펑!

“스트라이크! 원!”

그리고 2구 커브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더 잡고 3구로 최민혁을 잡으려고 던졌던 라이징 패스트볼을 또 던졌다. 그러자 그 결과 타이탄스의 4번 타자는 맥없이 배트가 돌아갔다.

“스윙! 삼진 아웃!”

그리고 4회 초에서도 꽤 긴 이닝 동안 이어진 타이탄스의 공격이 끝나고 4회 말 태산 베어스 2군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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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초 타이탄스가 공격을 마치고 이제는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갈 때였다.

“이거 또 이기는 거 아냐?”

“그러게. 태산 베어스 2군에게도 이기면 이제 더 이상 우릴 우습게 볼 팀은 없을 거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꼭 이기자. 파이팅!”

“그래. 파이팅이다.”

타이탄스 선수들은 다들 들 떠 있었다. 5점 차 리드가 주는 힘이었다. 그때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나서는 유명철을 향해 타이탄스 감독 윤동준이 말했다.

“명철아. 무리하지 말고 한 이닝 더 막는 다는 생각으로 던져라.”

윤동준 감독도 유명철의 한계가 2이닝 정도란 걸 아는 모양이었다.

“네. 감독님.”

유명철은 대답 후 곧장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상대 선수들을 살폈다. 당장 대기 타석의 태성 베어스 2군 타자들이 웃으며 얘기를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 설 타자는 배터 박스에서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은 마운드 위의 유명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단 점이었다.

하긴 제구가 좋다고는 하지만 140Km초충반의 구석의 투수는 그들로서 언제든지 공략이 가능했으니까. 물론 그 구위로 그간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을 괴롭혀 온 2군 투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2군 무대에서 뛰는 투수들이었다. 즉 그래도 프로란 소리다. 하지만 지금 마운드에 있는 유명철은 사회인 야구단, 즉 아마 투수일 뿐이었다. 그런 아마의 공을 프로 타자들이 못 친다는 게 더 말이 안 됐다.

“최민혁이 진짜 대단하지?”

“와아! 아까 봤지? 권오성의 공을 배트로 후려 패서 홈런 만들어 내는 거.”

“힘 하나는 우리 동석이 형 못지않더라고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다. 동석이 형은 사람이 아니잖아?”

“아! 맞다. 동석이 형은 괴물이었지.”

“뭐?”

그때 태산 베어스의 4번 타자가 덕 아웃에서 그 소리를 듣고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곤 덕 아웃에 크게 웃음이 일었다. 이 정도면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에게 유명철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지 앞서 유명철의 공을 접했던 6, 7, 8번 타자들만이 웃지 않고 유명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들이라도 보니 그래도 자신의 존재감은 드는 유명철이었다.

‘어디 두고 보자.’

그리고 그게 유명철을 더 활활 투지에 불 타 오르게 만들었다.

펑!

“스트라이크! 원!”

유명철의 140Km/h 초반의 패스트볼이 포수 미트에 꽂혔다. 그러자 태산 베어스 2군의 타자와 그 뒤에 대기 중인 타자들의 눈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별거 아니군.’

‘장타를 노려도 되겠어.’

그들은 유명철을 무시했는데 그의 공을 보고 조롱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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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5대 10!

3회 말에 태산 베어스 2군이 1점차로 점수 간격을 좁히자 타이탄스가 4회 초에 또 도망을 갔다. 이에 태산 베어스 2군 선수들은 단단히 벼르고 공격에 임하고 있었다. 타석은 9번 타자부터 시작인데 봉준석 감독은 바로 대타 카드를 꺼냈다. 그게 바로 장준범이었다.

태산 베어스 2군의 대타 장준범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유명철이 3회 말에 던졌을 때 그 공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말이다.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컨택 능력이 좋은 장준범이었다. 거기다 요즘 타격도 한껏 물이 올라서 그는 언제든 허접한 사회인 야구단의 투수의 공을 쳐낼 자신이 있었다.

여차하면 자신의 장기인 컨택 능력을 살려서 유명철의 공을 커트해서 자기 타석에서 투구수를 20개 정도는 늘려 놓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게 봉준석 감독이 자신을 대타로 내 세운 이유 일 테고 말이다. 바로 투수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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